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08화 (108/200)

제108화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헨은 에탄을 이길 수 없었다.

“끄으윽….”

그 대신 여러 가지를 얻어갔다.

다만. 그 중에는 모헨이 원하지 않았던 요소도 존재했다.

“팔이… 팔이.”

모헨이 팔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일정 부근에 도달하자 팔이 뚝 하고 멈춰버렸다.

에탄과 대련을 하면서 팔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터벅. 터벅.

“괜찮아. 가벼운 타박상이니까 하룻밤만 지나면 멀쩡해질 거야.”

에탄이 바닥에 쓰러진 모헨을 향해 다가갔다.

쓰윽.

“어억!”

그리고 벌벌 떠는 모헨의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쭈우욱!

어깨에서 팔을 빼내듯이 쭉 뽑아냈다.

“끄아악!”

에탄의 과격한 조치(?)에 모헨이 비명을 내질렀다.

“우아… 아프겠다.”

“아플 거임.”

아린이와 뇽뇽이가 그 모습을 보고는 두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에탄을 만류하지는 않았다.

저래야 나중에 몸이 성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잔인하군.”

“역시 막내 도련님이야.”

“나는 저렇게 되지 않게 조심해야겠어….”

반면. 기진맥진해 있던 3기사들은 빠르게 몸을 챙겼다. 자신들도 바닥에 계속 드러누워 있으면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끄으으… 도… 도와줘!”

모헨이 그런 3기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도와달라는 간절한 눈빛이 담겨 있었다.

“크흠.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배가 고프구만.”

“오늘 저녁 메뉴가 뭐더라?”

하지만 그 누구도 에탄을 향해 멈추라고 하지 못했다. 오히려 빠르게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이. 이 배신자들!”

모헨이 실망에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모헨의 말을 귀담아듣는 이는 없었다.

“아린아. 뇽뇽아. 와서 모헨 아저씨 팔다리 좀 잡아줘.”

그때. 에탄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불렀다.

“네!”

“알겠음!”

그러자 모헨이 고통받는 모습을 구경하던 아린이와 뇽뇽이가 모헨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척! 처억!

그 후 아린이가 양팔을 뇽뇽이가 다리를 붙잡았다.

“도. 도련님?”

“몸통이 많이 뭉쳤네. 이걸 내 손으로 풀어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그렇게 모헨이 완벽히 구속되자.

-우우웅…

에탄이 달빛의 힘을 자신의 오른손에다가 집중시켰다.

터억!

그리고 모헨의 가슴팍에 오른손을 대는 순간.

“어얽. 어어억!”

다시 한번 모헨의 비명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정원에서 일을 하던 세바스찬의 귀에까지 들린 건 덤이었다.

* * *

에탄은 모헨과 대련을 끝내고 1급 기사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후우….”

그리고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기서 살다시피 생활했다.

‘새로운 힘을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린이가 각성을 하면서 생긴 눈의 힘.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린아. 다시 한번 붙어보자.”

“네!”

그리고 아린이는 이런 에탄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었다.

눈의 힘을 다루는 방면에서는 아린이가 에탄보다 몇 수 위였으니까.

‘하지만 깨달음은 직접 얻어야 한다.’

그러나. 에탄은 아린이에게 섬세한 지도를 요구할 수 없었다. 아린이는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한 시기가 없는 사람들의 단점이기도 하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건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아린이는 처음부터 강했으니 말이다.

“먼저 들어 갈게요!”

탁!

그때. 아린이가 가만히 서 있는 에탄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이잉!

동시에 각성을 하면서 얻은 눈의 힘을 뿜어냈다. 그 순간 따뜻한 연무장에 눈보라가 몰아쳤다.

붕!

이어서 에탄의 귀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까앙!

‘춥다!’

그러나 에탄의 몸이 베이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에탄이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아린이의 공격을 막았기 때문이다.

“후우….”

하지만 단순히 막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눈의 힘은 접촉하는 대상의 신체를 얼려 버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까.

-우우웅!

그래서 에탄은 달빛의 힘을 검에다가 있는 힘껏 집어넣었다.

파직! 파지직!

