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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16화 (116/200)

제116화

에탄은 아서왕의 무덤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다. 전생에는 이 유적지에 와야 하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중에는 무덤이 폭파되었지. 그래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장소로 변해버렸고.’

게다가 나중에는 유적지 자체가 소멸 되버렸으니. 아서왕의 무덤을 볼수 없는게 당연한 거였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내심 떨리기도 했다. 처음으로 아서왕의 무덤을 보는 거니까.

-웅…

게다가 아서왕의 무덤에 가까워 질수록. 에탄이 가져온 아서왕의 갑옷에서 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웅얼거림. 에탄이 그걸 들으면서 침을 삼켰다.

‘확실히 무언가 있어.’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아서왕의 갑옷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약 주머니가 아니라 손에 들고 있었다면 엄청난 진동을 느꼈으리라.

“아빠.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요.”

“기쁨?”

그래서 에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제법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네.”

에탄이 아린이와 뇽뇽이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자신의 표정을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그래야 하는 이유도 없고 말이다.

어차피 아서왕의 갑옷이 자신들한테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모르니까.

쿠쿠쿵…!

그때. 굳게 닫혀있는 거대한 철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여기부터는 네 분이서 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베페슨 기사단장이 입을 열었다.

“이 계단을 따라 지하로 끝까지 내려가시면 작은 문이 나올 겁니다. 그 문 너머에 아서왕의 무덤이 있습니다.”

“알겠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이 유적지를 훼손시키는 행위는 금지입니다.”

베페슨 기사단장이 말을 마치고는 데이른 공작을 빤히 바라봤다.

“잘 들었죠. 공작님?”

“이해하셨을 거라 믿습니다.”

“사고 치기 금지임!”

에탄과 아린이 뇽뇽이도 베페슨 기사단장과 똑같은 눈빛을 데이른 공작에게 보냈다.

“아니. 나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무리 나라도 유적지에서 대검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데이른 공작이 그걸 깨닫고는 억울함을 표했다.

비록. 다른 왕국에서 대검을 휘두른 적은 있지만. 그래도 유적지 안에서까지 그런 행동을 할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일단은 믿어 드리겠습니다.”

데이른 공작이 억울함을 표하는 모습에 베페른 기사단장이 덤덤히 답했다.

그 후 데이른 공작과 나머지 이들을 보면서.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팟!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미리 준비해둔 복귀 스크롤을 이용해서 왕국으로 순간 이동을 한 거 였다.

“이거 참… 억울해서 살 수가 없겠구만.”

데이른 공작이 기사들이 사라진 자리를 보고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해명할 기회조차 안주는 이들의 태도에 배신감을 단단히 느꼈다.

“이참에 배를 단단히 아프게 해줘야겠군.”

“어떻게요?”

“네 녀석이 가지고 있는 아서왕의 갑옷. 그걸 어떻게든 여기서 각성 시켜야겠다.”

“……?”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서왕의 갑옷의 힘을 발현시키는 것과.

이들의 배를 아프게 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에탄. 원래 사람들은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픈 법이다. 그런데 심지어 자신들의 유적지를 통해 성공하게 된다면?”

“…많이 슬프기는 하겠죠.”

“그래. 그게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다.”

“으음.”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기는 했다.

자신 같아도 칼라사르 가문에서 누군가 힘을 얻어간다면 속이 쓰릴 테니까.

하지만…

‘앞으로 데이른 공작 앞에서는 뭔가를 자랑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어.’

지금 저 대답을 통해 에탄은 깨달았다. 데이른 공작의 우람한 육체와 다르게 마음은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 * *

그렇게 데이른 공작의 속 좁은(?) 모습을 본 이후.

터벅. 터벅.

에탄은 데이른 공작과 함께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우우웅!

그리고 지하에 깊숙이 내려갈수록 아서왕의 갑옷이 힘차게 진동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상태였기에 그 울림이 계단에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꼭 일찍 일어나라고 잔소리하는 집사 같군.”

데이른 공작이 머리를 긁적였다.

뒤에서 계속 웅웅 거리는 소리가 은근히 거슬렸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모기가 귓가를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탄또한 그런 마음이 들고 있었기에 데이른 공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갑옷은 지금 말하고 있어요.”

“기뻐하고 있음!”

그래서 이 갑옷을 한 대 쥐어박을까 고민하려던 찰나. 아린이와 뇽뇽이가 한마디씩 입을 열었다.

