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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06화 (106/200)

제106화

당연한 이야기지만.

에탄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스텐을 창문에서 뛰어내리게 할 생각이 없었다.

-우우웅.

“이게 뇽뇽이님의 마법….”

스텐을 방에서 빼내는 방법은 간단했다. 에탄이 스텐의 방에 들어왔을때처럼.

뇽뇽이의 마법을 이용해서 그녀를 탈출시켰다.

“정말 놀랍네요.”

탁.

스텐이 바닥에 가뿐히 착지했다.

그 후 자신을 향해 공중 부양 마법을 부여한 뇽뇽이를 경외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쳐다봤다.

“흐응!”

뇽뇽이가 스텐의 시선을 느끼고 어깨를 으쓱였다. 딱 봐도 자신을 대단히 여기는 게 보였기에.

“별거 아님!”

기분이 좋아지는 게 맞았다.

“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반면 스텐은 아까보다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한 마법사들도 고도의 집중을 해야 하는 마법 중 하나가 공중 부양이다.

“이걸 한 번에 여러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는 마법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텐데.”

한데. 이걸 별거 아니라고 하니.

스텐의 눈이 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뇽뇽이 많이 똑똑해.”

에탄이 놀라는 스텐을 보고 픽 웃었다. 그 후 뇽뇽이를 치켜 세웠다.

진짜 자식은 아니지만, 저렇게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 거였다.

“아린이도 마찬가지예요.”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린이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에탄이 자신을 빼고 뇽뇽이만 칭찬을 하는 것에 기분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럼! 아린이도 똑똑하지. 게다가 검도 잘 다루잖아. 이제는 아빠가 긴장해야 할 수준이야.”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아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진심 어린 칭찬을 해줬다.

딱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급하게 지어낸 건 아니었다.

실제로도 아린이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으니까.

“흠!”

아린이가 에탄의 칭찬에 콧방귀를 꼈다. 스텐이 그걸 멍하니 바라봤다. 실력만 보면 어지간한 자들도 압살할 수 있는 이들이.

에탄에게는 어린아이 그 자체인 게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저랬던 때가 있었는데.’

하지만 돌이켜보면 스텐도 그랬었다. 남들 앞에서는 의젓한 검술 천재처럼 행동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에게 어리광을 부렸었으니. 아린이와 뇽뇽이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이제 슬슬 산맥 밑으로 내려가자.”

그렇게 아린이와 뇽뇽이를 한 번씩 칭찬한 뒤. 에탄은 다시 원래의 주제로 이야기를 끌고 왔다.

“…이 몸으로는 빠르게 움직일 수 없어요.”

스텐이 그 말을 듣고는 침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직 몸이 성하지 않으니, 예전처럼 속도를 내는 건 불가능했다.

쓰윽.

“마셔.”

“?”

“회복 포션이야.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움직이는데 무리는 없을 거야.”

하지만 포션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 지니라.

“이렇게 귀한 걸 저한테 주신다고요?”

“사람 목숨이 포션보다는 중요하지.”

“아무리 그래도….”

“잔말 말고 마시기나 해. 시간 없어.”

에탄이 우물쭈물하는 스텐을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 스텐이 그 모습을 보고는 침을 삼켰다.

꿀꺽!

그리고 에탄이 자신에게 준 포션을 들이키는 순간.

파아앗.

“와아….”

스텐의 몸이 빠르게 회복됐다.

그 사실을 깨달은 스텐이 팔다리를 거침없이 움직였다.

스르륵.

“이건 이제 필요 없겠네요.”

그리고 손과 다리에 묶여 있는 붕대를 풀었다.

“더 필요하면 말해. 아직 네 병 남아 있거든.”

“…이런 게 네 병이 있다고요?”

“어. 좀 유능한 연금술사랑 친하거든.”

에탄이 스텐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정확히 말하면 친하다기보다는 비즈니스 관계로 묶여있다고 하는 게 맞으리라. 헤와른이 에탄한테 얻고 있는 수입이 상당하니까.

“그리고 이건 산맥을 빠져나갈 때 쓰고 가.”

에탄이 포션에 이어 또 다른 물건을 꺼냈다. 얼굴과 몸을 가릴 수 있는 널찍한 후드였다.

“후드 안에다가 골드도 적절히 넣어났어. 두 달 정도 바깥에서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가문으로 돌아가는 건….”

“당분간은 포기해야지. 교단에서 너를 이 악물고 찾을 테니까.”

에탄의 대답에 스텐이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한참 지나야 한다는 걸 말이다.

“대신. 우리 가문으로 연락을 주면 접선은 할 수 있게 해 줄게. 물론 이것도 한 달 정도 지나야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감사합니다.”

에탄이 그런 스텐을 향해 작은 호의를 베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스텐이 그 말을 듣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였다.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눈에서 눈물이 일렁거렸다.

“…….”

하지만 그걸 보여주기 싫기에 스텐은 얼굴을 아래로 푹 숙인 상태를 유지했다.

“그래. 잘 내려가고 우리도 이만 돌아가 볼게.”

