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화
데이른 공작의 영지.
정확히는 그중에서 텔레포트를 관리하는 요새에 두 명의 마법사가 자리를 잡게 됐다.
한 사람은 이곳을 관리하는 파엘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오늘부터 나도 여기서 먹고 잘 거야.”
화염의 지배자라는 별명을 가진 마탑주였다.
“도대체 왜요?”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화염의 지배자를 뚱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 그녀까지 합류한다고 하니 골머리가 아픈게 당연했다.
그뿐이랴.
단순히 요새에 머물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나도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로 입교하기로 했어.”
“…어떤 신분입니까?”
“그냥 방랑하는 마법사 신분. 내가 마탑주인데 그런 위장용 신분 만드는 건 눈감고도 할 수 있지.”
화염의 지배자인 그녀도 모리헤움 교단의 사제가 되기로 했다.
“에탄 도련님. 저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파엘 님까지요?”
“예. 저 여자… 아니. 저 마법사가 가겠다는데 제가 안 갈 이유는 없죠. 우리 뇽뇽이를 위해서라도 꼭 합류할 겁니다.”
이어지는 파엘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이미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발 교단 안에서 싸우지만 마십셔.”
그래서 에탄은 두 사람에게 딱 한 가지만 조심해달라고 말했다.
“물론이지.”
“그 정도 상식은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에탄의 말에 두 사람이 긍정을 한다는 거였다. 에탄이 그 사실을 깨닫고는 속으로 안도했다.
‘자칫하면 두 마법사를 구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조사했겠네.’
번거로운 일이 더 늘어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예를 들자면 실력 있는 두 마법사를 한 번에 가둘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본다는 등의 것들 말이다.
탁.
그런 생각을 하다가 에탄이 몸을 멈칫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두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이들과 대화를 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뇽뇽이는 누가 가르칩니까?”
뇽뇽이의 스승이 누가 되느냐에 관한 논쟁이었다. 이 문제로 하루를 넘게 씨름했다는 건 에탄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 중 누가 뇽뇽이를 가르치기로 했는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마법사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게….”
파엘이 에탄의 물음에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화염의 지배자를 찌릿 쳐다봤다.
“저와 이 여자… 아니. 이 마탑주와 함께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요?”
“예.”
그리고 뇽뇽이가 두 사람 모두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에탄에게 말해줬다.
“흐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턱을 쓸어 만졌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 하면 마찰이 생길 거 같은데.’
파엘과 화염의 지배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 않다. 그러니 뇽뇽이를 가르치면서 싸움이 벌어질 확률이 다분하다고 에탄은 생각했다.
“크흠.”
화염의 지배자가 그런 에탄의 속내를 깨닫고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 후 에탄을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가 우려하는 게 뭔지는 알아. 하지만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요?”
“우리가 비록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이이기는 하지만. 재능 있는 새싹 앞에서도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거야.”
“흐음….”
자신들을 믿어 달라고 말이다.
탁.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과연 화염의 지배자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파엘이 입를 열었다. 동시에 자신의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건 에탄 도련님한테 드리는 계약서입니다. 한번 읽어 보시죠.”
그리고 에탄에게 그걸 내밀었다.
쓰윽.
에탄이 계약서라는 말에 두 눈을 반짝였다. 동시에 진지한 눈빛으로 종이에 적혀있는 내용을 살펴봤다.
두 사람이 뇽뇽이의 정식 스승이 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였다.
“대가는… 마법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전수하겠다라.”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마지막 조항이었다.
두 사람은 뇽뇽이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마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물론 뇽뇽이가 원한다면이야.”
“강제로 가르칠 생각은 없습니다.”
두 사람이 에탄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답을 해왔다. 이들에게 있어 뇽뇽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원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우리 말고 뇽뇽이가 따르는 마법사도 없잖아. 그러니까 이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계약인 거 같은데.”
“음.”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실력 있는 두 마법사가 뇽뇽이를 가르친다니.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기회이니라.
‘거기에 보통 실력도 아니잖아.’
에탄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보다 더 좋은 성장 기회는 없으니라. 하지만 여기서 그냥 수락을 할 생각은 없었다.
“조건을 하나 붙이죠. 뇽뇽이를 가르칠 때 저도 참관할 수 있다는 조건이요.”
