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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62화 (62/200)

제62화

후웅!

아린이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아무것도 베지 못한 눈먼 검격이었다. 하지만 안에 담긴 기세는 예사롭지 않았다.

앞에 있는 게 무엇이든 베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흐아!”

그리고 이런 아린이의 맞은편에는 화염의 지배자가 있었다.

‘이 아이 왜 이렇게 살벌해!’

사실 아린이의 검은 눈먼 검격이 아니다. 단지 화염의 지배자가 마법을 이용해 그렇게 상황을 조정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누군가는 이를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련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예외였다.

‘까딱하면 목이 날아가겠어!’

아린이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으니까. 그러니 제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아린이를 대충 상대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평소에 어떤 대련을 해 온 거야?’

고작 5살에 불과한 어린아이한테 이런 의지가 보이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아린이의 정체를 모르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부웅!

“왜 자꾸 다람쥐처럼 이리저리 도망치시는 거예요!”

아린이가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그녀를 향해서 자신의 검을 받아 내라고 말했다.

“난 마법사거든!”

화염의 지배자가 아린이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방어 마법도 파훼한 게 아린이다.

‘아무리 대충 만든 방어 마법이라고 해도… 방심하면 안 된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아린이의 검을 받아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이 다칠 수도 있을 거 같았으니까.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완전 쪽팔릴 거야!’

그녀는 마탑에 있는 마법사들 중에서 가장 실력 있는 마법사로 군림하고 있다.

그런데 5살에 불과한 두 어린아이랑 대련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다친다?

그거만큼 쪽팔리는 게 없다고 그녀는 확신했다.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억울한데.’

하나. 그녀라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뇽뇽아! 지금!”

“알겠음!”

우우웅!

한 명은 마법을 쓰는 드래곤이었으니까.

콰아앙!

뇽뇽이가 아린이의 신호에 맞춰 파이어 볼을 난사했다.

“아. 진짜!”

화염의 지배자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덩이를 보고 기겁했다.

하나도 아니고 열 몇 개가 맹렬히 돌진하고 있었다.

그것도 마나가 듬뿍 들어가 있는 녀석들로 말이다.

“이 자식들아아아아!”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동시에 양손에 마나를 방출시키면서.

“적당히 해에에에!”

“꺄아악!”

“날아감!”

아린이와 뇽뇽이를 초원 끝자락(?)으로 날려 버렸다.

* * *

“화염의 지배자님?”

에탄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화염의 지배자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왜.”

“날이 갈수록 눈가에 다크서클이 짙어지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5일 만에 만난 그녀에게 달라진 점을 말해 줬다.

“…맞아.”

“네?”

“맞다고.”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는 자신의 피로함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긍정으로 답하면서 에탄을 쳐다봤다.

‘너 때문이다. 너 때문이야!’

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두 아이를 지치지 않는 불사신처럼 성장시킨 게 에탄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린이와 뇽뇽이의 정보를 통해서 말이다.

“애들이 참… 무섭더라.”

“예?”

“아무것도 아니야.”

하나 에탄에게 뭐라 하지는 않았다. 이번 일은 어찌 보면 자신이 벌인 거나 마찬가지니까.

아린이와 뇽뇽이의 대련을 해 달라는 요청도 그녀의 의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후….”

화염의 지배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후 에탄과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 모헨을 쳐다보면서.

“재는 왜 저래?”

모헨의 상태를 물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래도 기사다운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은 길거리에 있는 거지라고 해도 될 만큼 꼴이 엉망이었으니.

그녀가 의문을 품을 만도 했다.

“저랑 계속 대련을 하다 보니 저리 변했습니다.”

“…….”

하지만 이어지는 에탄의 대답에 모헨의 모습을 납득하고는.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

세상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런데 저희를 이곳에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그때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럴 만도 했다. 두 사람은 5일 만에 그녀랑 다시 만난 상황이니까.

마탑 최상층에 있는 접견실에서 말이다.

따악!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작은 상자 하나가 책상에 뿅 하고 나타났다.

“아티팩트 완성됐어.”

“!”

“한번 열어 봐.”

에탄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책상에 있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개봉했다.

“반지군요.”

그러자 황금으로 만들어진 반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착용성도 고려했지.”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제법 신경을 쓴 물건이기에 완성을 했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

“한번 껴 봐.”

그래서 에탄에게 아티팩트를 빨리 착용해 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 주고 싶었으니까.

쓰윽.

에탄이 그녀의 말에 반지를 새끼손가락에 착용했다.

파아앗….

그 순간 반지에 있는 보라색 보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광으로 변했다.

“근처에 마족이나 마기의 기운을 느끼면 그 보석이 빛을 뿜어낼 거야. 그리고 근원지를 안내해 줄 테니까 녀석을 보고 따라가면 돼.”

“호오….”

에탄이 그녀의 설명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렇게 친절한 기능을 넣어 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아린이와 뇽뇽이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만약.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려오지 않고 에탄 혼자서 왔다면. 이렇게까지 좋은 수확을 얻지는 못했으리라.

“그리고 너의 요청대로 공격 마법도 각인시켰어.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횟수는 딱 한 번뿐이니까 신중히 이용해.”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에탄이 입꼬리를 올렸다.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이 아티팩트는 충분한 걸 넘어선 지 오래였다. 본래 에탄이 요구했던 성능보다 더 많은 게 들어가 있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에탄은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런데 아린이와 뇽뇽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래서 이제 슬슬 마탑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로부터 원하는 걸 얻어 냈으니까.

