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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80화 (80/200)

제80화

“안녕!”

“흐응!”

아린이와 뇽뇽이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무런 격식도 차리지 않은 편한 인사였다.

“….”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됐다.

“뭐지…?”

“저게 인사라고?”

“자기 소개가 전혀 안들어가 있잖아….”

다만. 그중에 우호적인 반응은 없었다. 아린이와 뇽뇽이의 인사가 애들 기준에서는 ‘형편’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쁘게만 보지말아요. 새로운 친구들이 움츠러들잖아요.”

그래서 분위기가 이상해 질려는 순간 스텐이 나섰다. 아주 인자한 눈빛으로 아린이와 뇽뇽이를 쳐다보면서 말이다.

“혹시… 두 분은 연회에 처음 오는 건가요?”

그 후 두 눈을 반짝이는 두 사람에게 질문하고는.

“응!”

“처음임!”

“그렇군요.”

돌아오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딱 부려먹기 좋은 녀석들이네.’

속으로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비웃으면서 말이다.

“환영해요. 저희는 언제나 새로운 사람을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겉으로 티내지 않았다.

그건 귀족으로서의 품위가 떨어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도 친구 좋아해!”

“마찬가지임!”

아린이와 뇽뇽이가 스텐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하고 해맑은 두사람의 반응에 스텐은.

“그래요. 그러면 우리 대화 좀 나눠 볼가요?”

입꼬리를 초승달 모양으로 슬며시 올렸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판을 짜는 대로 흘러갈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일단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스테리안 백작가의 막내 딸인 스텐이라고 해요.”

스텐이 귀품있는 말투로 이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역시 스텐 님.”

“어쩜 저리 고귀하신지.”

그 모습에 주변에 있는 다른 아이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흐음.”

스텐이 다른 아이들의 대답에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 두분이 소개를 해주세요.”

그 후 아린이와 뇽뇽이에게 자기들에 대한 정보를 말해달라고 했다.

“나는 아린이야!”

“뇽뇽이임.”

그러자 아린이와 뇽뇽이가 당당하게 이름을 말했다.

쓰윽.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스텐을 향해 손을 내밀고는.

“우리 악수하자.”

“악수. 좋은 것.”

악수를 하자는 뒷말을 붙였다.

“…네?”

두 사람의 행동에 스텐이 두눈을 꿈뻑였다. 이렇게 간략한 소개는 처음 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가문 명을 말하고 자신이 어떤 작위에 있는지까지 밝히는 게 기본이니.

‘이게 뭐야?’

연회에 자주 참석하는 스텐이 당황할 만도 했다.

‘침착하자.’

하지만 여기서 허둥대는 반응을 보이는 건 하수라고 생각했기에.

“그. 그래요. 악수하죠.”

악수를 하자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왼손도 줘야 함.”

뇽뇽이가 그걸 보고 스텐에게 왼손도 내밀라고 했다. 자신도 스텐과 악수를 하고 싶은데.

한 손만 있으면 그럴수 없었으니까.

“…아.”

스텐이 그 사실을 깨닫고는 남은 손도 내밀었다.

“잘 부탁해. 스텐!”

“부탁함.”

흔들. 흔들.

그러자 스텐의 손이 위아래로 힘없이 흔들렸고.

‘어…어?’

그녀는 크게 당황했다.

자기가 계획했던 그림은 이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힘이 세다고?’

기선 제압.

연회장에서 악수를 할 때 스텐은 남들의 기를 압도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래야 대화를 주도하기가 수월하니까.

‘이게 말이 될 리가…’

그래서 선택한 게 힘이었다.

검술을 연마하면서 단련된 자신의 손아귀 힘을 이길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딱 봐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러했다. 한데. 척 봐도 5살 정도밖에 안 되는 두 아이한테 지고 있으니.

“스텐. 표정이 이상해.”

“어디 아픔?”

스텐의 눈동자가 흔들릴 만도 했다.

10년을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이었다.

“크흠. 흠. 아니에요. 조금 의아해서 그랬어요.”

“의아해?”

“어째서임?”

“…그런 게 있답니다.”

아린이와 뇽뇽이의 질문에 스텐이 시선을 회피했다.

‘기분 탓이겠지.’

그러면서 대답을 흘려 넘기고는.

“그런데. 두 분은 어디 가문의 따님이신 거죠?”

아린이와 뇽뇽이의 가문을 물었다.

“우리 아빠는 에탄 칼라사르야!”

“흐응!”

그러자 두 사람이 스텐의 물음에 어깨를 펴면서 답했다. 에탄에 대해 큰 자부심이 있기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으음?”

“칼라사르 가문?”

“거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의 반응은 그렇지 못했다.

“막내 도련님이.”

“크흠.”

“흐으음.”

칼라사르 가문의 막내 아들 에탄.

그가 망나니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인들과 영지민들은 에탄이 변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북부 전체’에 퍼질 정도로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다.

