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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61화 (161/200)

제161화

지오반의 예상대로 아린이와 뇽뇽이를 설득하는 건 상당히 쉬웠다. 에탄이 가져온 초콜릿과 함께, 아빠를 도와준다면 이 초콜릿을 더 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그 두 가지에 아린이와 뇽뇽이는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대신 이빨 상할 수도 있으니까 하루에 세 개만 먹어.”

“네!”

“알겠음!”

하지만 초콜릿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에탄은 두 사람의 이빨 건강을 생각해서 초콜릿의 개수를 제한했다.

다만. 아린이와 뇽뇽이는 그것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한 달 전 설탕 사탕을 계속해서 먹다가 충치가 생겨 이빨을 뽑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과 마법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아린이와 뇽뇽이었지만, 치아를 뽑는 일은 상당한 공포로 느껴졌었다.

그랬기에 두 사람은 이번에 에탄의 말을 철저히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저희가 뭘 하면 돼요?”

그리고 아린이는 에탄에게 한 가지를 물었다. 이렇게 거래를 하게 됐으니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면 되는지에 관한 거였다.

“간단해.”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동시에 아린이와 뇽뇽이를 쳐다보면서.

“그냥 예전처럼 아빠가 헛기침을 하면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 돼. 세바스찬에게 했던 것처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비장의 카드를 꺼내면 된다고 말했다.

* * *

그렇게 에탄은 지오반과 아린이 뇽뇽이를 데리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에탄을 만난 대부분의 사람은 아린이와 뇽뇽이의 울먹이는 표정에 백기를 들었다.

“모두의 동의서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네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에탄은 그렇게 상인 길드를 선정하는 과정에 대한 위임서를 얻어내고는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 후 눈앞에 있는 위임서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날이 갈수록 다른 이들을 협박… 아니 설득하는 실력이 늘고 있구나.”

지오반이 그걸 보고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데이른 공작부터 시작해서 화염의 지배자까지.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데 에탄이 투자한 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았다.

만약. 다른 이들이었다면 몇 날 며칠을 붙들어 잡고 대화를 해야 간신히 납득할 만한 일을 말이다.

“그동안 제가 해 온 게 있으니 모두 믿어 주시는 거겠죠.”

“음.”

하지만 그것이 이상한 건 아니었다.

지오반 또한 에탄을 믿는 이유가 지금까지 에탄이 해온 업적과 행동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게 없었다면 아린이와 뇽뇽이를 아무리 동원한다고 해도 이런 성과를 거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상인 길드는 어떻게 선정할 생각이냐?”

모든 권한을 다시 한번 얻어냈다.

이제 남은 건 에탄이 상인 길드를 선정하는 일뿐이다.

“일단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대형 길드들은 모두 제외입니다.”

에탄이 눈앞에 있는 서류 덩어리 중 대부분의 종이를 옆으로 치워냈다. 모두가 대륙에서 한 이름을 날리는 상인 길드에 관한 정보였다.

“제가 찾는 길드는 아주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서류가 치워지자, 에탄은 남은 서류들을 하나하나 면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오반이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에탄이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했을 때 무슨 이득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는 길드가 있었는데.’

하지만 에탄은 알고 있다.

이 시기부터 대륙에 새로운 상인 길드가 생겨난다는 걸.

그리고 그녀가 운영하는 상인 길드가 대부분의 교역망을 장악한다는 걸 말이다.

‘지금이 제일 적기다.’

그렇기에 에탄은 이 기회를 어떻게든 잡을 생각이었다.

탁!

그때. 에탄의 눈에 한 서류가 들어왔다.

‘베네시슨.’

에탄이 찾던 미래의 대형 길드의 길드장인 베네시슨이라는 여자였다.

씨익.

에탄이 그 이름을 보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정보가 적혀있는 서류 더미를 집어 들었다.

* * *

베네시슨은 거지다.

정확히 말하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뒷골목에 내던져진 상태였다.

“이런 젠장… 하필 경쟁 길드한테 밀릴 줄이야.”

베네시슨의 사업은 간단했다.

저 멀리 있는 왕국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그것을 여기에 재판매하는 거였다.

그 상품이 아무도 찾지 않는 상품이었지만 베네시슨은 상관하지 않았다.

이 상품이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돈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미리 물건을 구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을 때.

‘상인이면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지. 비겁하게 힘으로 눌러?’

베네시슨은 모든 걸 빼앗겼다.

상대 길드에서 고용한 용병들에 의해서 말이다.

