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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52화 (152/200)

제152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더 지났다.

그동안 에탄은 화염의 지배자와 함께 연무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단순히 대련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 게 아니었다. 이 둘은 오러를 이용해서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강행했다.

“끄윽….”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하지만 큰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오러를 이용해서 마법진을 만드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주 간단한 마법진도 잠깐 유지를 하는 게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오러가 쥐어짜지는 느낌입니다.”

에탄이 손에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주일 내내 오러와 비슷한. 아니 오러라고 해도 무방한 달빛의 힘을 발산하니 이제는 몸에 기운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였다.

“이제는 휴식기를 가지자. 어떻게 하면 오러를 마법으로 변환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내가 마탑 애들과 함께 연구를 할게.”

“연구 말입니까?”

“어. 이거 막무가내로 해서는 안 될 작업인 거 같아서 말이야. 여기서는 이론이 뒤를 받쳐줘야 하는 게 분명할 거 같아.”

화염의 지배자는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에탄에게 마법진을 만들게 해봤다. 그리고 그중에서 몇 가지 힌트를 얻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확정된 것들이 아니기에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입이 무거운 녀석들로만 꾸릴 거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가 하는 작업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일은 없을 거야.”

“…새어 나간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겁니다. 오러를 이용해서 마법을 발동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오히려 비웃음을 당할 겁니다.”

에탄이 말을 끝내고는 콧방귀를 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러를 이용해서 마법진을 만들다니. 과거의 자신이 이 말을 들었다면 머리가 돌았냐고 물어봤으리라.

그 정도로 어이가 없고 황당한 일이지만.

‘가능하다.’

에탄은 이 실험이 절대 헛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근거는 없지만, 에탄의 감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네.”

화염의 지배자가 그런 에탄을 보고는 픽 웃었다. 활짝 웃고 있는 저 미소가 이 실험에 긍정적이라는 걸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화염의 지배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에탄처럼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이 말이다.

“이게 만약 성공한다면… 마법사들이 너를 상당히 싫어하게 될 거야.”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어가서 그런 겁니까?”

“그렇지. 설령 너밖에 못 해내는 일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마법사와 검사의 경계가 무너지는 거니까.”

에탄은 생각보다 큰일을 하고있는 거였다. 어쩌면 마법사와 기사의 경계가 무너질 정도로 큰일이었다.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는 그걸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일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너무 안일하기는 해.”

이 안일한 마법사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인물은 썩어버리기 마련이야. 지금의 마법사들은 썩어 문드러지기 직전이지.”

“…그러면 화염의 지배자님도 거기에 해당되는 거 아닙니까?”

“나는 계속 발전하는 상황이니까 예외야. 드래곤이랑 한판 붙는 마법사를 나태하다고 하는 건 너무 엄격한 기준이잖아?”

“그것도 그렇긴 하군요.”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뇽뇽이가 폴리모프를 해제한 상태에서 대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내가 만약 뇽뇽이랑 붙는다면… 이길 수 없겠지.’

그리고 에탄은 뇽뇽이가 자신보다 훨씬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지하실에서 전투를 치를 때 뇽뇽이가 뿜어내던 기세와 마법들.

그것들을 보는 순간 에탄의 손에서 진땀이 흘렀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강자를 봐왔던 때의 감각.

그걸 에탄은 뇽뇽이에게 느꼈었다.

“흐음!”

그래서 생각이 깊어지려는 찰나.

화염의 지배자가 두 팔을 위로 올리면서 기지개를 뻗었다.

“…아무래도 손님이 온 모양인데?”

그리고 에탄을 쳐다보면서 뜻밖의 말을 붙였다.

“손님이요?”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이곳 모리헤움 교단으로 손님이 온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어. 손님 확실해. 내가 감시용 마법으로 지금 입구를 확인하고 있거든.”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는 손님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모리헤움 교단으로 찾아온 이들이.

“네 가문 사람들이야.”

칼라사르 가문의 일원들이었기 때문이다.

* * *

칼라사르 가문의 지오반.

그리고 그의 호위 기사인 빌헬름이 모리헤움 교단을 찾아왔다.

“…이미 일이 다 끝났다고.”

