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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40화 (40/200)

제40화

베르사르 가문까지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도로가 이어져 있으니까 빨리 도착하네.’

칼라사르 가문과 베르사르 가문을 이어 주는 도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지민들은 양쪽을 번갈아 가면서 자유롭게 교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도로를 우리는 1년에 열 손가락 꼽을 정도로 이용하고.’

하지만 가문끼리의 왕래는 많은 편이 아니었다. 끽해야 일 년에 한두 번이 전부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데 꼴도 보기 싫겠지.’

칼라사르 가문과 베르사르 가문은 오랜 시간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베이른 가주와 아버지 사이에 대련이 원인이었던 거 같은데.’

둘 사이에 술 한잔 걸치고 한 대련이 발화점이었다. 다만. 에탄도 그 이상은 알아내지 못했다.

두 명 중 그 누구도 대련 속에 있었던 일을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

덜커덩!

그때. 에탄과 아린이를 태운 마차가 움직임을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이어서 마부의 도착했다는 말이 에탄의 귀에 들려왔다.

“아린아. 도착했어.”

에탄이 그걸 듣고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린이가 자신의 어깨를 베개 삼아서 자고 있었다.

쿡. 쿡. 쿡.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마음속에 있던 장난기가 발동했다.

“으음…음….”

에탄이 아린이의 볼을 손으로 툭툭 찔렀다. 어린아이 특유의 말랑말랑한 피부가 느껴졌다.

그렇게 장난으로 아주 살짝 꼬집어 보자 아린이의 감겨 있던 눈이 떠졌다.

“도차 해으여?”

“그래. 이제 내리면 끝이야.”

아린이의 물음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린이의 볼에서 손을 놓고는.

탁!

마차에서 가볍게 하차했다.

쓰윽.

이어서 아린이한테 오른손을 뻗었다.

“넘어지지 않게 아빠 손 잡고 내려.”

“네!”

터억.

아린이가 에탄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 후 ‘읏챠!’ 소리를 내면서 마차에서 내렸다.

“…아빠.”

그리고 앞쪽 마차에 있는 지오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할아버지 표정이 이상해요.”

에탄을 향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먼저 마차에서 내린 지오반이.

“7살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네. 저번에 나한테 맞았던 옆구리는 이제 좀 멀쩡한가?”

“물론이지. 그러는 자네야말로 얼굴 주름이 더 많아진 거 같은데. 요즘 좀 가문이 힘든가 보구만?”

베르사르 가문의 가주 베이른과 마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인위적인 미소를 띠운 채로 말이다.

아린이도 그걸 알아차릴 정도로 부자연스러웠다.

“괜찮아. 저렇게 보여도 두 분은 서로 친한 사이란다.”

“…진짜요?”

“아마도 그럴걸. 적어도 서로 칼을 겨누지는 않고 있잖니. 그러면 친구라고 해도 무방한 거야.”

에탄이 아린이의 반문에 어깨를 으쓱였다.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일 년에 한두 번씩 교류도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저쪽으로 가자.”

“네!”

에탄이 아린이의 손을 잡고 지오반과 베이른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음?”

그러자 지오반과 살기 가득한(?) 미소를 나누던 베이른이 두 눈을 끔뻑였다.

“지오반. 이 남자와 아이는 누구인가?”

그 후 에탄과 아린이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누구냐고 물었다.

“가주님 오랜만입니다. 칼라사르 가문의 막내 아들 에탄입니다.”

베이른의 질문을 듣고 에탄이 고개를 꾸벅였다. 그러면서 덤덤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에탄? 네가 에탄이라고?”

“예.”

“아니… 그… 사람이… 다른데?”

“제가 살을 좀 많이 빼기는 했습니다.”

“허어.”

에탄의 말에 베이른이 진심으로 놀랬다.

“얼굴만 바뀐 게 아닌 거 같군.”

그리고 에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 옆에 있는 아이는 누구인가?”

“제 딸입니다.”

“음… 그래. 어?”

에탄이 이어지는 베이른의 물음에 당당하게 답했다. 이미 아린이를 정식 딸로(?) 받아들인 지 오래였기에. 소개를 하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근데 왜-”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지 알겠습니다만. 그건 안 물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실례를 했군. 미안하네.”

그리고 자연스럽게 뒷말을 차단했다. 베이른이 뭘 물어보고 싶어 하는지 뻔히 보였으니까.

“네 녀석은 눈치라는 게 없냐? 나쁜 놈 같으니.”

지오반이 머쓱해하는 베이른에게 핀잔을 줬다.

“아니… 그.”

베이른이 그 말을 듣고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정말 그런 의도로 물어보려는 게 아니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아린이에요.”

그 순간. 아린이가 베이른을 향해 해맑은 인사를 건넸다. 베이른이 그걸 보고는 ‘아.’ 소리를 냈다.

아린이의 외모에 감탄이 나온 거였다.

“우리 집안 얼굴이 대대로 잘나기는 했지.”

지오반이 그걸 보고는 낄낄 웃었다. 베이른에게 한 방 먹였다는 사실에 통쾌함을 느낀 거였다.

‘어떻게 이 두 분은 만나기만 하면 이렇게 유치해지지?’

에탄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 시절에도 이 관계는 끝까지 변하지 않았으니. 이번 생도 마찬가지리라.

