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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30화 (30/200)
  • 제30화

    뇽뇽이가 가문에 머문 지 오 일이 지났다.

    “뇽뇽아. 복도에서는 뛰면 큰일 나.”

    “어째서?”

    “다른 사람이랑 부딪힐 수도 있거든.”

    “뇽뇽이는 안 아픔!”

    “하지만 반대쪽 사람이 아야 할 수도 있어. 그러면 뇽뇽이가 나랑 같이 못 다닐 수도 있는데… 그래도 뛰어다닐 거야?”

    “…이제는! 걸어 다님!”

    그동안 뇽뇽이는 아린이의 밀착 감시… 아니. 교육(?)을 통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상식들을 배우게 됐다.

    “아린 님. 요즘에는 뇽뇽 님하고만 붙어 다니시네요?”

    “도련님이 서운해하시겠어요~”

    “나 같으면 맨날 같이 붙어 다닐 거야!”

    그리고 가문에 있는 시녀들과도 제법 친해졌다. 뇽뇽이가 아린이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은 뇽뇽이를 귀엽게 여겼다.

    “아빠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수련실에서 개인 연습을 하고 있어요. 빌헬름 할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가 됐다고 열심히 준비해야 한대요!”

    아린이가 시녀들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뇽뇽이가 그 말을 듣고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나도 하고 싶음. 대련.”

    자신도 싸움을 하고 싶은데 못 하는 거에 불만을 느꼈다.

    “뇽뇽이는 좀 더 큰 다음에! 아직 검도 제대로 못 들잖아.”

    “…….”

    “나중에 꼭 시켜 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자. 약속!”

    “알았음.”

    하지만 아린이의 말에 수긍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린이의 말이라면 무조건 듣는 뇽뇽이었으니까.

    “어머. 어머… 세상에.”

    “너무 귀엽다.”

    “두 분 다 어쩜 이리 천사 같지?”

    시녀들이 아린이와 뇽뇽이의 대화를 보고는 주먹을 꽉 쥐고 두 손을 흔들었다.

    아린이의 말에 시무룩하면서도, 그걸 받아들이는 뇽뇽이의 모습이 입술을 깨물 정도로 빛났으니까.

    터벅터벅.

    그때. 복도 끝자락에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아린이와 뇽뇽이. 시녀들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향했다.

    “어!”

    동시에 아린이의 동공이 확장됐다. 복도에 나타난 의문의 사람이.

    “빌헬름 할아버지!”

    칼라사르 가문의 기사 단장.

    빌헬름이었으니까.

    * * *

    ‘빌헬름과의 대련이라….’

    에탄이 수련실 한가운데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그 후 손에 쥐고 있는 검을 집어넣고는 빌헬름에 대해서 떠올렸다.

    ‘전생 때보다 십 년이 넘게 젊은 상태네.’

    빌헬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가문이 망하기 전에 여러 번 그의 검을 받아 본 적이 있으니까.

    ‘버겁겠지.’

    다만.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에탄은 한없이 약해져 있는 상태다. 오러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한데. 빌헬름은 10년이 더 젊어진 상태니, 힘든 내기가 될 게 분명했다.

    “…비장의 수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이게 먹힐지는 모르겠네.”

    솔직히 말해.

    에탄이 정공법으로 빌헬름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래서 에탄은 남몰래 칼을 갈아왔다.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독침 같은 거였다.

    끼익!

    그때. 1급 기사 수련실 문이 열렸다.

    “돌아왔나?”

    에탄이 그곳을 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기척은 진작에 느끼고 있었기에 놀란 기색이 일도 보이지 않았다.

    “…많이 성장하셨군요.”

    빌헬름 또한 에탄의 반응에 무덤덤했다. 이정도는 당연히 해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열심히 준비했지.”

    “그동안 뭐 하고 지내셨습니까? 혹시. 아직도 도련님이 1급 기사 수련실을 이용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있습니까?”

    “아니. 그런 녀석들은 저번 대련 이후로 전부 사라졌어.”

    3기사들과의 대련.

    그때 에탄은 녀석들을 철저히 박살 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놈들은 ‘특훈’을 받으면서 고통받고 있었다.

    “그리고 지내는 건 늘 똑같았지. 계속 수련실에서 검만 휘둘렀어.”

    “흐음. 그렇다고 하기에는 몸속의 기운이 제법 달라지신 거 같습니다.”

    “중간에 바깥나들이도 갔다 왔지. 거기서 좋은 약도 얻어먹고 말이야.”

    에탄의 말에 빌헬름이 씨익 웃었다.

    “그런데… 달라진 건 빌헬름. 너도 마찬가지인 거 같은데.”

    에탄이 빌헬름을 위아래로 살펴봤다.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눈동자는 깊은 호수와 같았고. 그의 몸에서는 강자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련님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몸을 바꿔 왔습니다.”

    “너무 열심히 하면 곤란해. 내가 다섯 번도 못 막고 쓰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하하!”

