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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19화 (119/200)
  • 제119화

    에탄은 데이른 공작과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아서왕의 무덤을 빠져나왔다.

    “폐하께서 공작님과 일행분들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그리고 입구에서 베페슨 기사단장과 기사들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흥. 너무 뻔한 의도인 거 아닌가? 돌려 말할 생각이 전혀 없구만.”

    데이른 공작이 베페슨 기사단장의 말에 콧방귀를 꼈다. 이들이 기사들까지 끌고 와서 자신들에게 말하는 이유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호기심이 상당하신 상태라서….”

    “그건 나도 알고 있네. 하여간 그 녀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단 말이지. 나이를 나랑 똑같이 먹고 있는데 말이야.”

    “크흠.”

    베페슨 기사단장이 데이른 공작의 투덜거림에 헛기침을 했다.

    두 사람이 아주 친한 사이인건 알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데이른 공작의 말에 동의를 표할 수는 없었다.

    베페슨이 소속된 기사단의 최고 상관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안 그런가? 베페슨 기사단장.”

    “그런 걸 저한테 물으셔도 좋은 대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알고 있네. 그냥 자네를 곤란하게 하려고 물어본 거야.”

    “…….”

    데이른 공작의 말에 베페슨 기사단장이 미묘한 눈빛을 보냈다.

    거기에는 다른 기사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역시 공작님이십니다. 정말 대단하신 성격이군요.”

    “공작님 나빠요.”

    “못됐음!”

    에탄. 아린이. 뇽뇽이도 들어갔다.

    “이번에도 내가 잘못한 건가?”

    데이른 공작이 일제히 자신을 쳐다보는 이들을 보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합이라도 맞춘 듯 모두가 동시에 바라보니.

    아무리 데이른 공작이라고 해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누가 여기서 공작님한테 예라고 말하겠습니까. 그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죠.”

    “끄응.”

    “그러니까 조용히 따라가죠. 바로 움직여야 할 정도로 급한 일정도 아니니까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네 녀석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태고 말이다.”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베페슨 기사단장을 향해.

    “왕국으로 바로 갈테니 안내하거라.”

    자신들을 왕국으로 데려가라는 뒷말을 붙였다. 에탄이 페르세르크 왕성에 처음으로 발을 디딛는 순간이었다.

    * * *

    페르세르크 왕국.

    그중에서도 국왕이 업무를 보는 신성하고 고귀하고 거룩한 장소에…

    “이곳은 여전히 좁아 터졌구만. 이 녀석은 아직도 이런 작은 의자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건가?”

    데이른 공작이 불평 불만을 적나라하게 쏟아냈다. 국왕이 일을 할 때 앉는 자리에서 말이다.

    “…….”

    에탄이 그 모습을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동시에 국왕이 저 모습을 못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린아. 뇽뇽아. 너희는 저렇게 행동하면 안돼.”

    “물론이죠.”

    “당연함!”

    아린이와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8살이기는 하지만, 아린이와 뇽뇽이도 데이른 공작이 조금 남다르다는건 알고 있었다.

    “네 녀석도 앉아 보겠느냐?”

    “괜찮습니다.”

    “나한테는 조금 작지만 너한테는 아늑할거다. 바닥도 푹신하고 말이야.”

    “…그런 문제 때문에 거부하는건 아닙니다.”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무어라 뒷말을 이으려는 순간.

    “그러고보니 네 녀석이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 넣은 아서왕의 갑옷. 그 안에 있는 아서왕은 지금 어떤 상태냐?”

    데이른 공작이 진지하게 질문을 해왔다. 에탄이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한바탕 발작을 일으키신 뒤로는 조용합니다. 아무래도 휴식을 취하시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데이른 공작의 물음에 진지하게 답했다.

    “흐음… 휴식을 취하고 있다라. 어찌보면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다행이라고 보는게 맞겠지.”

    “예. 이 분의 정체를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래.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페르세르크 왕국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이라고 해도.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은 법이지.”

    아서왕의 갑옷이 있다는 걸 안다면 순식간에 태도가 바뀔 수 있다.

    그건 자신들의 유적지와 관련이 있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녀석이 슬슬 오고 있군.”

    그렇게 진지한 말이 한두 마디 오가자 데이른 공작이 표정을 풀었다.

    동시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벌컥!

    굳게 닫혀있던 국왕의 집무실 문이 열렸다.

    “오랜만이군!”

    동시에 흰 수염이 가득한 한 남자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페르세르크 왕국의 국왕 페른이었다.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에탄이 그를 발견하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후 오른쪽 무릎을 꿇으면서 페른에게 예를 표했다.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봄!”

    그러자 아린이와 뇽뇽이가 에탄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

    “오. 자네들이 저 빌어먹을 공작 놈이 말한 친구들이군!”