“잠깐. 그러면 당신들이 혹시… 막내 도련님인 에탄의 딸들?”

하지만 안 좋은 소문은 발이 없어도 대륙을 횡단한다고. 에탄에게 두 딸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북부에 퍼진지 오래였으니.

“하. 어쩐지….”

스텐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향해 대놓고 무시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이렇게 멍청했군요.”

심지어는 폭언까지 거리낌없이 내뱉었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네요.”

가문을 듣기 전까지는 속내를 숨기고 있었다. 제법 이름 있는 가문의 자식들이면 이용해 먹을 수 있으니까.

하나. 스텐에게 있어 칼라사르 가문은 그저 그런 곳 중 하나였으니.

“미안하지만 저리 가세요. 두 사람은 저희랑 대화를 할 수 있는 급이 아니에요.”

스텐은 아린이와 뇽뇽이에게 이곳에서 나가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아빠를 무시하는 거야?”

아린이가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과 에탄. 칼라사르 가문을 모욕하는 건 절대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쩔 셈이죠?”

“사과해.”

“하.”

그래서 스텐에게 자신에게 한 발언들을 사죄하라고 요구했지만.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전 그저 진실을 말한 것뿐인데요.”

스텐은 오히려 아린이에게 되물었다.

“참 안됐네요. 하필 태어나도 칼라사르 가문의 일원이라니.”

그리고 폭언을 이어나갔다.

“….”

아린이가 그런 스텐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동시에 주먹을 불끈 쥐고.

쓰윽.

스텐의 얼굴에 내리 꽂으려는 순간.

“지금.”

뒤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했어.”

베르사르 가문의 막내 아들이자.

“…포이른?”

검술 천재라고 불리는 포이른이었다.

* * *

베르사르 가문의 포이른.

그 이름은 북부에 널리 퍼져있었다.

당연한 거였다.

포이른은 스텐과 마찬가지로 검술 천재라고 불리는 아이였으니까.

“듣다 보니 말이 너무 심하군요.”

“그게 무슨….”

“스텐 님은 항상 다른 사람을 욕하는 게 좋은 건가요?”

하지만 지금까지 스텐과 포이른은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

“다른 사람을 욕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 배웠습니다. 스텐 님은 그런 것도 모르나 봐요?”

포이른이 스텐의 행동에 크게 관여를 안 했기 때문이다. 자신과 크게 연관점이 있는 사람들도 없었으니까.

“더는 못 지나치겠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스텐이 선택한 헐뜯기 대상은 아린이와 뇽뇽이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칼라사르 가문 전체를 비하하는 거였으니.

“이 이상 칼라사르 가문을 모욕한다면… 저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포이른은 스텐에게 날선 목소리로 경고했다. 지금 하는 행동을 멈추라고 말이다.

“…당신이 왜 여기에 관여하는 거죠? 칼라사르 가문과 무슨 연관이 있다고.”

하지만 스텐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베르사르 가문의 일원이 칼라사르 가문을 옹호하는지.

“베르사르 가문에서 악마 숭배자가 나왔습니다.”

“?”

“그런데 칼라사르 가문의 사람들이 저희 가문을 도와주었습니다.”

“그게 무슨….”

스텐이 포이른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자신은 아직 들어보지 못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요!”

그래서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했다.

자신이 듣지 못했으니 저 말은 사실이 아닐 거라 판단한 거였다.

“믿고 싶지 않으면 믿지 마세요.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을 욕했다는 거죠.”

“이…. 이.”

하지만 포이른의 이어지는 말에 스텐은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러면 결투라도 신청하실 생각인가요?”

한 가지 빠져나갈 길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결투를 신청하세요. 그게 연회장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법이니까요.”

당사자들끼리 힘으로 해결하는 결투였다.

“아쉽게도.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모욕은 아린 님과 뇽뇽이 님이 당한 거니까요.”

스텐의 말에 포이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본 스텐이 피식 웃었다.

‘됐다. 이대로 상황을 끝내야 겠어.’

빠져나갈 구멍을 발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면 나는 결투 신청할 수 있는 거네.”

그때. 아린이가 스텐을 빤히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스텐이 그 말을 듣고는 당황했다.

설마. 정말로 자신한테 결투를 신청하려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결투 신청할게.”

그리고 그녀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아린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텐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하.”

스텐이 그 말을 듣고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검술 천재인 자신에게 덤비겠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대가 안 될 거 같았다.

“좋아요. 그 결투 받아들이죠.”

그래서 아린이의 결투 신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5살 어린 아이를 이기는 건, 누워서 포션 먹기만큼 쉬울 거라 생각했으니까.

‘설마 내가 지기야 하겠어?’

하지만 그녀가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자신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아린이는.

“알겠어. 대신 후회 하지 마.”

평범한 5살 어린이와는 조금 많이 다르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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