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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57화 (57/200)

제57화

다섯 명의 하수인이 그림자 속에서 나타났을 때.

‘끝이다.’

베드린은 살아서 나가는 걸 포기했다. 에탄과 나머지 일행이, 자신들을 지켜 주는 건 힘겨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드린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판단이었다.

아직 에탄의 힘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니까.

“…하.”

그래서 베드린은 자신을 희생하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쓸모없는 결심이었네.’

하지만 베드린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떡하냐. 이제는 혼자네.”

에탄이 풀랜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하수인을 전부 죽였으니까.

“이제 와서 도망칠 생각은 아니겠지?”

에탄이 검을 허공에 한 번 털었다.

그러자 죽은 녀석들의 피가 바닥에 흩날렸다.

“흐음….”

풀랜이 그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될 줄은 몰랐다.

“크흐… 크흐흐!”

그래서 더 기뻤다.

“네 녀석이 알아서 재물을 만들어 줬구나.”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에탄이 대신 처리해 줬으니까.

-우웅!

풀랜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자신의 두 팔을 양쪽으로 뻗었다. 그 순간 녀석의 몸에서 짙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쓸모없는 놈들 같으니.”

그리고 그 마기들이 바닥에 쓰러진 녀석들을 그림자 안으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다들 저 하수인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는 없다고 확신했다.

콰직! 우드득!

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그림자 안에서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히익!”

“저. 저게 무슨.”

“악마다. 악마야….”

마을 사람들이 그걸 듣고는 겁에 질렸다. 저런 식으로 자신의 부하를 가차 없이 죽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

하지만 모두가 풀랜의 행동에 동요한 건 아니었다. 에탄은 별다른 감정 변화 없이 놈을 쳐다봤다.

“어째 악마 숭배자란 놈들은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냐.”

전생 때 풀랜과 같은 놈을 많이 만나 봤으니까. 아니. 오히려 녀석보다 더 극악무도한 자들과도 마주해 봤으니.

“하긴. 그러니까 이런 짓거리나 하고 있는 거겠지.”

에탄이 겁에 질리지 않는 게 당연한 거였다.

“아직도 내가 아무런 힘도 없는 노인처럼 보이나?”

풀랜이 비소를 지었다.

그리고 에탄과 뒤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그렇다면 큰 착각이다. 네 녀석은 내가 이 쓸모없는 놈들을 집어삼키게 내버려 두면 안 됐다.”

자신이 달라졌다는 말을 장황하게 표현했다.

“죽어-”

그 뒤 몸 안에 있는 마기를 끌어 올려, 에탄과 감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찢어 버리려는 순간.

“완성했음.”

뇽뇽이가 흉악해진 녀석의 몰골을 보고 한 단어를 말했다. 동시에 오른손을 녀석에게 뻗는 순간.

파앗!

풀랜이 서 있는 자리에 숨겨져 있던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탄이 녀석 몰래 전한 수신호를 뇽뇽이가 알아차리고 따른 결과였다.

“무-”

놈이 뇽뇽이가 만들어 낸 마법진을 보고 경악했다. 발밑에 마법진이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당연한 거였다.

뇽뇽이의 마법은 풀랜보다 압도적이니까.

화르륵!

“끄아아악!”

마법진에서 나온 불길이 녀석을 집어삼켰다. 에탄이 불을 끄기 위해 발버둥 치는 녀석을 가만히 쳐다봤다.

“끝났네.”

그렇게 10초가 지났을 때. 놈의 육체는 잿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흥.”

에탄이 녀석의 육체였던 것을 보고 콧방귀를 꼈다.

“다음부터는 발밑은 조심해. 안 그러면 지금처럼 험한 꼴을 당할 테니까.”

동시에 나름대로 인생 조언을 해 줬다. 물론. 놈에게 에탄의 말이 들릴 일은 없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체 기관(?)이 사라진 상태니까.

“자. 그러면.”

에탄이 풀랜에게 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마을 사람들이 넋을 잃은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씨익.

그들을 보고 에탄이 환하게 미소를 짓고는.

“이 사태의 원인도 제거했으니. 여기서 빠져나가죠. 저희가 앞장서서 길을 뚫을 테니 조심히 따라오세요.”

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말을 들려줬다.

* * *

에탄은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감옥을 빠져나왔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을 광장에서 감사 인사를 받게 됐다. 거기에는 아린이. 뇽뇽이, 모헨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제일 앞에서 고개를 숙인 베드린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을 구해 줬으니 그에 상응하는 걸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그럴 만한 물건이 없으니 베드린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닙니다.”

에탄 또한 베드린의 속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줘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일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한 일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이대로 돌려보내는 건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베드린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곰곰이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이번 일은 영주님께 제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영주님께서 보상을 내려 주실 겁니다.”

마을을 관리하는 영주에게 증언을 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해지신다면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에탄이 베드린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보상을 해 주려는 베드린의 모습이 제법 기특했다.

