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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26화 (26/200)
  • 제26화

    아린이가 데려온 알.

    녀석이 제시한 요정 정화 방법은 간단했다.

    풍덩!

    “정말 이렇게 하면 된다고?”

    “네. 친구가 자기를 요정님과 함께 호수에 빠트려 달라고 했어요. 그 뒤에는 앉아서 가만히 기다리래요.”

    자신과 마기에 오염된 요정을 나니아 호수에 잠수시키는 거였다. 그러면 나머지 일은 알아서 처리한다고 하니, 에탄이 해야 하는 일은 간단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거지?’

    그래서 더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알이 어떤 식으로 정화를 진행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으니까.

    “아린.”

    보글보글!

    그래서 정말 이게 끝이냐고 아린이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나이아 호수의 물이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렸다.

    파아앗!

    이어서 에탄이 호수에 가루를 풀었을 때처럼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만. 이번에는 검은색이 아닌.

    “황금빛….”

    보기만 해도 넋이 나갈 만큼 아름다운 황금빛이었다.

    ‘정화에 성공하다니. 어떻게?’

    에탄이 그걸 보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정화를 할 수 있는 수단도 없는데, 어떻게 요정의 몸속에 있는 마기를 빼낸 건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촤악!

    그래서 의문을 가지려는 찰나, 수면 위로 요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린이의 절친한 친구인 ‘알’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든 채로 말이다.

    정화가 완벽하게 끝난 상태라서 그런지, 조금 전과는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

    그렇게 변화된 요정을 에탄이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요정이 감았던 두 눈을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에탄과 눈을 마주치고는.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고개를 꾸벅이면서 감사와 사과를 동시에 표했다. 마기화 되어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요정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니 에탄과 아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에탄이 요정의 말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뻔도 했지만요. 게다가 제 딸의 소중한 검도 파손되고… 크흠.”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은근슬쩍 말했다. 요정이 그 말을 듣고는 미안하다는 눈빛으로 에탄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이 일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이어서 고개를 숙이고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원하는 보답은 간단한 거니까요.”

    에탄이 사과하는 요정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그 후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혹시 각성의 비약을 가지고 계십니까?”

    요정을 향해 각성의 비약을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각성의 비약. 그것 때문에 여기에 오신 거군요.]

    “예. 맞습니다.”

    요정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이제 와서 목적을 숨길 생각은 없었다. 정정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으니까.

    “저는 각성의 비약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그걸 요정님의 목숨을 구한 보답으로 받고 싶습니다.”

    [보답….]

    “네. 보. 답.”

    에탄이 보답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각성의 비약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철면피는 얼마든지 깔 수 있었다.

    “요정님. 아빠가 원하는 걸 주시면 좋겠어요….”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린이가 입을 열었다.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요정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네?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아빠는 요정님을 구하기 위해 제 검도 부쉈다고요….”

    거기에다가 5살 어린이의 울먹이는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아아… 하지만….]

    요정이 더더욱 곤란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아린이의 울음 공세에 요정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 후 얕게 미소를 짓고는.

    [검을 아끼는 마음은 인간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군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알겠어요. 각성의 비약을 내드리도록 하죠.]

    이어서 에탄에게 각성의 비약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귀여운 숙녀님께도 작은 선물을 하나 드릴게요.]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선물이요? 아린이한테도 무언가를 주는 건가요?”

    요정의 말에 아린이가 두 눈을 끔뻑였다.

    [이름이 아린이군요.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요정이 아린이의 이름을 말하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그 후 자신이 들고 있는 알을 쓰다듬으면서.

    [이 알은 아린이와 제일 친한 친구고요. 맞죠?]

    아린이에게 알과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네! 맞아요! 저희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할 정도로 친해요!”

    요정의 말에 아린이가 자신감 넘치게 답했다.

    [좋아요. 친구도 그렇게 말하고 있네요. 아린이가 자신한테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요.]

    요정이 그 대답을 듣고는 흡족하게 웃었다.

    이어서 알을 향해.

    파아앗!

    황금빛을 흘려보냈다.

    ‘알에다가 빛을 보낸다고? 설마 알에 있는 녀석을 부화시키려는 건가?’

    에탄이 그걸 보고는 침을 삼켰다. 그동안 알 안에 있는 놈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다.

    [이 아이는 조만간 깨어날 거예요. 머지않은 시간일 테니 지금처럼 옆에서 소중하게 봐주세요.]

    “네!”

    아린이가 요정의 말에 함박 미소로 답했다. 검이 파손된 건 이제 아무렇지 않았다. 그보다 더 값진 걸 얻었으니까.

    […그럼. 이제는 그쪽 차례네요. 각성의 비약을 얻고 싶다고 하셨죠?]

    “예.”

    가만히 요정과 아린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에탄이,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혹시 각성의 비약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나요?]

    “요정들을 통해서 얻어 낼 수 있다 정도뿐입니다. 그 이상의 자세한 정보는 솔직히 말해서 모릅니다.”

    각성의 비약은 육체를 한 단계 더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에탄은 전생 시절 그 이상의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었다.

    ‘각성의 비약에 대한 정보가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 죽었으니까.’

    그 물건에 대한 걸 자세히 알기 전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야만족과 마물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군요. 그러면 각성의 비약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도 모르시겠네요.]

    “…위험이요? 각성의 비약에 그런 게 있었습니까?”

    [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애당초 각성의 비약은 요정들을 위한 물건이니까요. 인간을 위한 배려는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죠.]

    요정이 에탄의 반문에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어서 호수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푸르르….

