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콰아앙!
고막을 때릴 정도로.
아니. 잘못하면 귀가 터질 정도로 거대한 폭음이 암흑 속에서 울려 퍼졌다.
파직!
이어서 작은 빛이 에탄이 들고 있는 아서왕의 집행검에서 흘러나왔다.
“크윽!”
에탄이 빛을 흘려 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무지막지한 놈의 힘이 아서왕의 검을 통해 느껴지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해라! 자칫하면 네 녀석의 몸이 마기에 흡수된다!]
그리고 에탄의 머릿속으로 아서왕이 호통을 쳤다. 하지만 평소 티격태격하던 때의 말투가 아니었다.
[마기를 몸 바깥으로 몰아내는 데 집중해라. 조금이라고 틈을 보인다면 네 녀석의 의식은 놈에게 잠식될 거다.]
지금은 같이 전투를 하는 동료.
그런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 입을 열고 있는 아서왕이었다.
그래서 에탄도 아서왕의 말에 일일이 토를 달지 않고.
-우웅!
아서왕의 말대로 몸 안에 흘러 들어오는 마기를 내보내는 데 집중했다.
“이거 참 귀찮네. 2대1이라니.”
이름 모를 마족이 에탄의 행동을 보고 혀를 찼다.
그리고 자신의 마기를 몰아내는 에탄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부웅!
아서왕의 집행검이 허공으로 향했다. 그리고 놈의 목을 찌르기 위해 내달렸다.
까앙!
이름 모를 마족이 아서왕의 공격을 오른팔로 막아냈다.
“호오….”
하지만 피해가 완전히 없는 건 아니었다. 팔에 두르고 있는 마기. 즉 그녀가 가지고 있는 힘이 순간적이나마 파훼 됐다.
“죽어서도 나를 귀찮게 하는 걸 보니. 당신은 정말 아서왕이 맞군요.”
이름 모를 마족이 그 사실을 깨닫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엄밀히 따지면 이미 아서왕한테 한번 죽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아서왕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역겨움을 느끼고 있었다.
더러운 하수구에서 살아가는 생쥐들을 보듯이 말이다.
[한번 죽인 거 두 번이라고 못 할일은 아니지.]
아서왕이 놈의 말에 비릿한 목소리로 답했다. 만약 얼굴이 있었다면 썩소를 짓고 있었으리라.
에탄이 봐도 열받을 정도로 재수 없는 표정.
그게 딱 아서왕이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이었다.
물론 얼굴이 없어서 안 보이지만.
“…하.”
이름 모를 마족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서왕이 지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이 찢어 죽일 놈!”
그래서 허공에 둥실둥실 떠 있는 아서왕의 검을 죽일 듯 노려봤다.
동시에 몸 안에 있는 마기를 폭발적으로 방출하고는.
콰아앙!
아서왕의 영혼이 담겨있는 검을 향해 있는 힘껏 공격을 날렸다. 마기 덩어리가 뭉쳐진 단순한 마기탄이었지만.
하나하나가 맞으면 치명상을 면치 못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 응축되어 있었다.
[흠!]
아서왕이 그걸 보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굳이 맞서 싸울 필요는 없지.]
그리고 녀석의 공격에 가벼운 말투로 말을 붙이고는.
팟!
순식간에 에탄의 오른손으로 되돌아왔다.
“?”
에탄이 그걸 보고는 흠칫 놀랬다.
갑자기 자신의 오른손에 아서왕의 검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느냐? 내가 저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낼 이유는 없다.]
“아.”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이해하게 됐다. 아서왕이 어째서 공격을 회피했는지 말이다.
“놈! 감히 도망을 치다니!”
이름 모를 마족이 그런 아서왕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다고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그러면서 오른손을 에탄에게 뻗는 순간.
우우웅!
앞으로 날아가던 마기탄들의 궤적이 바뀌었다. 에탄과 아서왕의 검이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저거 제가 막아야 하는데요?”
[크흠. 이것도 수련에 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
에탄이 아서왕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이 검을 갖다 버릴까,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내 손해다.’
이내 그 생각은 접었다.
아서왕에게서 아직 뽑아 먹을 게 많이 남아 있으니까.
[온다!]
쉐애앵!
그때. 에탄과 아서왕을 향해 그녀의 마기탄이 날아 들어왔다.
꿀꺽.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침을 삼켰다.
[휘둘러라!]
그러면서 손에 쥐고 있는 검을 있는 힘껏 휘두르는 순간.
쿠쿠쿠쿵!
아서왕의 검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그 빛들이 에탄을 향해 날아드는 마기탄을 집어 삼켰다.
“쿨럭!”
그리고 에탄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 * *
그렇게 에탄이 이름 모를 마족과 싸움을 이어 나갈 때.
“이거 참 곤란하구만.”
데이른 공작은 교단에 혼자 남아버린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심심하지는 않겠어.”
