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화
베르사르 가문의 장남 테이벤과 막내아들 포이른.
“하압!”
깡!
두 사람은 늘 그래왔듯이 연무장에서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단순한 대련용 검이 아닌, 실전에서 이용하는 날이 서있는 진검이었다.
채앵!
하지만 주변을 지나가는 그 누구도 두 사람의 대련을 보고 위험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예전과는 다르게 두 사람의 실력이 상당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지간한 기사들은 모두 가볍게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동생아. 오른쪽 회전이 약하구나.”
테이벤이 포이른의 검을 가볍게 받아냈다. 그러면서 포이른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콕 집어서 얘기했다.
“크윽!”
포이른이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훤하게 보였기 때문에 살짝 열을 받은거였다.
-우웅!
“이것도 한번 막아보시죠!”
그래서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오러를 있는 힘껏 발산시켰다. 검술의 천재라고 불리는 포이른이기에 가능한 경지였다.
콰앙!
그렇게 포이른이 오러를 담은체 테이벤에게 검을 휘둘렀다.
“흐음.”
테이벤이 그걸 보고는 콧방귀를 꼈다. 애석하게도 테이벤은 아직 몸에 오러를 담아내지 못했다.
포이른과는 다르게 그정도로 빠른 성장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어찌보면 포이른보가 검술적 재능이 떨어진다고 볼수 있지만.
후웅.
그럼에도 테이벤은 포이른의 오러를 막아낼 수 있었다. 자신의 검술을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쿵!
테이벤이 포이른의 오러를 향해 검을 내밀었다. 그 후 물을 자르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있는 힘껏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포이른이 만들어낸 오러가 깔끔하게 반으로 잘려버리고 말았다.
“아직은 이르다.”
척!
그리고 테이벤의 검이 포이른의 얼굴을 겨누었다. 테이벤의 완벽한 승리였다.
“하….”
포이른이 자신의 눈앞까지 다가온 테이벤과 그의 검을 보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오러를 사용한 탓에 온몸에 힘이 빠진 상태였다. 이제 와서 반격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기에.
“제가 졌습니다.”
포이른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패배했다고 말했다.
“그래.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자.”
테이벤이 그걸 보고는 픽 웃었다.
동시에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연무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오늘도 한바탕 싸웠느냐.”
베르사르 가문의 가주 베이른이 연무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
“여기는 무슨 일로….”
테이벤과 포이른이 그런 베이른을 보고는 두눈을 꿈뻑였다. 지금 이 시간에는 업무를 보느라 정신이 없을 베이른이 이곳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기에 의아함을 가리져는 순간.
“칼라사르 가문의 에탄에게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너희 둘이랑 함께 보라고 하더구나.”
이어지는 베이른의 말에 두 사람 모두 납득을 했다. 동시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베이른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에탄의 편지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찌익.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베이른이 바로 편지지를 찢었다. 그 후 안에 들어이는 편지를 모두와 읽는 순간.
“…음.”
“음.”
“크흠.”
세 사람의 입에서 헛기침이 나왔다.
* * *
에탄이 지오반에게 베르사르 가문을 부를수 있다고 호언 장담한지 육일이 지났다.
그리고 일주일째가 찾아오는 아침에.
“가주님. 베르사르 가문의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에탄의 말대로 베르사르 가문의 사람들이 모리헤움 교단을 찾아왔다.
어지간한 짐은 모두 실을수 있는 거대한 수레들과 함께 말이다.
“허어.”
지오반이 그 풍경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말해 베르사르 가문이 이곳까지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물론. 관계가 좋기는 하지만, 북부에서 모리헤움 교단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 나름대로 할 일이 있으니 설령 온다고 해도 최소한의 인원만 올거라 생각했었는데.
“진짜 전부 와버렸군.”
지오반의 이런 생각은 완벽하게 틀려버리고 말았다.
“제 말대로 됐네요.”
에탄이 수십대의 마차가 모히레움 교단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픽 웃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지오반을 향해 덤덤하게 뒷말을 이었다.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협박을 했다거나 그런 짓은 안했으니까요.”
“…그 기준이 너의 기준 아니냐?”
“뭐. 그렇기는 하지만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지오반이 그걸 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두 눈을 끔뻑였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야겠구나.”
하지만 에탄을 나무라 하지는 않았다. 다른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니까.
모리헤움 교단의 마족을 죽이는건 이들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그 뒷과정을 무사히 마무리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원과 자원이 필요했으니까.
씨익.
