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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11화 (111/200)

제111화

아무리 얼굴이 두꺼운(?) 에탄이라고 해도. 데이른 공작에게 과도한 대가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계속 두고 봐야 하는 사람이니까 적당히 뜯어내야지.’

그래서 평소 요구하는 양보다 훨씬 적은 수준을 데이른 공작에게 요청했다.

“내 예상보다는 계약서가 양호한 편이군.”

그러자 데이른 공작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에탄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소소한 걸 바랐기 때문이다.

“당장 큰 이득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미래를 보는 편이라서 말이죠. 황금알을 주는 거위의 배를 굳이 가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거위인 건가?”

“비유가 그렇다는 거죠.”

“하하!”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호탕하게 웃었다. 자신을 동물로 표현하는 사람은 에탄이 처음이었다.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기는 조금 이상하지만… 네 녀석은 내가 두렵지 않은 거구나.”

그래서 신기하기도 했다.

북부 공작이가 전쟁 영웅인 자기를 이렇게 까지 허물없이 대하다니.

다른 이였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으리라.

“제가 공작님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음?”

“그렇지 않습니까. 공작님이 저를 해칠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 할수 있다.”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말에 두눈을 번쩍였다. 그러면서 바닥에 내려놓은 자신의 대검을 힐끗 쳐다보면서.

“너도 그걸 알고 있지 않느냐?”

자신과 직접 대련을 해 본 에탄에게 반문했다.

“그 점 또한 충분히 인지했습니다. 하지만 공작님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아빠는 제가 지킬 거예요!”

“지킬 거임!”

그때. 딸기주스를 마시면서 대화를 듣고 있던 아린이와 뇽뇽이가 두 볼을 부풀렸다.

동시에 데이른 공작에게 자신들 나름대로 주의를 시켰다.

에탄을 해칠려고 하면 자기들이 나설거라고 말이다.

“앞으로는 농담도 조심해서 해야겠군.”

데이른 공작이 두 사람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에탄을 지키겠다는 두 사람의 결연한 의지가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나는 너희 아빠를 해칠 생각이 없으니까.”

“그럼 됐어요!”

“알겠음!”

그래서 아린이와 뇽뇽이를 안심 시키고는.

쓰윽.

다시 에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후 계약서 맨 마지막에 적혀 있는 요구 사항을 빤히 쳐다봤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나?”

그리고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북부에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 이용권. 이건 왜 필요한건지?”

텔레포트는 대륙을 횡단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장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는 없었다.

“내 권한으로 허락은 해줄 수 있지만…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들어 줄수 없는 사항이네.”

텔레포트는 한번 발동하는데 무수히 많은 돈과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데이른 공작이라고 해도 쉽게 허락을 못 하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텔레포트를 이용한다고 해도 특정 장소로만 움직일 수 있네. 반대쪽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되지 않은 곳으로는 갈 수 없어.”

“그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텔레포트에 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전생때도 몇 번 이용한적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흐음… 그럼 목적지도 이미 정해났다는 뜻인가?”

“예.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페르세르크 왕국으로 이동하고 싶습니다.”

“페르세르크 왕국?”

“예.”

에탄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두눈을 끔뻑였다.

“그곳에는 딱히 눈에 띄는 물건이 없을텐데?”

“거기에 제가 가야 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차를 타고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멉니다.”

“그렇겠지. 대륙 남부 끝자락에 있는 왕국이니까.”

페르세르크 왕국은 남부 끝자락에 있다. 그러니 마차를 타고 이동하면 못해도 몇 달 이상은 걸리니라.

심지어 그마저도 마을이나 다른 왕국을 들리지 않는다는 가정이니.

“텔레포트는 필수겠군.”

에탄이 텔레포트를 이용하려는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자네는 지금 나한테 목적지만 말했지, 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네.”

“이유….”

“말할 수 없다면 이용 할수 없다. 이건 네 녀석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절대로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지.”

데이른 공작이 에탄에게 단호한 말투로 답했다.

“정보에 대한 비밀은 지켜주십니까?”

“물론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질문에.

쓱.

자신의 품속에서 보라색으로 만들어진 종이를 꺼냈다.

쓰윽.

그리고 탁자에 내려놓고 그 위에 손을 올리자.

우우웅…

허공에 반투명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비밀 유지 서약서……!”

저 마법은 중요한 거래를 할 때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말로만 비밀을 지키겠다고 하는 건 허물 없는 발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약서는 비싸지 않습니까?”

