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마족이 교단에 관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본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베레스트 교단에 마족이 있다는 사실에도 크게 놀랐었는데.
“모리헤움 교단에 마족이 있다라….”
이번에는 모리헤움 교단에서 마족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에탄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게 당연한 거였다.
“그 말이 사실인지 어떻게 믿지?”
하지만 에탄은 그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 정신 지배를 당했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들과 적대되는 교단에 일원이니까.
“탐지 마법을 통해 조사해도 좋습니다. 아니면 거짓을 판별하는 아티팩트를 이용해도 좋고요. 그렇게 해서라도 제 말을 믿으시겠다면 말이죠.”
에탄의 말에 집행관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진실입니다.”
게다가 뒤에 있던 파엘 또한 그녀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한참 전부터 거짓 판별 마법을 발동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면 제가 진작에 알아 차렸을 겁니다. 집행관은 검술에는 제법 능하지만 마법에는 일가견이 없으니까요.”
“…저희들을 속이고 있을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거군요.”
“예.”
파엘의 대답에 에탄이 침을 삼켰다.
‘차라리 거짓이었다면….’
그리고 그녀의 말이 거짓말이었다면 좀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마족이 교단을 조종해서 칼라사르 가문을 침공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상황은 진실이었다.
그리고 피할수 없는 운명이기도 했다. 특히. 마족에게 죽은 에탄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아무리 그래도 교단에서 전면 선포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때. 감옥안에 있는 집행관이 에탄을 향해 말을 덧 붙였다. 그 후 뒤쪽에 있는 데이른 공작을 쳐다보면서.
“하지만 데이른 공작님 또한 무사하지는 않을겁니다. 다음 목표가 바로 공작님이니까요.”
교단의 다음 목적이 데이른 공작이라는 사실까지 말해줬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거지?”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집행관을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집행관이라고 해도 이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저는 원래 교단 소속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질문이 데이른 공작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순간, 그녀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배린안 마족 척결대 1번 대장. 그게 제 진짜 소속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들어간 진짜 세력을 이들에게 밝혔다.
* * *
배린안 마족 척결대.
전생 시절 에탄도 몇 번 들어본적 있는 집단이다.
‘그리고… 20년이 지나도록 1번 대장이 실종된 집단이기도 했지.’
배린안 마족 척결대 1번 대장.
전대미무한 검술 실력을 가지고 마족들을 척결하는 인물로 정보가 나있었다.
하지만 20년전 실종 상태에 들어가고 에탄이 죽는 그 순간까지도 찾지 못한 미지의 인물이기도 했다.
‘내가 직접 조사한 정보니까 확실하다.’
정보에 대한 믿음은 확실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에탄이 직접 발벗고 나서서 조사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1번 대장이라면 암호를 말해.”
그래서 집행관인 그녀가 진짜 1번 대장인지 알아낼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검은 빛의 독수리.”
“…….”
그래서 그녀의 돌아오는 대답에 에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배린안 마족 척결대에 속해있는 자들만이 알 수 있는 단어를 그녀가 말했기 때문이다.
그걸 통해서 에탄은 깨달았다.
“이 사람 진실만을 말하고 있네요.”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진짜 배린안 마족 척결대의 1번 대장이라는걸 말이다.
* * *
배린안 마족 척결대의 1번 대장.
그 신분이 확인되자마자 그녀는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해야 겠군.”
그렇게 그녀를 감옥에서 풀어주고.
데이른 공작은 그녀와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요새에서 제일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1번 대장. 그대가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으니 먼저 선택지를 내주면 고맙겠는데.”
“알겠습니다.”
데이른 공작의 말에 베리안 1번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거기에는 데이른 공작. 에탄. 아린이. 뇽뇽이. 요새 책임자 파엘이 들어가 있었다.
“제 생각에는 저희가 먼저 교단으로 쳐들어가야 합니다.”
“으음.”
그녀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제 필승이라는 말이 있지.”
그러면서 어느 정도 동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먼저 공격을 당하기 전에 교단을 쳐버리는 게.
확실히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끼리 가기에 모리헤움 교단은 너무 거대하다.”
그러나 데이른 공작은 먼저 공격 하는걸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모리헤움 교단이 가지고 있는 전력 때문이었다.
“당장 네 녀석 같은 집행관들이 8명이나 더 있지 않나?”
“그렇죠.”
