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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32화 (32/200)

제32화

에탄이 빌헬름을 도발한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평정심을 잃게 만들어서 빌헬름이 눈먼 공격을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잘 알겠습니다. 도련님. 아니. 에탄. 지금 이 순간부터 대련이 끝날 때까지 당신은 제가 죽여야 하는 적입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과했다.

이때의 빌헬름은 좀 더 성격이 살아 있던(?) 시절이라는 걸 에탄은 간과하고 있었다.

‘망했다.’

때문에 도발의 효과가 너무 잘 먹혔다. 그 사실을 깨닫고 에탄이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뭔가 뜻대로 되지 않으셨다는 느낌인데요.”

빌헬름이 에탄의 얼굴을 보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검을 쥔 손을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은 이미 도련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 후 에탄을 향해 진중하게 뒷말을 잇고는.

탁… 탁.

아주 천천히 에탄을 향해 다가갔다.

꿀꺽.

에탄이 빌헬름의 움직임을 보고는 침을 삼켰다. 이어서 두 손으로 검을 있는 힘껏 쥐어 잡고는.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빌헬름에게 내달렸다. 참고로 에탄이 내뱉은 말은, 전생 시절 빌헬름이 에탄에게 가르쳐 준 진리 중 하나였다.

“…….”

빌헬름이 에탄의 행동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어서 두 손을 검에 올리고는 에탄을 빤히 바라봤다.

“!”

그리고 에탄이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오는 순간, 두 눈을 크게 뜨면서.

“…!”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 * *

예상보다 빌헬름을 향한 도발이 심하게 먹히기는 했지만, 에탄은 아직 이 대련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른쪽에서 왼쪽 사선으로.’

다양한 요소로 인해 그런 판단이 나왔지만, 그중 제일 중요한 요인을 뽑자면 ‘경험의 차이’였다.

‘아직 습관을 고치기 전이다.’

현생은 아니지만.

전생에서 빌헬름과 여러 번 대련을 해 봤다. 심지어 그가 진심으로 싸울 때 옆에서 지켜봤던 적도 있기에.

‘첫 번째 공격은 무조건 피한다.’

5번의 휘두름 중 하나를 가볍게 넘겨 버릴 수 있다. 전생의 기억을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몸을 아래로 숙이는 순간.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콰콰캉!

이어서 연무장 벽면이 박살 나는 소음이 들려왔다.

“허어!”

“기사 단장님이 벽을 부쉈다!”

그 괴랄한 흔적에 대련을 지켜보던 기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무장에 있는 벽이 저렇게 허물어지는 경우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이 처음일 테니까.

“무슨…!”

하지만 빌헬름은 저들의 반응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기사들과는 다르게 에탄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마치 불가능한 현상을 목격한 사람처럼.

탁!

그 모습이 꽤 웃겨, 에탄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상태에서 몸을 다시 위쪽으로 끌어 올리고는.

훙!

왼손으로 검을 올려 쳤다.

빌헬름의 턱을 박살 내 버리겠다는 살기를 가득 담아서 말이다.

까앙!

“놈!”

당연한 이야기지만 먹힐 리가 없었다. 지금 에탄이 있는 곳은 빌헬름이 구축한 ‘영역’ 안이었으니까.

그래서 녀석이 당연히 막을 거라고 예상했기에.

“빌헬름… 이거나 먹어라!”

오른손에 들고 있던 흙뭉치를 빌헬름의 얼굴 쪽에 던졌다.

“크윽!”

무수히 많은 작은 돌들이 빌헬름의 안면을 강타했다. 눈이 따가운 건지, 빌헬름이 아주 찰나의 순간 눈을 감았다.

퍽!

그 틈을 이용해서 빌헬름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찼다. 묵직한 갑옷이 막아 주지 않는, 아주 작은 틈을 발끝으로 찌른 거였다.

“크억!”

그러자 빌헬름의 입에서 얕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걸 보고 재빠르게 거리를 뒤로 벌리는 순간.

콰아아앙!

다시 한번 큰 파괴음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빌헬름이 검을 큰 원형으로 휘두른 거였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갈 뻔했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시야를 잃고 당황함에 나온 행동처럼 보이리라.

하지만 에탄은 알고 있다.

저걸 무시하고 계속 저 자리에 있으면 어찌 되는지를 말이다.

파아아앗….

“소용돌이.”

빌헬름이 서 있는 곳을 주변으로 바람의 기운이 바뀌었다. 바닥에 있는 돌멩이들이 좌우로 흔들리는 걸 보고 알아차렸다.

“나를 상대로 그렇게까지 한다고?”

“진심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빌헬름에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물으니.

“이제 그런 잡 기술은 안 통할 겁니다.”

정중한 어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시도는 좋았으나… 저한테 치명타를 먹이지는 못했군요.”

“그렇지. 하지만 이제 네가 공격할 수 있는 기회는 총 3번밖에 없어.”