에탄도 녀석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나. 거래를 할 때마다 꺼낼 수는 없었다.

녀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제법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탄도 살까 말까 고민을 하게 만드는 물건이었지만.

“음? 나한테는 그렇게 비싼 놈도 아니다. 당장 집에만 상자째로 수십 개가 보관되어 있으니까.”

데이른 공작은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돈이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사람이니까.

‘역시 공작의 힘은 대단하군.’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대답에 속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 상자 중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서약서가 없어도 비밀을 말할 생각이었지만… 해주신다고 하니 일단 감사하겠습니다.”

“태도를 바꾸는 태도가 거의 대상인 급이구만.”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능글맞기도 대상인 급이군.”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대답에 픽 웃었다. 그리고 서약서로 시선을 돌리고는.

“데이른 공작은 맹세한다. 이번 계약을 통해 얻은 정보를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

에탄의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에탄은 맹세한다. 이번 계약에서 제공하는 정보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게 하겠다.”

그 말을 들은 에탄 또한 서약서에다가 맹세를 거는 순간.

-우웅!

허공에 떠 있는 마법진이 회전하면서 반으로 갈라졌다. 이어서 에탄과 데이른 공작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비밀을 말할때가 왔군.”

데이른 공작이 그걸 확인하고는 에탄을 향해 씩 웃었다.

“일단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에탄이 그런 데이른 공작의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터억!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아서왕의 갑옷을 들고나오고는.

“여기에 아서왕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데이른 공작에게 녀석의 비밀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

데이른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벙찐 표정을 지었다.

* * *

“데이른 공작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함!”

아린이와 뇽뇽이가 데이른 공작을 향해 해맑게 인사했다.

“나도 잘 부탁한다.”

데이른 공작이 두 어린이의 해맑은 인사에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아린이와 뇽뇽이를 빤히 쳐다보고는.

‘텔레포트 사용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두 아이를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라…. 누가 봐도 내 손해인 거래구만.’

조금 전 식당에서 했던 에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다른 이들이 보면 데이른 공작을 바보라고 여겼을 정도로 불공평한 거래였다.

“어렵게 얻은 기회니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겠다.”

하지만 데이른 공작은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름 이득을 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재능 있는 자들을 성장시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따분한 인생을 사는 와중에 재밌는 일을 만들어 낸 거니 말이다.

“그런데 너희는 정말 이걸로 괜찮은 것이냐?”

“왜요?”

“계약서에 원하는 걸 적으라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설탕 사탕 한 박스만 요구해서 말이다.”

데이른 공작의 말에 아린이와 뇽뇽이가 그의 물음에 픽 웃었다.

그 후 어깨를 당당하게 펴면서.

“저희는 설탕 사탕만 있으면 돼요! 나머지 필요한 물건은 아빠가 구해주시거든요!”

“맞음!”

설탕 사탕을 제외하고는 요구할 게 없다고 단언했다.

“호오….”

데이른 공작이 돌아오는 대답에 혀를 내둘렀다.

8살이면 아직 무언가를 요구하는 거에 자제력이 없을 때다. 원래 어린 아이들은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얻어내야 한다는 욕망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저 아이들에게 그런 감정은 한 줌도 보이지 않는군.’

그런데 아린이와 뇽뇽이는 욕심이 없었다. 데이른 공작에게 충분히 요구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말이다.

“하지만 원하는 건 있어요.”

“음?”

“더 강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아빠를 제가 지켜 줄 거예요.”

“호오.”

아린이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눈을 크게 떴다. 저 나이에 강해지고 싶다는 말을 저렇게 하는 아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이 아닌 남을 지키는 게 목적이니.

“…좋다. 그 바람만큼은 내가 꼭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데이른 공작의 마음이 불타오르는 게 당연했다.

“좋아요!”

“마음에 들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데이른 공작의 선언에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함박웃음을 짓다가.

“그러면 첫 번째 수업은 뭔가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데이른 공작이 자기들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지 모른다는 거였다.

쿠웅!

데이른 공작이 그 말을 듣고는 대검을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향해서.

“지금 바닥에 꽂혀 있는 이 대검을 뺏어가기. 그게 너희들이 오늘 해야 하는 과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시간은 무제한이다. 너희들이 포기하겠다고 말할 때까지 같이 어울려주마.”

다만. 데이른 공작이 한가지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그 약속 정말로 지켜주셔야 할 거예요.”

아린이와 뇽뇽이의 체력은 평범한 아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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