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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96화 (96/200)

제96화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중부로 나아갔다. 그리고 북부와 중부를 나누는 국경선 부근에 도달했을 때.

“멈춰라. 이 악마 같은 놈!”

“감히 어린이한테 노동을 시키다니!”

“네놈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활을 든 레인저 세 명이 에탄이 타고 있는 마차 앞에 나타났다.

“….?”

에탄이 그런 이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누가 봐도….’

동시에 녀석들의 차림새를 훑어봤다.

‘레인저네.’

갈색 후드에 초록색 로브.

누가 봐도 숲에서 활동하는 레인저들의 복장이었다.

“아빠. 공격할까요?”

“마법 가능.”

“일단 기다려 봐.”

그래서 아린이와 뇽뇽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레인저는 산적처럼 아무나 약탈하는 애들이 아니니까.

‘게다가 여기서 문제를 일으키면 국경을 넘어가기 귀찮아질 거야.’

거기에 국경을 관리하는 녀석들이기도 하니. 이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했다가는 뒤가 힘들어질 게 뻔했다.

“순순히 체포돼라. 그러면 팔다리를 부러트리는 수준으로 끝내 주마.”

그때. 가장 앞에 있는 레인저가 에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한 게 없기 때문이다.

“놈! 네가 두 어린이를 납치해서 노동 착취를 하고 있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아냐!”

“?”

“게다가 마을 사람들을 협박해서 물자도 얻어 냈지! 이래도 변명을 이어 나갈 생각인가?”“음….”

에탄이 레인저의 말에 눈을 감았다.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다니니까 이런 오해가 생기는구나.’

그리고 저들이 왜 자신을 쓰레기 보듯 쳐다보는지 깨달았다.

‘하긴. 멀리서 보면 딱 그런 모습이긴 하지.’

에탄은 레인저들이 따라붙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다.

그 말은 즉.

레인저들이 아주 먼 거리에서 자신을 지켜봤다는 뜻이니.

‘대화하는 내용을 못 들었겠지. 그러면 아린이가 내 딸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게 당연해.’

이들이 착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에탄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부려(?) 먹는 걸로 말이다.

“그건 오해-”

“우리 아빠 욕하지 마요!”

“나쁜 사람. 아님!”

그래서 해명을 하려는 순간.

마부석에 같이 앉아 있던 아린이와 뇽뇽이가 화를 버럭 냈다.

“무슨….”

“설마 세뇌 마법을 이용한 건가!”

“틀림없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레인저들은 아린이와 뇽뇽이의 말을 듣고 에탄을 더 혐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게 됐다.

“아니. 듣자 하니까 나를 완전 악마 취급하네?”

에탄이 그런 레인저들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정말로 세뇌 마법을 했다면 모를까.

아린이와 뇽뇽이한테는 그런 술수를 걸어 본 적도 걸 생각도 한 적이 없었으니.

“내가 납치한 게 아니면 어떡할래. 지금 너희들이 한 발언에 책임질 수 있어?”

오히려 레인저들에게 따고 들었다.

에탄은 떳떳했으니까.

“그런 협박에 우리가 굴복할 거 같느냐!”

“정말로 떳떳하다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내놔라.”

“그래. 그러면 우리가 무릎을 꿇고 비마!”

세 명의 레인저가 에탄의 말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에탄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강제로 끌어들인 거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다.

“좋아.”

하지만 에탄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을 향하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툭.

품속에서 패를 꺼냈다.

지오반에게 받은 칼라사르 가문의 일원임을 상징하는 패를 말이다.

“?”

세 명의 레인저가 그걸 보고는 두 눈을 꿈뻑였다.

쓰윽.

그 후 가장 앞에 있는 레인저가 바닥에 떨어진 패를 집어 들고는.

“…칼라사르 가문?”

패에 적혀 있는 글귀를 읽었다.

“뭐?”

“북부에 있는 칼라사르 가문이라고?”

나머지 두 명의 레인저가 그 말을 듣고는 화들짝 놀랬다. 칼라사르 가문의 명성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설마… 메레린 왕국 국왕의 중병을 치료했다는.”

“그래. 나도 들어본 적 있어. 두 명의 딸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에탄에 대한 소문을 이들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메레린 왕국 국왕의 중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를 그들 또한 알고 있었으니.

쓰윽.

세명의 레인저가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에탄을 쳐다봤다.

“그래. 내가 그 녀석이다.”

에탄이 그런 이들을 향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후 눈을 가늘게 뜨면서.

“조금 전에 했던 말들을 책임질 준비는 되어 있겠지?”

이들을 향해 비릿한 목소리로 뒷말을 붙였다.

“…….”

그 순간 뒤에 있는 두 레인저가 서로를 바라봤다.

“이. 이 자식이 먼저 의심했습니다!”

“저희는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는 레인저가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 말했다.

“이. 이 자식들이. 너희도 같이 수상하다고 했잖아!”

빛보다 빠른 배신이었다.

* * *

“죄송합니다. 저희가 단단히 오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에탄에게 고개를 숙이게 됐다. 칼라사르 가문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패를 보여 줬으니까.

“이 모든 책임은-”

“지금 말하는 녀석이 질 겁니다.”

