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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45화 (45/200)

제45화

채앵! 챙!

에탄과 아린이의 검이 테이벤을 몰아붙였다.

“아린아. 오른쪽!”

그 과정에서 동선이 꼬이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마치 오랜 시간 전장을 함께 누빈 동료처럼 이들은 한 몸으로 움직였다.

타탁!

때문에 테이벤은 이들에게 허점을 보이고 말았다.

“네!”

아린이가 에탄이 말한 대로 오른쪽 공간을 파고들었다. 이어서 테이벤의 몸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퍽!

“끄으윽!”

그러자 테이벤의 갈비뼈가 박살 났다. 녀석이 그걸 깨닫고는 얼굴을 구겼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크아악!”

놈은 정신을 빼앗겨 고통도 못 느끼는 상태다. 그러니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해서 움직임을 멈출 리가 만무했다.

‘팔과 다리를 전부 분질러야 한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놈을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녀석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망가트리는 것.

그게 에탄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흐음… 이거.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겠군.”

하지만 페르메는 바보가 아니었다. 놈은 테이벤이 밀리는 걸 깨닫고는 두 다리를 움직였다.

“우선 네놈부터 죽여 주마.”

페르메의 첫 번째 목표는 에탄이었다. 이 전투를 이끌어 가는 지휘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에탄만 죽인다면 나머지 세 사람은 혼란에 빠질 게 분명했다.

“아린아. 팔과 다리를 분질러. 그러면 움직이지 못할 거야.”

“알겠어요!”

에탄이 그걸 알아차리고는 아린이에게 빠르게 말을 붙였다.

탁!

그리고 페르메를 향해 역으로 달려들었다. 후방을 세 사람이 지켜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끼에엑!

-끄엙!

에탄이 아린이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페르메의 곁에 있던 몇몇 마물들이 에탄의 앞을 가로막았다.

서걱!

하지만 놈들은 그럴싸한 공격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에탄의 검에 목이 날아갔다.

아직 완전한 형체를 가진 놈들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

페르메가 그걸 보고는 혀를 찼다.

하지만 이걸로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녀석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도 전에, 에탄이 쳐들어온 거니까.

“쓸모없는 놈들 같으니.”

하지만 불쾌한 기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마물들이 속속히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비켜라.”

페르메가 앞에 있는 마물들을 촉수로 밀쳐 냈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뜨면서 에탄에게 내달렸다.

파팍! 팍!

동시에 등 뒤에 있는 촉수들을 내뻗었다. 에탄의 몸에 구멍을 뚫어 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후우…!”

에탄이 그걸 보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허리를 오른쪽으로 비틀면서 회전을 주고는.

붕!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씨익.

페르메가 그걸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멍청한 놈!’

자신의 촉수는 평범한 검으로는 잘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기로 강화된 신체를 절단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특수한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에탄에게는 그런 게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

“산송장으로 만들어 주마!”

페르메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게 당연했다.

씨익.

에탄이 페르메의 말에 얕게 입꼬리를 올렸다.

으득!

동시에 자신의 이빨이 갈릴 정도로 온몸에 힘을 주고는.

-우우웅!

달빛을 발현시켰다.

그러자 에탄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페르메가 갑작스러운 새로운 힘에 크게 당황했다. 신성력과는 전혀 다른 기운을 가진 달빛의 힘.

놈은 그것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에탄의 숨겨진 비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서걱!

“끄아아악!”

페르메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자신 있게 휘둘렀던 촉수들이 에탄의 힘에 맥없이 베이고 말았다.

녀석이 가지고 있는 마기가 에탄의 힘에 밀리는 거였다.

“네놈이 어떻게…!”

페르메가 일그러진 얼굴로 에탄을 노려봤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오러 하트도 없는 놈에게 허무하게 당했으니까.

“어차피 죽을 놈이 그걸 알아서 뭐 하려고.”

에탄이 페르메의 말에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촉수가 잘린 녀석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갔다.

“막아라! 막아!”

페르메가 다급하게 마물들에게 에탄을 공격하라고 소리쳤다.

-끼에에엑!

그러자 남아 있는 마물들이 에탄을 공격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제법 많은 수의 마물이었다.

하지만 페르메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에탄. 놈들은 내게 맡겨라.”

에탄과 함께 온 지오반과 베이른의 수준이었다.

“벌써 처리하셨습니까?”

“이런 허접한 마물 놈들이야 눈감고도 벨 수 있다.”

지오반이 에탄의 말에 콧방귀를 끼면서 답했다.

“그래? 그러면 한번 보여 줘 보게. 내가 주머니에 있는 천으로 시야를 가려 줄 테니까.”

베이른이 그 대답을 듣고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흠.”

