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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58화 (58/200)

제58화

화염의 지배자가 운영하는 마탑은, 강물이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원래는 산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주변을 몽땅 태웠거든. 그래서 언제든지 화제를 진압할 수 있도록 강 쪽으로 마탑을 옮겼다고 하더라.”

“…확실히 화염의 지배자님다운 사연이군요.”

화염의 지배자가 산을 통째로 태워 버리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그게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지.’

에탄이 태어나기 몇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니, 제법 오래된 일인 건 맞았다.

“그런데 도련님은 이걸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우연히 다른 마법사한테 들었어.”

에탄이 모헨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였다. 이 정보는 현생이 아닌 전생 시절 때 얻어 낸 것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이 아니기에 모헨에게 말을 해 준 거였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지금쯤 아카데미에 있겠군.’

에탄이 자신에게 이 정보를 제공한 마법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성격이 제법 독특한 놈이기는 했지만, 마법사로서의 실력은 확실한 녀석이었다.

‘나중에 한번 찾아가 봐야겠어.’

그래서 에탄은 녀석이 있는 아카데미에 한번 들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전생 때도 사이가 꽤 좋았으니 이번 생에도 잘 지낼 수 있으리라.

“아빠! 탑이 왜 이렇게 커요?”

그렇게 생각을 하는 순간, 아린이가 에탄을 향해 질문했다.

“다른 마탑을 내려보기 위해서.”

에탄은 아린이의 물음에 간결하게 답했다. 아린이가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정말로 마탑이 큰 이유가 그러해서 그리 답한 것일 뿐이었으니.

‘애들도 아니고….’

다른 마탑을 깔보기 위해 자신들의 마탑을 최대한 높게 짓는다니.

정말 의미 없는 짓이다.

적어도 에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나 그걸 나무랄 마음도 없었다. 원래 마법사들은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니까.

거기에 심보도 고약하고 말이다.

“아린아. 그렇게 고개를 계속 들고 있으면 나중에 목이 뻐근해져.”

에탄이 아린이의 자세를 지적했다. 마탑 꼭대기를 눈에 담기 위해서, 목을 최대한으로 꺾은 상태였다.

그리고 뇽뇽이 또한 아린이 옆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으음…. 하지만 여기, 서 있은 지 10분이나 지났잖아요. 너무 심심한 걸요.”

이유는 간단했다.

마탑이 문을 안 열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탄과 이들이 왔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곧 열어 줄 거니까 조금만 참아 봐. 고개는 아래로 내리고. 뇽뇽이 너도 마찬가지야.”

“네!”

“알겠음.”

에탄의 말에 아린이와 뇽뇽이가 힘차게 답했다. 동시에 고개를 원위치하는 순간.

-우웅!

에탄과 이들의 앞에 푸른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들여보내 주는군.”

마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순간 이동 마법진이었다.

“…원래 마탑은 사람이 찾아오면 마중도 안 나옵니까?”

“어.”

“신기하군요.”

모헨이 에탄의 대답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이걸 그냥 넘어가시다니… 도련님도 성격이 많이 좋아지셨구나.’

이런 푸대접에도 에탄이 불만을 품지 않는다는 거였다.

“마법진 안으로 들어와.”

“예.”

에탄의 말에 모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마탑에서 발동시킨 순간 이동 마법진 안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탁!

그렇게 네 명이 모두 원형 마법진 안에 들어가자.

파아앗!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팟!

동시에 마법진에 서 있던 에탄과 나머지 세 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화염의 지배자가 운영하는 마탑 안으로 말이다.

* * *

“에탄이 화염의 지배자를 만나러 갔다고요?”

“그렇다고 하구나.”

베이른의 말에 테이벤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던 손을 멈췄다.

그 정도로 에탄의 행동이 상당히 놀랍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만난답니까?”

마탑주. 마법 연구를 최우선으로 삼는 마법사들의 마탑.

그 집단에서 가장 힘과 권력이 있는 자가 마탑주다.

이들을 만나는 건 어지간한 귀족들도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마탑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곳이니까.

“자세한 과정까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녀석이 아무 생각도 없이 마탑주를 만나지는 않을 거 같다.”

“…나름대로 계획을 가지고 있기는 하겠죠. 마탑주는 무작정 찾아간다고 해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니까요. 에탄 또한 그걸 알고 있을 겁니다.”

테이벤 또한 마법사들이 얼마나 까다로운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마탑주는 더 유난스럽다는 부분까지도 말이다.

“그래도 조금 불안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무엇이 말이냐?”

“에탄이 마탑주랑 한판 붙으려고는 하지는 않을까. 라는 우려가 들어서 말이죠.”

“…그 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그래서 테이벤은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이 아는 에탄이라면, 마탑주랑 대련을 하고도 남을 인간이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별일 없이 돌아오면 좋겠는데.”

둘 중에 한 명은 중상을 입으리라.

때문에, 테이벤은 에탄이 일을 잘 처리하기를 바라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하는 건지.’

그러다가 이내 픽 웃었다.

에탄한테 도움을 받았던 자신이 에탄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웃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념을 지움과 동시에, 바닥에 있는 검을 집어 들고는.

“쉬는 시간 끝났습니다. 다시 한번 지도 부탁드립니다.”

“좋다. 덤벼 보아라.”

탁!

베이른을 향해 있는 힘껏 내달렸다. 에탄과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까앙! 깡.

