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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28화 (28/200)
  • 제28화

    알에서 나온 녀석의 이름은 뇽뇽이가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뇽뇽이야!

    -뇽뇽이?

    -응! 알에서 나왔으니까 뇽뇽이로 하자!

    아린이가 그렇게 지었기 때문이다.

    ‘녀석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니까 바꾸기는 힘들겠지.’

    에탄과 아린이도 몰랐던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바로. 뇽뇽이는 이름이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아린이가 녀석에게 뇽뇽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거였다.

    “…그 아이는 또 누구냐?”

    “아린이 친구 뇽뇽이에요!”

    “뇽뇽이?”

    “네!”

    지오반의 물음에 아린이가 힘차게 답했다. 자신의 친구 뇽뇽이라고.

    “…….”

    지오반이 아린이의 대답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별의별 일을 겪어 온 그였지만, 이런 사고는 처음이었기에 그럴 만도 했다.

    획.

    그래서 오른편에 있는 에탄에게 시선을 돌렸다. 보충 설명을 요구하는 거였다.

    “나이아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이름이 없는 아이여서 아린이가 뇽뇽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겁니다.”

    에탄은 지오반이 원하는 대로 뒷말을 붙였다. 의문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기에, 미리 대답을 만들어 둔 상태였다. 다만 뇽뇽이의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걸 말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가문이 뒤집어질 테니까.

    “…왜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아니다. 어린아이라면 그럴 수 있지.”

    지오반이 에탄의 말을 듣고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사람 이름을 뇽뇽이로 지은 게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름에 대해 지적을 하려고 했지만….

    “뇽뇽이… 예쁜 이름이구나.”

    아린이가 지어 줬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뇽뇽이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고. 안 그러면 아린이의 기분이 상할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뇽뇽아. 편하게 머물다가 가거라. 아린이의 친구니까 가문 사람들이 너를 극진히 대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하겠다.”

    지오반이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뇽뇽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침을 삼켰다.

    “…아버지.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그 후 지오반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탁?”

    “예.”

    “말해 보거라.”

    “저 아이도 저희와 계속 살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계속? 그 말은 즉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여달라는 말인 거냐?”

    “맞습니다.”

    에탄의 말에 지오반이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가문은 누구나 받아 주는 곳이 아니다. 보육원 같은 장소가 아니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칼라사르 가문.

    북방을 수호하는 방패.

    그런 중요한 역할을 가진 가문이기에, 외부 사람을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곳에 머물게 해 줄 수는 없다. 그러니 못해도 내일 저녁에는….”

    그래서 뇽뇽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려고 하는 찰나.

    “…….”

    아린이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누군가 툭 건들기만 하면 바로 눈물을 흘릴 듯한 똘망똘망한 눈망울. 지오반은 그걸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혀 버렸다.

    “갈 곳 없는 아이인데다가, 네 딸의 친구라고 하니 며칠 머무는 건 허락해 주겠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곳에 지내라는 뜻은 아니다.”

    때문에. 내일 아침에서 순식간에 이 주일 정도로 기한이 늘어났다. 제아무리 지오반이라고 해도, 아린이 앞에서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꾸벅였다.

    “크흠.”

    지오반이 아린이에서 에탄 쪽으로 눈동자를 회피(?)했다. 계속 눈을 마주치면, 기간이 계속해서 늘어날 거 같아서였다.

    “빌헬름과의 대련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몸 관리를 더 각별히 하거라.”

    그래서 에탄과 눈을 마주치고는 자연스럽게 뒷말을 이어 나갔다.

    꼬르륵!

    그리고 지오반의 말이 끝나는 순간, 아린이의 배 속에서 밥을 달라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아…!”

    아린이가 그걸 깨닫고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오반이 그 모습을 보고는.

    씨익.

    아주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너무 말이 길었구나. 일단 밥부터 먹자구나.”

    그 후 눈앞에 있는 접시에 차려진 고기를 포크로 집어 먹었다. 식사 자리에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고 핀잔을 주지도 않았다.

    지오반에게 있어 아린이는 귀여운 손녀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 * *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에탄은 아린이와 뇽뇽이를 데리고 1급 기사들의 수련실로 향했다.

    “뇽뇽이. 인간? 계속?”

    “응. 당분간은 사람으로 지내야 해.”

    그리고 뇽뇽이에게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걸 밝히면 안 된다고 한 번 더 말했다.

    “이해했음.”

    뇽뇽이가 에탄의 말에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어느 정도 설명을 들은 상태였다. 그래서 식사 자리에서도 최대한 말을 아낀 거였다.

    “알. 흡수. 뒤처리 완벽.”

    “그래. 잘했어. 덕분에 번거롭게 청소를 할 필요는 없어졌네.”

    뇽뇽이가 부화하면서 깨진 알.

