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콰아앙!
거대한 폭음이 번개 산맥에 울려 퍼졌다.
“뇽뇽아! 가둬!”
그리고 에탄이 뇽뇽이를 불렀다.
“알겠음!”
뇽뇽이가 에탄의 외침에 간결하게 답했다.
-우우웅!
이어서 몸 안에 있는 마나를 바깥으로 방출하고는.
웅!
두꺼운 막을 만들어 냈다.
다만. 그건 마족에게 조종당하는 스텐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쿠웅!
오히려 던전 바깥으로 나온 녀석을 가두기 위한 용도였다.
[그르릉….]
반투명한 막이 순식간에 스텐을 집어삼켰다.
콰앙!
놈 또한 그걸 깨닫고는 막을 부수기 위해 가시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하나. 아린이의 무지막지한 마나 덕분에 방어막이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후우….”
에탄이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숨을 내쉬었다.
‘녀석이 밑으로 내려가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스텐은 지금 정체불명의 마족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에탄은 번개 산맥에서 놈을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하지만 그걸로만 해결이 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스텐을 죽여야 하나?’
본질적인 문제는 스텐에게 있으니 에탄은 놈을 어찌 처리할지도 고민해야 했다.
“아빠. 저는 스텐을 구하고 싶어요.”
그때. 아린이가 에탄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텐도 지금 괴로워하고 있어요. 제발 자기를 도와달라고 애절하게 비는 소리가 들려요.”
그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침을 삼켰다. 아린이가 저렇게까지 호소를 할 줄은 몰랐다.
‘이러면 스텐을 제압한다는 선택지밖에 없군.’
그래서 스텐을 죽이겠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알았어. 아빠가 스텐을 구해 줄게.”
아린이가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
[크르르릉!]
쿠우웅!
“으으윽… 한계임!”
그렇게 결심을 하는 순간.
다시 한번 스텐이 뇽뇽이의 방어막을 있는 힘껏 공격했다.
쩌적!
그러자 뇽뇽이의 방어막에 금이 갔다.
“뇽뇽아. 방어막 없애도 괜찮아.”
에탄이 그걸 보고는 뇽뇽이에게 방어막을 해재하라 했다. 녀석의 힘이라면 뇽뇽이의 마법을 충분히 파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놈을 제압하려면 내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스텐의 육체를 조종하는 고양이 마족. 놈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방어막은 없어져야 했다.
“아린아. 스텐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뇽뇽이랑 주위를 지키고 있어. 녀석은 아빠가 상대할게.”
“하지만….”
“이런 위험한 일은 원래 어른이 해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아빠 말 들어.”
에탄의 말에 아린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어요.”
하지만 그 이상 때를 쓰지는 않았다. 이미 스텐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에탄에게 부탁했으니까.
“방어막 사라짐!”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는 순간, 뇽뇽이가 겨우 유지하고 있던 방어막을 해제했다.
털썩.
동시에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스텐의 피해를 감당하면서 몸에 무리가 온 거였다.
“뇽뇽아. 고생했어.”
에탄이 그런 뇽뇽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
그리고 스텐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는.
파앙!
놈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 * *
에탄은 전생 때도 고양이 마족을 상대해 봤다.
‘그림자 속에서 가시를 뽑아내는 녀석은 그놈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를 아직도 잊지 못했다.
놈에 의해서 죽어 가던 다른 이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처리해야 해.’
수많은 기사와 마법사들이 녀석을 잡기 위해 죽었다.
원인은 간단했다.
녀석의 질긴 목숨을 끊어 버릴 방법을 처음에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베어야 한다.’
하지만 치열한 전투 끝에 놈의 약점을 알게 됐다. 바닥에 비치는 그림자에 타격을 주는 거였다.
-우우웅!
그래서 에탄은 달빛의 힘을 검에다 있는 힘껏 집중시켰다.
[야오옹!]
우두두둑!
동시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가시들을 회피하기 위해.
‘일단 작은 상처부터 낸다!’
훙!
몸을 공중으로 있는 힘껏 띄웠다.
“이거나 먹어라!”
그리고 녀석이 조종하는 스텐이 아닌, 빛을 통해 보이는 그림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앙!
그러자 거대한 굉음이 산맥에 울려 퍼지고.
[끼에에엑!]
녀석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약점은 그대로다.’
에탄이 그걸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림자가 상처를 입는다는 건, 전생 때처럼 녀석을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으니.
‘이길 수 있어.’
에탄은 자신이 전투에서 승리할 거라고 확신했다.
탁!
그런 판단을 하면서 에탄이 땅으로 착지했다.
[께오오오옭….]
그리고 자기를 잔뜩 경계하는 스텐.
아니. 정확히는 스텐을 조종하는 고양이 마족과 눈을 마주치고는.
‘한 번 더 들어간다.’
다시 한번 검에다가 달빛의 힘을 집중시켰다.
타탁… 탁!
동시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놈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위. 위험함!”
뒤쪽에서 뇽뇽이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파아아앗!
동시에 스텐의 몸에서 검은색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무슨?’
에탄이 그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놈을 상대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거리를 벌려야-’
그래서 아린이와 뇽뇽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웅!