그렇게 베르사르 가문의 연무장은 오늘도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화염의 지배자가 운영하는 마탑의 내부는 상당히 화려했다. 그녀의 성격을 마탑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저 장식물 하나면 몇 달을 먹고살 수 있겠지.’

그리고 비싼 장식물이 사방에 걸려 있었다. 하나만 훔쳐도(?) 몇 개월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비싼 녀석들이었으니.

“탐난다.”

“예?”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었어.”

“…전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에탄이 눈독을 들일 만도 했다.

돈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탁!

그때. 앞에서 걷던 마법사가 발걸음을 멈췄다.

우웅….

그 순간 사방에 있던 마법진이 형형색색의 빛을 냈다. 그러면서 에탄과 나머지 세 명을 조준했다.

언제든지 마법을 통해 제압할 수 있도록 말이다.

“추천서를 확인하겠습니다.”

“여기요.”

하지만 에탄은 불쾌감을 느끼거나 겁을 먹지 않았다. 자신은 정당하게 이곳을 찾아온 거니까.

쓰윽.

에탄이 품속에서 헤와른이 준 추천서를 꺼냈다. 그리고는 중년 마법사에게 그걸 내밀었다.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마탑주님이 거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제법 흥미로운 추천서라서 말이죠.”

“…….”

에탄이 중년 마법사의 주의에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끼익.

대신 중년 마법사는 헤와른의 추천서를 들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마탑주에게 에탄이 가져온 추천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도련님. 정말 만날 수 있는 겁니까?”

“그럼.”

“만약 만나 주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아니. 그럴 일은 없어.”

모헨의 말에 에탄이 단호하게 답했다. 저 추천서를 보고도 들어오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화염의 지배자가 정신이 나간 거야.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

속된 말로 머리가 돌아 버리지 않는 이상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에탄은 확신했다.

웅!

그 순간 문 안으로 들어갔던 중년 마법사가 에탄 앞에 순간이동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에탄과 나머지 세 명을 쳐다보면서.

“화염의 지배자님이 지금 당장 보시기를 원합니다.”

에탄이 예상했던 말을 내뱉었다.

씨익.

중년 마법사의 말을 듣고 에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 후 마탑주를 본다는 사실에 놀란 모헨의 어깨를 툭 건들고는.

“거봐. 내가 뭐랬어.”

한껏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마탑주님 보러 가자.”

그리고 화염의 지배자가 있는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 * *

마탑의 최정상부는 산꼭대기에 있다고 해도 말이 될 정도로 아득히 높았다.

“진짜 넓네.”

게다가 공간도 무지막지했다.

칼라사르 가문의 부지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였으니.

“이게 마법의 힘인가.”

에탄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 최상위층에 들어오는 건 이번 생이 처음이기에 더 그랬다.

“마나가 넘침.”

뇽뇽이 또한 이 방을 마음에 들어 했다. 질 좋은 마나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상태다.

뇽뇽이에게는 이곳이 좋은 향이 나는 정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마탑주는 어디에 있지?’

에탄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넓은 방에 자신이 만나야 하는 화염의 지배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안녕?”

그때 에탄의 머리 위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허공으로 향했다. 붉은 로브를 두른 화염의 지배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나는-”

그 상태에서 화염의 지배자가 뒷말을 이으려는 순간.

“우아! 너무 멋져요!”

아린이가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그녀를 쳐다봤다.

“어떻게 공중에 그렇게 떠 있을 수 있는 거예요? 마법사님 정말 대단하세요!”

그리고 폭풍같이 그녀를 칭찬했다.

“어. 어?”

화염의 지배자가 아린이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빠아아안.

그 후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아린을 보고는.

“재밌는 아이가 왔네?”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너무 예쁘게 생기기까지 했네. 너 두 가지를 다 가졌구나?”

아린이가 귀여운 이유도 있었지만.

“흐음….”

아린이의 정체를 어느 정도 간파한 점도 포함되어 있었다.

쓰윽.

화염의 지배자가 말을 마치고, 아린이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가만히 있어 봐. 너도 공중에 뜨게 해 줄게.”

-우웅!

그리고 아린이의 발밑에 마법진을 만들어 냈다. 그 순간 땅에 붙어 있던 아린이의 두 다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우와아!”

아린이가 그걸 보고는 다시 한번 감탄을 내뱉었다. 동시에 화염의 지배자에게 다가가서는.

“감사합니다!”

그녀를 꼬옥 껴안으면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흐흠! 뭐 이 정도야!”

화염의 지배자가 아린이의 감사 인사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네가 추천서에 적혀 있던 아이니?”

그리고 아린이를 보면서 마법 천재냐고 물었다.

“아니요!”

화염의 지배자의 물음에 아린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 후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저랑 같이 공중에 떠 있는 뇽뇽이가 마법사예요!”

허공에 떠 있는 뇽뇽이가 추천서에 적혀 있던 아이라고 답했다.

“아. 그래.”

화염의 지배자가 아린이의 말에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응? 잠깐. 공중에 떠 있다고?”

그리고 아린이가 했던 말을 상기하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자신은 분명 아린이한테만 마법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뇽뇽이도 할 수 있음.”

그래서 의아함을 가지려는 찰나.

뇽뇽이가 아린이와 화염의 지배자를 향해 다가갔다.

“뇽뇽이가 저 아줌마보다 더 잘할 수 있음.”

그리고 꺼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말해 버렸다.

“…아줌마?”

그 순간 그녀가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뚝.

살짝 끊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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