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77화 (77/200)

제77화

에탄은 대연회로 향하면서 몇 가지 사소한 일을 겪었다.

“요즘 들어 도적들이 많이 늘어났네.”

“벌써 세 번째 습격입니다.”

그중 하나가 산길 곳곳에 있는 산적들의 출몰이었다.

“이제는 슬슬 걱정이 되기도 하는군요.”

“괜찮아. 네가 알아서 처리해 줄 거잖아.”

에탄의 대답에 모헨이 몸을 멈칫했다. 그 후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런데… 왜 하필 저 혼자서 다 상대해야 하는 겁니까?”

“이것도 훈련 중 일부라고 생각해.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이라는 말 몰라?”

“….”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대답에 모헨은 눈썹을 찡그렸다. 마음속에서 온갖 육두문자가 올라왔지만.

‘참아야 한다. 참지 못하면 죽는다.’

아직 자신은 에탄을 이길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모헨은 속으로 말을 삼켰다.

“너. 방금전에 나 욕했지?”

순간적으로 눈빛이 변하는 걸 목격한 에탄이 물었다.

“아닙니다.”

“눈빛이 살벌한 게 누가 봐도 맞는 거 같은데?”

“기분 탓입니다.”

“흐음….”

하지만 완강하게 잡아 떼는 모습에.

“그래? 알겠어.”

모헨을 더 추궁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 아린이 놀아주기는 네가 해라.”

그 대신 모헨에게 해야할 일을 더 부과해줬다.

“…….”

모헨이 그 말을 듣고는 에탄을 빤히 바라봤다.

‘진짜 악마는 사실 옆에 있었구나.’

동시에 한 가지 진리를 깨달았다.

마계에 있는 마족만이 악마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아주 큰 진리를.

* * *

그렇게 20일의 시간이 더 흘렀을 때.

“확실히 공작가의 건물은 화려하네.”

에탄과 이들은 마침내 데이른 공작가의 영지에 도착하게 됐다.

“정말 크군요.”

모헨이 눈앞에 있는 성을 보고 감탄했다. 거대한 성벽과 탑들이 데이른 공작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작가잖아. 그러니까 저런 성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지.”

에탄이 그런 모헨을 향해 픽 웃으면서 말했다.

“…….”

그러자 모헨이 에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에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도련님은 저 성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에탄에게 질문을 던졌다.

성을 보고 놀란 자신과는 다르게, 에탄은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어. 딱히 놀랍지는 않은데?”

하나. 에탄은 그게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많이 봐왔으니까.

‘물론. 전생에서지만.’

다만. 거기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현생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니 말이다.

“저런 돌덩어리들을 쌓아 올린 게 뭐가 멋지다는 거야?”

그때. 마차에서 뒤늦게 내린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과 모헨에게 다가왔다.

“저걸 지을 돈으로 차라리 마탑을 하나 더 세우고 말지.”

그리고 눈앞에 있는 성을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녀가 생각했을 때 성은 비효율적인 건축물 중 하나였으니까.

“데이른 공작님은 마법사가 아닙니다.”

에탄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엄밀히 따지면 성보다 마탑이 낫기는 하다.

마법사들은 귀한 인력이니까.

“게다가 마탑을 운영하려면 다른 마법사들도 많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돈도 상당히 깨지겠죠.”

하지만 마탑을 짓고 운영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니.

“그러니 성을 건설한 겁니다. 영지민들에게 보여주기도 좋고요.”

데이른 공작은 성을 선택한 것이리라.

“흐음.”

에탄의 말에 화염의 지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탄의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았다.

“그래도 난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불만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기에. 그녀는 여전히 성을 탐탁지 않아 했다.

쿠쿠쿵!

그 순간 이들을 가로막고 있는 성문이 옆으로 열렸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어서 갑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고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에탄과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 * *

공작가의 성은 화려하게 지어진 만큼 내부도 볼거리가 제법 많았다.

“아빠! 방 천장에 금이 매달려 있어요.”

“저건 샹들리에라고 하는 거야.”

얼마나 돈이 많냐면, 방마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샹들리에가 있을 정도였다.

터억!

“흔들림! 재밌음!”

그리고 뇽뇽이의 재밌는 놀이 기구이기도 했다.

“뇽뇽아 내려와. 그러다가 다친다.”

“공중 마법. 쓸 수 있음.”

“네가 타고 있는 거 비싼 거야. 그거 부서지면 아린이랑 같이 집에 못 돌아간다.”

“…….”

하지만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터억.

조용히 샹들리에에서 내려왔다. 비싼 물건을 박살 내면 큰일 난다는 걸 세바스찬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 여기에 샹들리에보다 재밌는 거 많이 있으니까.”

“진짜임?”

“그럼. 우리가 여기 뭐하러 왔는지 잊은 건 아니지?”

끄덕. 끄덕.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힘차게 움직였다. 연회라는 큰 파티를 즐기기 위해 왔다는걸 뇽뇽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틀 뒤에 연회니까. 그때까지만 참아. 정 심심하면 화염의 지배자님한테 놀아 달라고 해.”“아린이도 같이 놀아도 돼요?”

