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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79화 (79/200)

제79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연회 당일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제법 허했던 공작가의 건물에 이제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게 됐다.

“아빠. 마차가 줄 서서 오고 있어요!”

게다가 공작가로 들어오는 도로에도 마차가 줄지어 서 있으니.

“저게 다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야.”

“우아…!”

아린이의 두 눈이 반짝일 만도 했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는 건 아린이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까.

“사람 많음. 북적임.”

반면. 놀라는 아린이와 다르게 뇽뇽이의 반응은 생각보다 시큰둥했다.

“뇽뇽이는 두근거리지 않아?”

“흐응… 그냥 그럼.”

“그래?”

뇽뇽이의 대답에 아린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렇게까지 차분할 수 있다는 거에 신기함을 느끼는 거였다.

“뇽뇽이. 아린이랑 놀 거임.”

하지만 거기에는 제법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다른 사람. 흥미 없음.”

뇽뇽이에게는 아린이가 있었으니까.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뇽뇽이의 심리가 안정되기는 충분했다.

‘뇽뇽이는 완전히 아린이 찰떡이네.’

에탄은 이런 뇽뇽이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린이와 뇽뇽이는 둘도 없는 친구니까.

아니. 엄밀히 따지면 그 이상일 수도 있으리라.

짝!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에탄이 박수를 쳤다. 그러자 방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바깥을 구경하던 아린이와 뇽뇽이의 시선이 에탄에게로 향했다.

“슬슬.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자. 다 같이 연회장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네!”

“흐응!”

두 사람이 활기차게 대답했다. 그 후 에탄과 함께 지오반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번 연회는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 궁금하구만.’

본격적으로 연회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1층 복도로 향했다. 이곳에 모여서 다 같이 연회장에 들어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도련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모헨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우아.”

“이야….”

“흐응….”

그 순간 세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눈앞에 나타난 모헨을 보고 크게 놀랐다.

‘옷이 바뀌니까 사람이 달라 보이네.’

자신들이 평소에 봐왔던 모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옷차림부터 시작해서 분위기까지.

‘명문가의 아들이라고 해도 믿겠어.’

기사가 아니라 귀족이라고 해도 납득이 갈 정도로, 지금의 모헨은 이들에게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꾸미니까 달라지는구나.”

“맨날 흙바닥에서 구르기만 해서 몰랐는데… 모헨 님도 나름 잘생겼네요.”

“흐응. 좀 봐줄 만함.”

그래서 자기들끼리 모헨을 보면서 말을 나눴다. 평소에 맨날 굴려지던 모헨이 저렇게까지 고귀할 수 있냐고 말이다.

“눈앞에 당사자가 있는데 그런 말씀들을 하시면, 어떤 기분으로 받아 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헨이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저걸 칭찬으로 해석해야 하는게 맞나? 싶었기 때문이다.

“칭찬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하지만 이번에는 진심이 가득 담긴 감탄이 맞았다. 인생을 두 번 사는 에탄조차 놀랄 정도였으니까.

“크흠! 그렇군요.”

모헨이 칭찬이라는 에탄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금발 머리카락이 위아래로 찰랑거렸다.

‘이 자식 완전 설레하고 있네.’

딱 봐도 들떠있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그래. 오늘 하루는 편안하게 놀아라.”

하지만. 에탄은 모헨을 나무라 하지 않았다. 연회만큼은 녀석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그동안 춤을 배우고 대련을 하면서 고생한 것도 있고 말이다.

탁.

“모두 여기 모여 있었구나.”

그때. 이들을 향해 또 다른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할아버지! 빌헬름 님!”

“흐응!”

가주인 지오반과 기사 단장인 빌헬름이었다.

“아린이와 뇽뇽이는 오늘도 예쁘구나.”

지오반이 자신들을 반기는 두 사람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으랴!”

그 후 아린이와 뇽뇽이를 각각 한 손으로 들어 올리고는 이리저리 움직였다. 지오반이 최근에 만들어 낸 일명 ‘공중 부양’ 놀이였다.

“우아아!”

“흐응!”

공중에 떠오른 아린이와 뇽뇽이가 신난다는 듯 웃었다.

“…가주님. 보는 눈이 많습니다.”

“아버지.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됐다. 빌헬름과 에탄이 그 점을 지오반에게 조용히 말해줬다.

“내가 손녀들 놀아 주는 것도 남 눈치를 봐야 하느냐?”

그러자 지오반이 혀를 찼다.

자신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놀아주는 것도 간섭받는 게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집에 가서 많이 놀아주시죠.”

“지금은 가주로서의 권위를 지키실때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에탄과 빌헬름의 말을 듣고는.

“쯧. 알았다.”

지오반이 아린이와 뇽뇽이를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돌아가면 이 할아버지랑 재밌게 놀자구나.”

그 후 아린이와 뇽뇽이를 향해 싱긋 웃었다.

“네!”

“흐응!”

두 사람이 지오반의 말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할아버지의 손녀 사랑은 자식도 이길 수 없다더니.’

에탄이 그걸 보고는 픽 웃었다.

