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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97화 (97/200)

제97화

1호 레인저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누구도 1호를 막을 수 없었다.

‘앞으로는 아무에게나 말고삐를 맡기면 안 되겠어.’

심지어 에탄도 그의 손에서 말고삐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러려고 할 때마다 1호 레인저가 마차를 급격하게 꺾었기 때문이다.

“저 앞이 번개 산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입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무려. 3주가 걸릴 거리를 일주일 만에 도달했으니.

할 말 다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쉽군요. 산맥도 마차로 갈 수 있다면 제가 좀 더 마부 역할을 할 텐데.”

“아닙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진심으로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1호에게 계속 마차를 맡기고 싶다는 건 아니었다.

이것만큼은 진심이었다.

‘가문으로 돌아가면 더 튼튼한 마차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군.’

칼라사르 가문에서 만든 특수 마차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바퀴도 사라지고 마차도 반으로 갈라졌으리라.

그만큼 1호 레인저는 거침없이 마차를 이끌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끄떡없는 에탄도 고개를 절래절래 하게 할 정도로 말이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1호 레인저가 마부석에서 내려왔다. 그 후 마차에서 내리는 에탄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저도… 좋았습니다.”

에탄이 그 말에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사실 좋지는 않았다. 사람 머리가 어떻게 하면 빠 질수 있을지 깨닫게 된 시간이었으니까.

“만족하셨다니 다행이군요.”

하지만 1호 레인저는 그 사실을 모르니.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때도 제가 마부 역할을 하겠습니다.”

해맑은 목소리로 뒷말을 붙였다.

“예. 알겠습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1호에게 말고삐를 넘기지 않겠다.’

죽는 한이 있어도 말고삐는 자기가 잡겠다고 말이다.

“끄윽!”

“흐어억….”

그 순간 마차 안에서 2호와 3호가 하차했다. 멀미가 가시지 않은 탓에 두 사람 모두 머리를 잡고 있었다.

“짜식들. 그렇게 연약해서 레인저라고 할 수 있겠냐?”

1호 레인저가 그런 2호와 3호를 보고는 혀를 찼다.

“으. 어지럽네요.”“속 안 좋음.”

그리고 비교적 멀쩡하게 마차에서 내리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보고는.

“저기 에탄 도련님의 두 따님도 온전히 서 있다. 반성들 하도록 해라.”

2호와 3호를 나무랐다.

‘재들은 좀 예외 같은데.’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난감해했다. 전설의 검과 드래곤을 사람과 비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명하지 말자.’

하지만 굳이 그 정보들을 말하진 않았다. 그러면 자신만 더 귀찮아질 거 같았으니까.

“아빠. 다음에는 제가 조종할래요.”

“찬성함.”

다만. 아린이와 뇽뇽이라고 해서 1호의 운전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 앞으로는 아린이가 마차 끌어라.”

그건 에탄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아린이의 제안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마차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는 마땅히 보관할만한 마구간이 없는데….”

그때. 1호 레인저가 에탄에게 마차의 처리를 물었다.

“타고 가세요.”

“예?”

“어차피 저희는 산맥을 올라가야 해요. 그러니까 다시 타고 가시죠.”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대답에.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운전을 하겠습니다!”

1호 레인저가 신난 목소리로 답했다.

“?”

“?”

2호와 3호가 그걸 보고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

그제야 에탄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럼 저희는 이만 산맥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수습하지는 않았다.

그건 2호와 3호의 몫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잠. 잠깐!”

“다시 한번 생각을!”

2호와 3호가 자신들을 버리려는 에탄의 행동을 눈치채고 손을 뻗었다.

“자. 가자!”

하지만 1호가 그런 두 사람의 목을 잡고는.

질질질.

다시 마차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조종은 내가 하겠다!”

그리고 이들을 안에 욱여넣고는.

“이랴아아아!”

번개처럼 마부석에 올라타고는 다시 한번 말고삐를 휘둘렀다.

히이잉!

히잉!

그러자 두 마리의 말이 다시 한번 거친 콧방귀를 뿜어내면서.

달달… 다다다다닥!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에탄. 아린이. 뇽뇽이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가자.”

“네.”

“흐응.”

그리고 에탄의 말에 아무일도 없다는 듯 몸을 뒤로 돌렸다. 절대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2호와 3호를 외면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진짜로.

* * *

번개 산맥은 하루도 쉴 틈 없이 번개가 몰아치는 곳이다.

-거기 밧줄 꽉 잡아!

-마법사님! 미리 마법 준비하세요!

-앞에 있는 나무 조심해!

“아빠. 곳곳에 사람들이 있어요.”

“산. 올라가고 있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맥에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모든 산에서 번개가 몰아치는 건 아니니까.

“탐험가들이야.”

때문에. 대륙에는 산만 전문적으로 타는 이들도 있었다. 숨겨져 있는 금이나 물건 같은 걸 발견하면.

그날부로 벼락부자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살아서 돌아간다는 가정에 한해서지만.’

탐험가의 생존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다른 탐험가에 의해서 죽는 경우도 있고.

산에서 모종의 이유로 인해 사망하는 일도 많으니까.

“무시하고 지나가자.”

그래서 에탄은 탐험가들과 최대한 접촉을 피할 생각이었다. 저들과 엮이지 않아도 번개 산맥까지 무사히 갈 자신이 있었으니까.

“네!”

“알겠음.”