“물론이지. 이왕이면 대련도 하자고 해.”

에탄이 아린이의 물음에 활짝 웃으면서 답했다.

“…잠깐.”

그리고 두 눈을 끔뻑였다.

‘나도 대련해달라고 할까?’

에탄 또한 화염의 지배자랑 한판(?)붙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탑주랑 싸울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건 아니니까.’

화염의 지배자랑 싸우기는 전생 때 해보지 못한 경험 중 하나다.

때문에. 에탄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충분한 걸 넘어서 차고 넘쳤다.

“아린아. 혹시 화염의 지배자님은 얼마나 강했어?”

“왜요?”

“궁금해서.”

“으음….”

에탄의 질문에 아린이가 눈을 꼬옥 감았다. 동시에 자신과 대련 놀이(?)를 해주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엄청 강했어요!”

활짝 웃으면서 에탄의 질문에 답했다.

“뇽뇽이랑 둘이 덤볐는데도?”

“으음. 화염의 지배자님은 저희 둘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요.”

“그래? 그러면 거기에 나까지 끼면?”

“으으으음.”

이어지는 물음에 아린이가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물에 빠진 강아지처럼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는.

“그래도 힘들 거 같아요.”

“흐음. 그래… 그렇단 말이지.”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아주 좋다는 미소를 지었다.

“아린아.”

그러면서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아린이에게.

“이번에는 아빠도 같이 껴서 놀자.”

자신도 이 놀이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진짜요?”

아린이의 얼굴에 기대감이 번졌다. 에탄과 함께 하면 즐거움이 배가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응. 하지만 그 전에 아린이가 아빠를 조금 도와줘야 해. 그래야 아빠랑 놀 수 있어.”

“으음….”

하지만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아린이의 머리를 쓸어 만졌다.

“간단해. 아빠가 알려줬던 우는 연기 기억하지?”

“네!”

“이번에도 그걸 이용하면… 아빠도 아린이랑 신나게 놀수 있어.”

그리고 다시 한번 비장의 무기(?)를 꺼내면 된다고 뒷말을 붙였다.

* * *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화염의 지배자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래서 저랑 모헨까지. 총 4명을 상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린이와 대화를 하면서 얻은 정보를 통해 그녀를 설득했다.

자신들도 대련에 껴달라고 말이다.

“흐음.”

화염의 지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확실히 나쁘지 않은 훈련이 되겠네.”

에탄이 치밀하게 준비한 논리에 납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듣고 있는 자신이 혹할 정도였으니 할 말 다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양심이 없네. 양심이.”

그러나. 화염의 지배자는 에탄의 제안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마탑주인 나를 막 부려 먹으려고 하는 심보. 너무 고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4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그녀한테도 상당히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랑 대련을 해 주는 대신 이득을 볼 수 있는 게 없잖아. 그런데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화염의 지배자는 이득을 볼수 있는 게 없었으니.

“맞는 말입니다.”

에탄은 그녀의 반박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예 재미를 못 보시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놀이에 같이 참여할 거니까요.”

“그래. 진검을 휘두르고 피부를 녹일 수 있는 마법을 난사하는 애들 용 놀이에 참여하는구나.”

“이 정도면 꽤 얌전히 노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놀이를 하면서 피와 살이 난무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여간 말은 잘하네.”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대답에 콧방귀를 꼈다.

“하지만 거절한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잖아.”

그리고 손을 휘저으면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진심이십니까?”

“응.”

“그렇군요.”

에탄이 그걸 보고는 아쉽다는 듯 침을 삼켰다.

“크흠.”

그리고 헛기침을 한번 하자.

“화염의 지배자님.”

에탄의 옆에 꼬옥 붙어있던 아린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는.

“정말 안 돼요?”

누가 툭 건드는 순간, 바로 눈물을 흘릴 기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어?”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경직됐다.

아린이의 울먹이는 목소리와 얼굴이, 그녀의 마음에 존재하지 않았던 죄책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게-”

“아린이는 아빠랑도 같이 놀고 싶은데….”

그래서 다급히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흑… 흐윽!”

아린이가 먼저 선수를(?) 치는 데 성공했다. 세바스찬에게 써먹으면서 연기 감각이 몇 배는 발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린이. 울음. 아줌마 나빴음.”

“마탑주님 실망입니다.”

그 모습을 본 뇽뇽이와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를 비난했다.

“어어… 어.”

싸늘하게 가라앉은 두 사람의 눈빛이 그녀의 마음을 꿰뚫었다.

그래서 화염의 지배자는 혼란을 느꼈다. 자신이 이 모든 사태의 원흉처럼 느껴졌으니까.

“알겠어. 해 줄게. 해주면 될 거 아냐!”

“진짜요?”

그러자 눈물을 흘리던 아린이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화염의 지배자님 최고!”

그리고 에탄과 모헨도 대련에 끼워주겠다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

그 순간 화염의 지배자는 보고 말았다. 아린이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없다는걸.

‘당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시기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