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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54화 (154/200)

제154화

데이른 공작에 의해 에탄은 모리헤움 교단의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모든 업무를 강제로 중단하고 단체 대련이 열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하루만에 산의 지형이 바뀌었네요.”

그리고 불과 하루도 안 돼서 산을 깎아버렸다. 농담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산이 정말 깎여버렸다. 에탄과 이들의 힘 겨루기에 의해 말이다.

“이거 어떻게 합니까?”

에탄이 깍여버린 산 꼭대기를 손으로 가르켰다. 그러면서 나머지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저거 어떻게 할거냐고.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자연의 변화라고 하면 납득할 겁니다.”

그런 에탄의 물음에 화염의 지배자와 파엘이 덤덤하게 답했다. 두 사람의 로브는 해진 지 오래였고, 온몸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다.

단체 대련을 한 뒤에 생긴 흔적들이었다.

“…제일 큰 공로를 세우신 두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산을 깍는데 아주 큰 기여를 해 준 이들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발동하는 마법들이 대지를 흔들고 공기를 갈가리 찢어버릴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별의별 마법을 오늘 다 봤네. 이제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놀라지도 않겠어.’

마탑주와 북부에 있는 최고위급 마법사의 힘겨루기. 에탄은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이제 어지간한 마법사에게는 두려움을 가지지 않을 거라는 거다.

“아빠.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 순간 아린이가 에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아린이 또한 온몸에 흙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하지만 미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상태였다.

단체 대련을 하면서 아린이는 좀 더 힘에 흥미를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좋았음!”

그리고 그건 뇽뇽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폴리모프를 풀지 못한 상태에서 싸움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뇽뇽이는 즐거움을 느꼈다.

대련에서 이기고 진다는 승패를 떠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만족함을 느끼는 거였다.

“그래… 너희가 좋아한다면 됐다.”

에탄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쿠쿠쿵…!

그때. 에탄과 이들이 단체로 대련을 벌였던 산봉우리가 크게 흔들렸다.

콰앙!

이어서 먼지가 흩날리듯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

에탄이 그걸 보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저 아래에 있는 마을들을 향해 날아가는 흙먼지들.

그리고 갑작스러운 산사태에 도망치는 이들의 모습의 눈에 들어왔다.

그걸 통해 에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단체 대련은 금지입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곳에서 치고박고 싸우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거였다.

* * *

그렇게 에탄은 다른 이들과 함께 흙먼지를 막아내고, 조금 무너져 내린 마을을 복구하는 데 이틀을 소비했다.

‘어떻게 대련을 했을 때보다 복구하는 데에 시간이 덜어간 거지? 이 정도면 명백한 손해다.’

덕분에 에탄은 마을 사람들의 따끔한 눈초리를 받게 됐다. 다행히 거기서 데이른 공작이 한 일이라고 잘 팔아넘긴 덕분에 그들의 시선은 모두 데이른 공작에게 집중됐다.

나중에 데이른 공작이 에탄에게 억울함을 표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데이른 공작의 기여도 어느 정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삼일이 지났는데.’

에탄이 생각을 끝내고는 책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불과 삼일 전까지만 해도 수북히 쌓여있던 서류들이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모두 제국에서 파견 나온 집무관 헤인이 해놓은 흔적이었다.

“허….”

에탄이 그걸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가는 업무 처리 속도였다.

‘설마 나처럼 한번 회귀한 건 아니겠지?’

그래서 에탄의 머릿속에 말도 안되는 가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가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기됐다.

헤인이 만약 자신처럼 회귀를 했었다면, 이렇게 업무만 처리하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마족을 막기 위해서 다른 수단을 강구 했을 거야.’

에탄은 그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북부가 마족에게 침공 당할 거라고 예지한 사람이 바로 헤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 그 누구도 헤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

‘실제로 북부가 그대로 밀렸어도… 중부부터는 막았을 확률이 높다. 헤인이 준비하고 있던 대책에 의해서 말이지.’

소문에 의하면 헤인은 마족에게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발견했다고 했었다. 하나 에탄은 그 무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그걸 꺼내기도 전에 자신은 북부에서 죽고 말았으니 말이다.

끼익.