에탄의 말에 아린이와 뇽뇽이가 힘차게 답했다. 그 후 등에 메고 있는 짐을 힘껏 들어 올리고는.

탁… 탁!

에탄이 올라가는 길을 거침없이 따라갔다.

* * *

에탄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산을 오른 지 사흘이 지났다.

‘생각보다는 순탄하네.’

그 시간 동안 별일이 있지는 않았다. 에탄이 전생 시절의 경험을 살리면서 산을 올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생 때보다 빠른 거 같기도 하고.’

심지어 이전에 왔을 때보다 좀 더 진척이 빠르기까지 하고 있으니.

‘이 속도라면 일주일이면 도착할 수 있겠어.’

에탄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아빠! 저기 앞에 뭔가가 있어요.”

그때. 뒤에 있던 아린이가 손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음?”

에탄이 그 바위들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이어서 눈가를 가늘게 뜨고 유심히 살펴보다가.

‘…머리카락?’

바위들 사이를 헤집고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머리카락 있음.”

뇽뇽이 또한 그걸 발견하고는 에탄에게 머리카락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게. 머리카락이 있네.”

에탄이 뇽뇽이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사람의 머리카락이었다.

“그냥 지나가자. 누군가를 꼬드기기 위한 함정일 수도 있어.”

하지만 에탄은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 없었다. 원래 이런 산맥에는 저런 ‘미끼’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네!”

“알겠음.”

아린이와 뇽뇽이도 그에 대해서 미리 들었기에. 에탄의 말에 순수히 따르기로 했다.

터벅… 터벅.

그래서 세 사람이 바위지대를 지나쳐 위로 올라가는 순간.

쑤욱!

머리카락이 있던 바위틈에서 손 하나가 쑤욱 올라왔다.

“흐아악!”

“후웅!”

아린이와 뇽뇽이가 그걸 보고는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설마 저 바위 안에서 사람 손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불태워야 함!”

그 때문일까. 뇽뇽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저 손을 태워 버려야 한다고 결심했다.

-우우웅!

그래서 마법진을 발 시키는 순간.

“드… 워프… 살… 려.”

바위 안쪽에서 다 죽어 가는 드워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뇽뇽아 멈춰!”

에탄이 힘없는 드워프의 외침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면서 뇽뇽이의 마법 발동을 제지하려고 했지만.

화르륵!

이미 뇽뇽이의 마법진에서 뜨거운 불덩어리가 나와 버린 상태였다.

콰아앙!

뇽뇽이의 파이어볼이 바위 덩어리에 부딪혔다.

“어억… 끄어어억!”

그리고 드워프의 비명이 산에 울려 퍼졌다.

* * *

다행히 뇽뇽이의 마법에 드워프가 죽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몸이 튼튼하네.’

에탄은 그 이유를 드워프가 가진 종족의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구해줘서 고맙소.”

그리고 드워프 또한 뇽뇽이의 마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에. 어떻게 자신한테 마법을 쓸 수 있냐고 항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를 표했다.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에탄이 드워프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굳이 여기서 진실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니까.

‘행색을 보니까 평범한 드워프는 아닌 거 같은데.’

그런 판단을 내리면서 드워프의 옷차림을 훑어봤다. 그는 산에서 움직이기 편한 경 갑옷에 도끼 한 자루를 차고 있었다.

“탐험가를 안내하는 안내자이십니까?”

에탄은 그걸 통해서 드워프의 직업을 어느 정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맞소.”

에탄의 말에 드워프가 선선히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품속에서 작은 패 하나를 꺼냈다.

[드워프 안내 연합회 일원]

[이름:베이덴프]

[경력:5년차.]

거기에는 안내자라는 신분을 증명하는 글귀. 신상 정보. 문양이 각인되어 있었다.

“이래 보여도 이곳에서만 5년 넘게 안내자 역할을 해왔소.”

“꽤 오래 하셨군요.”

에탄이 베이덴프의 말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 산맥에서 5년이라면 베테랑 취급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보통은 3년도 안 지나서 포기하거나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런데 바위에는 왜 빠지신 거예요?”

“궁금함.”

그때. 아린이와 뇽뇽이가 드워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아무런 속셈이 없는 순수한 궁금증에 물어본 거였지만.

“….”

베이덴프 입장에서는 뼈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저 말이 꼭 5년이나 했으면서 바위에 빠지냐?’처럼 들렸으니까.

“저도 궁금하군요.”

게다가 에탄 또한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베이덴프에게 대답을 들어보고 싶었다.

“설마 실수로 빠지 신건….”

심지어 에탄은 순수한 물음이 아닌, 어른이기에 할 수 있는 의심까지 하고 있으니.

“아니. 내가 여기를 5년이나 다녔소. 그런데 실수로 바위에 빠지겠소?”

베이덴프는 자신을 위해서 황급히 변명했다.

“….”

하지만 에탄은 그 말에 ‘그렇군요’ 라고 수긍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를 빤히 바라봤다.

“좀 더 합당한 근거를 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 그러면 수상한 드워프라고 안내 연합회에 신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협회에 신고하겠다고 말하니.

“하….”

베이덴프의 입에서 한숨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했으니까.

“좋소. 원래 이런 정보는 안 알려 주는데… 내 특별히 말해 주겠소.”

그래서 베이덴프는 조금의 손해를 감수하고, 이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로 했다.

.

.

.

그리고 베이덴프의 설명을 다 들은 에탄은.

‘이 산맥에 있는 드워프는 모두 제정신이 아니구나.’

드워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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