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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59화 (59/200)
  • 제59화

    에탄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건 전생에서부터 가지고 있는 에탄의 특징이었다.

    그래서 망나니에서 벗어난 뒤로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에탄이 발 벗고 나섰다.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 같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남의 눈치를 안 보는 에탄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꼬마야. 다시 한번 말해 볼래? 내가 누구라고?”

    “아줌마.”

    “…….”

    지금과 같은 경우를 하나의 예시로 들 수 있으리라.

    ‘뇽뇽이가 아린이에 대한 애착이 큰 걸 알고는 있었지만… 여기서 저런 말을 해 버릴 줄이야.’

    화염의 지배자.

    그녀는 손짓 한 번으로 숲을 불태울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아줌마 맞음. 나이 많아 보임.”

    그리고 지금은 한 살짜리 드래곤에게 아줌마라 불렸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화염의 지배자가 겉보기에는 젊은 여성처럼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에탄보다 훨씬 많다.

    원래 마법사들은 극에 달하면 외형이 젊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화염의 지배자가 딱 그런 유형이었다.

    “마지막 기회야. 다시 한번 내 호칭을 잘 정해 봐.”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줌마라고 부르는 게 정답은 아니다. 그건 화염의 지배자의 역린을 건드리는 행위니까.

    “아. 줌. 마.”

    하지만 뇽뇽이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역시 드래곤답네.’

    애당초 인간이 아니니까.

    엄밀히 따지면 인간보다 더 위에 있는 존재니.

    뇽뇽이가 화염의 지배자에 눈치를 보지 않는 게 맞으리라.

    “…….”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후우.”

    그리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지만.

    “그래. 내가 참는다….”

    상대가 어린아이라는 걸 상기하고 분을 가라앉힌 거였다. 아무리 뇽뇽이가 아줌마라고 해도, 그걸로 화를 내는 건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니까.

    “하지만.”

    그러나 그녀조차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게 있었다.

    “나보다 마법을 더 잘한다는 말은 취소하는 게 좋을 거야. 그건 마법사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는 거니까.”

    뇽뇽이가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는 발언이었다. 그건 마법사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

    뇽뇽이가 그녀의 말에 눈을 깜빡거렸다.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다.

    “사실만 말했음.”

    뇽뇽이의 기준에서는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뇽뇽이는 공중에서 잘 움직임.”

    “흐음.”

    뇽뇽이의 말에 화염의 지배자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후 안정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뇽뇽이를 쳐다보면서.

    “좋아. 그럼 내기하자.”

    “내기?”

    “공중에서 누가 더 잘 움직이나 승부를 보는 거야.”

    내기를 하자고 말했다.

    “마탑주님. 설마 싸움을 하시려는 건….”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무슨 전투에 미친 마법사도 아니고. 어린애를 상대로 그러겠어?”

    에탄의 말에 화염의 지배자가 정색했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와 싸울 만큼 성격이 뒤틀려 있지는 않았다.

    “날 그런 이상한 놈들이랑 동급 취급하지 마. 기분 나쁘니까.”

    흔한 마탑주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쓰윽.

    화염의 지배자가 오른손을 위쪽으로 향했다.

    “나와라.”

    그리고 주문을 외우는 순간.

    퉁!

    허공에 있는 마법진에서 공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퉁… 퉁.

    공기가 가득 들어가 있는 검은색 공이었다.

    “자.”

    화염의 지배자가 공을 오른손에 올렸다.

    “우리 꼬마 아가씨. 언니랑 놀이 하나 하자.”

    그리고 간단한 놀이를 하자고 말했다.

    “언니 아님. 아줌마임.”

    “…내가 이 공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한번 뺏어 봐. 대신 다른 마법은 사용하지 않고 무조건 공중 부양만 이용해야 해.”

    뇽뇽이가 화염의 지배자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뭐가 좋음?”

    그리고 자신이 그걸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아줌마라고 부르는 걸로 뭐라 안 할게.”

    “그건 사-”

    “선물도 하나 줄게. 네가 원하는 걸로.”

    “…무엇이든?”

    그리고 선물을 준다는 말에 두 눈을 반짝였다.

    “그래.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거라면.”

    “좋음.”

    “하지만 반대로… 내 공을 뺏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아줌마가 아니라 위대하신 마탑주님이라고 아주 공손하게 불러야 해.”

    “알겠음.”

    뇽뇽이가 그녀의 뒷말에 바로 답했다. 패배를 한다는 선택지는 머릿속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좋아. 그럼 시작!”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그 후 어디 한번 덤벼 보라는 듯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

    뇽뇽이가 도발을 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빈틈이 안 보-”

    화염의 지배자가 그 모습을 보고 픽 웃었다. 그리고 놀리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훙!

    뇽뇽이가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는.

    팍!

    화염의 지배자가 들고 있는 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으아우!”

    그러자 화염의 지배자가 기괴한(?) 소리를 냈다. 갑작스러운 뇽뇽이의 공격에 당황한 거였다.

    “뭐가 이렇게 빨라!”

    자신이 예상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움직임이었다. 하마터면 공을 허무하게 뺏겨 버릴 정도로 말이다.

    “막음?”

    하지만 놀란 건 뇽뇽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움직임을 파악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겉으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도 아주 미미했으니까.

    “좋아. 제대로 할게.”

    -우우웅!

    그러나 뇽뇽이의 생각은 1초도 지나지 않아 바로 바뀌게 됐다. 화염의 지배자가 갈무리했던 마나를 전부 드러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마법을 발동하지는 않았다. 이 내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오직 공중부양뿐이니까.