‘뇌물까지 먹여서 항의도 못 하고.’

게다가 이들은 베네시슨이 왕국에 보고를 올리는 것에도 대비했다. 이들은 중간 관리직을 매수해서 베네시슨의 신고를 묵살시켰다.

나아가 오히려 베네시슨을 협박했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말이다.

빠득.

베네시슨이 그 말을 떠올리고는 다시 한번 이를 갈았다.

마음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 복수를 하고 싶었다. 조금 과하게 말을 하면 악마에게 영혼을 일정부분 팔고 싶을 정도였다.

살면서 이렇게 큰 굴욕을 맛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흑….”

하지만 베네시슨에게는 그럴만한 힘이나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절망감에 잠식되어 눈물을 흘리려는 순간.

탁. 탁. 탁.

누군가 뒷골목에 쭈그리고 있는 베네시슨에게 다가왔다.

“베네시슨 님?”

그리고 베네시슨의 이름을 불렀다.

“…누구세요?”

베네시슨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에탄의 얼굴을 보고 두 눈을 끔뻑였다.

‘잘생겼네.’

찰랑거리는 은발 머리카락이 그녀의 시선을 빼앗는 건 덤이었다.

“저는 칼라사르 가문의 막내 아들 에탄이라고 합니다.”

에탄이 그런 베네시슨을 향해 싱긋 웃으면서 뒷말을 붙였다.

“저랑 이야기 좀 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야기요?”

“예.”

“제 무엇을 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하지만 베네시슨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 그녀의 입장에서 에탄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경쟁 길드에게 밀려서 길바닥에서 울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그 길드 사람이 아니니까요.”

에탄이 몸을 움찔하는 베네시슨을 향해 나긋한 목소리로 안심 시켰다.

그 후 자신의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제가 그 길드를 완전히 제거해드리겠습니다. 베네시슨님이 당한거에 10배는 더 해서 말이죠.”

꿀꺽.

베네시슨이 그 말을 듣고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눈빛으로 에탄이 내민 계약서를 쳐다봤다.

“정말이에요?”

“예.”

“그러면 대가는….”

하지만 무턱대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는 않았다. 능력 있는 상인이면 누구나 아는 진리를 그녀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는 한쪽이 일반적으로 희생하는 게 아닌, 동등하게 무언가 오고 가야 한다는 걸 말이다.

“대가는 제 밑에서 일하시는 겁니다.”

에탄이 그런 베네시슨의 물음에 덤덤하게 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짤랑.

거기에는 척 봐도 어마무시한 양의 골드가 들어 있었다. 베네시슨이 그 골드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는 침을 삼켰다.

“무. 무슨 일을 하는 거죠?”

그리고 조심스럽게 에탄에게 물었다. 사실 이쯤에서 베네시슨의 마음은 이미 에탄에게 넘어와 있는 상태였다.

하나. 베네시슨은 마지막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저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단합니다.”

에탄이 그런 베네시슨의 행동을 보고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서명을 하고 보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네시슨은 계속해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니, 에탄은 자신이 사람을 잘 찾았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북부 대통합. 그 유통망을 베네시슨 님이 구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상인 길드를 만들어서 말이죠.”

그래서 베네시슨에게 자신이 마기고자 하는 일을 숨김없이 말했다.

“…….”

그 순간 베네시슨이 입을 쩌억 벌렸다. 그리고 두 눈을 끔뻑이면서 에탄을 쳐다봤다.

“북부 대통합이요?”

그리고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모르십니까?”

“아녀. 그 일은 알고 있어요.”

베네시슨이 에탄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북부 대통합이 무엇인지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녀가 아니라 대륙에 있는 모든 이가 그 사실을 인지한 지 오래였다.

그만큼 에탄이 벌이는 일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제가 어떻게 맡죠?”

그러나 북부 대통합의 상인 길드가 되는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부인들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씨익.

에탄이 그런 베네시슨의 지적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를 쳐다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

“제가 칼라사르 가문의 막내 아들이라고.”

“……!”

그리고 다시 한번 자기를 소개 하는 순간. 베네시슨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설. 설마.”

그 상태에서 베네시슨이 빠르게 에탄의 얼굴을 살펴봤다. 은발에 금발 눈동자.

거기에 제법 날렵한 턱선과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까지.

“에. 에탄.”

그걸 통해서 베네시슨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됐다.

“으아악!”

그리고 그 순간 비명을 내질렀다.

자신이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 상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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