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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76화 (76/200)
  • 제76화

    덜커덩… 덜커덩!

    칼라사르 가문의 마차와 베이사르 가문의 마차가 힘차게 나아갔다.

    호위 기사도 없이 필요한 인원만 마차에 탔기에.

    이동하는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호위기사가 없기는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겠지.’

    엄밀히 따지면 좋은 선택은 아니다.

    마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산적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하나. 그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막말로 모헨만 나서도 어지간한 선에서는 다 처리될 테니까.’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무력이 심상치 않으니까.

    그러니 산적의 습격을 받는다고 해도 거뜬히 처리할 수 있으리라.

    ‘오히려 그 산적들을 걱정해줘야겠네.’

    그래서 에탄은 멍청한 산적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빌었다. 마차를 습격하는 순간 녀석들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테니까.

    “도련님.”

    “왜 불러. 빌헬름?”

    “마차에 탈 때부터 궁금했던 건데, 모헨은 왜 저러고 있는 겁니까?”

    그때. 빌헬름이 에탄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모헨의 상태를 물었다.

    “으으…지옥이었다…지옥이었어….”

    구석에서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헨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춤을 배우다가 정신이 나가버렸어.”

    “예?”

    “너무 몸치더라고. 그래서 내가 사람으로 만드느라 고생 좀 했지. 참고로 저 녀석 오늘 아침까지 춤추다가 왔어.”

    “…….”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에 빌헬름은 납득하고 말았다. 춤이 얼마나 까다로운 분야인지 그 또한 느껴봤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이번 북부 대연회는 데이른 공작이었지?”

    그래서 모헨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자, 이번에는 에탄이 빌헬름에게 질문을 걸어왔다.

    “예. 맞습니다.”

    빌헬름이 에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17북부 대연회는 북부에 있는 공작들이 번갈아 가면서 개최를 한다.

    “소문에 의하면 저번에 대연회를 개최한 오로마 대공작 보다 두 배는 더 화려하게 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공작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경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누가 더 화려하게 대연회를 여는지에 대한 거였다.

    “그래?”

    에탄이 빌헬름의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화려한 대연회는 전생 때 지겹게 봐왔다.

    ‘그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건 황금으로 만들어진 제국 황궁이었지.’

    심지어는 제국의 수도 황궁까지 가봤으니. 연회의 끝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래서 대연회를 가는 것 자체에는 별 기대가 없지만.

    “데이른 공작의 연회라면…이번에도 그 행사를 하겠네.”

    “대련 말입니까?”

    “어. 데이른 공작이 연회를 열 때마다 매번 하는 거잖아.”

    이번 연회에 관심 가는 거리가 있기는 했다.

    “그게 은근 볼만했는데.”

    바로. 싸움 좀 한다는 이들이 합법적으로 힘을 자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련 행사였다.

    “…근데 도련님은 이번이 두 번째 연회 참석 아니십니까?”

    “아.”

    “그런데 마치 가보신 것처럼 얘기하시는군요.”

    에탄이 빌헬름의 말에 속으로 아차했다. 자신도 모르게 속말이 흘러나왔다는 걸 뒤늦게 자각한 거였다.

    “다른 애들한테 들었어.”

    “연회에 대해서요?”

    “그래.”

    하지만 에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이 뻔뻔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군요.”

    그런 에탄의 모습을 빌헬름이 빤히 바라봤다.

    “그런데-”

    그리고 질문을 이어 나가려는 순간.

    덜커덩!

    앞으로 움직이던 마차가 멈췄다.

    -에탄. 에탄 여기 있냐!

    동시에 한 여자가 에탄의 이름을 우렁차게 불렀다.

    “…화염의 지배자님?”

    그 순간 에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 * *

    화염의 지배자.

    북부와 중부 사이에 있는 마탑을 지배하는 마탑주 이자, 불계열 마법의 선구자.

    “…도대체 왜 저희 마차에 타신 겁니까? 가뜩이나 좁아 죽겠는데.”

    “나도 좁은 거 싫거든?”

    그리고 지금은 에탄. 모헨. 빌헬름과 함께 마차에 꾸겨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중에 화염의 지배자에게 불만을 표하는 건 에탄밖에 없었다.

    빌헬름과 모헨은 그녀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이들은 아직 화염의 지배자를 상대(?)하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앞에 자리가 없다고 일로 가라는 걸 어떻게.”

    물론. 화염의 지배자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애당초 그런 성격도 아니고 말이다.

    “아버지가 그랬습니까?”

    “응.”

    에탄이 그녀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렸다. 동시에 ‘그런다고 정말 이곳으로 오는 게 말이 되냐?’ 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렇다고 가주한테 마차에서 나오라고 할 수는 없잖아?”

    “…생각해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군요.”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가주의 자리를 빼앗는 건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이곳은 왜 오신 겁니까?”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여기에 온걸 납득하는 건 아니었기에. 에탄은 다음 질문을 이어 나갔다.