에탄은 그걸 알기에 스텐에게 얼굴을 들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아린아. 뇽뇽아. 가자.”

“네.”

“알겠음.”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그녀로부터 발걸음을 돌렸다.

“흑….”

그렇게 혼자가 된 스텐은 눈물을 한두 방울 흘렸다. 그 후 두 손으로 눈가를 비비고는.

타탁!

산맥을 빠져나가기 위해 아래쪽으로 발을 내달렸다.

* * *

스텐이 산맥에서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에탄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베이덴트의 집에서 먹고 자면서 생활했다.

오히려 이때 산맥을 빠져나가면 교단이 자신을 의심할 게 뻔하니까.

그래서 산맥을 아침 점심으로 등산하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히이잉!

이 주째가 되던 날. 눈으로 덮여버린 백색 산맥을 마침내 빠져나오게 됐다.

덜커덩!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말이다.

“아린아. 중간에 조종하다가 힘들면 말해줘. 아빠가 대신해줄게.”

참고로 마부석에는 아린이가 앉아 있었다. 저번처럼 말들과 함께 달리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네!”

아린이가 에탄의 대답에 해맑게 답했다. 그 후 마부석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정말 이 마차를 저희가 가져가도 될까요? 아무리 베이덴프 아저씨가 공짜로 주신 거라고 하지만….”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뒷말을 붙였다. 지금 아린이와 이들이 타고 있는 마차는 원래 베이덴프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괜찮아.”

하지만 에탄은 거기에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다.

“이 마차가 자이언트 멧돼지 값 대신 받는 거잖아. 우리는 합당한 물건을 줬으니까 너무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베이덴프에게 마차를 받은 대신.

자이언트 멧돼지 값을 치르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거래 아님.”

그때. 마차 안에서 멍을 때리던 뇽뇽이가 얼굴을 마부석 쪽으로 빼꼼 내밀었다.

“베이덴프 아저씨. 더 많이 뜯겼다고 뒤에서 말했음.”

“진짜?”

“마지막에는 사악한 놈이라 했음.”

그리고 베이덴프가 뒤에서 한 발언들을 에탄에게 알려줬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에탄이 뇽뇽이에 의도하지 않은 고자질(?)에 입꼬리를 올렸다.

“뇽뇽아 고마워. 덕분에 다음에 베이덴프 씨를 만났을 때 뜯어낼 만한 명분이 생겼어.”

그러면서 뇽뇽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흐응!”

뇽뇽이가 에탄의 칭찬에 콧방귀를 꼈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도 누군가 뒤에서 말을 한다면 에탄에게 그대로 전해주기로 말이다.

.

.

.

그리고 오두막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고 있던 베이덴프는…

‘뭐지. 이 한기는?’

갑자기 영문 모를 추위를 느끼면서 몸을 떨었다.

* * *

나무가 가득 자리를 잡은 울창한 숲.

… 쿠쿠쿠쿵.

이곳에 지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큰 흔들림이 울려 퍼졌다.

푸더덕!

그리고 나무에 있던 새들이 하늘을 향해 단체로 날아오르는 순간.

콰앙!

거대한 폭음이 숲을 때렸다.

동시에 두꺼운 나무들이 밑둥만 남긴 채 쓰러졌다.

“흐음!”

데이른 공작이 그 모습을 보고는 흡족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직 죽지 않았군.”

그리고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자신의 힘을 느꼈다.

‘이 나이 먹고 다시 검을 휘두르게 될 줄이야.’

100세. 데이른 공작이 인생을 살아온 세월이다. 노인이라는 말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 나이를 먹었다.

‘이런 노인한테 대련을 하자고 했으니… 똑똑히 보여줘야겠지.’

그리고 에탄은 이런 데이른 공작에게 한판(?) 붙자고 말했다.

“괘씸하군.”

데이른 공작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탄이 나이가 든 자신을 만만하게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에탄은 정반대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상태지만.

적어도 데이른 공작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때 보여주던 눈빛에서 어떻게든 이겨 먹어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데이른 공작은 아직 연회 때의 일을 잊지 못했다.

그날 에탄이 보여준 검술 실력은 물론이고.

‘아린이라 했었나?’

에탄의 딸인 아린이의 대련까지 말이다.

‘그 아이한테도 좋은 가르침을 줘야겠지.’

에탄에게도 아린이에게도 욕심이 났다. 그래서 데이른 공작은 이번 일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니.

“오랜만에 인생이 재밌어지겠구만.”

데이른 공작의 마음이 불타는 게 당연했다. 에탄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말이다.

“그나저나… 언제 부르는 거지?”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었다. 연회가 끝난 지 한 달 가까이가 지났는데도 에탄에게 소식이 없다는 거였다.

“흐음.”

데이른 공작이 그 사실을 상기하고는 턱을 쓸어 만졌다. 공작으로써는 상당히 오랜 시간 기다려 준거였다.

짧은 그의 인내심에 한계치에 도달했을 정도니까.

“아무래도.”

그래서 데이른 공작은.

“내가 먼저 가줘야겠군!”

에탄이 들으면 기겁할만한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에탄에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만, 그건 데이른 공작에게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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