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85화 (85/200)
  • 제85화

    3급 기사들의 수련장. 에탄은 이른 아침부터 이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문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사들부터 빠르게 발전시켜야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가오는 북부 멸망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력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법사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기사들은 이야기가 다르지.’

    에탄은 마법을 다룰 줄 모른다.

    하나. 검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보는 눈과 다루는 힘이 있으니.

    3급 기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가능하리라.

    ‘번개 산맥으로 가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니까.’

    번개 산맥은 중부에 있는 산맥 중 하나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준비물이 많이 있으니.

    에탄은 그걸 구하는 동안 3기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아빠!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

    “문. 작음.”

    그때. 아린이와 뇽뇽이가 앞에 있는 문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3급 기사 수련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였다.

    “다른 기사들이 훈련을 하는 곳이야.”

    “훈련이요?”

    “응. 강해지기 위해서 연습을 하는 거야. 우리가 매일 하는 대련도 훈련의 일부야.”

    “우아….”

    아린이가 에탄의 설명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아린이는 지금까지 훈련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따지면 그런 셈이지.”“우아아!”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에 호들갑을 떨었다. 아린이의 입장에서 훈련은 재밌는 놀이와 똑같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도 여기 사람들과 같이 훈련을 할 거야.”

    “좋아요!”

    “흐응!”

    에탄의 말에 아린이와 뇽뇽이가 두눈을 반짝였다.

    ‘여러 사람이 죽겠군.’

    모헨이 뒤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린이와 뇽뇽이가 얼마나 체력이 좋은지 온몸으로 느꼈기에.

    ‘동료들아…제발 살아남아라.’

    모헨은 3기사들이 부디 죽지 않기를 바랬다.

    ‘그래야 내가 더 쉴 수 있으니까.’

    자신의 휴식 시간이 줄어드는 걸 원치 않았으니까. 이제는 모헨도 동료애보다는 자신의 생존을 우선하는(?) 정신을 가지게 됐다.

    짝!

    “자. 이제 슬슬 안으로 들어가자.”

    그 순간 에탄이 박수를 치면서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끼익.

    그리고 수련장 문을 열어젖히고는.

    탁!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 * *

    3급 기사들은 정식 기사가 아니다.

    이들은 기사가 되기 위해서 훈련을 하는 기사 지망생이다.

    “오늘부터는 나도 같이 훈련한다.”

    그런 이들의 눈앞에 에탄이 나타났다. 같이 훈련을 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아린이와 뇽뇽이. 모헨도 같이 할거야.”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린이. 뇽뇽이. 모헨까지.

    가문에서 내로라하는 이들까지 같이 수련을 하게 됐으니.

    “이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건가?”

    “도련님을 어떻게 따라가지.”

    “오늘부터 죽어 나가겠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침을 삼켰다.

    앞날이 험할 거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불만 있는 사람?”

    “없습니다!”

    에탄의 말에 3급 기사들이 우렁차게 답했다. 이들 중에서 에탄을 무시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대련에서 톡톡히 느꼈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그날을 못잊어.”

    “나도….”

    “진짜 죽는줄 알았어.”

    자신들은 에탄을 이길수 없다는걸 말이다.

    “좋아.”

    에탄이 우렁차게 답하는 이들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저어. 그런데 훈련은 누가 진행 합니까?”

    “아.”

    “그러고 보니 교관님이 안 보이는데. 혹시 에탄 도련님이 직접…?”

    그리고 한 기사 지망생의 물음에.

    씨익.

    에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이 너무 사악해 3급 기사들이 몸을 움찔했다.

    “제법 눈치가 있네.”

    에탄이 자신에게 질문한 3급 기사를 빤히 쳐다보고는.

    “그런데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지? 혹시 내가 가르친다고 하면 불만을 가질 생각인 건가?”

    역으로 반문했다.

    “아닙니다! 그 누구도 도련님의 가르침에 불만을 느끼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질문을 한 3급 기사가 우렁차게 답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답해주니까 마음이 좀 편안해지네.”

    에탄이 그 말에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혹시?’ ‘아니지?’ 라는 심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나머지 기사들을 향해서.

    “오늘은 내가 교관이다.”

    그들이 원하지 않았던 최악의 수를 덤덤히 말했다.

    “일단 가볍게 연병장 50바퀴만 뜀걸음으로 돌자.”

    그 후 본격적으로 3급 기사들을 굴리기 시작했다.

    탁! 타탁! 탁!

    사실 뜀걸음은 어렵지 않다.

    그냥 계속해서 뛰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이기도 했다.

    “허억…헉!”

    “끄어억!”

    하지만 칼라사르 가문의 3급 기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지옥이다….”

    “끝이 안 보여.”

    “살. 살려줘어….”

    오히려 이들은 뜀걸음이야말로 사람의 혼을 빼놓을 수 있는 운동이라고 확신했다.

