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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29화 (129/200)
  • 제129화

    놀이동산.

    많은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놀러가는 장소 중 한 곳이다.

    ‘제국에서 유행하던 시설이라고 했었지.’

    에탄은 놀이동산에 가본 적이 없다.

    그 시절 에탄은 놀이동산보다 유흥을 더 좋아했던 망나니였으니까.

    그래서 놀이동산에 가보지 않겠냐는 세바스찬의 제안도 거절했었다.

    굳이 그 먼 거리를 가서 놀아야 하나? 싶은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여기가 놀이동산….”

    “거대한 곳임!”

    하지만 놀이동산에 직접 오고.

    그곳에 펼쳐져 있는 풍경을 보는 순간 에탄의 생각이 바뀌었다.

    태어나서 놀이동산을 한번쯤은 와보는게 맞다고 말이다.

    -꺄아아악!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놀이동산에 울려 퍼졌다. 다만. 그중에 진심으로 공포를 느끼는 이는 몇 없었다.

    ‘저런 기구들을 타는구나.’

    모두가 신기한 기구들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수직낙하 하는 기구.

    혹은 원형으로 강하게 회전하는 기구 같은 게 에탄의 눈에 들어왔다.

    ‘…저 정도면 고문 도구 아닌가?’

    에탄이 그것들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게 왜 재밌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접 타보는 순간 그 생각은 깨질 거다.”

    그때.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이런 생각을 눈치채고는 입을 열었다. 자신감에 가득찬 눈빛과 표정은 덤이었다.

    “놀이동산이 괜히 대륙적으로 유행하는 게 아니다.”

    “…흐음.”

    데이른 공작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놀이동산을 크게 둘러보는 순간.

    “아빠! 저거 타고 싶어요!”

    “타고 싶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한 놀이기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쉐애애앵!

    -꺄아악!

    에탄이 제일 처음 본 위에서 아래로 수직낙하하는 놀이기구. 아니 에탄의 기준에서는 고문 기구가 아닌가 싶은 녀석이었다.

    “저걸 타보고 싶다고?”

    에탄이 그걸 보고는 두눈을 끔뻑였다. 많고 많은 놀이기구 중에 왜 하필 저걸 고른 건가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레 저렇게 사람들이 줄을 쓰고 기다리는지 말이다.

    “그래. 어디 한번 타보자.”

    그래서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가 타고 싶어하는 놀이기구를 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에탄이 한가지 계산하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놀이동산에 있는 인기 놀이 기구들은.

    “한 시간이나 서 있어야 한다니….”

    상당히 많은 시간을 대기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는 거였다.

    * * *

    다행히 에탄은 오랜 시간 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데이른 공작이 특별한 조치를 해 준 덕분이었다.

    물론. 특별 전형에서도 조금의 기다림은 있었지만.

    적어도 일반 대기줄처럼 한 시간을 소모하지는 않게 됐으니 에탄은 그걸로 만족이었다.

    “고소 공포증… 은 심장이 약하신 분은 탑승을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대기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길쭉한 놀이기구가 에탄과 두 사람을 맞이했다.

    거기에는 롤러코스터라는 신기한 이름도 붙어 있었다.

    ‘놀이기구 이름이 롤러코스터구나.’

    에탄은 그걸 통해 이 놀이기구가 롤러코스터인걸 깨달았다.

    ‘제국 7서클 마법사가 직접 만들어낸 놀이기구… 아니. 7서클 마법사가 이런 것도 만들어?’

    그리고 이어지는 롤러코스터 소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국에 있는 고위급 마법사들이 작심하고 만든 기구라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빠! 저 너무 떨려요!”

    “두근두근임!”

    그때. 에탄의 옆에 앉은 아린이와 뇽뇽이가 두 눈을 반짝였다. 동시에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떨리나 봐요.”

    “무서워하고 있음!”

    에탄에게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뒷말을 붙였다.

    “괜찮아. 안전장치도 충분히 되어 있으니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아린이와 뇽뇽이의 머리를 쓸어 만졌다. 롤러코스터가 추락할 시에는 보호 마법이 발동을 한다고 하니 다칠 일은 없을 거라 확신했다.

    ‘게다가 그게 없어도 우리는 멀쩡할 거 같은데.’

    에탄과 아린이는 오러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힘을 이용할 수 있다.

    거기에 뇽뇽이는 드래곤이기도 하니. 안전장치가 설령 작동하지 않더라도 멀쩡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졌다.

    덜커덩!

    그 순간 롤러코스터가 크게 흔들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럼 즐거운 체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놀이기구를 관리하는 직원의 힘찬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고.

    …쿠쿠쿠쿠쿵!

    “꺄아아악!”

    “내려가아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린이와 뇽뇽이의 비명 소리가 롤러코스터에서 울려 퍼졌다.

    “…왜 죽은 사람처럼 퀭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냐?”

