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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86화 (86/200)
  • 제86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에탄은 그동안 칼라사르 가문의 3기사들을 굴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스승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8일째가 됐을 때.

    헤와른이 에탄이 있는 칼라사르 가문으로 찾아왔다. 자신의 연금술 스승인 데프리안의 편지를 들고 말이다.

    “장소는 어디야?”

    “중부 동쪽에 자리를 잡은 메레린이라는 왕국에 계신데요. 연금술 위원회를 감독하는 역할이라고 하시네요.”

    “연금술 위원회라….”

    데프리안은 북부가 아닌 중부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 왕국의 위원회를 감독하는 역할이었으니.

    ‘데프리안을 설득만 한다면 큰 도움이 되겠어.’

    에탄이 그 사실을 듣고 속으로 군침을 흘렸다. 확실히 헤와른(?)과는 다르게 데프리안이 능력이 출중한 인물이었다.

    “왜 저를 그런 시선으로 쳐다보세요. 설마 스승님과 비교하고 계시는 건 아니죠?”

    “에이. 설마.”

    “…….”

    헤와른의 말에 에탄이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그녀는 에탄의 대답을 믿지 않았다.

    그동안 당해 온 게 있으니까.

    “이번 일이 잘 끝나면 섭섭지 않게 돈 좀 챙겨 줄게.”

    “!”

    “그러니까 옆에서 잘 도와주면 좋겠는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물론이죠!”

    하지만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모헨이 동전 뒤집듯 변하는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역시.’

    동시에 한 가지 진리를 깨달았다.

    ‘돈은 최고다.’

    사람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훌륭한 수단은 반짝거리는 금화라는 걸.

    * * *

    덜커덩!

    에탄은 이번에도 마차를 타고 칼라사르 가문을 나섰다. 하나. 저번처럼 지오반과 빌헬름이 마중을 나오는 일은 없었다.

    -넌 어딜 가도 살아남겠지. 그러니 알아서 잘 다녀와라. 물론 아린이와 뇽뇽이를 다치게 하면 벌을 줄 거다.

    -도련님. 올 때 몸에 좋은 건강식품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허리가 쑤십니다.

    오히려 지오반은 에탄에게 아린이와 뇽뇽이를 챙기지 못하면 혼난다고 했고, 빌헬름은 오는 길에 몸에 좋은 건강식품을 사 오라는 부탁을 했으니.

    “…이제 내 걱정은 하지도 않네.”

    에탄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손녀에게 밀리는 아들의 서러움이 어떤지를 말이다.

    “원래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요?”

    헤와른이 옆에서 에탄의 혼잣말에 픽 웃었다.

    “크응….”

    “흐으음….”

    그리고 에탄의 어깨에 기대서 잠을 자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쳐다보고는.

    “솔직히 에탄 도련님보다 손녀들이 더 좋을 만도 하죠. 누구랑 다르게 천사 그 자체잖아요?”

    아린이와 뇽뇽이에 외모를 극찬했다.

    “맞는 말이긴 해.”

    에탄이 헤와른의 말에 픽 웃었다.

    평소였다면 눈치가 없냐고 핀잔을 줬으리라.

    새근. 새근.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아린이와 뇽뇽이의 귀여움은 상상 초월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잠을 자고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했으니.

    ‘앞으로도 아린이와 뇽뇽이를 잘 지켜 줘야지.’

    에탄은 다시 한번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린이와 뇽뇽이를 자신의 힘으로 보호하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헨 기사님이 같이 동행하지 않네요?”

    “아. 모헨은 가문에서 3급 기사들 훈련 좀 시키라고 했어. 그 녀석도 가끔은 쉬어야지.”

    에탄은 이번 여정에 모헨을 데려오지 않았다. 연회에서 춤을 추지 못해서,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나도 피해자인데….’

    그건 에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억울한 마음이 적지 않에 들었지만.

    그걸 모헨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하극상이 뭔지 제대로 경험할 거 같았으니까.

    ‘게다가 모헨은 슬슬 사람 다루는 법을 익혀 나가야 할 시기이기도 하지.’

    물론. 그거 하나 때문에 모헨을 모험에서 제외한 건 아니었다.

    ‘그 제안을 위해서 준비해야 하니까.’

    에탄이 모헨에게 건넸던 한 가지 방안. 모헨은 그걸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었다.

    그러나 거절하겠다고 확답을 한 건 아니니, 에탄은 그 길을 위한 준비를 모헨에게 시키는 거였다.

    ‘그리고 만약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러면서 생각했다.

    모헨이 자신이 제시한 길을 그대로 걷겠다고 말한다면.

    ‘저번 생과는 확실히 달라지겠지.’

    모헨은 단순히 1급 기사로 생을 마감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모헨. 내가 날게 해 주마.’

    에탄이 그렇게 만들 거였다. 그게 전생에서 목숨을 바쳐 칼라사르 가문을 지키던 모헨에게 보답하는 길이었다.

    * * *

    마차는 계속해서 중부를 향해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에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빠! 마을 사람이 아린이에게 이거 먹으라고 줬어요!”

