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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56화 (56/200)

제56화

“엄마….”

“흑…흑흑.”

“죽고 싶지 않아.”

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절망이 지하 감옥에 울려 퍼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죽는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단정 지었다. 여기서 곧 악마 숭배자의 제물로 바쳐질 거라고 말이다.

“탈출할 방법은 아직 못 찾았나?”

“예. 유감스럽게도….”

마을 촌장 베드린의 물음에,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젠장.”

베드린이 대답을 듣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아버지가 죽고 촌장 자리를 물려받은 지 일 년도 채 안 됐다.

그런데 마을이 완전히 멸망하게 생겼으니.

“왜 하필….”

베드린은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왕국에서 이변을 눈치챌 가능성도 없겠지. 세금을 징수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외부의 힘을 바라본다는 기대도 할 수 없었다. 베드린이 운영하는 마을은 아주 작은 곳이었으니까.

“…안 되겠다. 결국 그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겠어.”

“촌장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가만히 끌려가서 죽는 것보다는 낫지.”

베드린이 남자의 말에 단호하게 답했다. 그 후 품속에 있는 작은 칼자루를 만지작거렸다.

야생 동물의 가죽을 벗길 때 사용하는 녀석이지만, 사람에게도 충분히 위협적인 칼이었다.

그래서 악마 숭배자가 다가오면, 이걸 이용해 놈의 목을 찌르는 게 베드린의 계획이었다.

“가더라도 혼자 가지는 않는다.”

베드린이 두 눈을 번쩍였다.

그 후 남자에게 뒷말을 이으려는 순간.

쿠쿵… 쿠쿠쿵!

베드린과 이들이 갇혀 있는 지하 감옥에 큰 진동이 일어났다. 정확히는 위쪽에서 무언가 뚫리고 있는 소리였다.

“뭐. 뭐지?”

베드린이 그걸 눈치채고는 천장으로 시선을 향했다.

투툭. 투투툭.

그 순간 천장에서 작은 가루들이 떨어지고.

쩌적!

천장에 여러 갈래의 금이 갔다.

콰아앙!

그리고 끝내는 벽이 완전히 뚫리고.

쿠웅!

“으으… 살. 살려 줘….”

그 구멍을 통해 모헨이 두 다리로 복도에 착지했다.

“짜식. 그래도 하체는 튼실하네.”

“모헨 님 최고!”

“다리. 튼튼함.”

그러자 모헨의 몸에 거머리처럼 매달려 있던 세 명이 한마디씩 말하고는.

탁!

땅으로 가뿐히 내려왔다. 이들은 모헨과 다르게 얼굴에 편안함이 가득했다.

당연한 거였다.

착륙을 하면서 생긴 모든 충격은 모헨이 받아 냈으니까.

털썩.

그렇게 세 명이 몸에서 떨어지자, 모헨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정도면 기사가 아니라 노예 아닙니까?”

“괜찮아. 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다.”

“그게 무슨….”

그리고 에탄에게 이게 맞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헨이 원하던 내용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이거 꽤 나쁘지 않은데? 앞으로 기사단 훈련에 추가되도록 건의해야겠어.”

오히려 더 악화됐다.

이 무지막지한 걸 앞으로는 훈련으로 해야 하다니.

“아아….”

모헨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정신 줄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일어나. 마을 사람들 구해야지.”

에탄의 말대로 해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일단 철창부터 전부 박살 내자.”

“예.”

에탄의 말에 모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린이도 도울게요!”

“나도 할 거임.”

그리고 뒤에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도 발 벗고 나서겠다고 했다.

“좋아.”

에탄이 아린이와 뇽뇽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때마침 철창도 4개로 나누어져 있으니.

각자 하나씩 맡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아린이는 왼쪽 뒤. 뇽뇽이는 오른쪽 뒤. 모헨은 왼쪽 앞. 나는 오른쪽 앞을 맡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이해했음.”

에탄의 말에 나머지 세 명이 힘차게 답했다. 동시에 각자 맡은 철창 앞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잠깐! 이 철창에는 이상한 마법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잘못했다가는 피부가 탈 거예요!”

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이 이들을 향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들 또한 처음에는 탈출하기 위해 철창을 건드려 봤다.

하지만 그 대가로 피부가 타 버렸기에, 그 위험성을 말해 주는 거였다.

쓰윽.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 경고에도, 네 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쓰릉!

-우우웅.

각자가 맡은 철창을 부수기 위해 검과 마법을 발동시켰다.

“작업 끝났어요!”

“이쪽도 마찬가지임.”

“저도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철창을 깔끔히 제거해 냈다.

“세상에….”

“어떻게 철창을?”

“마법사도 있어.”

갇혀 있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손을 댈 때까지만 해도, 위험한 마법들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에탄과 이들이 검과 마법을 이용하자, 철창이 종이 잘리듯이 토막이 나 버렸다.