그리고 에탄에게 사태가 종결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설마 벌써 모든 일을 끝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예. 뇽뇽이와 아린이… 그리고 데이른 공작님과 다른 사람들이 힘을 써준 덕분에 마족을 물리칠수 있었습니다.”

에탄의 말에 지오반이 두 눈을 끔뻑였다. 설마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 될 줄은 몰랐다.

“으음. 이러면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가….”

그래서일까.

지오반은 지금 굉장히 머쓱한 기분을 느꼈다. 죽음을 결의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모리헤움 교단까지 달려왔다.

그런데 이미 모든 게 끝나 있으니 자신들의 꼴이 우습다고 생각할 만도 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와 주신 것만으로도 큰 도움입니다.”

에탄이 그런 지오반을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모리헤움 교단에 와 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분명했다. 이곳에서 해야 하는 일이 아주 산더미처럼 많기 때문이다.

“일단 밀린 서류 처리부터 시작해서 아린이와 뇽뇽이 돌보기까지… 이 모든 업무를 부담해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에탄은 지오반을 편하게 쉬게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도우러 왔는데 아무 일도 안 시키면 거기서 더 큰 미안함을 느낄 테니 말이다.

“아니… 꼭 그렇게 일을 줄 필요는 없다만….”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에탄의 입장에서 그러한 거였다. 지오반은 에탄이 아무런 일감을 안 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보면서 두 눈을 번뜩이는 에탄의 모습이 상당히 광적으로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그걸 통해서 얼마나 많은 일이 있는지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닙니다. 저희가 불편해서 안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화염의 지배자님.”

“맞아. 여기까지 온 손님에게 아무것도 안 시키는 건 예의가 아니지. 특히 지오반은 유능한 북부 가문의 가주잖아?”

“그렇습니다. 저희와 함께 일을 한다면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동안 저희가 해왔던 고생이 있으니까요.”

에탄의 말에 지오반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뒤늦게 에탄과 화염의 지배자의 얼굴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퀭하게 들어가 있는 눈.

거기에 검은 가루를 바른 듯한 다크 서클.

저 두 개가 이들이 얼마나 혹사당했는지 열심히 보여주고 있었다.

“…….”

그래서 지오반은 가문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면서 이곳을 탈출해야 하나 고민했다.

탁!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가 방문을 마법으로 있는 힘껏 닫았다. 심지어 탈출을 못 하게 마나를 이용해 문고리를 완전히 봉인시키기까지 했다.

“설마 지금 도망간다는 생각을 한건 아니지?”

“크흠!”

그리고 지오반에게 도망칠 거냐고 물었다. 지오반이 그 말을 듣고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아닙니다…….”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애써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래. 만약 그런 거였다면 여기서 영원히 못 나가게 하려고 했어. 주어지는 일을 끝마치기 전까지는 말이야.”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덤덤하게 뒷말을 붙였다.

꿀꺽.

하지만 지오반은 전혀 덤덤할 수 없었다. 저 말을 통해서 오히려 공포를 느꼈다.

지금까지 느껴왔던 공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공포였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중요한 건 여기서 살아 남는 거니까.

“그… 무리가 안 되는 선에서 제가 일을 분담하겠습니다. 제 아들이 혹사당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오반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업무를 부담해주기로 했다. 실제로 가주로 있으면서 복잡한 서류 건들도 처리를 해왔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진짜입니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기다렸다는 듯 지오반에게 되물었다. 이 순간만큼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른 반응이었다.

“그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애당초 너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곳으로 온 거니까.”

지오반이 그런 에탄의 물음에 덤덤히 답했다. 이건 거짓이 아니었다. 물론 그 도와주는 방식이 밀린 서류 업무 처리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그렇군요. 저를 도와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에탄이 지오반의 대답에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리고 뒷말을 흐리면서 책상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 후 종이 한 장을 꺼내 지오반에게 내밀었다.

“계약은 확실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오반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지오반이 그걸 보고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냐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에탄과 화염의 지배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계약서에 서명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만 할 뿐이었다.

“…….”

지오반이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입을 멍하니 벌렸다. 이게 진짜 현실인가?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안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화염의 지배자가 은은하게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쓰윽.

그래서 지오반은 결국 책상에 있는 팬을 집어 들고.

슥.

에탄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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