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98화 (98/200)

제98화

산맥에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녀석들을 잡는 탐험가들도 제법 많다.

험난한 산맥에서만 사는 녀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자이언트 멧돼지를 잡으려고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어느 정도 규칙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살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하는 생존 수칙이었다.

“드워프 협회에서는 생존 수칙도 안 알려 줍니까?”

그래서 에탄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베이덴프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단독으로 자이언트 멧돼지를 잡으려 했는지 말이다.

“알려 주지. 그리고 거기에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적어도 다섯 명 이상의 동료들을 데리고 가라고 적혀 있소.”

“그런데 왜-”

“하지만 다섯 명이서 잡으면 내 몫이 5분의 1로 줄어들지 않소? 난 굳이 그런 손해를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 도전했지.”

그리고 이어지는 베이덴프의 대답에.

“….”

에탄은 입을 꼭 다물었다.

굳이 저 주장에 반박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안 들어 먹을 게 뻔히 보였으니까.

“그랬다가 죽으면 아무것도 소용 없는 거 아니에요?”

“바보 같음.”

이런 에탄의 마음을 느낀 걸까.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린이와 뇽뇽이가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흥!”

베이덴프가 그 말을 듣고는 콧방귀를 꼈다.

“안 죽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두 사람의 물음에 답했다.

“….”

“….”

그 순간 아린이와 뇽뇽이도 깨달았다.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이 드워프 아저씨의 정신이 살짝 이상(?)하다는걸.

“어허. 날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게. 원래 계획대로라면 잡을 수 있었다고. 단지 녀석이 내 예상보다 ‘조금 더’ 강했을 뿐이요.”

싸늘한 세 사람의 눈빛에 베이덴프가 다급히 뒷말을 붙였다.

그 후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래서 그런데… 나랑 거래 하나 하지 않겠소?”

뜻밖의 말을 꺼냈다.

“거래요?”

에탄이 베이덴프의 말에 두 눈을 꿈뻑였다. 그러면서 계속 말해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내가 잡으려다가 실패한 자이언트 멧돼지를 같이 잡아 주게. 그러면 5분의 2를 자네들 몫으로 때 주겠소.”

“흐음….”

에탄이 베이덴프의 제안에 턱을 쓸어 만졌다.

“5분의 4.”

“?”

“5분의 2는 너무 적습니다. 그러니까 5분의 4로 하죠.”

그리고 자신들이 가져가는 비율을 높였다.

“그게 무슨-”

“안 그러면 여기저기에 자이언트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소식을 퍼트리겠습니다. 산맥을 오르는 다른 탐험가들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죠.”

“….”

에탄의 말에 베이덴프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저런 식으로 협박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희가 구해 주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목숨 한 번 얻었다 각하시죠.”

하지만 에탄은 베이덴프의 경멸 어린 눈빛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그에게 요구했다.

비율을 올려 달라고.

안 그러면 정보를 사방팔방에 뿌려 버리겠다고 말이다.

“크윽….”

베이덴프가 그런 에탄의 태도를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서 분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좋소. 5분의 4를 그대들의 몫으로 때주겠소.”

에탄의 거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습니다.”

베이덴프의 대답에 에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안내-”

“일단 계약서부터 작성하시죠.”“?”

그리고 발걸음을 떼려는 베이덴프를 향해.

쓰윽.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계약서]라는 단어가 맨 위에 적혀 있는 녀석이었다.

“팬도 준비했습니다.”

베이덴프가 종이와 펜을 꺼내는 에탄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저렇게 살아야 성공할 수 있겠군.’

진정한 탐험가가 되기 위해서는 에탄처럼 살아야 한다는 거였다.

* * *

결국. 베이덴프는 에탄이 건네준 계약서에 조항들을 모두 작성했다. 그러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고 에탄이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꾸익… 꾸이익!

“저놈이 내가 잡으려던 자이언트 멧돼지요.”

그리고 자신이 잡으려다가 실패한 자이언트 멧돼지가 있는 곳으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자이언트 중에서도 덩치가 좀 있는 놈이군요.”

에탄이 수풀에서 놈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봤다. 놈은 자이언트 멧돼지 중에서도 제법 큰 편에 속해 있었다.

“저런 놈을 혼자 잡으려고 하셨다니… 정말 간도 크십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베이덴프에게 감탄했다. 저런 놈을 혼자서 잡으려고 시도 한 인물이니까.

“드워프들은 원래 간이 좋네. 그래서 술을 왕창 마셔도 취하지가 않지.”

“…….”

에탄이 베이덴프의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후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눈꺼풀을 올리고는.

“여기 가만히 계세요. 제가 놈을 잡아 오겠습니다.”

혼자서 자이언트 멧돼지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

베이덴프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혼자서?”

“예.”

“혹시 나한테 뭐라 말했는지 기억 안 나시오?”

그러면서 에탄에게 반문했다.

“최소 다섯 명의 인원으로 사냥을 하라고 했죠.”

“그런데-”

“왜 저는 혼자서 잡으려고 하냐고요?”

“…맞소.”

“그건 제가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엉?”

에탄의 말에 베이덴프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 후 뒷말을 이어 할려고 했지만.

바스락!