    “낙오하는 놈은 오늘 저녁 없다.”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

    뒤에서 에탄이 죽일 기세로 뒤따라오고 있었으니까.

    “아빠! 더 빨리 뛰면 안 돼요?”

    “너무 느림.”

    “…이 상태에서 속도를 높이면 두분 빼고 전부 쓰러지실 겁니다.”

    게다가 앞에서는 아린이. 뇽뇽이. 모헨이 선두로 내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모헨은 두 사람과 비교했을 때 인간적(?)이라는 거였다.

    “그러면 더 천천히 뛰어야 할까요?”

    “아니요. 그건 이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 이 속도를 딱 유지하죠.”

    “네!”

    물론. 어디까지나 아린이와 뇽뇽이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지.

    ‘모헨…이 피도 눈물도 없는 놈.’

    ‘너도 많이 사악해졌구나!’

    ‘에탄 도련님에게 물든 게 분명해!’

    3급 기사들에게는 모헨이나 나머지 세 사람이나 똑같았다.

    * * *

    훈련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마음 같으면 저녁까지 굴리고 싶었지만.

    ‘번개 산맥에 가야 할 준비도 해야 하니까.’

    일정상 그렇게까지 훈련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에탄은 번개 산맥으로 가기 위한 물건들까지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이야. 헤와른.”

    그래서 에탄은 점심 식사를 끝내고, 헤와른의 가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안녕하세요!”

    “흐응!”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말이다.

    “어머. 우리 귀여운 꼬마 아가씨들이 왔네.”

    헤와른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내 인사는 이제 받아주지도 않네.”

    에탄이 그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인사는 자신이 먼저 했는데. 아린이와 뇽뇽이를 먼저 맞이하니 그로서는 어이가 없을 법도 했다.

    “하지만. 공주님들이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데 그걸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

    하나. 이어지는 헤와른의 대답에 수긍하고 말았다.

    “그래. 우리 애들이 어지간히 귀여워야지.”

    에탄이 봐도 아린이와 뇽뇽이는 천사와 같았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손님 응대를 소홀히 하면 안 돼.”

    물론. 그런다고 해서 헤와른을 칭찬하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잘못한 거니까.

    “알겠어요.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할게요.”

    헤와른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꾸벅였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이어서 에탄에게 질문을 하고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포션은 아직 만드는 중이에요. 까먹지 않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녀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를 추론해서 뒷말을 덧붙였다.

    “그거 때문이 아니야.”

    “네?”

    “포션 때문에 온 게 아니라고.”

    하지만 에탄은 헤와른의 포션을 얻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애당초 그건 오래전에 약속을 한 일이었으니까.

    “번개 속성에 저항을 가진 아티팩트를 구하고 싶어.”

    에탄이 헤와른을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번개 산맥에 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챙겨야 하는 물건이 있기 때문이다.

    “번개 마법 저항 아티팩트요?”

    “그래.”

    “갑자기 그건 왜요?”

    헤와른이 에탄의 대답에 두 눈을 끔뻑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내가 물건 하나 구해야 하거든. 그런데 그걸 위해서는 번개 저항 아티팩트가 필요해.”

    “아…?”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물건을 구하시길래?’

    에탄이 뭘 위해서 아티팩트를 요구하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저는 아직 마법 저항 아티팩트를 만들 정도로 실력이 좋지 않아요. 차라리 화염의 지배자님한테 부탁해보는 건 어때요?”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헤와른은 아직 에탄이 원하는 수준의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 없었다.

    “화염의 지배자님은 불 속성 마법사잖아. 주계열이 아니니까 한계가 있을 거야.”

    그러나 에탄은 화염의 지배자한테 맡길 생각이 없었다. 지금 에탄이 필요한 건 불 속성 저항 아티팩트가 아니니까.

    “그러면….”

    “데프리안 연금술사.”

    “?”

    “네 스승님이지?”

    “그…그걸 어떻게?”

    그래서 에탄은 헤와른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가 막힌(?) 방법을 떠올렸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집중해야 하는 건 데프리안 연금술사와 네가 관계가 있다는 거지.”

    혈연. 지연. 학연.

    그중에서 헤와른이 가지고 있는 학연을 이용하는 거였다.

    “오랜만에 스승님한테 안부 인사도 해야 하지 않겠어? 이렇게 좋은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말이야.”

    “…….”

    헤와른이 에탄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사람 양심이…있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해 먹을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좀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자. 이건 소소한 수고비.”

    터억!

    에탄이 헤와른을 향해 작은 돈 주머니를 건넸다.

    쓰윽.

    헤와른이 그걸 받아내고는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

    그리고 안에 들어 있는 휘황찬란한 골드들을 확인하고는.

    “갑자기 스승님이 보고 싶네요!”

    오랜만에 스승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