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본부로 이동할 수 있는 순간 이동 마법진. 에탄과 나머지 사람들 또한 그 마법진을 이용해서 교단 본부로 향했다.
“세상에… 우리가 정말 제국에 온 거야?”
“이게 마법의 힘이구나.”
“지부장님이 이런 수준이면… 교단을 다스리는 분은 어떤 경지에 오르신 거지?”
그래서일까.
모리헤움 교단에 입부한 다른 사제들. 즉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제국에 왔다는 사실에 두 눈을 크게 떴다.
당연한 거였다.
이런 대규모 순간 이동은 쉽게 경험할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심지어 이동을 한 장소가 제국 한가운데니 이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놀랄 만도 했다.
“흐음….”
하지만 에탄과 함께 온 이들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보다 얼굴빛이 더 어두워졌다.
“마기가 느껴집니다.”
에탄이 그 사실을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내뱉었다.
주위에 듣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새롭게 도착한 모리헤움 교단 본부에 넋이 나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불쾌하네.”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화염의 지배자와 파엘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마족으로 보이는 이는 없었다.
“역시 잘 숨었네.”
화염의 지배자가 그 사실을 깨닫고는 혀를 찼다. 만약. 이곳에서 마기를 가진 존재를 바로 알아차렸다면, 이 자리에서 놈을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녀석의 모습이 마족인 상태로 돌아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들은 마족을 발견할 수 없었다.
“미리 마기를 이용해서 마법진을 설치한 거 같아. 그게 아니라면 이런 대규모 마법을 해낼 수가 없어.”
화염의 지배자가 그 원인을 단번에 짚어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자 파엘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꾸욱.
그때. 뇽뇽이와 아린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이어서 두 눈을 끔뻑이면서 주위를 경계했다.
“아빠. 이상한 냄새가 나요.”
“흐음! 기분 나쁨!”
두 사람 또한 마기를 감지하고는 경계심을 키우는 거였다. 물론 뒤에 있는 데이른 공작 또한 조용히 대검에 손을 올린 상태였다.
“일단 모두 진정하세요.”
에탄이 그런 다섯 명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움직여 봤자 이득 될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죠.”
그러면서 일단 교단 본부에 들어가 상황을 살피자고 말했다.
“돌발 행동은 금지에요. 여기서 얼마나 많은 적을 상대할지 아직 미지수니까요.”
그러면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끄덕.
이런 에탄의 말에 나머지 네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각자 거리를 좁히고는 앞을 바라봤다.
쿠쿵… 쿠쿠쿵!
그 순간 굳게 닫혀있는 교단 본부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오오!”
“문이 열린다!”
“우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나 봐!”
각 지부에서 순간 이동된 사제들이 그걸 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자신들도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까.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밝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터벅. 터벅.
그렇게 행복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너머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리고 에탄은 그 여자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마족이다.’
화려한 흰 드레스를 입은 저 여자가 이 교단을 지배하는 마족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짙은 마기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모두 모리헤움 교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교단을 이끄는 이름 없는 여인입니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단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가 봐도 성녀에 어울릴법한 목소리였다.
신성력이 흘러넘쳐서 듣는 이들의 귀가 뚫리고, 몸에 있는 질병이 날아갈 정도로 맑고 고운 목소리였다.
“아아….”
“이름 없는 여인님….”
“드디어 여인님을….”
그런 이름 모를 여인의 목소리에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들이 무릎을 꿇었다.
우르르.
그러자 다른 이들 또한 사제들을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을 따라 무릎을 꿇으라는 표시였다.
탁!
그렇게 모리헤움 교단 본부에 도착한 모든 사제들이 이름 없는 여인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아아….”
그러자 이름 없는 여인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두 손을 모으면서 무어라 중얼거렸다.
화아앗…
그 순간 이름 없는 여인의 등 뒤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오!”
“저게 바로 거룩한 빛!”
“신성력이 넘친다!”
그러자 몇몇 사제들이 두눈을 크게 뜨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이런 그들의 반응에 나머지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빛을 보고는 먼저 반응한 이들과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
하지만 에탄은 그걸 보고 웃지 않았다. 오히려 내려가려는 입꼬리와 구겨지려는 얼굴을 최대한 피기 위해 유지했다.
‘마기다.’
저 황금빛을 뿜어내는 물질이 신성력이 아닌 마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탄의 눈에는 빛 안에 숨겨져 있는 어두운 빛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그리고 그건 에탄을 따라온 나머지 이들의 눈에도 훤히 보이는 상태였다.
그래서 이들은 이름 없는 여인을 향해 존경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의 시련을 생각하면서 가만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 * *
이름 없는 여인과의 만남이 끝나자.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들은 모두 본부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거기에는 에탄과 나머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배린안 마족 척결대 1번 대장… 그녀도 무사히 오고 있을까?’
원래는 다섯 명이 모리헤움 교단에 들어와야 했다. 하지만 작전 당일 날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베린안 마족 척결대의 1번 대장을 맡고있는 그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거였다.
