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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43화 (43/200)

제43화

에탄은 베르사르 영지에 있는 모든 신관을 불러 모았다. 베이른의 권한을 이용했기에 반발은 딱히 없었다.

“이제부터 포이른의 몸에다가 모든 신성력을 넣어 주시면 됩니다.”

“예?”

“다친 곳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주입하면 되는 겁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신관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보통 신성력은 부상을 회복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네. 그냥 모든 신성력을 욱여넣어 주시면 됩니다.”

에탄이 그들을 향해 다시 한번 말해줬다. 포이른의 몸에 신성력을 계속 넣으라고.

“…알겠습니다.”

에탄의 말에 가장 나이가 많은 신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탄은 지금 가주 베이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가 명령하는 거라면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가시죠. 포이른의 방으로.”

그렇게 에탄은 신관들과 함께 포이른의 방을 찾아갔다. 거기에는 지오반과 아린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끼익.

에탄이 가장 선두에서 포이른의 방문을 열었다.

“에탄 님….”

그러자 잔뜩 겁먹은 포이른이 에탄을 보고 몸을 움찔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녀석도 잘 알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그래서 에탄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비록 검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니 겁을 먹는 게 당연한 거였다.

“잠시 너한테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러니까 얌전히 형 말에 따라 줘라.”

에탄이 몸을 떠는 포이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아버지. 아린아.”

그러면서 아린이와 지오반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뒤에 있던 아린이와 지오반이 앞으로 나왔다.

이어서 포이른의 팔과 다리를 밧줄로 묶기 시작했다.

“어어? 이건… 이건 뭡니까!”

“가만히 있어. 이게 다 널 위한 거란다. 설마 가주님의 명령을 안 따를 생각은 아니겠지?”

에탄이 발버둥 치는 포이른에게 손에 낀 반지를 보여 줬다.

“이건… 아버지의 반지?”

“그래. 나한테 모든 권한을 넘기셨다. 그러니까 너는 아버지의 말을 따르는 거랑 똑같은 상황인 거지.”

포이른이 에탄의 말에 움직임을 멈췄다. 그 후 흔들리는 눈동자로 반지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쓰윽. 쓰윽.

그렇게 포이른이 얌전해진 틈을 타서 아린이와 지오반이 밧줄로 녀석을 결박했다.

“신관님들. 이제 작업 시작하시면 됩니다.”

이어서 뒤에 있던 신관들이 포이른을 향해 다가갔다. 그 후 침대를 원형으로 둘러싸고는.

-우우우웅!

자신들이 가진 신성력을 포이른의 몸에 집어넣었다.

“으윽… 으으윽!”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포이른이 미간을 찌푸렸다. 몸 안으로 신성력이 들어오면서 극심한 두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으아악!”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포이른이 입을 벌리면서 괴성을 지를 정도였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짧게 혀를 찼다.

“계속해서 집어넣으세요. 제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멈추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신관들에게 주입을 멈추지 말라고 말하고는.

쓰릉!

자신의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끄윽… 끄으악!”

그 순간 밧줄에 묶여 있던 포이른이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녀석의 입에서 시커먼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훙!

“허억!”

그리고 가시 모양의 액체가 신관들을 공격하려는 순간.

서걱!

에탄이 두 다리를 박차면서 허공으로 날았다. 그리고 신관의 머리를 꿰뚫으려는 놈을 반으로 베었다.

철퍼덕!

그러자 녀석의 몸이 힘없이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푸욱!

에탄이 꿈틀거리는 놈의 몸에 검을 박았다.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그러면서 신성력 주입을 멈춰도 된다고 말했다.

“이건….”

그러자 공격을 받을 뻔했던 신관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놈의 몸에서 아주 사악한 마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째서 마물이 여기에….”

“가문에 마족이 있습니다.”

“세상에. 그게 진짜입니까?”

“예.”

에탄이 신관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방 안에 있는 다른 신관들을 쳐다보면서 뒷말을 이었다.

“신관님들은 상황이 전부 끝날 때까지 이곳에 남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랬다가 습격이라도 받으면….”

“베르사르 가문의 기사들이 호위를 해 드릴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에탄의 말에 가장 나이가 많은 신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급박하니 자신들이 이곳에 남는 게 맞는 거라고 판단을 했다.

“한데… 마족은 어떻게 찾아내실 생각입니까? 애석하게도 저희는 마족을 추적할 만한 힘이 없습니다.”

“짐작 가는 곳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 볼 생각입니다.”

전생 시절 에탄은 베르사르 가문이 어떻게 멸망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페르메와 테이벤이 어디 있을지 예측을 하는 게 가능했다.

‘아직은 완성이 안 됐을 거다. 그러니까 놈을 죽이려면 지금 움직여야 해.’

다행히 놈을 죽이기 위한 여건은 충분했다. 지금은 마족과 야만인이 움직이는 시기보다 한참 과거니.

“인원은 저와 아버지. 그리고 베르사르 가문의 가주님. 이렇게 세 명이서 움직이겠습니다.”

녀석의 힘도 그리 막강하지는 않으리라.

“저도 가겠습니다.”