    “이젠 쉽게 안 잡힐 거야.”

    하지만 그 공중부양의 수준을 강화시키는 건 가능했다. 때문에 화염의 지배자는 조금 전보다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사하게 됐다.

    날 때부터 공중에서 생활을 한 사람처럼 말이다.

    꿀꺽.

    뇽뇽이가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를 보고 침을 삼켰다.

    압도적인 ‘강자’의 기운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 마법사한테 긴장을 한 거였다.

    “놀라움. 아줌마… 보기와 다름.”

    그래서일까.

    뇽뇽이가 화염의 지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약간은 무시하는 수준에서, 이제는 힘을 다하기로 마음먹는 단계까지 올린 거였다.

    “흥. 네가 날 너무 물로 본 거야.”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의 말에 픽 웃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뇽뇽이를 빤히 쳐다봤다.

    이제는 유치한 도발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서로가 진심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3초의 정적이 흘렀을 때.

    팍!

    뇽뇽이가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득!

    뇽뇽이의 어금니가 갈렸다.

    그 정도로 힘을 있는 힘껏 뽑아낸 거였다. 화염의 지배자가 들고 있는 공을 빼앗기 위해서 말이다.

    스르륵.

    하지만 뇽뇽이가 펼친 회심의 일격은 먹히지 않았다.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화염의 지배자는 물 흐르듯 뇽뇽이의 공격을 피해 냈다.

    몸을 살짝 비트는 걸로 말이다.

    “빠르다고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그렇게 뇽뇽이의 손을 피하고는, 화염의 지배자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해했음.”

    뇽뇽이가 그녀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다시 한번 힘을 끌어 올리고는.

    파팍!

    조금 전보다 더 빠르게 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공기가 팡! 하고 갈라질 정도였다.

    “허어.”

    에탄이 그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뇽뇽이가 극한까지 힘을 쏟아 내는 건 처음이었다.

    ‘드래곤은 태생부터 다르구나.’

    그래서 놀라웠다.

    따지고 보면 뇽뇽이는 갓 태어난 드래곤이다. 그런데 몇십 년을 넘게 산 화염의 지배자가 진심을 다하게 만들었으니.

    “…역시 내 딸답네.”

    에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게 당연했다.

    “도련님.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야. 내버려 둬도 괜찮을 거 같아.”

    에탄이 모헨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화염의 지배자의 눈꼬리를 바라봤다.

    그녀 또한 미세하게 눈 끝이 올라가 있었으니.

    “둘이 재밌게 놀고 있잖아.”

    에탄은 저 두 괴물의 놀이를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애당초 자신이 말린다고 해서 들을 성격도 아니고 말이다.

    “우리는 여기 앉아서 구경이나 하면 돼. 저런 장면 쉽게 못 볼 테니까 하나도 놓치지 말고 살펴 봐.”

    그래서 저 모습을 눈에 담아 두기로 했다.

    마탑주와 드래곤의 한판 내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니까.

    * * *

    화염의 지배자와 뇽뇽이의 공 뺏기 놀이는 무려 30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후우…하.”

    “흐음. 흠!”

    그리고 뇽뇽이와 화염의 지배자는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다만 차이는 있었다.

    “너. 이제 마나 없지.”

    “!”

    뇽뇽이가 더 이상 마법을 유지할 힘이 없다는 거였다. 제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아직 한 살이기에 한계가 있었다.

    “슬슬 땅으로 내려가는 게 좋을 거야. 공중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

    “때로는 패배를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해. 그래야 더 발전할 수 있거든.”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를 향해 조언을 해 줬다.

    “더 할 수-”

    하지만 뇽뇽이는 아직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억지로 이어 나가려고 했지만.

    파아앗….

    마나가 바닥을 드러냈다.

    “!”

    쉐에엥!

    뇽뇽이의 몸이 순식간에 낙하했다. 그리고 땅에 닿기 직전.

    -우웅….

    “봐 봐. 내 말이 맞지?”

    화염의 지배자가 뇽뇽이에게 마법진을 부여했다. 조금 전까지 뇽뇽이가 사용했던 공중부양 마법이었다.

    탁.

    덕분에 뇽뇽이는 땅에 사뿐히 착지할 수 있었다. 사실 드래곤이기에 방금처럼 떨어져도 부상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뇽뇽이의 몸은 상당히 튼튼하니까.

    “…….”

    하지만 그거와 정신력은 별개였다. 뇽뇽이는 처음으로 패배를 겪었다. 그것도 자신이 제일 자신 있던 마법에서 말이다.

    “뇽뇽이는….”

    그래서일까. 뇽뇽이의 눈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당장 눈물을 쏟아 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뇽뇽아! 고생했어!”

    하지만.

    “역시 뇽뇽이가 최고야!”

    아린이의 칭찬에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이 쏙 들어갔다.

    “뇽뇽이. 잘했음?”

    “응! 우리 뇽뇽이 완전 잘했어!”

    아린이가 뇽뇽이의 물음에 활짝 핀 미소로 답했다. 그제서야 뇽뇽이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흐흥!”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경쾌한 콧노래를 불렀다.

    ‘역시 애는 애야.’

    에탄이 그걸 보고는 속으로 픽 웃었다. 금방 기분이 풀어지는 뇽뇽이의 모습이 내심 귀엽기도 했다.

    그래서 흐뭇한 표정으로 아린이와 뇽뇽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

    터벅터벅.

    공중에 떠 있던 화염의 지배자가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에탄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서는.

    “우리 대화 좀 할까?”

    에탄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자고 말을 걸었다.

    흥미가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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