그러나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었다. 교단에 구멍이 생기면서 에탄과 마족이 사라졌지만.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사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놈들은 아직도 이름 모를 마족에게 지배를 받고 있었다.
터벅… 터벅.
그 증거가 바로 녀석들의 행동이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공허한 눈동자를 한 채 데이른 공작에게 다가왔다.
자신들의 손에 날붙이는 들고 말이다.
“죽이지는 말라고 했으니….”
데이른 공작이 그걸 보고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면서 대검을 허공에 힘껏 들어 올리고는.
“흐음!”
다시 한번 땅에다가 있는 힘껏 내리꽂았다.
쾅!
그 순간 교단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동시에 데이른 공작을 향해 다가오던 사제들이 하나둘씩 픽픽 스러졌다.
데이른 공작이 만들어낸 중압감을 몸이 이기지 못하고 기절한 거였다.
다만.
…스르륵.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했던 사제들은 다시 일어나게 됐다. 이름 모를 마족. 그녀를 죽이기 전까지는 불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
데이른 공작이 좀비처럼 일어나는 이들을 보고는 어처구니 없어 했다.
만약.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하루 동안 기절 상태로 있어야 할 정도로 큰 중압감을 내뿜었다.
“이거 재밌군.”
그러나 이들에게 있어 기절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으니.
데이른 공작은 자신이 제법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
“흐흐흐!”
하지만 데이른 공작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활짝 웃으면서 대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는.
“좋다. 어디 한번 신물이 날 때까지 해보자!”
다시 한번 대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저 안에 있는 에탄이 바깥에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기절을 시켜주겠다 다짐하면서 말이다.
* * *
에탄과 이름 모를 마족의 전투.
그리고 데이른 공작과 교단이 싸움을 이어 나갈 때.
“으으음… 뇽뇽아. 우리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흐음. 어려움.”
아린이와 뇽뇽이는 교단 바깥에서 이 사태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에탄이 두 사람에게는 기절한 사제들을 감시하라는 역할을 줬었으니까.
“아빠 말을 잘 듣기는 해야 하지만….”
아린이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최대한 얌전히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린이의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에탄이 위기에 빠져 있다고 말이다.
“으….”
아린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불안한 감각.
겨울 산맥에서 이미 한번 느껴본 적이 있는 감각이 아린이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진 지 한참이었으니.
“에휴.”
아린이의 입에서 한숨이 나올 만도 했다.
“…좋은 방법이 있음!”
그때.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뇽뇽이가 박수를 쳤다. 동시에 아린이를 향해 자신이 기가 막힌 방법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뭔데?”
아린이가 그 말을 듣고는 뇽뇽이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쓰윽.
그러자 뇽뇽이가 기절한 두 사제를 가리키면서.
“마법을 이용해서 속박시키겠음.”
이 두 사제를 감시하지 않고도 움직이지 못 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을 말했다.
“아!”
아린이가 그 말을 듣고는 두눈을 크게 떴다. 확실히 뇽뇽이의 말대로 속박 마법을 해 놓는다면, 두 사제가 깨어나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역시. 뇽뇽이야!”
“흐응!”
그래서 뇽뇽이의 몸을 끌어안으면서 칭찬을 해주고는.
“좋아. 그러면 바로 시작하자.”
“알겠음!”
뇽뇽이에게 속박 마법을 시전하라고 말했다.
-우우웅!
그 순간 뇽뇽이가 두 사제를 향해 기다렸다는 듯이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제의 몸을 완전히 구속하고는.
“데이른 공작! 도우러 갈 수 있음!”
아린이에게 교단 안으로 들어가자는 뒷말을 붙였다.
“그래. 바로 움직이자.”
아린이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뇽뇽이와 함께 데이른 공작이 있는 교단 안으로 발걸음을 움직이려는 순간.
-그어어얽….
뒤쪽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
“?”
아린이와 뇽뇽이가 그 소리를 듣고는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눈에 들어오는 존재들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물….”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형적인 외형. 그런 모습을 가진 놈들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쓰릉!
그래서 아린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뇽뇽아.”
“알겠음.”
-우웅!
그리고 뇽뇽이 또한 몸 안에 있는 마나를 끌어 올렸다.
“아빠랑 데이른 공작님이 저렇게 고생하는데… 우리도 뭔가를 해야겠지.”
“맞음!”
그러면서 아린이의 말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는.
“흐음!”
두 손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동시에 두 눈을 번쩍이면서 용언을 중얼거리는 순간.
파직… 파지지직!
허공에 수십 개의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교단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오는 마물들을 향해서.
…화르르륵!
불길을 뿜어냈다.
모든 걸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드래곤의 불꽃처럼 말이다.
-끄아아얽!
그 순간 아린이와 뇽뇽이를 향해 접근하던 마물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고통을 느끼듯 몸부림을 치더니.
사사삭!
이내 자기들끼리 뭉치면서 서로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꿀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원형으로 몸을 만들고는.
우득… 우드득!
이내 두 뿔을 가진 거대한 마물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린이와 뇽뇽이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