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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47화 (47/200)

제47화

테이벤은 온몸이 부러질 거 같은 고통을 느꼈다. 아니. 이러다가 정말로 골로 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아…하…하아….”

팔을 움직일 때마다 가시로 찔리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리 또한 상황은 좋지 않았다. 발을 질질 끌면서 움직여야 할 정도로 양쪽 발목이 나갔으니까.

“포기할 거야?”

“계속… 계속 할 수 있다.”

하지만 테이벤은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팔과 다리가 부러졌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죄인이다.”

자신의 무지함으로 인해 가문이 몰락할 뻔했으니. 테이벤의 마음속에는 깊은 죄책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걸 떨쳐 내기 위해서라도 테이벤은 대련을 이어 나가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걸로 속죄를 받아야겠다.”

“아주 좋아.”

에탄이 테이벤의 말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동정이나 배려를 해 주겠다는 의지는 한 줌만큼도 없었다.

“그렇게 나와야 상대해 줄 맛이 나지.”

오히려 테이벤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탁… 탁.

테이벤이 그걸 보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동시에 발을 질질 끌면서 에탄에게 접근하고는.

“죽어라!”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이 자식 기껏 살려 놨더니…죽어라?”

에탄이 테이벤이 내뱉은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면서 갈대처럼 흔들리는 녀석의 검을 노려보다가.

퍽!

“끄악!”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갈비뼈를 가격했다.

“끄으윽… 부러진 곳을 또 때리다니….”

테이벤이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에탄을 향해 내지르려던 검이 힘없이 고꾸라졌다.

“이야. 이 와중에 검은 꼭 잡고 있네?”

하지만 테이벤은 손잡이를 놓치지 않았다. 공격을 못 할지언정, 검만큼은 어떻게든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 볼까.”

에탄이 그걸 보고는 검을 제대로 쥐어 잡았다.

-우웅….

이어서 다시 한번 달빛의 힘을 끌어 올리고는.

“마지막 공격이다. 죽을 각오로 받아 내. 안 그러면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덤덤한 목소리로 테이벤에게 뒷말을 이었다.

…쓰윽.

테이벤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리고 두 손으로 검을 꽉 쥐어 잡았다.

“와라.”

테이벤이 에탄을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그러면서 부러진 발목을 억지로 세우고, 떨리는 다리를 흔들리지 않게 꽉 붙잡았다.

“좋아.”

에탄이 그걸 보고는 얕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어서 두 다리를 앞으로 기울이고.

팍!

테이벤을 뭉개 버릴 기세로 놈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우우웅!

달의 힘을 머금은 자신의 검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리쳤다.

……!

연무장을 푸른 빛이 집어삼키는 순간이었다.

* * *

-너는 내 가주 자리를 이어받을 장남이다. 그러니 남들보다 무조건 강해져야 한다.

테이벤은 베르사르 가문의 장남이다.

-예. 아버지.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가주가 되기 위한 교육들을 받아 왔다. 검술은 물론이고 가문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식까지 말이다.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냐?

-실망이구나.

-더 이를 악물고 노력해라. 안 그러면 네 녀석에게 가주 자리를 넘겨주지 않겠다.

하지만 베이른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테이벤은 베이른보다 재능이 조금 떨어진 자였으니까.

-막내아들 포이른 님의 자질이 아주 뛰어납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베이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지만… 포이른이 나타나면서 테이벤은 다시 한번 느꼈다.

재능이 압도적으로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를. 또한 자신이 후자에 속한다는걸.

‘난….’

때문에. 다시 한번 절망의 늪에 빠지려는 찰나.

“일어나.”

에탄의 목소리가 테이벤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안 일어나면 그 상태에서 맞을 줄 알아라.”

물론 상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테이벤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기절했었나.”

테이벤이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에탄의 얼굴이었다.

“기절은 무슨. 잠만 잘자더만.”

그리고 밤하늘이 이어서 눈에 들어왔다. 테이벤이 하늘에 있는 별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쓰윽.

그리고 고개를 오른편으로 돌리고는.

“…아.”

안도했다.

자신의 손이 검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놓치지 않았구나.”

