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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34화 (34/200)

제34화

똑똑.

에탄이 지오반이 있는 가주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 오거라.”

그러자 안쪽에서 지오반의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왔다. 에탄이 그걸 듣고는 방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구나.”

“예?”

“성직자들은 몸을 회복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릴 거라고 했었다.”

“제가 며칠 만에 일어난 겁니까?”

“삼일.”

그리고 자신이 꽤 오래 누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쩐지 피로가 없더군요.”

“놀라지 않는군.”

“그래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멀쩡히 일어나면 된 거 아닙니까?”

“흥.”

지오반이 에탄의 말에 재밌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그 후 책상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고는, 에탄을 향해 내밀었다.

“살펴봐라.”

그 후 읽어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종이를 집어 들었다.

“!”

그 후 글을 확인하고는 숨을 삼켰다.

[칼라사르 가문의 가주 지오반의 공식 인정서.]

[대상:아린]

[내용:에탄의 딸. 아린을 칼라사르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한다.]

아린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었으니까.

“…음?”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2급 기사 공식 임명서.]

[칼라사르 가문의 막내 에탄을 2급 기사로 인정한다.]

아린이를 받아들인다.

그 내용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에탄은 밑부분에 적혀 있는 또 다른 내용을 발견했다.

“2급 기사 공식 임명서….”

자신을 2급 기사로 임명하겠다는 임명서였다.

“왜 1급도 아니고 2급입니까?”

하지만 에탄의 성에 찰 리가 만무했다. 기사 단장 빌헬름의 검을 5합이나 막았는데.

1급도 아니고 2급이라니.

이건 너무 약소한 보상이 아닌가 싶었다.

“글은 끝까지 읽어 보고 따지거라.”

빌헬름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까딱였다. 입 다물고 남은 글이나 마저 읽으라는 표정은 덤이었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어깨를 으쓱이고, 나머지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또한. 2급 기사 에탄에게 전속 기사 한 명을 부여한다. 단 3급 기사에서 착출하는 걸 조건으로 한다.]

“호오….”

그리고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전속 기사를 내어 준다니.

제법 나쁘지 않은 보상이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이건 지오반의 배려나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군요. 빌헬름의 검을 다섯 번 막아냈을 때. 이런 걸 해 주신다는 말은 없었는데.”

그래서 경계했다.

혹여나 이걸 빌미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었으니까.

“싫으냐?”

“그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이렇게 주시는 게 처음이라서 얼떨떨할 뿐입니다.”

“그러면 받아들여라.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리 처리한 것이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입니다.”

“…그래.”

지오반이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를 저리 의심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무라지는 않았다.

일단은 환자인 상태니까.

“그런데… 마지막에 어떻게 됐습니까? 기절을 해서 그런지 기억이 희미합니다.”

에탄이 마음이 살짝 꽁해진 지오반에게 질문했다. 자신이 기절하기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이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느냐.”

“아니… 그럼 누구한테 물어봅니까.”

“너와 검을 부딪친 빌헬름에게 말해 보거라. 나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니 자세히 말해 줄 수 없다.”

지오반이 에탄의 물음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용건은 이걸로 끝이다. 빌헬름이 1급 기사 연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쪽으로 가 보거라. 네 녀석에게 궁금한 게 제법 많은 거 같더구나.”

그 후 에탄에게 얼른 나가라는 말을 둘러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더 걸리적거리며 매달렸다가는. 지오반이 성을 낼 게 분명했기에 깔끔하게 포기했다.

끼익.

그렇게 에탄이 인사를 끝내고 가주실을 빠져나가자.

“…흥.”

다시 혼자가 된 지오반이 콧방귀를 꼈다.

“조금은… 기대해도 되겠지.”

그리고 에탄의 앞날에 작은 희망을 걸어 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성과를 보인 거에 대한 보답이다. 절대 에탄이 대견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추가로 보상을 내린 거는.

가주로서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말이다.

* * *

에탄은 지오반과 대화를 끝내고.

빌헬름이 기다리고 있는 1급 기사 연무실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오셨군요.”

빌헬름이 연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에탄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몸은 어떠십니까?”

그 후 에탄의 몸을 살펴보면서 뒷말을 붙였다.

“멀쩡해. 기절하고 일어나니까 오히려 피로감도 사라졌어. 확실히 성직자들이 돈값을 한다니까?”

“가문 금고가 제법 허전할 겁니다.”

“그거야 다시 채우면 그만이지. 우리가 그 정도 밥벌이도 못 하는 가문은 아니잖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빌헬름이 에탄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칼라사르 가문은 북부에서도 제법 부유한 편이다.

고작 성직자 한두 번 불렀다고 가문이 휘청할 일은 없다.

“그래. 그거나 물어 보자. 내가 기절했을 때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어?”

“도련님이 제 검을 부러트렸습니다. 그리고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지시고는 그대로 눈을 감으셨죠.”

“어?”

에탄이 빌헬름의 대답에 두 눈을 끔뻑였다.

“내가 네 검을 부러트렸다고?”

그리고 빌헬름이 말했던 것 중에 첫 문장을 반문했다.

“예. 그 정체 모를 힘이 제 검날을 갈라 버렸습니다.”

“…….”

“여담이지만 도련님이 기절하실 때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가주님이 살짝 놀래셨죠.”

그건 확실히 놀랄 만했다.

사람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 건 보통 좋은 경우가 아니니까.

“대련에서 내가 이긴 걸로 판정된 이유는 뭐지?”

