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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55화 (55/200)

제55화

“흐음….”

에탄이 바닥에 있는 마법진을 살펴봤다. 마법진이 발동되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나가 흘렀던 흔적은 확실히 눈에 보였다.

‘그 말은 즉… 누군가 이곳 마을에 마법을 사용했다.’

그걸 통해서 에탄은 이 마을에 왜 사람이 없는지 깨달았다.

분명. 이 마법이 마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리라.

“일반적인 마법진은 아닌 거 같은데.”

에탄이 바닥에 각인되어 있는 마법진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동안 흔히 봐 왔던 문양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녀석을 본 적이 있었다.

“……!”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는 순간, 마침내 마법진의 정체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악마 숭배자.’

악마 숭배자.

마계에 있는 악마들을 섬기는 교단의 이름이다.

즉. 인간이지만 마족을 따르는 놈들이니.

“뇽뇽아. 이 마법진 좀 활성화시켜 줄 수 있겠어?”

에탄은 이 일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능.”

에탄의 말에 옆에 있는 뇽뇽이가 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도련님. 너무 위험한 선택 아닙니까? 이 마법진이 뭔지도 모르는데….”

“아니. 알아.”

“예?”

“이건 사람들을 감옥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마법이야.”

모헨이 에탄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에탄이 그걸 어떻게 아는지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러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겠습니다.”

“맞아. 지금 당장 가야 해. 안 그러면 이 마을 사람들이 죽은 모습을 보게 될 거야.”

모헨이 에탄의 대답에 이를 악물었다. 기사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이런 행위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뇽뇽아. 마법 활성화시켜 줘.”

“알겠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을 듣고, 마법진을 향해 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후 몸 안에 있는 마나를 마법진에 흘려보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뇽뇽이 님은 어떻게 마나를 다루시는 겁니까?”

그때 모헨이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직 뇽뇽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는, 모든 상황이 끝나 있었으니까.

“아. 내가 말 안 했나?”

에탄이 모헨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후 환하게 빛나는 마법진을 보면서.

“뇽뇽이 사실 드래곤이야.”

별일 아니라는 듯 엄청난 진실을 모헨에게 말했다.

“…예?”

그리고 이런 에탄의 대답에.

“드… 드래곤?”

모헨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동시에 에탄에게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파아앗!

뇽뇽이가 발동시킨 마법진이 이들을 집어삼켰다.

* * *

지하 감옥의 가장 아래층.

“…침입자가 나타났다고?”

“예. 아무래도 외지인이 들어온 거 같습니다.”

이곳을 관리하는 대장이자 악마 숭배자인 풀랜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만든 감옥에 외부인이 들어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는?”

“아무래도 혼자인 거 같습니다. 마법진에 걸린 수가 한 명뿐이었으니까요.”

“왕국 토벌대는 아니겠군.”

풀랜이 부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였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지 삼일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 왕국에서 이 사태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직 세금을 거두러 올 시기가 아니니까.

“그런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저희가 이용했던 마법진을 발동시킨 거 같습니다.”

“마법사 혼자서 여기를 찾아왔다고?”

“예.”

풀랜이 부하의 대답에 턱을 쓸었다.

“신경 쓰지 말아라. 어차피 중간에 설치된 함정에 죽을 테니까.”

그리고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뒷말을 이었다. 이 지하 감옥에는 무수히 많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니 어지간한 실력의 마법사가 아니면 고전을 면치 못 하리라.

“놈이 마지막 함정을 건들면 신호가 울릴 것이다. 그때 애들과 함께 녀석을 처리해라. 진이 빠진 상태일 테니 죽이는 게 어렵진 않을 거다.”

“알겠습니다.”

풀랜의 말에 하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가볍게 경례를 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끼익.

“…….”

그렇게 다시 한번 방문이 닫히자, 풀랜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 후 창문 너머에 있는 감옥을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

수없이 실패한 악마 소환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 * *

화르륵!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통로에 불이 나타났다.

“역시 뇽뇽이야!”

그러자 아린이가 감탄을 내뱉었다. 자신은 해낼 수 없는 마법을 뇽뇽이가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드래곤이라니.”

모헨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놀란 걸 넘어 눈에서 동공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뇽뇽이 님이 드래곤. 하.”

뇽뇽이의 진짜 정체를 알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걸 들은 지 10초밖에 되지 않았다는 거였다.

“걱정하지 마. 우리 뇽뇽이는 아무나 죽이고 다니지 않아.”

에탄이 완전히 넋이 나간 모헨의 어깨를 토닥였다. 에탄 또한 처음에는 심장이 가라앉는 줄 알았다.

아무리 죽었다 살아났다고 하지만, 드래곤은 별개의 존재였으니까.

“그렇지. 뇽뇽아?”

“맞음.”

하지만 뇽뇽이와 지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뇽뇽이는 다른 드래곤과는 다르게,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는걸.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 뇽뇽이 착하다~”

“흐흥!”

뇽뇽이의 부모나 마찬가지인, 아린이가 있는 한 별일은 없을 거라는 걸 말이다.

