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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52화 (52/200)

제52화

솨아아아….

계곡에 있는 물들이 밑으로 떨어졌다.

“…….”

모헨이 가부좌를 튼 채 폭포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물들이 낙하하면서 내는 소음들. 그 미묘한 흐름을 알아내기 위해. 무려 3시간 가까이를 소리에 집중했다.

쓰윽.

그리고 약 한 시간이 더 지났을 때. 모헨의 감겨 있던 눈꺼풀이 위로 올라갔다.

스릉!

동시에 모헨이 검집에서 검을 빼냈다.

‘한 달 만인가.’

처음에 시도했을 때를 제외하고 한 달이었다. 즉. 검을 쥔 지금까지 모헨은 폭포를 베기 위한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눈을 감고 녀석의 흐름을 느끼려고 했다.

“이제는….”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면서.

모헨은 스스로 많은 걸 깨우치게 됐다.

“벨 수 있다.”

그리고 한 달 가까이가 지난 지금.

모헨은 자신이 에탄과 아린이처럼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투툭… 툭….

모헨이 폭포에서 떨어지는 수천수만 개의 물방울을 노려봤다. 그 순간 모헨의 시간이 느려졌다.

동시에 모헨의 눈에 보였다.

후웅!

녀석들을 벨 수 있는 아주 작은 틈새가 말이다.

그렇기에 모헨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고.

“베었다.”

에탄과 아린이가 느꼈던 감각을 모헨도 느낄 수 있게 됐다. 폭포를 벤다는 게 무엇인지 깨달은 셈이었다.

“하….”

이걸 깨닫기 위해 한 달 가까이를 산에서 보냈으니.

“무시무시하구만.”

모헨은 에탄과 아린이가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몸으로 느꼈다. 자신이 한 달 동안 죽어라 해서 깨우친 걸, 이들은 진즉에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강하신 거지? 도련님도… 아린 님도.”

에탄과 아린.

두 사람이 폭포를 벴을 때의 모습은 모헨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기에.

‘돌아가면 수련을 미친 듯이 해야겠어.’

모헨은 가문으로 복귀하면 휴식을 취하지 않고, 바로 수련에 들어가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영지로 돌아가는 순간.

[에탄 도련님이 마족을 무찔렀다!]

“…이건 또 뭐야?”

모헨은 광장에 걸려 있는 거대한 현수막을 보고 다시 한번 넋을 놓았다.

* * *

에탄이 베르사르 가문에 숨어든 마족을 죽였다.

그 소식이 영지 전체에 퍼지기까지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축제를 열어라!”

“기념적인 날이다!”

“망나니 도련님이 달라지셨다! 이건 축복이다. 축복!”

그때부터 칼라사르 가문의 영지민들은 축제를 열었다.

망나니 에탄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는 사실과, 그 에탄이 마족을 무찔렀다는 호재가 겹쳤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물론. 한 달 내내 산에서 폭포와 씨름을 하고 있던 모헨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들이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일이 벌어지고 마무리된 거니까.

“저기 도련님이 오셨다!”

“아린 님도 함께야!”

그때. 사람들이 광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에탄과 아린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거였다.

“도련님?”

거기에는 모헨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또한 다시 에탄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기에, 영지민들을 따라 광장으로 향했다.

“잠시만요. 실례합니다!”

그리고 에탄과 아린이를 둘러싼 인파를 파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도련님!”

그 후 에탄과 아린이를 향해 다가갔다.

“어우… 뭐야. 너 누구야?”

“아빠. 이 사람 수상해요.”

하지만 에탄과 아린이는 모헨을 알아보지 못했다. 모헨이 한 달을 산에서만 지냈으니 당연한 거였다.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수염도 잔뜩 자란 상태고 말이다.

“저 모헨입니다!”

모헨이 자신을 경계하는 두 사람을 보고 이름을 외쳤다.

“아… 모헨이야?”

“세상에. 모헨 님….”

그러자 에탄과 아린이가 동정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모헨을 바라봤다. 산송장에 가까운 상태였기에 측은함이 든 거였다.

“근데 여기는 무슨 일이야?”

“…설마 저한테 시키신 걸 까먹으신 겁니까?”

“응?”

에탄이 모헨의 반문에 두 눈을 끔뻑였다. 그리고 자신이 뭘 말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는.

“아… 그거.”

간신히 떠올렸다.

“해냈어?”

“예. 그러니까 제가 여기에 있죠. 원래는 가문으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우연히 여기서 도련님을 마주친 겁니다.”

“기가 막힌 순간이네.”

에탄이 모헨의 말에 픽 웃었다.

자신이 페르메를 죽인 다음 날, 폭포를 베는 데 성공했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으리라.

“모헨 님! 드디어 해내셨군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모헨이 아린이의 축하 인사에 미소로 답했다. 그 후 에탄을 쳐다보면서.

“그런데 마족은 어떻게 죽이신 겁니까?”

현수막에 적혀 있는 내용보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

그러자 영지민들의 입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들 또한 모헨과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에탄의 대답을 듣고 싶어 했다.

“흐음. 알고 싶어?”