‘솔직히 아무것도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할 수도 있지. 양심만 조금 버린다면 말이야.’

이런 작은 마을에서 무언가를 얻어 내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에탄에게 보상을 해 주려고하니, 에탄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여기서 머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미 밤도 늦었고 말이죠.”

감옥을 나오는 데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됐다. 덕분에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이 시간에 마차를 끄시는 건 위험합니다. 어두워서 길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흐음….”

“게다가 식량도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마을에 남아 있는 음식을 나눠 드릴 테니 푹 쉬고 가시죠.”

마침 하룻밤을 보낼 곳이 필요한 건 맞았다. 마차를 재정비하기도 해야 하고 말이다.

“마차도 좋은 걸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조금 전에 살펴보니 바퀴 부분이 많이 손상되어 있더군요.”

그때 베드린이 에탄의 시선이 마차로 향한 걸 눈치채고, 재빠르게 뒷말을 붙였다.

일주일을 쉬지 않고 내달렸으니, 바퀴가 마모되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걸 베드린이 고쳐 준다고까지 하니, 에탄은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천하의 에탄이라고 해도, 베드린의 호의 가득한 집착(?)을 이겨 낼 수는 없는 거였다.

“그럼 오늘 밤만 조금 신세를 지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베드린이 에탄의 답에 안도했다. 동시에 마을 사람들을 향해.

“오늘은 우리를 구해 주신 은인분들을 위해서 작게나마 축제를 열까 합니다. 다들 배도 채울 겸 말이죠.”

에탄과 이들을 위해서 축배를 들자고 말했다.

“마침 창고에 술이 남아 있으니 그걸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그러면 고기를 가져올게요.”

“마을 광장에 모닥불 설치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베드린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반응했다. 이어서 축제를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해 나갔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에탄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을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이 활기찬 분위기를 가라앉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린이도 뇽뇽이랑 같이 도울게요!”

“일할 수 있음.”

게다가 아린이와 뇽뇽이는 이미 주민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축제가 뭐예요?”

“다 같이 즐겁게 노는 거란다.”

“우아…!”

“그런데 우리 공주님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쁜가?”

“아빠 닮아서요!”

곧 있으면 열릴 축제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모헨. 우리도 돕자.”

“예.”

그렇게 모두가 일을 하니. 제아무리 에탄이라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저희도 함께 돕겠습니다.”

그래서 축제에 쓰일 장작을 옮기는 걸 모헨과 거들었다. 아린이처럼 조금 있다 열릴 축제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역시.’

모헨이 에탄과 아린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두 사람 모두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아린 님은 도련님의 따님이 맞구나.’

그걸 보면서 모헨은 한 가지 사실을 느꼈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닮는다는 걸 말이다.

* * *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어제 일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에탄이 마을을 떠날 시간이었다. 베드린도 그걸 알기에, 주민들과 함께 에탄을 배웅 나왔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베드린의 말에 에탄이 손을 저었다. 숙소와 가는 길에 필요한 식량부터 시작해 마차 수리까지.

“여러모로 도와주신 덕분에 다른 마을에 들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게 됐어요.”

먼 길을 가는데 필요한 대부분을 베드린이 제공해 줬다. 덕분에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으니. 에탄이 고마움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군요.”

에탄의 말에 베드린이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영주님께 보고도 바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칼라사르 가문 덕분에 저희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이죠.”

그리고 다시 한번 영주에게 이번 일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영주와 만난다고 해서, 에탄이 원하는 수준의 보상을 얻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굳이 만남을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 영주를 통해서 왕을 만날 수도 있는 거니까.’

사람 관계는 생각보다 활용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북부를 통합해야 하는 에탄에게는 더 많은 인맥이 필요했으니.

‘소개시켜 준다고 하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지.’

어찌 보면 지금 에탄에게 필요한 걸 베드린이 해 주는 격이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축제. 재밌었음.”

아린이와 뇽뇽이가 마차 안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러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예쁜 공주님들 조심히 가!”

“다음에 오면 맛있는 사탕 준비해 놓을게!”

마을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잇몸이 만개할 정도로 웃었다. 아린이와 뇽뇽이는 이들에게도 귀한 딸이나 마찬가지다.

동시에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니,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잠깐의 인사가 이루어지고, 에탄이 베드린을 향해 떠나 보겠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베드린이 에탄의 말에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가능하면 그럴게요.”

하지만 에탄의 이어지는 대답을 듣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후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모헨. 출발하자.”

“예.”

모헨이 에탄의 말에 말고삐를 힘차게 휘둘렀다.

히이잉!

그러자 말들이 힘찬 울음소리를 냄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약 일주일가량이 더 지났을 때….

“도련님. 앞에 마탑이 보입니다.”

마침내 화염의 지배자가 있는 마탑에 도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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