에탄이 지오반의 말을 듣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모리헤움 교단 안으로 들어오는 베르사르 가문의 장남 테이벤과 포이른을 쳐다보면서.
“저도 대화 좀 나누고 싶네요. 오랜만에 보는 애들이니까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 * *
베르사르 가문의 장남 테이벤.
그리고 검술 천재라 불리는 포이른.
두 사람은 가문에서 떠나 모리헤움 교단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지금은 한 알현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야.”
에탄과 함께 말이다.
“테이벤. 잘 지내고 있었나?”
에탄이 자신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테이벤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살가운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어… 응.”
하지만 테이벤은 그런 에탄을 편하게 대할수 없었다. 오히려 눈치를 보고 몸을 움쯔리고 시선을 회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요즘 살기 좋나봐? 얼굴에 기름이 흐르고 있네. 수련보다는 먹고 사는거에 좀더 열중하고 있나?”
에탄의 폭풍같은 잔소리가 테이벤에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크흠. 아니….”
테이벤이 에탄의 말에 헛기침을 내뱉었다. 지금 이 순간 무어라 변명을 해야 하나 머리를 굴려봤다.
하지만 마땅히 할만한 대답이 없었다. 저 이글거리는 에탄의 눈빛이 무언가 한 마디라도 잘못 말하면 자신을 죽이겠다고 경고하는 거 같았으니까.
“그… 미안하다.”
그래서 테이벤은 결국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우선 살아 남아야 하니까.
“넌 벌로 나랑 대련 50회야.”
에탄이 그런 테이벤을 향해 덤덤하게 뒷말을 붙였다. 그리고 충격받은 테이벤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포이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흐음… 그래도 넌 테이벤보다는 많이 노력했네.”
그리고 입꼬리를 올렸다.
포이른의 몸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 안에 오러도 있고. 역시 검술 천재는 남다르구먼.”
거기에 포이른은 오러를 획득한 상태였다. 비록. 에탄에 비해서는 훨씬 미미한 힘이었지만 나이에 비해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이룬 건 사실이었다.
“감사합니다.”
포이른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꾸벅였다. 테이벤과는 다르게 칭찬을 받았기에 그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
“아직 아린이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야.”
하나.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포이른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끔뻑였다.
“아린이를… 못 이긴다고요?”
자신의 힘이라면 이제 아린이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데. 눈앞에 있는 에탄이 그건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으니 포이른이 당황을 할 만도 했다.
“그래. 확실하게 말해줄수 있어. 너는 아린이를 이길수 없다.”
하지만 에탄은 말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이른에게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정 믿지 못하겠으면 나중에 가문으로 복귀하고 한판 싸워봐.”
“…알겠습니다.”
에탄이 그런 포이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픽 웃었다.
그 후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좋아. 이제 슬슬 일하러 가자.”
남은 일을 마무리 하자는 말을 붙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후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두 명을 향해.
“따라 나와. 모리헤움 교단에 있는 비밀 재물을 마차에 실어야 하니까.”
일을 할때가 됐다고 뒷말을 붙였다.
* * *
모리헤움 교단의 재물이 쌓여있는 창고. 에탄은 포이른과 테이벤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 작업만 끝나면 우리도 가문으로 돌아갈거야.”
그러면서 포이른과 테이벤에게 실실 웃으면서 여러 가지 말을 해줬다. 거기에는 칼라사르 가문의 사람들도 이 창고에서 모두 일을 하고 있다는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재물이 쌓여 있길래.”
테이벤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칼라사르 가문의 규모도 자신들 못지않게 크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그런 이들조차 재물을 옪기는데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니, 테이벤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들만도 했다.
“직접 보면 알아.”
에탄이 그런 테이벤을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탁!
동시에 힘차게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췄다. 지하로 이어지는 거대한 문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 안에 남은 재물들이 보관되어 있어. 작업은 내일부터 시작이긴 한데 너희들에게 특별히 미리 보여주는 거야.”
에탄이 두 사람을 향해 한마디를 덧 붙였다. 동시에 문을 향해 오른손을 뻗고.
“열려라.”
끼이익!
힘을 실어 문을 힘차게 미는 순간, 안쪽에 있는 창고의 모습이 이들 앞에 드러났다.
“!”
“!”
그리고 테이벤과 포이른은 자신들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에탄이 문을 밀면서 나타난 창고 안에 여러 가지 보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때.”
에탄이 그걸 보고는 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특별히 한가지 보물씩만 가져갈 수 있게 해줄게.”
그리고 두 사람에게 파격적인 호의를 베풀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