    그러자 페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에탄과 아린이 뇽뇽이를 가볍게 훑어보고는.

    “우리 공작 녀석 때문에 고생이 많구만. 자네들이 아니었다면 이 녀석은 벌써 대검을 뽑고 사방팔방에 휘둘렀을 거야.”

    세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아닙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페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얼굴에 살이 찌고 배도 조금 나오기는 했지만, 눈빛에서 나오는 위엄은 사자처럼 살아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빈틈이 없다.’

    거기에 싸움 또한 어느 정도 하는 이의 자세였다. 분명 자세는 빈틈 투성이인데, 들어가려고 하면 막힐 거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꿀꺽.

    그래서 에탄은 아직 자신이 페른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을 하면서.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동시에 그를 향해서 고개를 꾸벅였다. 데이른 공작이 뒤에서 항의를 하기는 했지만 그걸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래. 그렇겠지.”

    에탄의 대답에 페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래. 우리 젊은 친구… 이름이 에탄이라고 했나?”

    “예.”

    “에탄. 자네는 아서왕의 무덤에서 무엇을 얻었지?”

    아주 민감한 걸 물었다.

    하나. 에탄은 거기서 화를 낼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 유적지는 페르세르크 왕국 소속이 맞으니까.

    게다가 아서왕의 갑옷 또한 여기에 있어야 하는 게 맞다.

    아서왕의 무덤을 지켜온 이들의 유유산이니 말이다.

    “아쉽게도…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탄은 이번에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서왕의 갑옷을 숨기기 위해 거짓을 고했다.

    “흐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라.”

    페른이 그 말을 듣고는 턱을 쓸어 만졌다. 푸근한 인상의 노인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눈빛이 살아 있었다.

    에탄의 모든 걸 탐색하려는 듯이 말이다.

    “정말로 그러한가?”

    “예. 제가 하는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연 같은 건 얻어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에탄이 자신에게 다시 한번 묻는 페른에게 좀 더 자세히 답을 해줬다. 그러자 페른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에탄을 빤히 쳐다봤다.

    씨익.

    그러다가 결국에는 입꼬리를 올리고.

    “됐다. 어차피 캐묻는다고 해서 순순히 알려주지도 않겠지.”

    허실하게 웃으면서 뒷말을 붙였다.

    “게다가 저 녀석이 나를 때려 죽일 기세로 노려보고 있어서 말이지. 이 이상 자네를 놀릴 수는 없겠군.”

    “내 소중한 북부 친구를 괴롭히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거 아니겠나?”

    “하여간. 북부 감싸기는 여전하구만.”

    페른이 데이른 공작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이런 대화가 한두 번이 아니기에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네가 마음에 들어. 북부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그 모습이 참 좋단 말이지.”

    오히려 페른은 데이른 공작의 이런 자세를 높이 삼았다.

    “흥. 자꾸 쓸모없는 이야기를 하는군.”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콧방귀를 꼈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감히 할 수 없는 발언이지만.

    데이른 공작은 그런 말들을 서슴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 왕국을 자신의 힘으로 한번 구해 낸 적이 있으니 말이다.

    “자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꾸 둘러서 하는 경향이 있어. 난 그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 왕국을 통치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그렇게 따지면 나도 북부를 통치하는 대공작이다. 그런 건 다 변명에 불과해.”

    데이른 공작이 페른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두 눈을 반짝이면서 그를 빤히 쳐다보고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제 슬슬 제대로 말하게.”

    자신들을 이곳에 부른 목적을 말하라고 재촉했다.

    “후우… 좋네.”

    페른이 그 말을 듣고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 에탄과 나머지 이들을 쳐다보면서.

    “남부에 마족이 나타났네. 자네들이 그놈들을 처리해주면 좋겠네.”

    이곳으로 모두를 모은 이유를 밝혔다.

    *

    그렇게 에탄은 페른과의 만남을 끝내고 왕성을 빠져나왔다.

    터억.

    “후우….”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바다를 보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페른의 부탁을 들으니 어깨가 무거운 거였다.

    “마족이라.”

    마족은 에탄이 죽여야 하는 존재다.

    북부를 멸망시키고 자신을 죽인 녀석들이니 말이다.

    때문에 놈들을 처리하는 거에는 반대를 하지 않지만.

    ‘아린이와 뇽뇽이가 다치면?’

    아린이와 뇽뇽이에 대한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들이니까.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때. 데이른 공작이 에탄을 향해 다가왔다. 그 후 페른의 부탁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멍하니 바다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이내 픽 웃고는.

    “처리해야죠. 그걸 대가로 눈을 감아주신다고 하니까요.”

    페른에 의뢰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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