“그럼요.”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의 레인저는 여전히 동료 팔아먹기를 시전하고 있었다.

“…….”

뒤에 있는 두 레인저의 말에, 지목을 당한 레인저가 미간을 찌푸렸다.

“크흠.”

“흠.”

그러자 나머지 두 명의 레인저가 헛기침을 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로 책임을 물리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에탄이 그런 이들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딱히 징계를 받게 할 생각은 없었다.

‘레인저들이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니까.’

이들에게는 당연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탄이 레인저였어도 의심을 했으리라.

아무리 봐도 수상쩍은 모습인 건 맞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두 따님에게도 사과드립니다.”

“아버지를 욕보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이들은 아린이와 뇽뇽이에게도 사죄했다. 멀쩡한 아빠를 납치범으로 만들었으니까.

“괜찮아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죠.”

“맞음. 용서해 줌!”

다행히 아린이와 뇽뇽이는 이들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아아….”

마음씨가 선한 두 사람의 행동에 레인저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그래서 깊은 감동을 느끼려는 찰나.

“그래도. 이대로 보내 드리면 마음이 무겁겠죠.”

에탄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죠. 그냥 돌아가시면 마음의 죄책감도 들 테니 제가 그걸 느끼지 않게 해 드리겠습니다.”

이들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좋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선두에 있는 레인저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이대로 끝내고 되는 건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하지?’

‘느낌이 안 좋은데.’

뒤에 있는 두 레인저는 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에탄이 말하는 ‘부탁’이 절대 쉬운 게 아닐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의 감은.

“좋습니다. 그럼 번개 산맥 입구까지 저희를 안내해 주세요.”

“……?”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 * *

덜커덩!

에탄이 탄 마차는 국경선을 지나 더 안쪽으로 향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을 안 알려 주셨는데. 제가 여러분을 뭐라고 부르면 됩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레인저 세 명이 추가로 합류했지만.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애당초 이 마차를 이끄는 사람이 에탄이었으니까.

“저희는 이름이 없습니다.”

때문에. 에탄은 이들의 이름을 알고자 했지만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레인저들은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1호, 2호, 3호로 불립니다. 참고로 제가 이 분대의 대장이기 때문에 1호입니다.”

“제가 2호입니다.”

“저는 3호고요.”

그래도 부르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들은 독특하게도 자신들의 명칭을 숫자로 정했다.

‘왼쪽부터 1호 2호 3호라….’

에탄이 소개를 들으면서 세 사람을 다시 한번 훑어봤다. 1호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있는 중년 남자였다.

‘2호랑 3호는 어린 거 같은데.’

반면. 2호 3호는 에탄과 비슷한 나이 때의 용모를 가지고 있었으니.

“아직 어리신 거 같은데, 이런 험한 일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에탄은 2호 3호 에게 호기심을 가졌다. 자신과 비슷한 동년배 레인저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 저희는 쌍둥이입니다.”

에탄의 말에 2호가 고개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레인저였습니다. 하지만 임무 도중에 돌아가셔서 저희가 뒤를 이어받았습니다.”

이어서 아린이 대신 마차를 운전하는 3호가 뒷말을 붙였다.

“그렇군요.”

에탄이 3호의 말에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명감을 가지고 있구나.’

동시에 2호 3호가 어떤 마음으로 레인저 활동을 하는지 깨달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 한 부탁을 철회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 말이다.

“그런데 번개 산맥에는 무슨 이유로 가시는 겁니까?”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1호 레인저가 질문을 걸어 왔다.

“찾아야 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에탄이 그의 물음에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하지만 그게 뭔지까지는 알려 드릴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말이죠.”

다만 깊은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번개 산맥에 던전이 있다는 정보는 자신만 알고 있는 거니까.

“그렇군요.”

1호 레인저가 에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게 많기는 했지만 그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그럼 지름길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산맥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래 주시면 저야 좋죠.”

에탄이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산맥에 빨리 도착할수록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

호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3호. 말고삐를 넘겨라. 내가 운전하겠다.”

“…그냥 내가 하면 안 되나?””

“안된다. 방금 대화를 듣지 않았느냐.”

다만. 에탄이 한가지 간과한 게 있었으니.

“다리에 힘 꽉 주세요. 안그 러면 마차에서 튕겨 나갈 겁니다.”

“?”

“진심입니다.”

1호의 마차 운전은 에탄이 상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거칠다는 거였다.

처억!

그래서 다시 한번 재고를 해 보려고 했지만.

“좋아. 이 묵직한 감각!”

이미 1호의 손에 말고삐가 쥐어지고 말았다.

“어디 한번 달려 보자!”

그리고 그는 말고삐를 쥐어 잡자 마자 고함을 내질렀다. 동시에 말고삐를 위아래로 힘차게 움직이면서.

히이잉!

히잉!

달리던 말들에게 속도를 높이라는 신호를 전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는 온순했던 말들이 거친 콧방귀를 뿜어 냈다.

덜커덩… 덜덜덜덜덜!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길을 내달렸다.

“꽉 잡아! 날아간다!”

“어지러움!”

“아빠! 세상이 흔들려요!”

“버티셔야 합니다!”

“1호의 폭주는 아무도 못 막아요!”

그리고 마차 안에 있던 이들은 땅이 흔들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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