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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54화 (54/200)

제54화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을 때.

“정말 가시는 겁니까?”

칼라사르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입구에 모였다.

“그래. 가야지.”

에탄과 그의 일행이 떠나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일행이라고 해 봤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에탄, 아린이, 뇽뇽이 그리고 에탄의 전속 기사인 모헨까지. 이렇게 총 4명이 칼라사르 가문을 떠나게 됐다.

“화염의 지배자는 예측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러니 조심하십시오.”

세바스찬이 떠날 채비를 마친 에탄에게 조언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 나도 한 성격 하니까.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에탄이 세바스찬을 향해 낄낄 웃으면서 답했다. 망나니였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에탄도 확실히 한가락 하는 인생을 살았다. 비록 마지막에는 마물에 의해서 죽었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렇긴 합니다. 도련님이라면 화염의 지배자를 만나도 크게 주눅들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알면 됐어.”

그래서 세바스찬은 에탄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화염의 지배자라는 마법사를 만난다고 해도, 에탄이 주눅들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에탄. 조심히 다녀와라.”

세바스찬이 조언을 끝내자, 이번에는 지오반이 에탄에게 말을 걸었다.

“솔직히 말하면 믿기지가 않는구나.”

“…무엇이요?”

“네가 가문을 떠난다는 사실에 아까움을 느끼는 게 말이다. 만약 옛날이었다면 두 손을 들면서 환영했겠지.”

“크흠.”

지오반의 말에 에탄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옛날이 어떤 시기를 말하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오히려… 걱정이 되는구나. 아린이와 뇽뇽이 그리고 모헨까지. 모두의 안위를 생각하게 됐다.”

“누가 보면 북부를 아예 떠나는 줄 알겠네요.”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픽 웃었다.

“걱정 마세요. 못해도 삼 주 안에는 돌아올 테니까요. 화염의 지배자가 있는 마탑은 북부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산책 나들이를 가는 수준이라고 뒷말을 이었다.

실제로 에탄에게 이 정도는 험난한 여정에 드는 일도 아니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지오반이 에탄의 답에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말을 해 주니 걱정이 사라졌다.

“네 뒤에는 항상 칼라사르 가문이 함께한다는 걸 기억하거라.”

“그럼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부르겠습니다.”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가문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살펴보고는.

“이제 슬슬 가 볼게요.”

출발하겠다고 뒷말을 붙였다.

“에탄 도련님께 받들어 검!”

그 순간 빌헬름이 우렁찬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척!

그러자 두 줄로 도열해 있던 칼라사르 가문의 기사들이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가자.”

그걸 본 에탄이 기사들 사이를 걸어 나갔다. 아린이와 뇽뇽이, 모헨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바로!”

그렇게 네 사람이 칼라사르 본가를 빠져나가자, 빌헬름이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

“도련님. 더 강해져서 돌아오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에탄을 향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가문의 후계자한테 하기에는 제법 건방진 말이었지만.

“목 닦고 기다려라. 내가 돌아오면 다시 한번 대련이니까.”

에탄은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빌헬름에게 도발로 답해 줬다.

“하! 좋습니다!”

빌헬름이 에탄의 말에 목청이 떠나가라 웃었다. 그리고 조심히 다녀오라는 의미를 담아 손을 흔들었다.

씨익.

에탄이 그걸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후 다녀온다는 의미로 손을 한번 까닥이고는.

“가자.”

발걸음을 움직였다.

화염의 지배자가 있는 마탑을 향해서 말이다.

* * *

화염의 지배자가 있는 마탑은, 북부에서 중앙 대륙으로 가는 경계선에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그래서 에탄은 마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가문의 문양이 각인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상인의 마차였다.

“어째서 일반 마차를 타고 가시는 겁니까?”

“귀족인 걸 알면 시비 거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아….”

모헨이 에탄의 대답에 곧바로 납득했다. 소수로 움직이는 귀족은 도적들에게 한탕 해 먹기 좋은 표적이었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마차 안에 있는 귀족들이 힘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이야기다.

“만날 때마다 죽이고 가기에는 너무 귀찮다. 아린이와 뇽뇽이 정서에도 안 좋고.”

하지만 에탄과 이들은 예외였다.

한 명은 전생이 전설의 검이었고, 또 한 사람은 드래곤이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모헨이 에탄의 말에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 마차 뒤쪽에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를 살펴봤다.

“두 분 모두 많이 피곤하셨던 거 같습니다.”

아린이와 뇽뇽이가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잠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같았다.

“보기 좋군요.”

그래서 모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크흠. 우리 딸이 많이 사랑스럽기는 하지. 안 그래?”

“뇽뇽이 님도 도련님의 딸입니다.”

