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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44화 (144/200)
  • 제144화

    그렇게 하수구 얼리기가 끝나자, 아린이가 감았던 눈을 떴다.

    “후우….”

    이어서 숨을 후우 내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힘은 좀 남았어?”

    에탄이 그런 아린이를 향해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네. 아직 여유로워요.”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아린이는 제법 여유만만한 상황이었다. 이마에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전투가 벌어지면 뒤로 빠져있어.”

    “네. 아빠.”

    에탄의 말에 아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자신이 얼린 하수구를 빤히 쳐다봤다.

    “이렇게 얼리니까 조금 더 나은 거 같네요.”

    그러면서 더러웠던 하수구가 새하얗게 얼어버린거에 만족했다.

    “그러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픽 웃었다.

    스르릉!

    그 후 자신의 검집에서 검을 빼들고는.

    “이제 이 하수구의 주인 좀 보러 가자.”

    그동안 가만히 있던 두 다리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하수구가 얼어 붙는 순간, 모리헤움 교단 본부 지하실에는 10명 정도의 사제가 모였다.

    모두가 모리헤움 교단 본부에서 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었다.

    “지금 당장 제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어떤 적인지는 몰라도 그게 맞는거 같습니다.”

    “그러면 모두 이 안건에 동의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제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이들 중에 반대를 하는 자는 없었다.

    이들도 알고 있었으니까.

    목숨이 날아가면 자신들의 자리나 재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말이다.

    “그럼 남은 사제들은 어찌합니까?”

    “일단 그들은 시간을 끌어야 하니… 내버려 둡시다.”

    “우선 저희부터 살아야죠. 하급 사제들은 얼마든지 다시 모집할 수 있습니다.”

    고위급 사제들.

    모리헤움 교단과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걸 받친다고 선언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대화에서 그런 건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쯧.”

    이름 없는 여인이 그걸 보고는 짧게 혀를 찼다. 하지만 실망한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으음?”

    “왜 그렇게 혀를 차십니까?”

    이런 이름 없는 여인의 모습에 고위급 사제들이 두 눈을 끔뻑였다. 그러면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재미있어서요.”

    그런 이들의 물음에 이름 모를 여인이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그러자 고위급 사제들이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목숨이 걸려있는 상황인데 재미가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한 표현이었다.

    “그러니까 다들… 여기서 죽어줘야겠네요. 이제는 여러분 쓸모가 없을 거 같아서요.”

    그런 이들을 향해 이름 모를 여인이 싱긋 웃었다. 동시에 몸 안에서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얼핏 보면 신성력으로 가득찬 빛처럼 보이는 힘이었다.

    푸욱!

    하지만 그 힘들의 속에 있는 건 악마의 마기였으니. 그녀가 힘을 뿜어내는 순간 한 고위급 사제의 심장이 빛에 의해 꿰뚫렸다.

    “무. 무슨!”

    “이게 무슨 짓입니까!”

    고위급 사제들이 그걸 보고는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사제를 죽인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당신들 같은 허접한 사제들은 이제 필요 없다니까요.”

    이름 모를 여인이 그런 이들의 반응에 다시 한번 입꼬리를 올렸다.

    “놈!”

    “죽어라!”

    그 모습을 본 다른 사제들이 자신들의 몸에서 신성력을 뿜어냈다.

    비록. 고위급 자리에 올라가면서 마음은 타락한 지 오래였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력은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게다가 이들 중에는 내전을 일으키려고 준비했던 자들도 있으니.

    “지금이다! 다들 들어오시오!”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병력들도 부르는 사제가 있었다.

    -우르르!

    그 순간 바깥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중위급 사제들이 지하실 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이. 이게 무슨.”

    “사제님이 죽어 계시다니.”

    “내전은 아직 아니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위급 사제를 보고는 당황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내전 시기는 지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죽인 게 아니다. 저 여인. 저 여인이 사제를 죽였다. 여기에 있는 모든 사제가 그걸 목격했으니 증거에 거짓은 없다.”

    이런 중위급 사제들을 향해 고위급 사제가 상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그 순간 지하실로 들어온 중위급 사제들이 여인을 바라봤다.

    무언가 해명을 해달라는 눈빛으로 말이다. 그녀는 그만큼 많은 사제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얻은 인물이지만.

    “아아. 죽여야 할 벌레들이 더 늘어났군.”

    이제 그런 가면은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푹! 푹푸푹!

    그렇게 말을 끝내는 순간, 이름 없는 여인의 몸에서 빛들이 다시 한번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중위급 사제들의 머리가 순식간에 빛으로 꿰뚫렸다.

    “막. 막아!”

    “방어해라!”

    남은 사제들이 그걸 보고는 황급히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지금 이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걸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방어막을 펼쳐!”

    -우우웅!