“둘 다 내 침대에서 자고 있어. 이불이 너무 푹신푹신해서 좋다더라.”

에탄의 말에 화염의 지배자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 후 에탄을 쳐다보면서 입을 벌렸다 다물기를 반복하더니.

“그래서 그런데… 한 이틀만 더 머물 생각 없니?”

“예?”

“아직 뇽뇽이에게 공간 이동 마법을 안 알려 줬거든. 애랑 약속한 건 지키고 싶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어….”

에탄이 그녀의 말에 순간 당황했다. 설마 화염의 지배자가 저렇게 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럼 연무장 더 이용해도 됩니까? 기왕 머무는 거 모헨을 좀 더 굴리고 싶거든요.”

하지만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에탄 또한 마탑의 시설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기회니까.

“…도련님?”

그래서 연무장을 계속 이용해도 되냐고 물었다. 물론 거기에 모헨의 의사는 들어가지 않았다.

“상관없어. 그리고 조금 거칠게 해도 괜찮아. 마탑에 있는 애들이 치료를 하도록 내가 따로 말해 놓을게.”

“그럼 안심하고 때려도 되겠군요.”

“물론이지. 이거 흔치 않은 기회다? 어디 가서 팔다리 부러진 거 치료하려면 돈 많이 깨지는 거 알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에탄이 그녀의 말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벙찐 표정으로 자신과 화염의 지배자를 쳐다보는 모헨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틀 동안 잘 지내 보자고.”

“…그냥 휴식을 취한다는 선택지는 없습니까?”

“어허. 화염의 지배자님이 우리를 위해서 좋은 시설과 마법사님들을 지원해 주신 데잖아. 그러니까 섭섭하지 않으시게 이용해야지.”

“아니….”

모헨이 에탄의 말에 두 눈을 떨었다. 온갖 방어 마법을 두른 자신을 패면서.

-마법사의 지원을 받고도 나를 못 이겨? 모헨 너는 안 되겠다. 오늘 기절할 때까지 뚜드려 맞아라.

환하게 미소를 짓던 게 불과 하루 전이다. 그런데 이 짓거리를 이틀이나 더 해야 한다고 하니.

“굳, 굳이 대련을 할 필요는….”

모헨은 어떻게든 연무장을 피하고 싶었다.

“지금 내 호의를 거절하겠다는 거야?”

하지만 화염의 지배자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에탄이 그녀에게 은밀히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자신을 도와 모헨을 압박하라고 말이다.

“…아닙니다. 이용하겠습니다.”

마탑주와 가문의 도련님.

두 사람의 압박에 모헨이 결국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 저는 다시 모헨이랑 연무장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래. 나도 아린이와 뇽뇽이 깨우러 가야겠어. 저녁 먹이고 대련해야 하거든.”

에탄과 화염의 지배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거래가 성사됐다는 것에 흡족함을 느끼면서.

“가자. 모헨. 내가 이틀 동안 널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마.”

“마법사는 아낌없이 지원해 줄 테니까 열심히 해 봐!”

각자의 장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에탄은 모헨과 함께 연무장으로.

화염의 지배자는 아린이와 뇽뇽이가 자고 있는 자신의 방으로 말이다.

…또르륵.

그리고 모헨은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 * *

시간이 흘러 어느덧 에탄과 세 사람이 떠날 시간이 찾아왔다.

“그동안 즐거웠어요! 화염의 지배자님!”

“재밌었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래. 나도 즐거웠어.”

두 아이의 인사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지금 에탄과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마탑 입구까지 나온 상태였다.

“오랜만에 바깥까지 나와 보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마탑주인 그녀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외부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종종 들리겠습니다.”

“진짜?”

“예. 아니면 칼라사르 가문으로 찾아오시죠. 마탑주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흐음… 내가 애들 좋아하는 걸 알고 이용하려는 거 봐라?”

화염의 지배자가 에탄의 말에 콧방귀를 꼈다. 에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저런 말을 하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

비록 외형은 조금 어린 모습이라고 하지만, 실제 나이는 백 살이 넘는 마법사다.

그러니 그녀가 에탄의 숨은 의도를 간파하는 건 당연한 거였다.

“뭐.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화염의 지배자님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통해 따분함을 달래고. 저는 마탑주님과 친분을 쌓고 말이죠.”

에탄이 그녀의 말에 뭐가 문제냐는 듯 답했다.

“건방져.”

그러자 화염의 지배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맞는 말이니까 뭐라 안 할게.”

하나 화가 난 건 아니었다.

에탄의 제안이 꽤 괜찮게 느껴졌으니까.

“뇽뇽이. 공간 이동. 연습하겠음.”

“저도 더 열심히 성장할게요!”

게다가 뇽뇽이와 아린이도 화염의 지배자를 좋아하고 있으니.

“좋아. 조만간 찾아갈 테니까 열심히 수련하고 있어!”

그녀는 에탄의 말대로 칼라사르 가문을 방문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에탄이 그걸 듣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였다.

“그래. 그런데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일단은….”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물음에.

“북부와 중부 사이에 있는 케레니아 왕국에 가 볼 생각입니다.”

케레니아 왕국을 가겠다고 답했다.

“그곳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거든요.”

“누구?”

그 이유는.

“제 둘째 형님입니다.”

둘째 형을 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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