“어? 나는 분명 아린이 친구라고 가문에 소개했는데?”

“다들 도련님이 뇽뇽이 님을 입양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트렸어? 내가 아주 묵사발을-”

“가주님이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

모헨의 친절한 정보 제공에 에탄이 몸을 움찔했다. 아무리 자신의 성격이 글러 먹었다고 해도, 지오반을 두드려 팰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상태도 아니고 말이다.

“어쨌든 아니야. 진짜 아린이 친구라서 데려온 거라니까?”

“공식적으로는 그렇다는 뜻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

모헨의 대답에 에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아주 잠깐 녀석을 발로 차 버릴까 고민했지만.

“네가 없으면 내가 마차를 몰아야 하니까 참는다.”

모헨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차마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따라온 걸 보면 어젯밤에 내가 했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인가?”

“…….”

에탄의 물음에 모헨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저는 아직 누군가를 이끌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나약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흐음….”

“다만. 언젠가 도련님에게 검으로 인정받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하겠습니다.”

모헨이 답을 마치고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안에는 에탄이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숨어 있었다.

“짜식.”

하지만 그건 모헨의 과한 우려였다. 에탄은 모헨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해도 화를 낼 생각이 없었다.

“역시 너답다.”

오히려 녀석의 대답에 만족함을 느꼈다.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도 모헨다웠으니까.

물론.

“그러면 내가 널 진흙탕에 굴려도 별소리 안 하겠다는 거지?”

“…예?”

“나한테 검으로 인정받으면 제안 받아들인다며. 그러니까 빨리 그날이 오게 해 줄게.”

그렇다고 해서 모헨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제안은 거절했지만, 자신의 전속 기사인 건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걱정하지 마.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굴려 줄 테니까.”

에탄이 말을 마치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

모헨이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순간 에탄에게서 악마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다.

“지금부터는 일어나서 마차 이끌어라. 일단 균형 감각을 단련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넘어지거나 비틀거리면 죽을 줄 알아.”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머물 마을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신이시여….’

자신이 착각을 한 게 아니라고 확신하게 됐다.

* * *

마차는 계속해서 화염의 지배자가 있는 마탑을 향해 움직였다.

“도. 도련님… 저기 마을이 보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이들의 눈앞에 작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벌써 마을이 나왔네.”

그걸 본 에탄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모헨의 다리가 후들거려서 넘어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구나?”

모헨이 언제 넘어지나 학수고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이 나와 버렸으니.

에탄이 아쉬움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그래. 이제 앉아라.”

“감… 감사합니다.”

모헨이 에탄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주저앉았다.

“모헨 님 고생하셨어요!”

“고생했음.”

뒤에서 그걸 본 아린이와 뇽뇽이가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모헨이 펼친 기행을 봐 왔다.

덕분에 마차를 타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눈앞에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을 만들어 주는 모헨이 있었으니까.

“감. 감사합니다….”

모헨이 고생했다는 말에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말고삐는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마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으니까.

다그닥, 다그닥!

그렇게 몇 분을 더 움직인 끝에, 마차는 마침내 마을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음…?”

그 순간 에탄은 눈썹을 찡그렸다. 마을에 쥐새끼 한 마리도 안 보였기 때문이다.

“왜 아무도 없지?”

혹시나 싶어 기운을 끌어 올려 봤지만,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헨. 검 뽑아.”

“예.”

그 점이 이상해서 모헨에게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말했다.

탁!

그 후 마차에서 내리고.

“아린아, 뇽뇽아. 나와 봐.”

뒤에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에게 마차에서 나오라고 말했다.

끼익.

에탄의 말에 아린이와 뇽뇽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 후 아무도 없는 내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린아. 혹시 느껴지는 게 있니?”

“으음… 저는 없어요.”

에탄의 물음에 아린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린이 또한 기척을 느끼는 감각이 상당했지만, 이 마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들의 ‘감’이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기분 나쁨.”

그때. 가만히 마을 광장을 바라보던 뇽뇽이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쓰윽.

이어서 광장 오른편에 있는 작은 집을 손으로 가리키고는.

“저 집 이상함.”

건물의 존재에 의문을 품었다.

“그래?”

에탄이 뇽뇽이의 말에 끔뻑였다. 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그렇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일반 집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헤와른의 추천서에 각인되어 있던 인장처럼, 뇽뇽이가 가리킨 집에도 마나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어.”

쓰릉!

에탄이 그걸 확인하고 검을 빼 들었다.

“조심히 따라와.”

이어서 수상쩍은 집으로 조심히 접근하고.

끼익.

마침내 닫혀 있는 집 문을 여는 순간.

“…마법진?”

빛이 다 바랜 마법진 하나가 이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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