그러자 아린이가 뿜어내는 눈의 힘이 바깥으로 밀려 나갔다.

“이제 이 정도 수준으로는 아빠를 얼릴 수 없겠네요.”

아린이가 그걸 보고 아쉽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럼 더 강하게….”

동시에 더 많은 눈의 힘을 방출하려는 순간.

화르륵!

뒤쪽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

“?”

두 사람이 그걸 깨닫고 연무장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추움!”

뇽뇽이가 몸을 웅크린 채 불덩어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뇽뇽이가 있었지.”

그제서야 에탄은 이 자리에 뇽뇽이도 함께 있다는 걸 상기했다.

‘눈의 힘을 얻어서 그런가? 딱히 춥다는 생각이 안 드네.’

그러면서 뇽뇽이가 만든 불을 살펴봤다. 자신의 손보다 더 큰 덩어리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연무장 온도가 내려가 있다는 뜻이리라.

‘나는 더운데?’

하나. 에탄은 뇽뇽이와 다르게 전혀 춥지 않았다. 그저 검을 움직이면서 생기는 온기에 후끈함을 느낄 뿐이었다.

“아린아 춥니?”

혹시. 자신만 그런 걸까 싶어 아린이에게도 물어봤지만.

“아니요. 오히려 더워요.”

아린이도 에탄과 비슷한 상태였다.

‘역시 눈의 힘을 얻어서 그런 거구나.’

그걸 통해 에탄은 눈의 힘을 얻으면서 추위에 완전히 적응한 거라는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화륵… 화르륵!

그래서 뇽뇽이에게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권유하려는 순간.

“이제 따뜻함!”

뇽뇽이의 머리 위에 여러 개의 불덩어리가 나타났다.

“흐응!”

동시에 뇽뇽이가 콧방귀를 꼈다.

이 험난한 추위를 버티는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내버려 둬도 될 거 같네.”

“그러게요.”

에탄과 아린이가 그걸 보고는 뇽뇽이를 냅두기로 했다. 스스로를 뿌듯해 하는데 굳이 건들 필요는 없으니까.

“이번에는 아빠가 먼저 간다.”

“좋아요!”

그래서 멈췄던 대련을 이어 나가려는 순간.

끼이익.

이번에는 연무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

“도. 도련님.”

그리고 세바스찬의 목소리가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

에탄이 세바스찬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그 후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세바스찬의 얼굴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라는 물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데이른 공작님이….”

그래서 뭔 일이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세바스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설마.’

그 순간 에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약속이 떠올랐다.

‘감히.’ 백작가의 막내 아들인 자신이 데이른 공작에게 한판 붙고 싶다고 했던 그때의 모습을 말이다.

“지금 여기로 오셨습니다.”

그래도 에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했지만.

“…….”

이어지는 세바스찬의 말에 에탄은 입을 멍하니 벌리고 말았다.

“에타아아안! 내가 왔다아아!”

동시에 합이라도 맞춘 듯.

데이른 공작의 우렁찬 고함이 칼라사르 가문에 울려 퍼졌다.

“하.”

그 순간 에탄은 깨달았다.

‘대련을 좀 더 뒤로 미루자고 하면… 죽겠지?’

데이른 공작은 자신이 여기서 도망치면 대륙 끝까지 쫓아올 사람이라는걸.

* * *

데이른 공작이 칼라사르 가문에 방문했다. 하지만 그 소식은 북부 전체에 퍼지지 못했다.

“혼자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그래!”

데이른 공작이 그 누구도 대등하지 않고 칼라사르 가문으로 찾아왔으니까.

“오는 길에 마을도 몇 번 들렸네. 다들 인심이 후하더군.”

데이른 공작의 말에 지오반이 침을 삼켰다.

‘숨이 막히는군.’

그리고 속으로 침을 삼켰다.

자신보다 2배는 큰 체구를 가진 사내가 눈앞에 떡하니 앉아 있으니.

제아무리 지오반이라고 해도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사내는 ‘공작’이라는 작위까지 가졌다.

그러니 지오반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당연했다.

“흐음. 그나저나 가주실이 조금 작구만.”