“어찌 됐든 다섯 번의 공격을 막아내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제 검까지 박살 내셨으니… 도련님이 영면에 잠든 거만 아니면 이 내기는 제 패배인 게 당연한 겁니다.”

“그렇구만.”

빌헬름의 설명에 에탄이 납득했다.

“뭐. 살짝 아쉽기는 합니다. 이대로 안 깨어나셨으면 제 승리인데.”

“…….”

“농담입니다. 농담.”

그리고 이어지는 빌헬름의 뒷말에 눈을 게슴츠레 떴다.

‘왜 거짓말이 아닌 거 같지?’

아주 조금의 진심이 묻어 나오는 거 같았으니까.

“절대 도련님이 제 검을 박살 내서 그런 게 아닙니다. 하하하!”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빌헬름이 심통 난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자신이 아끼던 검을 박살 내 버렸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에탄이 얄미울 법도 했다.

“그건 나중에 아버지한테 고쳐 달라고 해. 아니면 이왕 바꾸는 거 더 비싸고 단단한 걸로 제작하라고 하면 되겠네.”

“도련님의 사비로 해 주실 생각은 없습니까?”

“무슨 돈이 있다고? 내 거랑 아린이 장비 맞추기도 버겁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빌헬름이 에탄의 단호한 대답에 피식 웃었다.

“흠… 흠.”

그 후 헛기침을 하고는.

“도련님이 숨기고 있던 그 힘은 도대체 뭡니까? 마법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게 궁금해서 여기서 날 기다린 거냐?”

“예.”

빌헬름이 목적을 드러냈다.

“솔직히 그 외에도 궁금한 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 알려 주실 리가 없을 거 같아서 말이죠.”

에탄이 빌헬름의 말에 두 눈을 끔뻑였다.

‘전생 때와는 확실히 다르네. 그때는 나를 벌레 취급했었는데.’

솔직히 놀랬다.

벌써부터 빌헬름이 자기한테 관심을 보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저런 눈빛을 처음으로 받아 본 게… 아마 20살쯤이었던 거 같은데.’

20살.

에탄이 망나니에서 벗어나 정신을 막 차렸을 때.

그 시기부터 빌헬름은 에탄을 인정했었다. 지금의 눈빛을 보이면서 말이다.

“미안하지만 내가 보여 준 힘에 대한 것은 알려 줄 수 없어.”

“예?”

“영업 비밀이거든.”

“…….”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에탄은 빌헬름에게 달빛 힘의 존재를 말해 줄 생각이 없었다.

“정. 궁금하면 스스로 알아보도록 해.”

“어어…”

“그럼 난 가 본다.”

에탄이 당황해하는 빌헬름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연무장을 벗어났다.

“…….”

빌헬름이 그런 에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완전히 자리를 벗어난 걸 확인하고는.

“허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쓰윽.

그리고 에탄과 자신이 마지막 합을 겨루었던 곳을 바라봤다.

“그럼 저도 마지막에 어떤 광경이 펼쳐졌는지 영업 비밀로 하겠습니다.”

에탄은 알까?

빌헬름이 자신과 검을 주고받을 때. 하늘로 거대한 빛기둥이 생겨난 것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지오반이.

“가주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는걸.”

의자가 뒤로 넘어질 정도로 거칠게 일어났다는 걸 말이다.

* * *

시간이 흘러 야심한 밤이 됐다.

“드르렁….”

“흐으음….”

에탄의 방에는 이제 세 사람이 함께 잠을 자게 됐다.

“…겉모습은 사람인데. 한 명은 전생이 검이었고. 한 명은 드래곤이라니. 누가 보면 소설이라도 쓰는 줄 알겠네.”

그 사실을 깨달은 에탄이 픽 웃었다. 모양새가 제법 신기했으니까.

한 방 안에 세 존재가 모여 있다니. 절대 흔한 경우는 아니리라.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무사히 해결했다.’

자격을 증명하고 아린이를 곁에 계속 둘 수 있게 됐다.

거기에 3급 기사를 자신의 전속 기사로 만들 수 있게 됐으니. 이 정도면 큰 성과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그러나 에탄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미래에 들이닥칠 야만족과 마물의 대침공을 막아야 하니까.

‘그걸 위해서는 북부를 하나로 뭉쳐야 한다.’

북부 대통합.

에탄은 자신의 다음 목표를 그리 칭했다.

‘그걸 위한 첫 발판은 베르사르 가문이다.’

베르사르 가문은 칼라사르 가문과 관계가 좋은 편에 속하니. 에탄은 그곳을 첫 번째 목표로(?) 삼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베르사르 가문에 있는 내부 첩자도 밝혀내야 하고 말이지.’

전생 시절. 베르사르 가문은 소리 소문 없이 멸망했다. 에탄은 그걸 이상하게 여겼다.

베르사르 가문이 절대 쉽게 무너질 정도로 허약하지 않았으니까.

때문에 이번 생에는 반드시 그 원인을 파헤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일단 이걸 하기 전에 그놈부터 뽑아내야지.’

이 모든 걸 뒤로 미룰 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다.

‘모헨을 내 전속 기사로 만든다.’

3급 기사인 모헨을 자신의 수하로 들이는 거였다.

그래서 에탄은 날이 밝는 대로 3급 기사들이 모여 있는 연무실로 향했다.

콰앙!

그 후 연무실 문을 있는 힘껏 발로 차서 열어 버리고는.

“모헨. 넌 이제부터 내 전속 기사다.”

모헨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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