    그러자 물에서 거품이 일렁거리더니, 이내 작은 병 하나가 수면 위로 나타났다. 에탄이 얻고 싶어 하던 각성의 비약이었다.

    ‘저거다.’

    에탄이 그걸 눈치채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예사롭지 않은 문양부터 시작해서, 영롱한 백색 빛을 내는 내용물까지. 척 봐도 자신이 원하던 각성의 비약 같았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게 바로 각성의 비약입니다.]

    “이걸 진짜로 준다고요?”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이걸 마셨을 때 당신이 무사하다는 보장은 할 수 없습니다.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이 올 겁니다.]

    요정의 말에 에탄이 침을 삼켰다.

    저 말은 일종의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각성의 비약을 쉽게 보지 말라는 경고 말이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에탄은 요정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수면 위에 떠 있는 각성의 비약을 손으로 낚아챘다.

    딸깍!

    그 후 병뚜껑을 열고는 요정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제 정신력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너무 무시하지 말라고 말이다.

    ‘게다가 아린이도 있으니까….’

    거기에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든든한 아군. 아린이도 있지 않은가?

    ‘헤와른의 포션을 마셨을 때도 아린이의 힘이 느껴졌어. 그렇다면 이번에도 아린이가 도움을 줄 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는. 에탄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각성의 비약을 들이마셨다.

    [!]

    요정이 그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 자리에서 각성의 비약을 마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린이가 도와줄게요!”

    그때. 아린이가 에탄이 예상했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전에 에탄이 헤와른의 포션을 마셨을 때처럼, 에탄의 몸에다 두 손을 가져다 댔다.

    파아앗….

    그리고 에탄과 함께 각성의 비약이 가진 힘을 갈무리했다. 사방으로 날뛰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멀쩡한데?”

    그렇게 3초가 지났을 때. 에탄이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평온한 표정을 지은 채 요정을 바라봤다.

    “설마 저한테 거짓말을 하신 겁니까? 뭐… 비약을 얻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다거나. 그런 의도로요.”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에탄이 단순히 아린이 앞에서 아픈 걸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아니요.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요정이 에탄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각성의 비약은 실제로 많은 인간의 목숨을 앗아 갔어요. 그래서 몇번이나 경고를 했는데….]

    그리고 당황했다.

    [이건 다른 요정들에게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겠네요. 당장 저조차도 납득이 안 가는 현상이니까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요정조차도, 일이 이렇게 수월하게 풀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포션을 마시고도 멀쩡한 사람이 그동안 아무도 없었습니까?”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에탄의 물음에 요정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고통을 이겨 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평온한 사람은 저도 처음 보네요.]

    그 후 에탄을 도와준 아린이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아니면 우리 귀여운 숙녀님이 도와준 덕분일 수도 있겠네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제 딸이 조금 장하기는 하죠.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정성일 정도니까요.”

    [벌써부터 딸 자랑을…]

    요정의 말에 에탄이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에탄도 아린이가 이번에도 도움을 줄 거라 생각했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각성의 비약을 마신 거였다.

    “그건 그렇고. 효과는 언제쯤 나타납니까?”

    에탄이 요정에게 아린이를 간단히(?) 자랑하고는, 각성의 비약이 언제쯤이면 효능을 발휘할지 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변화될 겁니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수련까지 한다면 더 좋을 거예요.]

    “한 번에 변하는 건 아니었군요.”

    [몸을 급격하게 바꾸는 건 요정들한테도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죠.]

    요정이 에탄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답했다.

    [그럼 이걸로 만남은 끝이군요. 저는 이제 여왕 요정님이 계시는 요정계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려 줬다.

    “요정님. 다음에도 아린이랑 볼 수 있는 거예요?”

    아린이 그걸 깨닫고는 요정을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질문했다. 다시 만날 기회가 있냐고 말이다.

    [그럼요. 친구랑 함께 저를 찾아오세요. 다음에는 우리 귀여운 아린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준비해 줄게요. 거기에는 ‘설탕 사탕’도 들어가 있을 거랍니다.]

    “설탕 사탕…!”

    요정이 아린이의 물음에 웃으면서 답했다. 설탕 사탕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건 덤이었다.

    “너무 많이 먹으면 이빨 상합니다.”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우려를 표했다.

    [괜찮아요. 저희 요정들이 만드는 설탕 사탕에는 불순물이 들어가 있지 않으니까요.]

    요정이 그 말을 듣고는 씨익 웃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에탄을 안심시켰다.

    […….]

    그 후 묘한 눈빛으로 에탄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중에 요정계로 꼭 한번 와 주세요.]

    고개를 숙이면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

    파아앗!

    그 순간 호수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요정의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 호수랑 요정님이 사라졌어요.”

    “요정계로 돌아간 모양이네.”

    나이아 호수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다. 요정이 있었다는걸 알리는 황금색 꽃 하나를 빼고는 말이다.

    타탁!

    아린이 그 꽃이 있는 곳으로 폴짝폴짝 달려갔다.

    빠아아안.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꽃.

    아린이 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잘 있어!”

    그리고는 해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따서 가져가도 상관없어.”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아린이에게 꽃을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다. 꽃을 가져가고 싶은데 자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건 아닐까 싶었으니까.

    “아니에요. 그러면 꽃이 아야 하잖아요. 요정님도 분명 그런 걸 바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린이가 꽃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건, 혹여나 꽃이 아플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렇구나.”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꼬리를 활짝 올리고는.

    “그럼 우리도 슬슬 돌아가자.”

    아린이와 함께 가문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

    .

    .

    -크르릉!

    아린이의 친구가 알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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