에탄이 갑자기 조용해진 사람들을 보고 미소를 지은 채 반문했다.

끄덕. 끄덕.

그러자 사람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는 전래 동화 이야기를 듣는 어린아이와 같은 눈빛으로 에탄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이다.

“맨입으로?”

에탄이 그걸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 후 품속에서 큰 주머니 하나를 꺼내고는.

“크흠.”

그걸 바닥에 내려놓았다.

“…도련님?”

모헨이 주머니와 에탄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면서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뭐.”

에탄이 그걸 보고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눈으로 주머니를 가리키면서.

“궁금하면 1실버씩 넣어. 모이기 전까지는 말 안 할 거야.”

합법적으로 이들의 돈을 수금했다.

* * *

그렇게 에탄은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무려 총 30골드를 합법적으로 갈취(?)했다.

“역시 돈이 최고야.”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돈주머니가, 이제는 두 손으로 들 만큼 묵직해졌다.

그 정도로 많은 양을 사람들에게 얻어 냈으니.

“크으!”

에탄의 기분이 날아갈 만큼 좋은 게 당연했다.

“아빠. 이 돈들은 다 어디에 쓸 거예요?”

아린이가 방 침대에 앉아 있는 에탄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반짝거리는 금화들을 쳐다봤다.

“유용하게 활용해야지.”

에탄이 아린이의 물음에 씨익 웃었다.

“꼭 필요한 순간에만 꺼낼 거야.”

그리고 진지하게 뒷말을 이었다.

지오반을 통해 가문의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지만.

‘매번 꺼내 쓰기는 그렇단 말이지. 게다가 그 돈들도 다 쓸 곳이 있는 거고.’

눈치가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라도 개인 자금을 마련하는 거였다.

“우음… 그러면 이걸로는 설탕 사탕 못 먹어요?”

에탄의 대답에 아린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우물쭈물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건 아린이가 원할 때마다 먹을 수 있어.”

“진짜요?”

“그럼! 돈 없는 사람들은 아린이와 뇽뇽이가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대체했잖아. 그러니까 당분간 간식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우아아!”

아린이가 에탄의 말을 듣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탕 사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이었다.

똑똑.

“도련님. 세바스찬입니다.”

“들어와.”

그때. 세바스찬이 에탄의 방을 찾아왔다.

“…그 돈이랑 간식들은 어디서 나신 겁니까?”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몸을 흠칫했다. 에탄이 들고 있는 돈주머니와.

침대 밑에 있는 간식 주머니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 걱정하지 마. 합법적으로 일해서 얻은 돈이야.”

“…….”

“진짜야. 그렇지 아린아?”

“네!”

에탄의 물음에 아린이가 힘차게 답했다. 세바스찬이 그걸 보고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린 님이 저렇게 말씀하시니… 일단은 믿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린이 의견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미움을 받을 테니까.

“이거 사람 차별이야.”

“아린 님은 도련님과 달리 순수하시니까요.”

“끄응….”

에탄이 세바스찬의 반박에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얼마나 망나니였는지 알기에 달리 말할 게 없었다.

“가주님이 회의를 하자고 하십니다. 아린 님도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

“뇽뇽이는?”

“뇽뇽이 님은 이미 희의실로 가신 상태입니다. 지금쯤이면 가주님과 조금은 친해지셨을 겁니다.”

에탄이 세바스찬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과연 그랬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뭐… 그건 가 보면 알겠지.”

에탄이 말을 마치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30골드를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아린아. 회의실로 가자.”

“네!”

아린이와 함께 회의실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 * *

지오반과 빌헬름. 에탄과 아린이, 뇽뇽이가 회의실에 모였다.

“모두 모였구나.”

지오반이 나머지 네 명의 얼굴을 살펴봤다.

“내가 이렇게 집합하라고 한 이유는… 말 안 해도 알고 있겠지.”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마족 때문이겠죠.”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지오반이 회의실로 이들을 부른 이유는 뻔했다.

북부에 있는 다른 마족들.

놈들을 어떻게 제거할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 것이리라.

“맞다.”

에탄의 말에 지오반이 긍정으로 답했다. 그리고 에탄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방법이 있다고 네가 말했었지.”

“예.”

“그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 보고 싶구나. 빌헬름도 그런 이유 때문에 여기로 불렀다.”

지오반이 말을 마치고는 에탄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그건 빌헬름과 나머지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간단합니다.”

에탄이 지오반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북부에 있는 마족을 어떻게 찾아내냐.

에탄은 이 문제를 환생을 하고 나서 계속 고민했다.

북부에 숨어든 놈들을 죽여야, 후방이 안전할 테니까

“북부에 있는 놈들을 찾아내는 방법은 바로….”

그래서 나온 결론은 지극히 간단명료했다.

“마탑에 도움을 얻어 낼 겁니다.”

아티팩트를 만들어 내는 마법사.

그들 중에서도 실력 있는 자들이 모여 있는 마탑의 힘을 빌린다.

그게 바로 에탄이 내린 결론이었다.

.

.

.

“…화염의 지배자님을 소개시켜 달라고요?”

그리고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에탄은 헤와른의 인맥을 이용(?)해 먹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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