“크흠. 이제 슬슬 안으로 들어가지. 안쪽에도 자네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네.”

베이른이 지오반의 말에 헛기침을 내뱉었다. 반박할 거리가 안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오반부터 시작해서 아린이까지, 외모가 상당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타탁!

그래서 지오반이 뒷말을 잇기 전에 안쪽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크흠!”

지오반이 그걸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 후 에탄과 아린이를 쳐다보면서.

“우리도 안으로 들어가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뒷말을 잇고는, 베이른을 따라 건물 안으로 향했다.

* * *

베이사르 가문의 연회 자리는 상당히 화려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비록 칼라사르 가문과 사이가 안 좋다고는 하나, 그거와는 별개로 손님 접대는 확실히 하겠다는 생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베이사르 가문의 막내. 포이른이 칼라사르 가문의 분들께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 이 연회의 주인공인 포이른이 에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많이 성장했구나.”

지오반이 포이른을 보고 씨익 웃었다. 작년보다 훨씬 큰 키와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또래에 비해 큰 체격이 포이른이 얼마나 많은 수련을 해 왔는지를 증명해 줬다.

“감사합니다.”

포이른이 지오반의 말에 고개를 꾸벅였다. 그 후 뒤쪽에 있는 에탄을 보고 두 눈을 끔뻑였다.

“칼라사르 가문의 막내 아들 에탄이다. 반갑다.”

“아! 못 알아 봬서 죄송합니다.”

“괜찮아. 너랑 내가 만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잖아.”

에탄이 포이른의 사과에 손을 휘저었다. 심지어 첫 번째 만남도 포이른이 한 살 때였으니.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한 거였다.

“안녕하세요! 아린이에요!”

그때. 아린이가 앞쪽으로 움직였다. 그 후 포이른을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어….”

포이른이 갑작스러운 아린이의 인사에 두 눈을 끔뻑였다. 동시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아린이를 바라봤다.

“안… 안녕하세요.”

드레스를 입은 아린이를 보고 감탄한 거였다. 심지어 자기와 비슷한 또래니.

‘저 자식 귀 빨개졌네.’

심장이 두근거릴 법도 했다.

아니. 오히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에탄은 생각했다.

아린이는 어디 가서도 이쁨을 받을 존재라고 확신해 왔으니까.

‘…아니. 잠깐만.’

그때. 에탄이 몸을 멈칫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 녀석이 감히 우리 딸을?’

포이른이 아린이에게 느끼는 감정(?)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히 개입을 하려는 찰나.

“우리 악수해요!”

아린이가 포이른에게 악수를 하자고 말했다.

“…….”

포이른이 아린이가 내민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히 있자.

“악수를 받아 주거라.”

지오반이 인자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예.”

그제서야 포이른이 제정신을 차리고는 아린이의 손을 맞잡았다.

그 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면서 아린이와 악수를 했다.

“…흐음.”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묘하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직 7살이라서 그런지, 애가 낯을 많이 가리네.’

하지만 마냥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포이른의 색다른 면모를 보게 됐으니까.

‘누가 보면 허수아비인 줄 알겠어.’

에탄이 삐그덕거리는 포이른의 팔을 보고는 속으로 낄낄 웃었다. 저렇게 당황하는 포이른의 모습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죽을 때도 의젓하던 놈이었는데.’

포이른의 마지막 순간은 잔잔한 호수와 같았다. 자신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던 녀석을 보고 에탄은 많은 것을 느꼈었다.

‘그때는….’

터벅터벅.

그렇게 점점 옛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맞은 편에서 한 녀석이 다가왔다.

“베르사르 가문의 장남 테이벤이 칼라사르 가문분들께 인사드립니다.”

베르사르 가문의 장남 테이벤이었다.

“오랜만이군. 테이벤.”

가주 지오반이 인사를 하는 테이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에탄도 같이 왔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에탄의 존재를 언급했다.

“호오.”

그러자 테이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 후 뒤쪽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에탄을 발견하고는.

“오랜만이구나. 에탄.”

살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

에탄이 테이벤의 말에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전생 시절 자신의 험담을 하고, 뒤에서 괴롭히던 게 바로 놈이었다.

그리고 마물이 쳐들어왔을 때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가문을 버리고 도망쳤었다.

꽈악!

마음 같으면 지금 당장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테이벤이 도망만 치지 않았어도.

북부가 허망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래. 반갑다.”

하지만 에탄은 머리를 차갑게 만들었다. 가슴은 분노를 뿜어내는 화산처럼 뜨거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래 봤자 큰 이득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많이 변했구나.”

에탄의 대답에 테이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에탄을 훑어보면서 변했다는 말을 꺼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거 같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지.”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싱긋 웃으면서 답했다. 그리고 테이벤을 향해.

“그동안 검술은 많이 연습했나?”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럼. 아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가문을 빛내기 위해서 말이지.”

테이벤이 에탄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가문의 지원을 최대한으로 받고 있는 상태니, 테이벤의 검술 실력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었다.

“흐음… 그래. 그렇단 말이지.”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볍게 대련 한번 해 볼까?”

그리고 테이벤을 향해 검술 연무를 제안했다.

‘녀석이… 마족과 한편인지 알아봐야겠어.’

테이벤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파악할 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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