“그래. 넌 끝까지 검을 잡았다.”

“…하지만 대련에서 이기지는 못했다.”

테이벤이 말을 마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은 결국 에탄을 상대로 타격 한 번 주지 못했다.

그저 일반적으로 뚜드려 맞기만 했으니.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테이벤은 자신의 앞날이 뻔하다고 생각했다.

“이 자식이 누구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따악!

“아악!”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탄이 녀석의 이마에 강력한 딱밤을 날렸다.

“용서를 할지 말지는 내 마음이지 니 마음이 아니야. 인마!”

이어서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끄으윽… 머리… 머리가….”

테이벤이 자신의 이마를 양손으로 쓸어 만졌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 정도로 에탄의 딱밤은 매서웠다.

“엄살은. 일어나기나 해 자식아.”

에탄이 바닥을 뒹구는 녀석을 향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그 후 먼저 다리를 펴고 일어났다.

“나는….”

“죄인이다. 여기서 나갈 수 없다 같은 말 계속 반복해 봐. 그 입을 확 꼬매 버릴 테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다리가 부러져서 일어나기 힘들 거 같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에탄의 싸늘한 경고에 테이벤이 다급히 뒷말을 붙였다. 그러자 에탄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치료 한 지가 언제인데 그런 소리를 하냐? 부러진 게 어떤 느낌인지 다시 한번 알려 줘?”

“그게 무슨….”

에탄의 말에 테이벤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말을 멈추고 천천히 자신의 두 팔을 움직여 봤다.

‘통증이….’

기절하기 전과는 다르게 팔이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게다가 꺾여진 발목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듯해져 있는 상태였다.

“치료하고 방으로 돌아가. 나도 졸려서 자러 갈 거니까.”

“…….”

“대답.”

“아. 알겠다.”

에탄의 말에 테이벤이 덜떠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제서야 에탄이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탁!

그리고 연무장을 거침없이 빠져 나갔다.

“…….”

테이벤이 멀어지는 에탄의 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쓰윽.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밤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따라 유난히 많은 별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맑구나.”

테이벤이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

탁.

바닥에서 힘차게 일어나고는.

쓰릉!

자신의 검을 빼냈다.

“하아!”

이어서 기합을 내지르면서 검술 수련을 시작했다. 가주가 되기 위해서 하는 훈련이 아닌, 순전히 자신을 위함이었다.

“어휴.”

에탄이 먼발치에서 그것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에 가서 잠이나 자라니까. 하여간 말 한 번 더럽게 안 듣네.”

그리고 검을 휘두르는 테이벤을 짧게 바라보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녀석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포션병을 들고서는 말이다.

* * *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아무런 보상도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희를 빈손으로 보낼 생각은 없다.”

그동안 에탄은 베르사르 가문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아린이와 지오반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가져가라.”

덕분에 이들은 베르사르 가문의 사람들과 제법 친밀한 관계를 가지게 됐다. 당연한 거였다. 마족과 마물로부터 가문을 구해 주지 않았는가?

“반지네요?”

베이른이 에탄을 향해 마법 인첸트가 각인되어 있는 반지를 건넸다.

“9서클 마법사의 방어 마법이 새겨져 있다. 그러니 어지간한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거다.”

그러면서 에탄에게 반지의 효능을 설명해 줬다.

“물론 기회는 딱 한 번뿐이지만. 우리같이 검을 쓰는 기사들에겐 그 한 번이면 충분하지 않느냐?”

“흐음….”

“그러니 가져가거라. 나보다는 네 녀석한테 더 필요할 테니까.”

에탄이 베이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반지를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9서클 마법사의 방어 마법이라….”

9서클. 검사로 따지면 오러 기사중에서도 최상급을 달리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베이른은 가문에 있는 가보를 자신에게 준 거나 마찬가지니.

“정말 제가 가져가도 괜찮나요? 이러고 나중에 딴말하는 거 아니죠?”

에탄은 다시 한번 베이른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 반지를 건네줘도 되는 거냐고.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네.”

베이른이 에탄의 물음에 단호하게 답했다.