에탄이 그사이에 수풀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열매를 주워 먹는 놈을 향해.

쓰릉!

검을 빼 들고는.

터벅… 터벅.

녀석을 향해 여유만만한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처음엔 아린이와 뇽뇽이에겐 살생을 하는 모습을 가능한 보여주지 않으려 한 에탄이었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며 아이들도 충분히 강해져 있었다. 언젠가 위험이 찾아올 땐, 먼저 공격해도 된다는 건 계속 인지시켜야 했다.

“….”

베이덴프가 그걸 보고 옆에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니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소.”

저런 객기를 부리다가 죽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빠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강함.”

하나. 아린이와 뇽뇽이는 에탄을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탄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아니….”

베이덴프가 두 사람의 대답에 당황했다. 자이언트 멧돼지는 보통 실력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녀석이다.

‘나라도 말려야겠군.’

그래서 여자하면 자신도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쓰으윽….

허리춤에 있는 도끼를 꺼내는 순간.

-우웅… 우우웅!

“?”

에탄의 검에서 달빛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벌떡!

베이덴프가 그걸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수풀에서 일어났다.

“오러 기사!”

그리고 에탄을 오러 기사라고 착각했다. 그럴 만도 했다. 검에서 빛을 뿜어내는 이들은 보통 오러를 다루는 자들이니까.

씨익.

에탄이 베이덴프의 경악을 듣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뀌익! 뀌이익!

동시에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노려보는 자이언트 멧돼지를 향해.

탁!

땅을 박차면서 달려들었다.

-꾸웨엙!

그 후 녀석의 송곳니 찌르기를 점프로 가볍게 피하고는.

푸욱!

놈의 목덜미에다가 검을 꽂았다.

-꾸욹… 꾹.

그러자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미칠 듯이 날뛰던 놈이.

비틀.

좌우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쿠웅!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세상에… 일격에 죽이다니!’

그걸 본 베이덴프의 입이 쩍 벌어졌다. 보통 자이언트 멧돼지를 죽이기 위해서는 치열한 전투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실언을 했군. 사과하겠소.”

하지만 에탄은 깔끔하게 목을 쳐서 죽였으니. 베이덴프가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는 게 당연했다.

“그럴 수 있죠.”

에탄이 베이덴프의 말에 손을 휘저었다. 그 후 쓰러진 자이언트 멧돼지를 보면서.

“저 녀석 들고 가실 수 있겠습니까? 혼자서는 조금 버거울 거 같은데요.”

녀석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걱정했다.

“그 부분은 걱정 말게. 주변에 있는 다른 드워프들에게 통신구로 도움을 청하면 되니까.”

베이덴프가 에탄의 물음에 품속에서 통신구를 꺼냈다. 드워프 탐험가들끼리 연락을 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다행이군요. 저희가 옮겨 드려야 하나 싶었는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만약 그랬다면 비율을 더 받을 생각이었나?”

“당연하죠. 계약 외 노동이니까요.”

“….”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대답에.

‘이자와는 아무 생각 없이 거래하면 큰일 나겠군.’베이덴프는 자신의 힘으로는 에탄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 * *

그렇게 자이언트 멧돼지를 잡은 뒤.

에탄은 번개 산맥을 향한 여정을 다시 이어 나갔다.

-우르릉….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번개가 몰아치는 번개 산맥 입구에 도달하게 됐다.

“아빠. 번개가 엄청 많아요.”

“반짝반짝함.”

아린이와 뇽뇽이가 쉴새 없이 몰아치는 번개들을 쳐다봤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푸른 구름은 온데간데 보이지도 않았다.

대신 그 자리를 먹구름과 번개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부터는 자신들의 영역이라는 듯이 말이다.

“저기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린이는 살짝 걱정됐다.

저 번개가 자신들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면 무사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 하지 마. 이럴 줄 알고 준비한 게 있잖아.”

에탄 또한 아린이가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

쓰윽.

그래서 자신의 품속에서 작은 돌멩이를 꺼냈다. 데프리안과 헤와른이 힘을 합쳐서 만든.

“이 아티팩트만 잘 가지고 있으면 번개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

번개 저항 아티팩트였다.

“아!”

아린이가 그걸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에탄이 돌멩이를 꺼내고 나서야, 자신들에게 번개 저항 아티팩트가 있다는 걸 떠올린 거였다.

“아빠는 정말 똑똑하네요.”

“뇽뇽이도 똑똑함!”

그래서 에탄에게 감탄하자 옆에 있는 뇽뇽이가 입을 열었다.

“그래. 뇽뇽이도 똑똑하지. 무려 마법 천재잖아.”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뇽뇽이를 칭찬했다.

“흐응!”

그러자 뇽뇽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마법. 할수 있음! 뇽뇽이. 마법 담당!”

그리고 마법은 언제든지 자신에게 맡기라는 뒷말을 붙였다.

“그래. 그래. 마법은 모두 뇽뇽이한테 맡길게.”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뇽뇽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만지고는.

우르릉!

“이제 번개 산맥으로 올라가자. 아빠 뒤에 꼭 붙어서 따라와.”

“네!”

“흐응!”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번개가 몰아치는 번개 산맥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