“갑옷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데이른 공작이 두 아이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잔뜩 놀란 표정으로 아린이와 뇽뇽이를 바라봤다.

“네. 빨리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맞음! 걸음 빨리하라고 말하고 있음!”

그런 데이른 공작을 향해 아린이와 뇽뇽이가 힘차게 답했다.

“아린아. 그러면 갑옷에게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말해줄 수 있어?”

“네!”

에탄의 말에 아린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쓰윽.

그리고 갑옷에 손을 뻗고는.

“다 도착했으니까 가만히 있어 줘.”

아서왕의 갑옷을 향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우웅.

그 순간 아서왕의 갑옷에서 짧은 진동이 두 번 흘러나왔다.

...

그리고 아린이의 말을 알아 들은 듯이 조용해졌다.

“허어.”

데이른 공작이 그 모습을 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살다 살다 갑옷이랑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거 정말… 엄청 나군.”

그래서 데이른 공작은 흔하지 않은 표정을 짓게 됐다. 입이 반쯤 벌어지면서 두 눈을 바보같이 끔뻑이는.

넋이 반쯤 나간 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 능력을 몇 명이나 알고 있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앞으로도 숨기고 다니는 게 좋겠군.”

“그렇죠. 이 사실이 널리 널리 퍼져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요.”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의 말대로 이 능력은 숨기는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린이와 뇽뇽이한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특수한 힘까지 있다는 게 알려진다면. 그때는 서슴지 않게 납치도 시도하겠지.’

강한 힘은 사람들에 이목을 집중 시킨다. 그러니 아린이와 뇽뇽이도 언젠가는 세상에 이름을 날릴 수밖에 없으리라.

자신들이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리라.

‘하지만 그때가 지금은 아니야.’

적어도 아린이와 뇽뇽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에탄은 그때까지는 이 두 아이가 편하게 지내기를 바랬다.

다른 가문의 어린이들처럼 아무 걱정 없이 말이다.

토닥. 토닥.

그때.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어깨를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다시 움직이도록 하지.”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지하 계단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에탄이 그런 데이른 공작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픽 웃고는.

탁!

데이른 공작을 따라 아래로 발걸음을 향했다.

* * *

“드디어 도착이군.”

그렇게 30분 가까이를 더 내려간 뒤에야.

“이 문만 열면 아서왕의 무덤이다.”

에탄과 이들을 아서왕이 잠들어 있는 무덤에 도달하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입구를 지키는 또 다른 문을 맞닥뜨린 거였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면 끝인 건가요?”

“아니.”

“?”

그래서 에탄은 이제 문을 열기만 하면 끝인 줄 알았지만.

“이 문 너머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 누구도 말이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데이른 공작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게 무슨….”

“심지어 이 왕국의 국왕조차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문에 결계라도 쳐져 있습니까?”

“정확하다.”

“예?”

“이 문에는 결계가 쳐져 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수 없는 상황이다.”

쓰윽.

데이른 공작이 말을 끝내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파지직…

그러자 문에서 미세한 전류가 흘러 나왔다.

“에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부수면 안 된다.”

데이른 공작이 그 현상을 보여주면서 에탄에게 경고했다. 지금 여기서 문을 파괴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이다.

“저도 그 정도 상식은 있습니다.”

에탄이 그런 데이른 공작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턱을 쓸어 만지면서 이 결계가 쳐져 있는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고심했다.

“아빠.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을 거 같아요.”

“음?”

“아빠가 들고 있는 갑옷이 자기가 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고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됐다. 아린이가 아서왕의 갑옷과 대화를 하면서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 뭔데?”

“일단 자기를 입어야 한대요. 그리고 갑옷은 그 사람으로 아빠가 좋을 거 같다고 말하고 있어요.”

“흐음… 갑옷을 입어야 한다라.”

에탄이 아린이의 대답에 눈썹을 찡그렸다.

‘아무리 봐도 평범하게 들어갈 수는 없을 거 같은데?’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일이 귀찮아 질 거 같다는 예감을 느꼈다.

“좋아. 입으라면 입어야지.”

하나. 여기서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에탄은 어쩔 수 없이 아서왕의 갑옷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쓰윽.

그리고 갑옷을 완전히 몸에 붙이는 순간.

파아아앗!

“어?”

“흐음?”

“음?”

에탄이 입은 아서왕의 갑옷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

그리고 아린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후웅!

에탄의 몸이 순간이동 했다.

“...여기는 또 어디야?”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어두컴컴한 암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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