    그 알 껍질은 뇽뇽이가 마법으로 흡수했다.

    ‘마법은 계속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어떤 원리인지는 에탄도 알 수 없었다. 하나.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애를 어찌해야 하나.’

    중요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어떻게 해야 뇽뇽이를 가문에서 같이 살 수 있게 하냐는 거였다.

    “흐으음….”

    그래서 머리를 열심히 굴려 보려는 찰나.

    “아빠! 오늘도 대련하고 싶어요!”

    아린이가 에탄을 향해 대련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좋아.”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나이아 호수에서 사용했던 검을 빼 들었다.

    “흐흥! 이번에는 꼭 이길 거예요!”

    아린이 그걸 보고는 자신의 팔뚝만 한 검을 쥐어 잡았다.

    대장장이 에르덴이 일주일 전에 수리해 준 녀석이었다.

    “잠깐.”

    그렇게 두 사람이 검을 들고 대련을 시작하려는 찰나.

    “뇽뇽. 한다. 검.”

    뇽뇽이가 에탄과 아린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자신도 두 사람이 들고 있는 무기를 만져 보고 싶다고 말이다.

    “내 거 빌려줄게.”

    에탄이 뇽뇽이의 말에 자신의 검을 녀석에게 내밀었다.

    휙!

    “싫어. 비위생. 세균.”

    “…….”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에탄의 검은 더러워 보인다는 차디찬 대답뿐이었다.

    “우움. 그럼 아린이 거는?”

    그래서 나름대로 항의를 하려는 찰나.

    아린이가 뇽뇽이를 향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의 검은 어떤 거 같냐고 질문했다.

    “깨끗함. 좋음! 아린이꺼!”

    “진짜?”

    “최고 상태! 품질 좋음!”

    아린이의 물음에 뇽뇽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아린이의 검은 깨끗하고 품질도 좋다는 극찬을 해 줬다.

    ‘대놓고 차별하는구만.’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어처구니없어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자신을 싫어할 줄은 몰랐다.

    ‘이걸 기분 나빠해야 하나… 아니면 좋아해야 하나?’

    하나. 마냥 불쾌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비록 무시를 당하고 있지만.

    “친구! 최고! 역시 내 친구!”

    “으흥~ 그건 뇽뇽이도 마찬가지인걸!”

    “칭찬! 기분 좋아!”

    뇽뇽이가 아린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아린이도 뇽뇽이를 많이 좋아하고 있네.’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아린이 또한 뇽뇽이를 상당히 아끼고 있었다. 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가족.’

    가족.

    아린이한테 있어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그런 의문이 에탄의 머릿속에 문뜩 떠올랐다.

    전생 시절에는 자신의 애검이어서 의식이 없었다 쳐도, 지금은 사람으로 변해 있는 상태다.

    ‘…확실히 뇽뇽이가 아린이한테 필요한 존재이기는 하네.’

    그렇게까지 사고의 흐름이 이어지니, 에탄은 뇽뇽이가 아린이에게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를 깨닫게 됐다.

    “끄으응!”

    “으흠! 아직 뇽뇽이는 검이 무겁나 보네!”

    “분함….”

    그래서일까.

    아린이와 뇽뇽이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에탄의 눈에 이전보다 더 좋게 보이기 시작했다.

    때문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려는 찰나.

    “다른 거. 더 잘함!”

    “어떤 거?”

    “마법! 보여 줌!”

    뇽뇽이가 아린이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동시에 자신의 마법을 보여 주겠다고 말하고는.

    -우우우웅!

    허공에다가 푸른빛을 흉흉하게 뿜어내는 마법진을 만들었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침을 삼켰다.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술식들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잠깐… 잠깐만!”

    그래서 뇽뇽이의 마법 발동을 멈추려고 했지만.

    “보여 줄 거임!”

    뇽뇽이의 시야에 에탄이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우우웅!

    뇽뇽이가 말을 마치고는 두 눈을 꼬옥 감았다. 그 후 손을 앞으로 뻗고는.

    [……]

    에탄은 해석할 수 없는 용언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술식이 끝나는 순간.

    화륵… 화르르륵!

    뇽뇽이가 만들어 낸 마법진에서 뜨거운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불길이.

    콰아아아앙!

    에탄이 지오반으로부터 얻어 낸 1급 연습실의 벽면 일부를 완전히 녹여 버렸다는 것이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에탄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우아아!”

    아린이가 미역처럼 흐물흐물해진 벽을 보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마법을 보는 거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다! 이게 마법이구나!”

    “크흠! 이건! 별거 아님!”

    “그래도 멋져! 뇽뇽이 최고야!”

    뇽뇽이가 아린이의 칭찬 세례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들어 낸 흔적을 보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

    그리고 이 모든 걸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에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드래곤은 절대 자극하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뇽뇽이를 놀리면 안 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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