    빌헬름이 에탄의 말에 힘껏 웃었다.

    “도련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단 한 줌만큼도 봐주지 말라고…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을 뿐입니다.”

    그 후 진지한 표정으로 뒷말을 붙였다. 빌헬름은 아직도 에탄이 자신한테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뒤끝 장난 아니네.’

    에탄이 그걸 깨닫고는 혀를 내둘렀다. 살짝 도발을 하려고 던지긴 했지만, 그걸 지금까지 고이 간직할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아린 님이 친구분을 데려오셨더군요.”

    “뇽뇽이?”

    “예. 아린 님과는 정반대되는 성격을 가지신 거 같아서 제법 호기로웠습니다.”

    빌헬름이 말을 마치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저한테 수염! 흰색! 이라고 말하시더군요.”

    그 후 뇽뇽이가 자신을 보고 처음으로 했던 발언을 들려줬다.

    “음….”

    에탄이 그걸 듣고 당황했다.

    설마. 빌헬름한테 저런 소리를 할 줄은 몰랐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런 걸로 상처받지는 않으니까요. 게다가 아린 님이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줘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럼 다행이네.”

    “게다가 아린 님의 친구분도 괜찮으신 분 같았습니다. 언행이 거침없기는 하지만 말이죠.”

    빌헬름이 말을 끝내고는 에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그럼 저는 이만 가주님을 뵈러 가겠습니다.”

    에탄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뒷말을 붙였다.

    터벅터벅.

    그 후 1급 기사 수련실을 빠져나갔다.

    “…….”

    에탄이 그런 빌헬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재밌네.”

    그리고 씨익 웃었다.

    빌헬름이 이번 대련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는지 잘 알게 됐으니까.

    * * *

    시간이 흘러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쓰윽.

    모두가 잠든 새벽 대였지만 에탄은 잠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린이… 친구.”

    서로를 꼭 껴안고 자고 있는 아린이와 뇽뇽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에탄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이제는 내가 없어도 잘 자네.’

    항상 에탄의 손을 잡고 자던 아린이는, 더 이상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과 함께하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으니까.

    ‘덕분에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겠어.’

    조금은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뇽뇽이가 나타남으로써 에탄이 좀 더 자유롭게 행동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탁.

    에탄이 아린이와 뇽뇽이가 깨지 않도록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 후 벽에 걸려 있는 검을 가지고 1급 기사 수련실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후우….”

    새벽 시간대라서 그런지 밤공기가 제법 쌀쌀했다.

    “오히려 좋아.”

    하지만 에탄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몸을 빠르게 식혀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대련을 하기 전에 완벽하게 준비해야 해.’

    에탄이 야심한 밤에 수련실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곧 있으면 열릴 빌헬름과의 대련에서, 자신이 보일 ‘무기’를 날카롭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무리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몸을 채찍질해야만 했다.

    빌헬름이 ‘그곳’에서 수련을 한 것처럼 말이다.

    스릉!

    에탄이 생각을 끝내고는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그 후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면서 씨익 웃고는.

    팍!

    에르덴이 만들어 준 검을 바닥에 꽂았다. 달빛이 내려오는 방향에 맞춰서 말이다.

    터억!

    그리고 에탄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검의 손잡이를 쥐어 잡았다.

    쓰윽.

    이어서 두 눈을 감고.

    헤와른의 포션을 마시고 기운을 다스렸던 때처럼.

    우우웅….

    검으로 전해지는 달의 힘을 느끼기 위해서 온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의 검에다가 말이다.

    파아앗…!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달빛이 검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에탄이 그걸 알아차리고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으윽…!”

    그리고 달빛을 담아내느라 생기는 고통을 버티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지금 여기서 무너지면… 지금까지 모은 기운이 모두 사라진다.’

    보름달이 뜬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에탄이 주저앉는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니.

    에탄은 어떻게든 버텨 내야만 했다.

    우드득!

    에탄의 어금니가 갈리는 소리가 수련실에 울려 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배로 커졌다.

    달빛의 힘을 검에다가 아주 조금 담아내는 정도였지만. 지금 에탄의 몸으로는 그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악으로 버텨라.’

    하지만 에탄에게는 남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전생 시절부터 쌓아 올린 정신력. 그게 에탄의 계획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었다.

    파아앗!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나자.

    에탄이 손에 잡고 있는 에르덴의 검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1급 기사들의 연무장을 비추고 있는 달빛과 똑같은 색깔의 빛이었다.

    “…하.”

    에탄이 달빛의 힘을 머금은 녀석을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후 녀석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는.

    “준비는 다 끝났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대련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

    .

    .

    그리고 마침내.

    “준비는 잘하셨습니까? 도련님.”

    “물론이지. 그러니까 봐주지 말고 있는 힘을 다해라. 안 그러면 큰 코 다칠 테니까.”

    빌헬름과 에탄의 대련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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