검은색 막이 에탄의 앞을 가로막았다. 에탄이 그걸 깨닫고는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가둬졌다?’
먹구름이 가득하고 번개가 내리치던 하늘대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색 막이 자리를 잡았다.
[그르릉.]
그런 상황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에탄이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암흑 속에서 도 빛나는 놈의 노란색 눈을 노려보면서.
-우웅.
달빛의 힘을 다시 한번 검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전처럼 승기를 잡은 표정은 짓지 않았다.
에탄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불리한 위치에 있는 건 자신이라고.
‘지금 상황에서 놈을 막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러나 물러설 방법도 수단도 생각도 없었다. 지금 여기서 놈을 잡지 못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테니까.
타악!
그래서 다시 한번 녀석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네가 그놈이구나.]
스텐의 입에서 한 남자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마계 대공 중 한 명인 포레스튼의 목소리였다.
“!”
에탄이 그걸 깨닫고 당황했다.
전생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대-”
때문에. 녀석의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미안하지만. 이제 애들 놀이는 끝이다.]
포레스튼이 덤덤한 목소리로 뒷말을 붙였다.
우득… 드드드득!
그리고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거대한 가시 하나가 땅에서 나타나고는.
콰직!
“커… 헉!”
에탄의 오른팔을 무참히 꿰뚫어 버렸다.
으득!
그 순간 에탄이 이를 꽉 깨물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웅….
그런 판단을 하면서 검을 왼팔로 다시 쥐어 잡았다. 그리고 스텐이 아닌 뒤쪽에 있는 방어막으로 몸을 틀고는.
‘제발!’
부웅!
모든 힘을 다해서 검을 휘둘렀다.
콰앙!
그러자 커다란 굉음이 방어막 내부에 울려 퍼졌다.
쩌적!
이어서 방어막에 금이 가고는.
후두둑!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아빠?”
에탄이 방어막에 생긴 구멍을 통해 아린이와 눈을 마주쳤다. 토끼처럼 동그래진 아린이의 얼굴.
“아린아. 도망쳐….”
그걸 보면서 에탄이 쥐어짜듯 뒷말을 붙였다.
털썩.
그리고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쓸모없는 짓을 하는군.]
포레스튼이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원래 계획은 에탄만 죽이고 강림을 해제하는 거였다.
빙의를 오래 할수록 힘의 소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파리가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난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
그러나 아직 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도망칠 기회를 주겠다.]
저 눈앞에 있는 어린아이가.
자신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맞는 판단이기도 했다.
아린이의 힘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상태니까.
[하지만 잡히면 죽는다.]
그래서 포레스튼은 아린이를 통해 사냥 놀이를 하려고 했다.
공포에 떨면서 도망치는 사슴을 갖고 노는 사냥꾼처럼 말이다.
“….”
아린이가 그런 포레스튼을 빤히 바라봤다.
[?]
그 순간 포레스튼은 눈썹을 찡그렸다. 아린이의 얼굴에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슬픔. 분노. 공포. 그 무엇도 나타나지 않았다.
“….”
그저 아무 말 없이 포레스튼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호오. 네 녀석.]
포레스튼이 그런 아린이를 유심히 관찰했다.
[재밌는 아이구나.]
그리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하던 그의 눈에 빛이 일렁거릴 정도였다.
[설마 인간이 아닐 줄이야.]
포레스튼이 탐욕에 가득한 눈빛으로 아린이를 쳐다봤다. 저 독특한 존재를 자신의 수하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그의 마음속에서 올라왔다.
[생각이 바뀌었다. 네 녀석은 나와 함께 간다.]
그래서 아린이를 죽이지 않고 살리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손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재밌는 존재였으니까.
쓰윽.
포레스튼이 그런 결심을 내리고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딱!
그리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고는.
자신과 에탄을 둘러싸고 있던 막을 해제했다.
[순수히 따라온다면 이놈의 목숨은 처리하지 않겠다. 아직 숨은 붙어 있으니 치료한다면 살 수 있다.]
툭. 툭.
이어서 바닥에 쓰러진 에탄을 발로 건드렸다. 아린이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거였다.
지금 여기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에탄은 죽을 거라고 말이다.
움찔.
그 말과 놈의 행동에 아린이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포레스튼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아빠를.”
아무런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목소리로.
“건드리지 마.”
놈에게 경고했다.
[하-]
그 말에 포레스튼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안 되겠군.]
그리고 누가 우위에 있는지 똑똑히 각인시켜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우드득!
구멍에 꿰뚫린 에탄의 오른팔을 짓밟는 순간.
콰앙!
아린이가 두 발을 박차면서 포레스튼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포레스튼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서걱!
놈의 오른쪽 팔을 순식간에 베어 버렸다.
[어떻게… 내 육체를?]
포레스튼이 잘려 나간 팔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빙의를 당한 스텐의 팔은 멀쩡했다.
하지만 강림한 포레스튼의 팔이 실제로 잘려 나갔다.
마계에 있는 그의 육체가 말이다.
[말도 안 돼는-]
그래서 미간을 찌푸리려는 순간.
“입 다물어.”
아린이가 녀석의 말을 끊어 냈다.
그리고 싸늘한 눈동자로 녀석을 쳐다보면서.
“넌 여기서 죽는다.”
놈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