    그렇게 이들은 이름 모를 여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한곳에 모이고, 동시에 방어막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그러자 지하실에서 황금빛을 뿜어내는 방어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방어막이 얼마나 강한지 지하실의 벽들이 무너질 정도였다.

    “흐음.”

    이름 모를 여인이 그걸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방어막을 펼치는 이들을 쳐다보면서 두눈을 끔뻑였다.

    “신기하네요. 모두 살기 위해서 이렇게 하나로 뭉치다니. 다들 각자를 어떻게든 이기려고 뒤에서 자료 조사를 열심히 하지 않았나요?”

    그러면서 이들의 행동에 흥미를 가졌다.

    “역시 인간이란 참 재밌어요. 서로 칼질을 하다가도 공동의 적이 나오면 하나로 뭉친다… 마족과는 확실히 다르네요.”

    마족.

    그 단어에 지하실에 있는 사제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 못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우드득… 우득!

    그녀는 더 이상 이름 없는 여인의 모습을 유지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뼈가 비틀리는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펄럭!

    이어서 그녀의 등에서 검은 날개 한 짝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족을 상징하는 날개의 등장.

    그것에 사제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설. 설마.”

    “진짜 마족일 줄이야….”

    도무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모두 정신 차려라! 지금 여기서 죽으면 저 가증한 마족이 교단을 집어 삼킬거다!”

    그때. 한 고위급 사제가 우렁차게 말했다.

    “흐음.”

    그 말에 날개를 드러낸 그녀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교단을 집어삼킨다.

    참으로 매력적인 말이나 다름 없었다. 적어도 그 목표를 이루고 있는 그녀한테는 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죽어서도 저를 위해 일하게 될 테니까요.”

    -우우웅!

    그녀가 말을 끝마치고는 다시 한번 빛을 뿜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색 빛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마족이 뿜어내는 마기.

    검은빛이 그녀의 발을 통해 흘러 나왔다.

    콰직… 콰지지직!

    그리고 사제들이 만들어 낸 방어막을 하나씩 박살 내기 시작했다. 겹겹이 쌓인 방어막이라고 해도.

    그녀의 힘을 온전히 감당해내는 건 불가능했다.

    콰직!

    그렇게 마지막 방어막까지 박살 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젠장!”

    그것을 확인한 사제들이 다시 한번 주문을 외우려는 순간.

    푹! 푸우욱!

    이름 모를 여인이었던 마족의 빛에 의해 모두의 몸이 뚫려버렸다.

    그리고…

    -크어어억!

    기괴한 비명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 * *

    터벅… 터벅.

    에탄이 얼어붙은 지하 하수구를 걸어 나갔다. 아린이가 모두 얼려 버린 덕분에 별다른 위험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몬스터가 있었네요.”

    놀랍게도 지하 하수구에는 다양한 녀석들이 살고 있었다. 털이 다 빠진 웨어 울프부터 시작해서 보랏빛 피부를 가진 오크까지.

    하나 같이 교단에 있어서는 안 되는 놈들이었다.

    하나. 에탄이 이들을 죽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미. 아린이의 힘에 의해서 모두가 얼어 붙어버렸으니 말이다.

    “흠. 그런데 모두 마기에 잠식되어 있군.”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턱을 쓸어 만졌다. 그러면서 꽁꽁 얼어버린 오크를 살펴봤다.

    녀석은 평범한 오크와는 다르게 얼굴이 두 개나 있었다.

    게다가 피부 또한 보라색이었으니.

    누가 봐도 평범한 오크는 아닌 게 확실했다.

    “아무래도 마기로 인해서 변형된 거 같습니다.”

    파엘이 그걸 보고는 두눈을 가늘게 떴다. 아린이가 지하 하수구를 얼리면서 마기까지 얼어붙었다.

    덕분에 이 하수구에 얼마나 많은 마기가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의 마기를 만들어 내는 마족이라면… 최소 대공급은 될 겁니다.”

    그래서 파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물들었다. 짙은 마기의 농도와 힘. 그리고 얼어붙어 있는 몬스터들의 변형을 통해 마족의 힘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은 상당히 강력할 거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에탄이 파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답했다. 자신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여기서 후퇴를 하면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겁니다.”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나 다름 없었다. 놈이 아직 교단의 모든 힘을 손아귀에 넣지 못한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것.

    그 사실을 에탄은 잘 알고 있었다.

    탁!

    그래서 파엘의 말에 간결하게 대답을 하고는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 후 하수구의 끝자락을 빤히 쳐다보면서.

    “슬슬 전투 준비를 하시죠.”

    쓰릉!

    검을 빼들었다.

    이런 에탄의 말에 다른 이들도 모두 전투를 치르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탁… 탁.

    그리고 아주 천천히 하수구의 끝자락으로 들어가는 순간.

    “!”

    이들의 눈앞에 믿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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