‘다른 척결대를 이끌고 온다라.’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동료들을 모아 온다는 거였다. 그래서 에탄은 다섯 명만 데리고 모리헤움 교단의 본부에 들어왔다.
“여기가 사제님과 두 따님이 머물 방입니다.”
그때. 에탄을 안내하던 사제가 방 하나를 가리켰다. 세 명이서 자기에 제법 넉넉한 공간의 넓은 방이었다.
“감사합니다.”
에탄이 사제의 말에 고개를 꾸벅였다. 그러자 옆에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도 에탄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따님들이 정말 귀엽군요.”
에탄을 안내하던 사제가 그걸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 또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건지, 제법 앳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에탄이 그런 사제를 향해 싱긋 웃으면서 답했다.
“들어가자.”
그리고 아린이와 뇽뇽이에게 방으로 들어가자고 뒷말을 이었다.
끼익.
다행히 에탄을 안내한 사제는 더 이상 에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터벅. 터벅.
그녀는 에탄이 자연스럽게 들어가자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갔다.’
에탄이 그 발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뇽뇽아. 시작해.”
이어서 뇽뇽이에게 마법을 시전하라고 말했다.
[…….]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얕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용언을 중얼거렸다.
파아앗…
그 순간 아주 작은 원형 마법진이 방 한가운데에 생겨났다.
-웅!
그리고 그 마법진이 순식간에 네게로 늘어나는 순간.
웅!
에탄과 두 사람이 있는 방에 순식간에 세명이 더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데이른 공작. 파엘. 화염의 지배자였다.
“이렇게 조용한 순간 이동 마법은 처음이군.”
데이른 공작이 순식간에 순간 이동된 자신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어지간한 마법사들도 이렇게 작은 규모의 순간 이동을 해내지는 못하리라.
아니. 정확히는 마나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하게 은폐하면서 하는 게 힘든 것이니라.
“다 제가 잘 가르친 덕분입니다.”
파엘이 그 말을 듣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뇽뇽이에게 은폐를 하면서 순간 이동 마법을 할 수 있게 해준 선생님이 파엘이었기 때문이다.
“잘 가르치기는 무슨. 우리 뇽뇽이가 똑똑하니까 잘 알아들은 거지.”
“…크흠.”
하지만 자랑을 계속 이어 나갈 수는 없었다. 화염의 지배자가 파엘에게 묵직한 진실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제가 알려준 겁니다.”
파엘이 그 말을 듣고는 헛기침을 하면서 뒷말을 붙였다. 어찌 됐든 자신이 뇽뇽이를 가르친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예예.”
화염의 지배자가 그런 파엘의 대답에 건성으로 답했다. 그리고 에탄을 쳐다보면서.
“그래서…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거야?”
다음 계획을 물었다.
지금은 뇽뇽이를 누가 더 잘 가르쳤는지에 관한 걸로 싸울 때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본부에 들어왔으니 바로 움직여야죠.”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의 질문에 덤덤하게 답했다.
“정말로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가 될려고 온건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런 에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굳이 모리헤움 교단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소속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마족이 있는 교단을 그냥 내버려둘 마음도 없었다.
에탄과 이들에게 마족은 제거해야 하는 절대 악이나 마찬가지니까.
“계획은 간단해요.”
그래서 에탄은 조금은 과격해 보이는 계획을 이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다 때려 부수죠.”
“?”
그건 바로 일단 때려 부수고 보자는 계획이었다.
“진심… 이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럴싸한 계획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예상과는 정반대되는 대답이 에탄의 입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예. 진심입니다.”
에탄이 그런 데이른 공작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뒷말을 이었다.
그리고.
“물론. 무작정 부수지는 않을 겁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타격을 주기. 그게 제 목표입니다.”
이들에게 작전 설명을 이어 나갔다.
모리헤움 교단의 본부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에탄은 다른 사제들과 함께 본부에서 이런저런 수업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희 모리헤움 교단은 배고픈 자를 돕는 게 교리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나중에 받은 만큼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저희 교단의 뜻이니까요.”
물론. 진심으로 수업을 듣지는 않았다. 사제들이 하는 얘기들이 에탄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분명 허점이 있을 텐데.’
모리헤움 교단의 수업은 독특하게도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루는 정원에서 수업을 하고, 또 다른 날에는 호수가에서 산책을 하면서 교리를 들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에탄과 다른 이들에게 좋은 기회였다. 모리헤움 교단 본부를 샅샅이 살펴볼 수 있으니까.
그것도 아주 합법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척결 대장인 그녀가 언제 도착하는지가 관건이겠네.’
모리헤움 교단의 본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인물. 이름 대신 9번 집행관이라 불렸던 그녀라면 이곳에 어떤 공간들이 있는지 훤히 뚫고 있으리라.
‘다른 대장들을 함께 데리고 온다고 했지만… 항상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에탄은 그녀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부러 온다는 가정을 안 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