“그리고 자네가 제안했던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네. 다만 이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말이야.”

“알겠어요. 그 건은 천천히 진행해 주세요. 지금 당장 북부가 멸망하는 건 아니니까요.”

“하하!”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대답에 크게 웃었다. 마지막 말을 가벼운 농담으로 여기는 거였다.

‘진짠데.’

에탄이 그걸 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로 북부가 멸망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이걸 설명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 봤자 믿지 않을 테니까.

“에탄. 조심히 돌아가라.”

그때. 베이른의 옆에 있던 테이벤이 에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날 때도 대련을 해 주면 좋겠다.”

그러면서 나지막하게 뒷말을 붙였다. 에탄이 녀석의 말을 듣고는 픽 웃었다.

“그렇게 뚜들겨 맞고도 제 정신을 못차렸네.”

“…….”

그리고 쏘아붙이듯 테이벤에게 말했다. 그 순간 테이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좋아. 대신 지금이랑 실력이 똑같으면 그때는 진짜로 죽을 줄 알아.”

“!”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에탄을 바라봤다. 저 말은 자신과 대련을 해 주겠다는 수락이었으니까.

“그런데 포이른은? 아린이랑 계속 붙어 다니더니 인사 하러도 안 오네.”

에탄이 말을 끝내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베이른, 테이벤은 있는데 막내아들 포이른이 안보였기 때문이다.

“포이른 오빠는 수련하고 있을 거예요!”

그 순간 아린이가 입을 열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는 아린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수련?”

“네. 포이른 오빠랑 가볍게 대련을 했는데… 자기는 너무 약한 거 같다면서, 이제부터는 하루에 10시간씩 검을 휘두를 거라고 했어요.”

“으음….”

아린이의 대답에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아린이의 기준에서는 ‘가볍게’ 였겠지만.

포이른한테는 그 가벼운 수준마저도 버겁게 느껴졌으리라.

“크흠. 그러면 어쩔 수 없구나.”

지오반이 가볍게 기침을 했다.

“베이른. 우리는 슬슬 돌아가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제는 떠나겠다고 뒷말을 붙였다.

“그래. 조심히 돌아가게.”

베이른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운 눈빛이 얼굴에 한가득 나타나고 있었다.

그건 에탄을 바라보는 테이벤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만간 다시 볼 날이 있을 테니 너무 실망하지 마.”

“…그래.”

“그리고 그런 얼굴로 나 쳐다보지 마. 어디 내 몸에 상처 하나 못 낸 녀석이 눈을 마주치고 있어?”

“…….”

테이벤이 에탄의 말에 몸을 흠칫했다.

‘이상하다… 왜 성격이 더 안 좋아진 거 같지?’

그리고 속으로 의아함을 느꼈다.물론 겉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에탄의 검이 자신의 갈비뼈를 박살 낼 테니까.

“아빠!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하지만 이런 에탄도 아린이 앞에서는 힘을 내지 못했다.

“얼른 사과하세요!”

“아니….”

“아린이 화낼 거예요!”

에탄이 아린이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테이벤을 향해 빠르게 사과를 건넸다. 그 모습을 본 테이벤이 피식 웃었다.

천하의 망나니도 딸 앞에서는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 재밌었으니까.

“그래. 그 사과 받아 주마.”

마음 같으면 여기서 버팅기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갈비뼈가 남아나지 않으리라.

그래서 테이벤은 에탄의 사과를 받겠다고 답했다.

“대화는 이쯤에서 마무리하자.”

그러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오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 보겠습니다.”

“아린이도 갈게요!”

그 후 아린이와 함께 고개를 꾸벅이고는.

탁!

마차에 올라탔다.

다그닥!

이어서 칼라사르 가문을 향해 마차가 거침없이 움직였다.

“…….”

“…….”

베이른과 테이벤이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가 자신들의 시야에서도 마차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우리도 안으로 들어가자.”

“예. 아버지.”

건물 안으로 다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런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히 번져 있었다.

그리고 가문으로 향하던 에탄은.

.

.

.

“뇽뇽이가 가출했다고?”

중간에 마주친 세바스찬에게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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