    “대연회에 참석 하려고.”

    “…예?”

    “왜? 뭐 문제 있어?”

    “아주 많은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요.”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에 에탄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북부에 속한 분도 아니시면서, 북부 대연회에 참석을 한다니…스스로 생각해봤을 때 이상하지 않습니까?”

    “응!”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는 에탄의 생각보다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었기으니.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에탄의 말에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어째서죠?”“마탑주인 내가 네 가문이랑 함께 연회에 가는 거잖아.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

    “….”

    오히려 에탄이 그녀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저 대답이 무엇을 뜻하는지 에탄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같이 가도 되는 거냐고 계속 물었던 겁니다.”

    “상관없어. 이게 내 선택이야.”

    “허어.”

    에탄이 망설임 없는 대답에 감탄했다. 하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탑의 지지를 받는 가문이라.’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저 대답을 통해 칼라사르 가문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갔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저희 가문입니까?”

    “응?”

    “솔직히 칼라사르 가문보다 더 유명하고 힘 있는 곳도 많을 텐데. 왜 이런 가문을 선택한 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화염의 지배자가 가문을 지지해 주는 건 좋은 일이 맞다. 그러나 그녀에게 이득을 가는 게 있나? 라고 물으면.

    에탄은 자신도 잘 모른다. 라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린이와 뇽뇽이.”

    “?”

    “네 두 딸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어.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그 잠재력이 탐난다는 뜻이야.”

    “아.”

    하지만 그녀의 설명에 바로 납득했다. 전생이 검이었던 아린이와, 현생이 드래곤인 비범한 딸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좀 더 신중히 생각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음?”

    “저는 애들에게 가문의 이득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라서요.”

    그러나 에탄은 오래전부터 결심한 게 있었다. 아린이와 뇽뇽이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는 거였다.

    “그런 거라면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예?”

    “나도 막무가내로 이득을 볼 생각은 없거든. 억지로 마탑에 데려갈 마음은 더더욱 들지도 않고.”

    에탄의 말에 화염의 지배자가 콧방귀를 꼈다. 그 후 에탄을 찌릿하고 째려봤다.

    “내가 그렇게 막돼먹은 녀석처럼 보여?”

    “예. 사람 좁은 마차에 굳이 껴서 타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마차째로 불타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니?”

    “완전 자비로워 보이십니다.”

    에탄이 그녀의 부드러운 언행에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는 ‘흥’ 하고 콧방귀를 꼈다.

    “암튼. 재밌어 보이니까 나도 껴달라는 뜻이야. 솔직히 내가 같이 가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잖아.”

    그리고 덤덤히 뒷말을 붙였다.

    “…알겠습니다.”

    에탄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생각보다는 좋은 사람인거 같네.’

    화염의 지배자를 어느정도 믿어도 되겠다는 판단은 들었다. 그녀가 지금 한 대답을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분위기가 조금 훈훈해질려는 순간.

    덜커덩!

    “으억!”

    “컥!”

    “으음!”

    “악!”

    마차가 옆으로 기우뚱거렸다.

    그 순간 안에 타고 있는 네 사람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흘러나왔고.

    “마탑주님. 제발 내려서 걸어오시면 안 됩니까? 다른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뭐. 임마?”

    “솔직히 맞는 말… 어어. 여기서 불 피우시면 안 됩니다!”

    다시 한번 에탄과 그녀의 싸움이(?) 시작됐다.

    ‘…아.’

    그리고 이런 두 사람 사이에 껴있는 모헨은.

    ‘둘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진지하게 창문을 깨고 마차에서 탈출할까 고민했다.

    * * *

    “후우.”

    마계 대공 포레스튼이 한숨을 내쉬었다.

    콰직!

    그러면서 바닥에 쓰러진 수하인의 머리를 으깨듯 밟았다. 하지만 비명은 들려오지 않았다.

    녀석은 이미 한참 전에 포레스튼에게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짜증 나는군.”

    그렇게 수하인까지 죽였지만 포레스튼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벌써 두 번째인가.”

    자신이 북부에 심어 놓은 악마 숭배자들. 그중에서 두명이 벌써 죽어버렸으니까.

    “에탄….”

    그것도 한 사람한테 말이다.

    “흐음.”

    포레스튼이 에탄의 이름을 계속 되니였다. 동시에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손을 조금 보기는 해야겠군.”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안 그러면 자신이 그리고 있는 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을 테니까.

    -우우웅!

    포레스튼이 생각을 끝내고는 몸 안에 있는 마기를 바깥으로 방출했다. 그러자 바닥에 작은 원형 마법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녀석이 해야 할 일이 있다.”

    포레스튼이 그 마법진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웅…

    그러자 마법진에서 보랏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쓰윽.

    포레스튼의 명령을 수행할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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