처음 아린이를 소개할때까지만 해도, 지오반이 저렇게까지 아린이와 뇽뇽이를 챙기게 될줄은 몰랐다.

한데. 지금은 누구보다 아린이와 뇽뇽이를 각별히 여기니.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돼.’

에탄은 세삼 느꼈다.

아린이와 뇽뇽이가 가문에 들어오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는 걸.

“뭐야. 다들 모여있네?”

그 순간 뒤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탄과 이들에게 ‘메테오’를 먹였던 화염의 지배자였다.

쓰윽.

그녀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

그리고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왜 날 그런 눈빛으로 봐?”

“화염의 지배자님. 오늘은 연회 날입니다.”

“나도 알아.”

“…그런데 왜 로브를 입으신 겁니까?”

7명 중에서 유일하게 로브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빌헬름도 오늘만큼은 연회복 차림이다.

그러니 에탄이 그녀에게 궁금증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연회복은 입고 벗기가 귀찮아. 그리고 나는 마법사잖아. 로브를 입는 게 당연한 거지.”

“으음….”

“불만있으면 마법으로 이기던가.”

“아닙니다. 딱히 복장을 가지고 뭐라 하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에탄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옷을 지적할 마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이 들어 물어보고 싶을 뿐이었다.

어째서 로브를 입는 건지.

‘역시 마법사들은 독특하네.’

그리고 그녀의 대답을 통해서, 다시 한번 마법사들에 대해서 깨닫게 됐다.

“이제 슬슬 연회장으로 들어 가는게 어떻겠습니까?”

에탄과 그녀의 대화가 끝나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헨이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게 좋겠다.”

지오반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을 고쳤다.

칼라사르 가문을 이끄는 가주직에 걸맞게 말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 후 연회장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 갔다.

‘현생에서는 첫 연회구나.’

에탄이 그런 지오반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이번 연회에서 모두에게 눈도장을 찍는다.’

뭐가 됐든 연회에 모인 북부인들에게 자신이 달라진걸 보여 주겠다고.

* * *

연회장은 칼라사르 가문의 연무장보다 몇십배는 넓었다.

“이번에 우리 가문에서 다이아 광산이 나왔습니다.”

“이야! 그거참 축하드릴 일이군요. 저희는 오러 기사를 배출하는데 성공했는데.”

“허허….”

하지만 휑할거라는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다. 크기가 넓은 만큼 사람도 많았으니까.

‘물반 물고기 반이라는 말이 딱이네.’

못해도 백명이 넘는 귀족들이 모였다. 거기에 악기대의 연주 소리까지 연회장에 울려 퍼지니.

“아빠.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시끄러움.”

아린이와 뇽뇽이가 정신이 없을만도 했다.

“조금만 참으면 익숙해질거야.”

에탄이 두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연회에 별로 경험이 없으니, 이런 곳은 아직 아린이와 뇽뇽이에게 버거운 게 당연했다.

“심심함.”

게다가 대화는 어른들 끼리만 하고 있으니 지루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흐음… 그러면 저기 애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놀고 있을래?”

이쯤되니 에탄도 아린이와 뇽뇽이를 계속 붙들고 있을수가 없었다. 물론. 만나는 사람마다 아린이와 뇽뇽이를 보고 감탄을 하지만.

‘그걸 일일이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도 노동이지.’

두 사람에게는 그렇게 까지 재밌는 일이 아니리라.

그러니 에탄은 이제 슬슬 아린이와 뇽뇽이를 보내주기로 했다.

“나이가 비슷한 애들이니까 어른들 눈치 안 보고 놀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돼요?”

“흐응?”

“물론이지.”

두 사람의 반응에 에탄이 씩 웃었다.

“대신. 마법 금지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고 뇽뇽이를 보면서 주의를 줬다.

“흐응! 알겠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애들이랑 함께 놀고 있어. 아빠는 할아버지 따라다녀야 하니까 사고 치지 말고.”

그제서야 에탄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가자구나. 에탄.”

“예. 아버지.”

지오반과 함께 다른 귀족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뇽뇽아. 우리도 새로운 친구들 보러 가자.”

아린이가 그걸 보고는 뇽뇽이에게 자신들도 움직이자고 말했다.

터억!

그러면서 뇽뇽이의 손을 잡고는.

총총총.

어린 아이들이 모여있는 자리로 발걸음을 향했다.

* * *

귀족가의 어린 아이들은 보통 자존심이 강하다. 그중에서 조금 잘나가는 가문에 아이면 그 경우가 더했다.

“제가 모두 앞에서 검술을 선보였는데. 그 덕분에 우리 가문이 집중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스테리안 백작 가문의 딸 스텐이 딱 대표적인 경우였다.

“스텐님의 검술이 주목을 받다니….”

“역시. 스텐님은 천재에요!”

스텐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맞장구를 쳐줬다. 녀석들또한 어른들을 통해서 처세술(?)을 배운 상태였다.

그래서 대화 방식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녕!”

“흐응!”

그런 와중에 아린이와 뇽뇽이가 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해맑은 얼굴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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