그때. 에탄이 들어와 있는 집무실 문이 열렸다. 이어서 간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복장으로 갈아입은 헤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런 헤인이 에탄을 발견하고는 두눈을 끔뻑였다. 할 일을 다 끝낸 순간이었는지 얼굴에 쓰고 있던 안경도 벗은 상태였다.

“아. 일은 잘 처리하고 계시나 싶어서 와봤습니다.”

에탄이 그런 그녀를 향해 고개를 꾸벅이며 뒷말을 붙였다. 그러자 헤안이 말끔하게 정리된 책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별거 없었습니다.”

그리고 덤덤한 목소리로 뒷말을 붙였다.

“앞에 해주신 일들을 잘 처리해주신 덕분에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헤안이 에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어떻게 처리하신 거죠?”

그 후 에탄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예?”

“모리헤움 교단에 마족이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신 건지 궁금합니다. 제국의 황제조차 몰랐던 사실이니까요.”

“으음….”

에탄이 그녀의 질문에 턱을 쓸어 만졌다. 이걸 뭐라고 대답해줘야 하나 싶었다.

‘대충 대답하기도 그런데. 상대가 상대니까.’

헤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에탄이 급조를 한다고 해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게 뻔하니.

에탄이 입을 다문 채 고민을 하는 게 당연했다.

“곤란한 질문이었나요?”

“조금은 그렇습니다.”

헤인의 물음에 에탄이 솔직하게 답했다. 자신이 회귀를 했다고 밝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걸 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기에는 헤인은 제국의 집무관으로 대륙에 돌아가는 상황들을 속속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군요. 그러면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네?”

“곤란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든 들어봐야 하는 대답은 아닙니다. 이곳이 사사비를 가리는 재판 현장도 아니고요.”

헤인이 말을 마치고는 에탄을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그리고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책상 안쪽으로 손을 움직이고는.

탁.

한 장의 종이를 위에 꺼냈다.

“그리고 이걸 가져가세요. 모리헤움 교단의 재산 목록입니다.”

“이걸 왜….”

“그동안 고생하신 게 있는데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국에서도 손을 대지 않는 비공식 재산이니 가져가도 문제는 없습니다.”

그리고 에탄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건 주인 없는 돈들이라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헤인이 꺼낸 종이를 챙겼다. 헤인이 그걸 보고는 두눈을 끔뻑였다.

에탄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런 행동을 보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의심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래서 헤인은 에탄에게 의외라는 듯 물었다.

“예.”

“어째서….”

“헤인님이 북부인을 많이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요. 그래서 믿고 받는 겁니다.”

“!”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에 헤인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자기가 북부인이라는 출신은 아직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에탄이 그런 헤인을 향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헤인님이 저희에게 적의를 가진 건 아닌 거 같아서요. 그리고 그 이유가 북부인이지 않을까… 라는 말도 안 되는 어림짐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뒷말을 붙였다. 헤인이 그 말을 듣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그러다가 이내 평정심을 찾고는 덤덤히 에탄의 말에 답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탄이 그런 헤인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끼익.

그 후 자연스럽게 방을 빠져나갔다.

“…….”

그렇게 에탄이 나가자 헤안이 멍하니 그가 나간 문 쪽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에탄이라….’

에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말이다.

* * *

에탄은 방에서 나온 뒤 헤안이 건네준 서류를 살펴봤다.

“여기에 있는 제물들 모두 가져가야겠어.”

그리고 마침내 이 서류에 있는 모든 보물을 가져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어차피 남기고 가봤자 또 다른 자들이 이걸 취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모든 걸 챙기지 못한다.’

그러나 양이 너무 많기에 에탄 혼자서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지원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에탄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혼자서 일을 감행할 생각은 없었다. 대신 이 재산을 같이 옮겨 줄 이들을 이곳 모리헤움 교단으로 부르기로 했다.

“베르사르 가문에게 말이죠.”

바로 칼라사르 가문과 이웃 관계인 베르사르 가문이었다.

“으음….”

지오반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적절한 지원 대상이기는 했다.

가문으로 돌아오는 길도 비슷하고 믿음직한 이들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줄지는 모르겠구나.”

하나. 베르사르 가문은 지금 가문의 일로 상당히 바쁜 상태였다. 그래서 지오반은 이들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도움을 줄 거라는 확신을 말이다.

씨익.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지오반을 쳐다보면서.

“이미 다 생각해둔 방법이 있습니다.”

아주 사악한 미소로 뒷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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