“3번이면 충분합니다.”

빌헬름이 에탄의 물음에 씨익 웃었다. 승리를 확신하는 표정과 목소리가 에탄의 귀에는 얄밉게 들렸다.

‘이제 그걸 쓸 때가 온 건가.’

3번.

빌헬름이 3번의 검을 휘두르고, 그걸 막아내면 에탄의 승리로 끝이 난다.

‘속전속결로 간다.’

쓰윽.

그래서 두 손으로 검을 있는 힘껏 잡고는.

-우우웅!

마침내 달의 기운을 개방했다.

* * *

‘뭐지. 저 힘은?’

빌헬름이 에탄을 향해 접근하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검이 빛난다.’

에탄이 두 손으로 잡고 있는 검날에서 힘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처럼 말이다.

‘단순히 빛만 나는 게 아니군. 도련님이 기운을 확실하게 다스리고 있어.’

빌헬름이 에탄의 몸을 유심히 살펴봤다. 힘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잘 퍼져 있었다.

그것이 꼭.

‘마치 오러를 다뤄 본 기사 같다.’

오러하트의 경지에 오른 이들과 같았기에. 빌헬름은 더더욱 당혹감을 느꼈다.

‘어떻게?’

달의 기운을 검에 흡수하는 방법이 알려지는 건, 가주인 지오반이 비밀의 숲에서 비법을 얻어 낸 뒤다.

그러니 빌헬름이 알아내지 못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

가주인 지오반도 에탄의 힘을 알 수 없었다. 눈매가 살짝 가늘어질 정도로 호기심을 보였다. 에탄이 선보이는 비장의 한 수에 말이다.

“도련님한테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도 알고 있어.”

“처음 보는 힘인데….”

그리고 그건 연무장에 있는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예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1기사부터 시작해서 3기사까지.

그 누구도 에탄이 준비한 힘의 원천을 모르고 있었다.

“…….”

그나마 유추하는 사람이 있다면.

야심한 밤에 에탄을 살펴봤던 세바스찬뿐이었다.

“왜. 내가 이 힘을 쓰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에탄이 주변인들의 시선과 빌헬름이 바라보는 눈빛을 느끼고는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빌헬름에게 별거 아닌 걸 보고 놀라냐는 듯 물었다.

“신비로운 재주를 부리시는군요.”

빌헬름이 애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는, 에탄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미리 말하지만 마법은 아니야.”

“호오….”

그리고 이어지는 에탄의 대답에 침을 삼키고는.

“잘 알겠습니다.”

침착하게 거리를 좁히면서 다가갔다. 예상치 못한 힘에 잠시 당황을 하기는 했지만, 마냥 못 붙을 정도는 아니라 판단했기에.

팟!

그래서 순식간에 3번의 공격을 통해, 에탄을 끝내기로 마음먹고 달려드는 순간.

씨익.

에탄이 그걸 보고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그리고 빌헬름을 향해서.

탁!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정확히 말하면 빌헬름이 있는 방향으로 기운을 발산한 거였다.

‘허공’에다가 말이다.

“!”

빌헬름이 그걸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에탄의 휘두른 방향으로 공기가 일렁거리는 게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빌헬름은 잘 알았다.

‘막아야 한다.’

때문에 앞으로 움직이기를 멈추고, 검으로 몸을 보호하는 동작을 취했다. 3번의 공격을 아꼈다가 마지막에 몰아붙이고 싶었으니까.

에탄을 상대로 기회를 허투루 낭비하면 패배할 수 있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까앙!

하지만 묵직한 힘이 자신을 밀어내는 감각을 경험하고는.

‘어쩔 수 없군.’

빌헬름의 생각이 단번에 바뀌었다. 막기만 해서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고 말이다.

때문에.

“2번 안에 다가가고 1번으로 끝내겠습니다.”

빌헬름은 검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무성히 자란 나무 사이를 파헤치는 탐험가와 같았다.

“하.”

에탄이 그걸 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헛웃음이 절로 나올 수준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약하다고 해도, 달빛의 기운을 저리 쉽게 베어 버리다니.

‘괴물이네. 괴물.’

빌헬름은 정말 전장의 화신이나 마찬가지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풍경을 만들어 낼 리가 없으니까.

서걱.

서걱.

빌헬름이 달의 힘을 베어내는 소리가 에탄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마지막 한 번이군요.”

빌헬름과 에탄이 다시 한번 마주 보게 됐다. 서로가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닿을 거리에서 말이다.

그 순간 다시 한번 두 명의 움직임이 멈췄다. 연무장에 있는 모두가 숨을 죽인 지는 오래였기에, 소음 따위의 것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약 3초가 지났을 때.

팍!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빼 들었다.

이어서 두 기사의 검이 맞부딪히는 순간.

-…!

연무장에 있는 모두가 눈을 감을 만큼, 두 사람의 가운데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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