하지만 데이른 공작은 지오반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소풍을 나온 사람처럼 가주실을 둘러보고는.

“이렇게 좁은 곳에서 업무를 보면 답답하지 않은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 같은 체구가 앉아서 일을 하기에는 힘든 구조기 때문이다.

“저는 익숙해서 괜찮습니다.”

지오반이 데이른 공작의 말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답했다.

차마 ‘네 녀석이 큰 거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데이른 공작과 대련을 하는 게 에탄이 아니라 본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자식은 언제 오는 거야…!’

그러면서 속으로는 에탄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에탄이 보고 싶은 적이 없을 정도로 간절히 바랐다.

타타타탁!

그때. 누군가 복도를 헐레벌떡 달려오는 소리가 가주실에 울려 퍼졌다.

탁!

그러다가 가주실 앞에서 소리가 뚝 끊기고는.

“아버지. 에탄입니다.”

지오반이 그토록 기다렸던 에탄의 목소리가 문을 통해 들려왔다.

“들어 와라.”

지오반이 그 말을 듣고는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마음 같으면 벌떡 일어나서 에탄의 멱살을 잡고 싶지만 그러지 않았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지금은 데이른 공작이 함께 하고 있으니까.

끼익.

에탄이 지오반의 대답에 가주실 문을 조심히 열었다. 거침없이 문을 열어 제끼던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공손한 자세였다.

“공작님도 같이 계셨군요.”

그렇게 두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고는.

“데이른 공작님께도 인사드립니다.”

데이른 에게도 다시 한번 예를 갖춰서 인사했다.

“인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구나. 가정 교육을 아주 잘 받았어!”

데이른 공작이 그걸 보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에탄은 그의 칭찬을 달가워하지 못했다.

‘내 과거사를 알게 되신다면 기절하시겠군.’

자신이 얼마나 개차반 인생을 살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찌릿.

“…….”

쓱.

그래서 자신을 째려보는 지오반의 시선을 이 악물고 외면하면서.

“갑자기 저희 가문에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데이른 공작에게 질문을 날렸다.

당연히 무슨 볼일로 온 건지 알고 있지만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 물어본 거였다.

“나랑 했던 약속을 잊어 먹은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데이른 공작님과 대련하기. 그게 제가 공작님에게 부탁했던 청이었죠.”

“맞다!”

데이른 공작이 에탄의 대답에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까지 연락을 하지 않았지?”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뒷말을 이었다.

“설마 내가 대련을 안 해줄 거라고 어림짐작 한 건가?”

“절대 아닙니다.”

“그러면?”

“아직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흐음?”

에탄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후 에탄을 빤히 쳐다보고는.

“그 말은 조금 이해가 안 가는군. 애당초 자네는 날 이길 수 없을 텐데.”

납득이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애당초 대련도 공작님을 이기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아닙니다.”

에탄이 데이른 공작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이번 대련에서 데이른 공작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공작이 바닥에 내려놓은 무지막지한 대검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패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호오?”

“그렇지 않습니까? 대련을 하면 이기려는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에탄의 말에 데이른 공작이 두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계속 말해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저도 어떻게든 데이른 공작님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습니다. 그걸 준비하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고요.”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대답에.

“…흐음!”

짝짝짝!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음과 동시에 박수를 쳤다. 자칫하면 공작을 모욕한 죄로 잡혀 갈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아주 훌륭하군!”

데이른 공작은 전혀 불쾌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탄의 대답에 기분이 한껏 풀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그 준비가 다 끝났나?”

“예.”

“아주 좋군!”

그리고 이어지는 답에 두눈을 크게 뜨고는.

“당장 연무장으로 가자! 몸이 근질거려서 참지 못하겠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지오반의 집무실을 획 빠져나갔다.

“…….”

에탄이 그런 데이른 공작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에탄.”

그러다가 이내 발걸음을 움직이려는 순간. 지오반의 싸늘한 목소리가 에탄의 몸을 붙잡았다.

“나중에 보자.”

그리고 이어지는 지오반의 말에.

‘산 넘어 산이군.’

에탄은 다시 한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