“이제… 저희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여러분을 구하러 왔습니다.”

모헨이 겁에 질린 몇몇 마을 사람을 보고 입을 열었다.

“이쪽은 칼라사르 가문의 막내가 맞나요? 도련님이십니다. 그리고 저는 전속 기사고요.”

그리고 에탄과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아빠 딸. 아린이예요!”

“친구. 뇽뇽이임.”

그러자 아린이와 뇽뇽이가 자기들도 질 수 없다는 듯, 마을 사람들에게 이름을 말해 줬다.

“혹시 이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으신 분이 누구입니까? 마을 촌장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때. 에탄이 마을 사람들을 훑어보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촌장입니다.”

베드린이 에탄의 말에 즉각 반응했다. 동시에 앞쪽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고.

“베드린이라고 합니다.”

에탄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에탄입니다.”

에탄이 베드린의 말에 고개를 꾸벅였다.

“혹시 이 감옥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습니까?”

그 후 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죄송하지만 저희도 여기에 관해서 무언가를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잡혀 오고 나서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감옥 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베드린은 에탄의 물음에 시원한 답을 해 주지 못했다. 그래서 미안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에탄은 베드린을 탓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니까.

“일단 저희와 함께 가시죠. 마음 같으면 바로 탈출을 시켜 드리고 싶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곳까지 온 게 아니라서요.”

“아….”

에탄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구멍으로 향했다. 위에서 아래로 뚫린 거대한 구멍.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땅한 장비도 없고 싸울 줄도 모르는데 괜찮겠습니까?”

베드린이 에탄을 향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여나 저희 때문에 발목이라도 잡히면….”

자신들을 데리고 감옥을 나가려다가, 에탄과 나머지 세 명이 다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으니까.

“뒤에만 계셔 주시면 됩니다. 놈들을 처리하는 건 제가 담당할 거고, 나머지 세 명은 베드린 님과 주민들을 호위할 겁니다.”

에탄 또한 베드린이 무얼 우려하고 있는지 잘 알았다. 그렇기에 싸움은 혼자서 할 거라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계신 모든 분이 무사히 나갈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단 한 명도 다치는 일 없게 말이죠.”

“하지만-”

“그러니까 통제만 잘 따라 주시면 됩니다. 촌장님이 그 역할을 잘 해 주셔야 하고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셨나요?”

“…예. 잘 이해했습니다.”

베드린이 에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이의 제기는 받지 않겠다는 게 느껴졌다.

“좋아요. 그럼 바로 시작해 보죠. 때마침 녀석들도 이쪽으로 오고 있네요.”

“네? 그게 무슨….”

에탄의 말에 베드린이 두 눈을 끔뻑였다. 그리고 뭐가 오냐고 물으려는 순간.

“이거. 마법사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었군.”

악마 숭배자 풀랜이 이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냐?”

에탄이 후드를 뒤집어쓴 녀석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노인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힘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에탄은 놈에게 바로 접근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친구들도 데려왔네. 내가 워낙 외로움을 많이 타서 말이지.”

에탄의 질문에 풀랜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 후 오른손을 한 번 까딱이자.

스르륵….

풀랜의 그림자 속에서 다섯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리해라.”

“예.”

풀랜의 명령에 제일 앞에 있는 하수인이 간결하게 답했다.

파팍!

그 후 나머지 네 명의 하수인과 동시에 발을 내달렸다. 검을 늘어지게 잡은 채 자신들을 쳐다보는 에탄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위험-”

베드린이 그걸 보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 동시에 에탄을 대신해 녀석들을 막으려는 순간.

-우우웅!

에탄의 검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서걱!

동시에 칼로 종이를 베는 듯한 소리가 감옥에 울려 퍼지고.

“끄읅!”

에탄에게 가장 근접했던 하수인이 목을 잡으면서 쓰러졌다.

“무-”

그걸 본 다른 하수인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녀석의 목이 베이기까지는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지 못했다.

에탄이 검을 휘두르는 지극히 단순한 동작이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심-”

그래서 가장 실력 있는 하수인이, 나머지 하수인들에게 에탄을 주의하라 말하려는 순간,

탁.

에탄이 녀석들을 향해 한 걸음 움직였다. 그 후 나머지 네 명의 하수인을 눈으로 훑어보는 순간.

…서걱!

다시 한번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감옥에 울려 퍼졌다.

쿵!

이어서 에탄을 조심하라고 말하려던 녀석의 몸이 땅에 떨어졌다.

이번에도 목을 부여잡은 채 말이다.

그렇게 두 명의 하수인이 죽자.

“…….”

에탄이 공포에 물든 나머지 녀석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뭐 해. 어서 안 덤비고?”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안 오면 내가 간다.”

이번에는 에탄이 역으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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