    그로부터 약 한시간이 지났을 때.

    에탄은 데이른 공작이 쉬고 있는 음식점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털썩.

    그리고 그의 옆에 비틀거리면서 앉고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음? 무슨 사실?”

    “어린아이들의 체력은 무한하다는 걸요.”

    한숨을 푹 쉬면서 뒷말을 붙였다.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픽 웃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겠군.”

    그리고 왜 함께 하지 않고 음식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겠냐고 물었다.

    “예.”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진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앞에 있는 찬물을 들이 마시고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아린이와 뇽뇽이는 몇 번 더 타고 오겠다고 합니다.”

    “딱 봐도 그런 그림이었다.”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낄낄 웃으면서 답했다. 처음으로 에탄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거기에 통쾌함까지 느꼈다.

    덜커덩!

    그래서 이 놀이동산에 데려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데이른 공작님!”

    “흐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식당 안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해맑은 목소리로 데이른 공작을 불렀다.

    “…무슨 일이냐?”

    데이른 공작이 자신을 부르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아린이와 뇽뇽이를 쳐다보고는.

    “저희는 보호자와 함께 타야 한 대요.”

    “같이 타줘야 함!”

    이어지는 말에 데이른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했다. 그리고 보호자로 에탄을 지목하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

    “전 화장실 좀 가겠습니다.”

    탁!

    에탄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현장을 벗어났다.

    “…….”

    데이른 공작이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면서 그를 붙잡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척! 처억!

    “얼른 가요!”

    “타고 싶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데이른 공작의 양팔을 각각 붙잡았다.

    “잠. 잠까아안!”

    그리고 멀어지는 에탄을 붙잡으려는 데이른 공작을 끌고 식당을 빠져 나갔다.

    * * *

    어느덧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에탄과 데이른 공작.

    아린이와 뇽뇽이가 놀이동산에 온지도 벌써 6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 어땠느냐?”

    그렇게 이런저런 놀이 기구를 타다보니 어느덧 놀이동산에 끝이 다가왔다.

    “너무 좋았어요!”

    “기분 좋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데이른 공작의 물음에 해맑은 미소로 답했다.

    이들은 지금 놀이동산을 빠져나와 미리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마차에 올라탄 상태였다.

    “그래. 이제는 이 할아버지가 조금 믿음직스럽겠지!”

    데이른 공작이 두 사람의 대답에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좀 더 믿게 될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으음… 그건 모르겠어요. 데이른 공작님은 가끔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시잖아요.”

    “요주의 인물임.”

    하지만 이어지는 아린이와 뇽뇽이의 단호한 대답에.

    “…….”

    데이른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꿀먹은 벙어리 같은 표정을 짓고 말았다.

    “데이른 공작님. 아린이와 뇽뇽이는 이런 걸로 사람을 좋게 볼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픽 웃었다. 동시에 데이른 공작을 향해 쇄기를 박았다.

    “크흠.”

    그러자 데이른 공작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쓰윽.

    동시에 눈을 감고는 몸을 창문쪽으로 돌렸다. 이번에도 패배를 했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끼는 거였다.

    ‘두고 보자…!’

    그러면서 데이른 공작은 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는 아린이와 뇽뇽이에게 인정을 받아 내겠다는 생각이었다.

    * * *

    그렇게 데이른 공작의 영지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그동안 별다른 사건은 없었다.

    요새를 구경하면서 관리자인 파엘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데이른 공작과 검을 맞부딪히는 날들이 이어졌다.

    “집행관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요새 관리자인 파엘이 연무장을 찾아왔다. 그리고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네 사람에게 집행관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모리헤움 교단의 9번 집행관.”

    네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집행관이 있는 지하 감옥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여전히 족쇄를 차고 있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

    데이른 공작의 부름에 집행관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두눈을 꿈뻑이면서 데이른 공작을 바라봤다.

    “이제 좀 정신이 드나?”

    데이른 공작이 그런 그녀를 향해서 덤덤한 목소리로 질문을 이어 나갔다.

    “예.”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짧은 대답이 흘러 나왔다.

    “…….”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집행관이 에탄과 아린이 뇽뇽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후 세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칼라사르 가문의 에탄과 그의 두 딸이군요.”

    에탄과 두 사람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 맞췄다.

    “후우.”

    그리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숨을 쉬는거지?”

    에탄이 그걸 보고는 그녀에게 어째서 한숨을 쉬냐고 물었다. 그러자 집행관이 자신을 쳐다보는 에탄관 눈을 마주쳤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에탄에게 경고를 하고는.

    “교단이 곧 칼라사르 가문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일겁니다.”

    에탄과 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뒷말을 내뱉었다.

    “제거한다고?”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교단이 어째서 칼라사르 가문을 제거 한다는건지 이해가 안갔다.

    그래서 좀더 자세히 설명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마족이 교단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 마족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왔다.

    그 순간 감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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