“그놈들을 우리끼리 상대했다가는 팔다리가 남아나지 않을 거다. 게다가 거기는 북부도 아니고 제국의 영토다. 소란이 크게 일어나서 제국이 개입한다면 일은 더 복잡해지겠지.”
데이른 공작의 말에 1번 대장인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거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뒷말을 붙였다.
“흐음….”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침을 삼켰다. 그 후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에탄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네 녀석은 어떻게 생각하냐?”
에탄의 생각을 물었다.
“흠.”
데이른 공작의 말에 에탄이 턱을 쓸어 만졌다. 그 후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1번 대장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교단에 있는 고위급 사제가 대략 얼마나 있지?”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못해도 40명 이상은 될 것이다. 그것도 1급 사제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다.”
에탄의 말에 그녀가 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그들 또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집행관들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거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에탄이 그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입꼬리를 올리면서 씨익 웃고는.
“그런데 말이야… 그중에는 권력에 욕심이 있는 사제들도 제법 많겠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그럴거다.”
에탄의 말에 그녀가 다시 한번 대답을 해줬다. 다만. 이번에는 의아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깃들었다.
어째서 저런 질문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그거 알아? 거대한 제국이나 왕국은 보통 외부에 의해서 무너지지 않아.”
에탄이 그런 그녀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동시에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내부에 있는 적들과 싸우다가 알아서 괴멸하는 경우가 많지. 특히 권력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럴 확률이 더 높아지고.”
그러면서 옛날에 번성했던 왕국이나 제국들을 떠올렸다. 그들 중 대부분이 외세에 의해 무너지지 않았다.
내부에 있는 적들.
즉. 내전을 하다가 알아서 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분을 일으키자는 뜻이냐?”
데이른 공작이 에탄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을 유혹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에탄의 제안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위급 사제인 만큼 이쪽으로 넘어오게 하기는 힘들 거라는 합리적인 지적이었다.
“내분을 일으키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굳이 그들을 저희가 찾아가서 설득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에탄은 그 방법을 시도할 생각이 없었다. 굳이 자신들이 움직이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희는 정보를 줄 겁니다.”
“음?”
“교단에 있는 여러 가지 정보들… 그중에서는 상대방을 찌르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가시 같은 정보. 그런 걸 교단에 있는 고위급 사제들에게 뿌릴 겁니다.”
에탄이 할 건 그저 편지를 적어서 교단에 보내는 것 딱 그거뿐이었다.
“그러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치고 박고 싸우겠죠. 그렇게 내전이 일어나면 교단에 관여하고 있는 마족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이 뿌리내린 교단이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탁!
에탄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다시 한번 탁자를 강하게 두드렸다.
그 후 데이른 공작을 쳐다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냐는 물음이었다.
“흐음.”
데이른 공작이 그런 에단의 얼굴을 보고는 팔짱을 꼈다.
“역시 네 녀석은 무섭구만.”
그리고 에탄의 제안에 혀를 내두르고는.
“좋다. 그러면 그렇게 하자.”
에탄이 제시한 방법을 실천하기로 했다.
* * *
에탄은 모리헤움 교단에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 한 길드를 찾아가기로 했다.
어째서 평범한 방식으로 편지를 보내지 않냐면 그랬다가는 자신들의 정체가 들통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길드는… 페펜 길드다.’
그래서 에탄은 길드를 통해 정보를 뿌리기로 했다. 그 누구도 모리헤움 교단의 정보를 은폐할 수 없도록.
동네방에 뿌려줄 수 있는 길드.
그 길드가 바로 페펜 길드였다.
탁!
그렇게 길드 선정을 끝내고.
에탄은 야심한 밤 데이른 공작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페펜 길드가 위치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다행히 페펜 길드는 데이른 공작가 영지 내에 있었다.
‘이 골목길도 오랜만이네.’
이미 전생 때도 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길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타탁!
그렇게 조용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어느덧 에탄은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게 됐다.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곳이 없는 구석진 곳이었다.
쓰윽.
하지만 에탄은 거기서 몸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춤에 있는 검을 빼들고는.
콱!
바닥에 있는 힘껏 검을 내리꽂았다.
-우우웅.
동시에 몸 안에 있는 달빛의 힘을 회전 시키면서.
쿠쿵… 쿠쿠쿵.
바닥을 그대로 뚫어버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바닥 아래에 페펜 길드의 길드장의 업무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굳이 입구로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