그러자 지오반이 베이른을 쳐다보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한심하다는 듯 베이른을 쳐다보는 건 덤이었다.

“이제 앞쪽에 있는 저놈들만 처리하면 남은 마물은 끝이다.”

그러면서 베이른의 말을 무시하고는 자연스럽게 뒷말을 이었다.

“아빠! 테이벤 님을 잠재웠어요!”

그때. 아린이가 테이벤의 옷을 잡고 에탄의 옆으로 다가왔다. 녀석의 거센 반항 때문에, 아린이의 옷이 흙과 먼지로 더러워져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네.”

에탄이 그걸 보고는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려한 드레스가 이제는 먼지를 가득 먹은 헌 옷이 되고 말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끼에엙!

그 순간 남아 있는 마물들이 에탄과 이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흥.”

지오반이 그걸 보고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탁…탁.

그러면서 에탄을 지나쳐 앞으로 나가서는.

파팍!

두 손으로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하늘을 반으로 갈라 버릴 정도의 기세가 지오반의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쿵!

그러자 페르메가 만들어 낸 마물들이 힘없이 뒤로 쓰러졌다. 한 놈도 빠짐없이 모두가 죽음을 맞이했다.

“얕본 건 우리가 아니라 네놈이다.”

지오반이 그걸 보고는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녀석에게 더 이상 힘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노오옴!”

페르메가 지오반의 말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최후의 술수를 발동시키려고 했지만.

푸욱!

“크헉… 헉!”

그보다 먼저. 에탄이 녀석의 심장에다가 검을 꽂았다.

우드득!

그리고 그대로 검을 한 바퀴 회전시켰다.

“카아아악!”

그러자 날짐승의 소리와 흡사한 비명이 녀석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죽었습니다.”

에탄이 축 늘어진 놈의 육체를 덤덤하게 바라봤다. 그러면서 검을 다시 뽑아냈다.

화르륵!

그 순간 페르메의 손끝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의 몸을 집어삼켰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라….”

에탄이 가루가 된 녀석의 흔적을 차분히 쳐다봤다. 놈 또한 다른 마족의 명령에 따르는 부하인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꼬리 짜르기에 제법 능숙한 놈이군.’

녀석이 말단이 아니었다면 죽어서도 시체가 사라지지 않았으리라.

마족들도 자신의 육체는 예민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몸에 어떤 술수를 심을 리가 없다. 힘이 있는 녀석이라면 말이다.

“최하급 마족이겠군요.”

그 사실을 통해서 에탄은, 녀석이 마족 중에서도 직급이 가장 낮은 놈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냐?”

“높은 자리에 있는 마족이라면 이렇게 허무하게 죽지 않았을 겁니다.”

베이른의 물음에 에탄이 간략하게 답했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려 주면서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그건 또 어디서 알아냈냐는 물음이 날아올 테니까.

‘내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고 에탄은 생각했다.

“맞는 말이다. 만약 힘이 있는 녀석이었다면 지금처럼 끝나지는 않았겠지.”

다행히 베이른은 에탄의 말에 납득했다. 그 또한 이번 전투가 상당히 수월했다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마족이 우리 가문에 침투해 있었다는 거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족이 북부에 들어왔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됐으니까.

“아직 다른 마족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가문에?”

“그게 꼭 베르사르 가문에만 국한될 이유는 없죠. 북부에 있는 나머지 가문들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마족은 생각보다 치밀하게 움직이는 족속이다. 에탄은 전생 시절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북부에 있는 모든 가문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을 거다.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니까.”

베이른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북부가 마계와 야만인을 막는 방패는 맞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각 가문의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다. 결국 그 안에서도 이득과 손실을 따져야 하니까.

“굳이 설득을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음?”

“그렇게 해서 언제 북부에 있는 마족들을 일일이 확인합니까?”

에탄이 베이른의 물음에 피식 웃었다.

“그냥 조용히 마족만 처리하고 나오면 됩니다. 그러다가 걸리면… 마족을 죽이기 위해서였다고 말하죠.”

“…….”

그리고 다른 가문인들이 들으면 뒤집어질 발언을 덧붙였다.

“자네도 제정신은 아닌 거 같군.”

베이른이 그런 에탄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봤다. 하지만 나무라 하지는 않았다.

에탄 덕분에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으니까.

“지금 당장 그러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좀 더 힘을 길러야 하니까요.”

이번 전투는 최하급 마족이었기에 수월히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에탄은 더 많은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확신했다.

“우선… 가문으로 돌아가죠.”

에탄이 말을 끝내고는 페르메가 있던 자리를 다시 쳐다봤다.

“…….”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들이 왔던 베르사르 가문으로 말이다.

.

.

.

그리고 다음날.

“에탄. 미안하다.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

정신을 찾은 테이벤이 에탄에게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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