그래서 에탄은 조건을 붙였다.
다만. 그렇게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다.
“참관?”
“예. 저도 언젠가는 마법사를 상대해야 하는 때가 올 겁니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눈을 넓혀야죠.”
“흐음… 난 상관없어.”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내 마법을 보여주는 건 크게 상관 안 하거든. 옆에 있는 속 좁은 녀석이라면 모를까 말이지.”
그리고 옆에 있는 파엘을 힐끗 쳐다봤다.
“저도 상관없습니다.”
“……?”
“마법을 가르치는 제자의 부모가 참관을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걸 막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파엘은 덤덤하게 에탄의 조건을 받아 들이겠다고 답했다.
“무슨.”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파엘이 저렇게 대답을 할거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래서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자, 파엘이 오히려 그녀를 향해 어개를 으쓱였다.
“좋아요.”
그때.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계약하죠.”
그리고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계약서에 거침없이 서명을 했다.
* * *
계약서를 쓴 다음 날.
뇽뇽이는 파엘과 화염의 지배자.
두 사람에게 수련장에서 마법 수업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기분 좋음!”
그리고 그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면서 기쁨을 표했다.
“그렇게 좋아?”
화염의 지배자와 파엘을 데리고 뇽뇽이에게 간 에탄이 그걸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뇽뇽이가 저렇게까지 좋아하는 모습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흐응! 좋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모든 마법 배울 거임!”
그리고 두 사람에게 모든 걸 흡수하겠다고 선언 아닌 선언을 했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
뇽뇽이가 강해지는 건 곧 칼라사르 가문의 전력이 강화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렇게 두 사람이 뇽뇽이를 가르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면.
‘모리헤움 교단이 아닌 다른 이들도 우리 가문을 쉽게 볼 수는 없겠지.’
자연스럽게 칼라사르 가문에 뒷배가 있다는 소식이 퍼져나가리라.
에탄은 그 점 또한 칼라사르 가문에게 큰 이득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지?”
“이걸 이용해서 한탕 하실 마음이시군요.”
그때. 화염의 지배자와 파엘이 에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들은 에탄이 비릿한 미소를 지을 때.
이걸 이용해서 무언가를 할거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에탄과 함께 지낸 지 제법 오래됐기에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거였다.
“크흠.”
에탄이 두 사람의 말에 헛기침을 내뱉었다. 정곡을 찔렸기 때문에 할말이 없었다.
이걸 이용해서 여러 가지 이득을 볼 생각이었으니까.
“두 분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겁니다.”
그래서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칠 마음은 없다고 답했다.
“흐음….”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에탄을 쳐다봤다.
“내가 들은게 많은데.”
그러면서 그동안 에탄이 벌인 행적들을 넌지시 집어줬다.
“그거와는 다를 겁니다. 저도 상대를 봐가면서 하는 사람이니까요.”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태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아.”
그러자 화염의 지배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 후 에탄이 입고 있는 아서왕의 갑옷을 빤히 쳐다봤다.
“좋아. 대신 나중에 저 갑옷 안에 있는 기사랑 대화 좀 하게 해줘.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있거든.”
“그건 또 다른 거래로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
“농담이니까 마법 외우지 말아 주세요.”
에탄이 무언가를 외치려는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다급히 뒷말을 붙였다.
“후우. 뇽뇽이 봐서 넘어가는거야.”
그러자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에탄의 행동을 눈감아주기로 했다.
“저는 누군가와는 다르게 속이 좁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옆에 있는 파엘이 그 말을 듣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파엘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어하는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그런데…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설마 한 수업에 두 사람이 선생 역할을 하지는 않겠죠.”
자연스럽게 뒷말을 붙였다.
씨익.
화염의 지배자가 그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두눈을 끔뻑였다.
저 환한 미소에 무슨 의미가 들어가 있는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다.
“왜 웃으시는 겁니까?”
그래서 그녀에게 왜 웃냐고 물었다.
“우리는 한 번에 뇽뇽이를 가르칠 거야.”
그러자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에탄이 무어라 반응을 하기 전에.
“단. 폴리모프를 일부분 해제한 뇽뇽이를 가르칠거야.”
에탄에게 뒷말을 붙였다.
지금까지는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뇽뇽이를 가르칠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