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모든 일은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뇽뇽아. 마나를 이용해서 계속 탐색해봐.”
“알겠음!”
하지만 아예 최악인 상황은 아니었다. 에탄에게는 데이른 공작과 파엘. 거기에 아린이와 뇽뇽이가 함께 하고 있으니까.
-웅…
아린이가 에탄의 대답에 힘차게 답했다. 동시에 앞에서 수업을 이어 나가는 사제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마나를 바깥으로 방출 시켰다.
수업을 하는 사제가 마법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신성력을 다루는 사람이다.
그래서 뇽뇽이도 마나의 기운을 최대한 숨기면서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파아앗.
뇽뇽이의 마나가 무색을 띤 채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나조차도 집중을 해서 봐야 간신히 보일 정도라니.’
뇽뇽이가 마나를 제어하는 실력이 눈에 띄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어디 가서도 마법사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뇽뇽이가 좀 더 나이를 먹으면…내가 대련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에탄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걱정이 들었다. 뇽뇽이와 아린이가 좀 더 성장을 했을 때.
자신이 지금처럼 두 사람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을지에 관한 거였다.
“…….”
그 때문에 에탄의 얼굴에 그림자가 그려졌다. 미래를 생각하니 너무 막연했기 때문이다.
“또 무슨 생각을 그리하고 있어?”
그 순간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뇽뇽이의 실력에 감탄하는 중이었습니다.”
에탄이 그녀의 물음에 픽 웃으면서 답했다.
“흐음.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네. 내가 맞춰볼까? 아마 저 애들이 크면 부모로서 제 역할을 할수 있을까에 관한 거였겠지?”
하지만 그걸로는 화염의 지배자를 속일 수 없었다. 그녀는 에탄이 어떤 걱정을 하는지 단번에 간파했다.
에탄이 나름대로 연기를 한 것 임에도 말이다.
“눈치가 좋아지셨네요.”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이 순간 에탄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놀랬다.
설마. 그녀가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차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맨날 사람을 상대했던 마탑주야. 그런데 너 같은 애의 고민도 모를 거 같아? 게다가 너는 나랑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알아 차리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에탄은 납득했다. 확실히 마탑주면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왔으리라.
심지어 그들은 제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귀족들일 게 뻔하니.
“제가 졌습니다.”
에탄은 화염의 지배자에게 패배를 선언했다.
“흥.”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픽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에탄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어나갔다. 평소에는 조금 불같은 기운이 있었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조언을 건네는 현자와 같은 분위기를 에탄은 느꼈다.
“뇽뇽이와 아린이는 언제나 너를 아빠로 생각할 거야.”
그래서 이어지는 말들에서 그녀가 얼마나 진지하게 말을 하고 있는지를 느꼈다.
“…감사합니다.”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고개를 꾸벅였다. 그녀의 말 덕분인지 답답했던 게 확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흐음!”
그때. 뇽뇽이가 에탄을 향해 말을 걸어 왔다. 지금까지 비밀 공간을 찾아내느라 뇽뇽이는 화염의 지배자와 에탄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 못 들었다.
“없음….”
그래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에탄에게 자신이 실패했다고 뒷말을 붙였다.
“뇽뇽이… 또 실패했음.”
모리헤움 교단에 들어오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탐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전부 실패했다는 결과뿐이었으니.
뇽뇽이의 어깨가 축 늘어질 만도 했다.
“…….”
에탄이 그런 뇽뇽이를 보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자신이 실패했다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회귀 전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도 이런 모습이었나.’
물론. 축 늘어지지는 않았다.
에탄의 앞에는 가문을 멸망시키는 마족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뇽뇽이가 어떤 마음으로 스스로를 탓하고 있는지를 알 거 같았다.
에탄 또한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쓰윽.
“괜찮아. 너무 걱정 하지마.”
그래서 에탄은 뇽뇽이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녀석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너무 자신의 탓을 돌리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는 건 덤이었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어.”
“흐음….”
“그러니까 계속 실패해도 상관없어. 부담 없이 시도해보자. 사제한테 마법을 쓴다는 사실만 들키지 않으면 돼니까.”
에탄이 말을 끝마치고는 다시 한번 뇽뇽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알겠음!”
뇽뇽이가 그런 에탄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과는 다르게 실패를 했다는 것에 걱정을 가지지는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서든 발견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를 뿐이었다.
-우웅...
그래서 뇽뇽이는 다시 한번 눈을 감고 공간을 탐색해나가기 시작했다.
쓰윽.
에탄이 그걸 확인하고는 화염의 지배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피씩.
그러자 화염의 지배자가 잘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
그 뒤로도 뇽뇽이는 계속해서 공간을 탐색해나갔다. 하지만 끝내 빈공간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건 뇽뇽이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방해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어.”
모리헤움 교단에서 미리 손을 써놨기에 어쩔 수 없는 거였다.
“내 마나도 자꾸 무언가에 간섭을 받고 있는 걸 보면 분명해. 이 교단에 있는 누군가 탐색 마법을 고의적으로 저지하고 있는 거야.”
화염의 지배자가 말을 끝마치고는 에탄과 나머지 이들을 쳐다봤다.
수업이 끝나고 야심한 밤이 됐을 때, 뇽뇽이의 순간 마법을 이용해서 다시 방에 모인 상태였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모여있는 것도 눈치챌 수 있어.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녀석들이 발견했다면 말이야.”
“그렇군요.”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의 우려에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른 공작이 그걸 보고는 에탄에게 물었다.
“걱정이 들지 않느냐?”
지금 이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냐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게. 저 말은 곧 자신들의 존재가 들켰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곧 있으면 전투를 치러야 할 수도 있으니 불안감을 가질만도 했다.
“예.”
하지만 에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두눈을 반짝이면서 이걸 기회라고 여겼다.
“놈들이 저희를 지켜보고 있다는 건… 반대로 저희 또한 볼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건 역습의 기회나 다름 없었으니 말이다.
“미리 말하지만 방해 마법진을 발견하는건 아주 힘든 작업이야. 몇 번 시도를 해보기는 했는데 녀석들도 단단히 대비하고 있어.”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굳이 방해 마법진을 찾아서 파괴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게 무슨….”
“저희는 놈들에게 역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겁니다. 일부러 뿔뿔이 흩어지는 거죠.”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에탄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았다.
“일부로 각개 격파 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고?”
“예.”
하지만 그건 너무나 위험한 도전이었다. 각개 격파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가 정말 패배하면 곤란하다.
“놈들은 아직 저희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아무리 강한 적이라고 상정을 해도… 저희가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의 놈들을 보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에탄은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러기도 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고 해도 상대가 마탑주일 거라는 생각은 못할 겁니다.”
에탄과 이들은 신분을 철저히 속이고 이곳에 들어 왔으니까.
“흐음….”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눈을 감았다. 제법 그럴싸한 근거들이 모였다.
그리고 한번 쯤은 해볼 만한 전략이기도 했다.
“좋아. 그러면 어떻게 찢어질 건데?”
그래서 에탄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 좀 더 자세한 작전을 물었다.
씨익.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입꼬리를 활짝 올렸다.
“모두 가까이 와보세요.”
그리고 방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말했다.
쓰윽.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이 에탄을 향해 옹기종기 거리를 좁혔다. 에탄이 그걸 확인하고는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걸 이들에게 보여주는 순간.
“…이건 또 언제 준비한 거야?”
화염의 지배자가 놀란 표정으로 에탄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