    “뇽뇽이도 줌!”

    아린이와 뇽뇽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거였다.

    ‘이런 말 하면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어디 가서 굶지는 않겠네.’

    이번에는 제법 긴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에탄은 짐칸이 있는 큰 마차를 타고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식량 따위를 적재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건 조금 과한데?’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어떻게 날이 갈수록… 짐이 늘어날 수 있지.”

    분명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짐칸에는 그렇게 많은 짐이 없었다. 에탄, 아린이, 뇽뇽이, 헤와른, 마부. 딱 다섯 명이 먹을 정도의 식량만 챙겼으면 됐으니까.

    ‘저거는 밤에 추울 때 덮는 모포고, 뒤에 있는 상자는 마을 특산품이라고 했었나?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건 육포고.’

    하지만 이제는 식량이 아닌 다른 물건들도 짐칸에 놓이게 됐다. 아린이와 뇽뇽이를 본 사람들의 호의 덕분에 말이다.

    “누가 보면 개인 무역을 하는 상인인 줄 알겠어요.”

    그래서 묘한 감정을 느끼려는 찰나.

    헤와른이 짐칸에 수북이 쌓여 있는 상자들을 보고 감탄했다.

    “그래서 그런데… 저것들을 갖다 팔면 도움 좀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에탄에게 짐칸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파는 게 어떻냐고 물었다.

    “이걸 살 사람이 있을까?”

    에탄이 헤와른의 말에 두 눈을 꿈벅였다. 물건을 제법 많이 받기는 했지만, 어딘가에 돈을 주고 처리하기에는 애매모호한 게 많기 때문이었다.

    “있죠.”

    그래서 헤와른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저희 스승님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모으시는 취미가 있거든요.”

    “…….”

    “왕국의 연금술 감독직이면 돈도 많을 테니까. 조금 비싸게 쳐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요?”

    “뭐. 그렇기는 하겠지.”

    이어지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확신했다.

    ‘이 자식한테 돈으로 장난치면 안 되겠다.’

    헤와른에게는 임금을 철저하게 지불해야 겠다고 말이다. 안 그랬다가는 자신도 시장에 팔아 넘길 거 같았으니까.

    * * *

    콰직! 우드득!

    사람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산 중턱에 울려 퍼졌다.

    “히익… 살. 살려줘!”

    한스가 그 소리를 듣고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누구 없어요! 제바아아알!”

    그러면서 목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고함을 질렀지만.

    …….

    그 누구도 한스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못했다.

    “데일란! 크에르! 젠장. 누구 없냐고!”

    한스와 같이 움직이던 용병들은 모두 죽은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냐오옹.

    그래서 절망에 빠지려는 순간, 용병인 한스의 귓가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히익!”

    한스가 그 소리를 듣고는 온몸을 떨었다. 손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피부에 있는 털들이 곤두설 정도였다.

    “저리가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용병대가 전멸한 이유가 저 고양이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타타타탁!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산 아래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이러다가 넘어져서 구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타악!

    이런 한스의 노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냐오오오옹….

    자신의 동료들을 모조리 죽인 검은 고양이가 한스의 앞에도 나타났으니까.

    “젠장. 젠장!”

    한스가 눈앞에 등장한 검은 고양이를 보고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아니 어찌 보면 평범을 넘어서 귀엽기까지 한 생김새를 가진 녀석이었다.

    “이 괴물같은 놈!”

    하지만 한스는 알고 있었다.

    저 생김새는 자신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연막에 불과했다는 걸.

    쓰릉!

    한스가 검집에서 검을 빼냈다. 허무하게 죽을 생각은 없었다. 한스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구르면서 성장한 용병이니.

    어떻게든 발악한다면 녀석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죽어어어!”

    그래서 고함을 내지르면서, 눈 앞에 있는 검은 고양이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 들었다.

    -냐옹옹옹….

    그러자 검은 고양이가 두 눈을 크게 뜨고는 한스를 빤히 바라봤다. 동시에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자.

    푸욱!

    “커… 헉!”

    아무것도 없던 바닥에서 날카로운 가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스의 팔과 비교를 해도 전혀 꿇리지 않을 정도로 큰 가시였다.

    “무-”

    한스가 그걸 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푹! 푸우욱!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연달아 나타난 다른 가시들이 한스의 머리와 몸을 벌집처럼 만들었으니까.

    …털썩.

    그렇게 프렌디안 용병단의 마지막 생존자. 한스마저 검은 고양이에 의해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냐오옹.

    하지만 그 누구도 프레디안 용병단의 전멸을 알지는 못했다.

    우득! 콰직!

    검은 고양이가 한스의 흔적을 먼지 한 줌만큼도 남기지 않았으니까.

    -냐오오옹….

    그렇게 한스가 발악했던 증거가 완전히 사라지자. 검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한번 산에 울려 퍼졌다.

    -그르릉.

    달이 은은하게 떠 있는 어두운 밤을 더 스산하게 하는 묘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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