‘만약 아린이가 없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

아린이가 알 상태였던 뇽뇽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에탄은 뇽뇽이에게 검을 겨누어야 했을 수도 있다.

드래곤은 원래 자신을 제일로 여기는 존재니까.

“안쪽으로 움직이자.”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에탄은 잘 알고 있었다.

뇽뇽이는 자신들과 함께 하는 가족이 된 지 오래니까.

“뇽뇽이가 앞장서.”

“알겠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힘차게 답했다. 그 후 작은 불꽃을 허공에 띄운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벽에 핏자국이 있군요.”

모헨이 양쪽 벽면에 있는 피들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 자국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묻지 않았다.

안 봐도 뻔히 보였으니까.

“악마 숭배자들은 인간을 물건 취급하는 놈들이야.”

“…….”

“그러니까 놈들을 죽이는데 망설이지 마.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모헨이 에탄의 대답에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모헨은 아직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다.

그 말은 즉. 이번 전투에서 처음으로 살생을 한다는 뜻이니.

에탄이 망설임을 가지지 말라고 하는 게 당연했다.

“아린이도 가능하면 뒤에 있어. 더러운 꼴을 보는 건 아빠랑 모헨이면 충분하니까.”

“…네.”

아린이가 에탄의 대답에 입술을 깨물었다. 에탄이 산적을 처리할 때 동행했기에, 사람이 죽는 거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나 에탄은 아린이의 손에 피를 묻히기 싫었다.

적어도 자신의 힘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말이다.

“아린이. 내가 지킬 거임.”

그때. 제일 앞에서 걷던 뇽뇽이가 입을 열었다.

“나머지는 알아서 살기.”

그리고 에탄과 모헨에게는 각자 생존하라는 말을 붙였다.

“…도련님. 저희는 왜 안 지켜 주는 겁니까?”

“우린 아린이가 아니잖아.”

“아.”

에탄의 대답에 모헨이 단번에 납득했다.

“그리고 어른인 우리가 애들 보호를 받아야 하겠니?”

“도련님 아직 성인 아닌-.”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자꾸 반박하면 돌아갈 때는 한 발로 마차 운행하게 한다?”

“예. 알겠습니다.”

에탄의 은은한 협박에 모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한 마디라도 더 했다가는 자신의 다리가 남아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탁!

그렇게 생각을 하는 순간.

“앞에 뭔가 있음.”

제일 앞에서 걷던 뇽뇽이가 걸음을 멈췄다. 그 후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손으로 가리켰다.

“위험함. 앞에 함정이 있음.”

“그래?”

에탄이 뇽뇽이의 손이 향한 곳을 쳐다봤다. 하지만 에탄의 시야에는 그저 평범한 바닥일 뿐이었다.

심지어 마나의 흐름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함정 마법인가.’

뇽뇽이가 지하 감옥에 있는 함정을 발견한 거라고 판단했다.

‘뇽뇽이를 데려오기를 잘했네. 안 그랬으면 고생 좀 했겠어.’

에탄이 그걸 깨닫고는 고개를 저었다. 환생을 했다고 하지만, 마법에 갑자기 재능이 생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돌아가면 마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대비를 해야겠지.’

그래서 에탄은 검이 아닌, 마법에 관한 시야도 넓혀야 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다.

“도련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모헨이 에탄을 향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이런 곳에 함정이 하나만 있을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나란히 걸어도, 전혀 좁지 않은 통로의 크기를 언급했다.

“그래. 그럴 거 같네. 이 무지막지한 통로만 봐도 딱 느껴져.”

에탄 또한 그걸 느끼고 있었기에, 모헨의 말에 덤덤히 반응했다.

“가문에 지원을 요청하는 건….”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어. 갔다가 오는 거만 해도 일주일이 걸릴 테니까.”

“…….”

그리고 이어지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모헨이 에탄의 대답에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하나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묘수가 모헨의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고뇌에 빠지려는 찰나.

“그런데 굳이 통로를 따라서 걸어야 할까?”

에탄이 모헨을 향해 한 가지 의문을 툭 던졌다. 이어서 널찍한 통로를 살펴보면서.

“이 정도 크기면 구멍 하나 뚫어도 무너질 거 같지는 않단 말이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모헨이 그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번쩍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씨익.

에탄이 놀란 모헨의 얼굴을 재밌다는 듯 바라봤다.

이어서 불꽃을 둥둥 띄우고 있는 뇽뇽이를 향해.

“뇽뇽아. 마법 한 방 제대로 쓰게 해 줄까?”

구미가 당길 만한 제안을 건넸다.

“좋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좋아. 그러면 이 통로에 큰 구멍을 내 버려. 가장 밑에 층까지 도달할 수 있게끔 있는 힘껏! 눈치 보지 말고!”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환하게 미소를 짓고는.

[……]

-우우웅….

다시 한번 용언을 통해 마법진을 만들어 냈다.

“흥!”

그리고 기쁨에 가득 찬 콧소리와 함께.

콰아아앙!

거대한 돌덩어리를 바닥에 냅다 내리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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