그래서 에탄은 지오반과 베이른을 데리고 움직이려고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가문에 남기고 말이다.

“저 또한 베르사르 가문의 일원이니…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포이른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형님이 지금 어찌 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만 이렇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페르메와 함께 사라진 테이벤이 걱정됐으니까.

“너는-”

“아린이도!”

그러나 에탄은 포이른의 요청을 받아 줄 생각이 없었다. 마족과 상대를 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래서 안 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아린이도… 갈래요.”

아린이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도 함께하겠다고.

“안 돼. 너무 위험해.”

에탄이 아린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둘 다 여기 남아 있어.”

그리고 포이른과 아린이의 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포이른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방해가 될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그래.”

“…….”

에탄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포이른이 눈썹을 찡그렸다.

“넌 너무 약해. 그리고 지금 몸 상태도 말이 아니고. 안에 있는 마기를 억지로 끄집어냈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에탄의 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내색은 안 하고 있었지만 에탄에게는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아빠. 저는요? 저는 어디 아프지도 않은 상태예요.”

“너무 위험한 곳이야. 그러니까 아린이도 여기 남아 있어.”

에탄이 아린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아린이는 아직 어리다.

때문에 에탄은 아린이를 여기에 남기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싫어요. 아린이도 같이 갈 거예요.”

그러나 이번에는 아린이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떻게든 에탄을 따라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번에 요정님과 싸울 때도 아빠는 저한테 뒤로 물러나라고 했잖아요. 그만큼 아린이를 믿지 못한다는 거 아니에요?”

“그건.”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번에는 아린이도 데려가 주세요. 위험한 상황이 오면 알아서 뒤로 빠질게요.”

아린이의 말에 에탄이 입을 다물었다. 저렇게까지 완강한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린이도 같이 데려가자.”

그래서 고민에 빠지려는 찰나.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오반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러니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

“언제까지고 네가 아린이를 지켜 줄 수는 없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아린이는 그럼 데려가는 걸로 하죠.”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덤덤하게 답했다. 맞는 발언이었다. 에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아린이의 옆에 언제까지고 계속 있어 줄 수 없으리라.

‘그러니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아주 큰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아린이가 혼자 헤쳐 나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오반의 말대로 하는 게 맞으니.

“아린아.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물러나야 한다.”

“네!”

불안하지만 아린이와 동행하기로에탄은 마음을 바꿨다.

‘아린이가 평범한 어린애가 아니기는 하지.’

그렇게 바뀐 거에는 지오반에 의견도 있지만, 아린이의 특별한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자신의 딸이지만, 전생 시절에는 함께 생사를 하던 애검이지 않았는가?

‘나는 이미 아린이한테 내 모든 걸 맡긴 적이 있어.’

에탄은 아린이에게 이미 등을 맡겨 본 적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말이다.

‘그래. 믿어 보자.’

그래서 아린이에게 후방을 맡겨 보기로 결심했다. 그만큼 아린이를 믿으니까.

쓰윽.

에탄이 생각을 끝내고 창문 너머에 있는 야산을 쳐다봤다.

“이제… 놈을 잡으러 가자.”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 * *

나무가 사방으로 퍼져 있는 산 중턱. 이곳에 페르메와 테이벤이 자리를 잡았다.

“원래 계획보다 일정이 조금 앞당겨졌지만… 그래도 큰 변수는 없다.”

그리고 페르메는 한없이 냉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문에서 보이던 따뜻한 집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할 얼굴이었다.

“아니. 오히려 일이 더 수월하게 풀렸다고 봐도 되겠지. 칼라사르 가문의 멍청이 덕분에 말이야.”

칼라사르 가문의 에탄.

페르메 또한 녀석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 대련에서 테이벤이 패배를 할 줄은 몰랐다.

‘마음 같아선 놈을 제거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보는 눈이 많았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에탄을 죽일까 고심했지만, 가문 내에 다른 이들도 많이 있기에 그러지는 않았다.

하지만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앞장세우면 전부 끝날 일이다.”

곧 자신의 때가 도래할 예정이었으니까.

터벅터벅.

페르메가 혼잣말을 끝내고는 테이벤을 향해 다가갔다. 녀석은 이미 기절해서 나무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쓰윽.

페르메가 그런 테이벤의 머리 쪽으로 양손을 뻗었다. 어젯밤부터 계속해서 마기를 집어넣은 상태니.

이제는 술수를 발동시켜도 될 거라고 판단했다.

[……]

그래서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마족의 언어로 주문을 외우는 순간.

파아아아앗….

테이벤의 발밑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그 기운이 입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쓰으윽.

테이벤의

감겨 있던 눈이 떠졌다.

히죽.

페르메가 그걸 보고는 입꼬리가 찢어질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쓰윽.

동시에 새끼손가락에 칼로 상처를 내고.

뚝…뚝.

자신의 피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쿠쿵… 쿠쿠쿵….

그 순간 페르메가 디디고 있는 땅이 크게 흔들렸다.

-구엙… 구에에엙!

-끼에엑!

그리고 바닥에 있던 마물들이 땅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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