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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25화 (25/200)
  • 제25화

    요정의 날개는 보통 황금색을 띠고 있다. 여왕 요정부터가 당장 그런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정을 전문적으로 포획하는 자들도 생겨났지.’

    그 날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요정을 납치하는 족속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요정의 날개는 매력적으로 생겼지만…

    “그쪽은 아닌 거 같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요정은 제외라고 에탄은 확신했다.

    ‘검은 날개라. 이거 일이 조금 복잡해지겠어.’

    에탄이 불러낸 요정은 검은 날개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빠. 요정님이 왜 저렇게 변한 거예요?”

    “글세…아빠도 거기까지는 모르겠네.”

    에탄이 아린이의 물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명확하게 설명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에탄조차 요정이 왜 저렇게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마기에 물들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요정은 마물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였다. 어떤 존재에 의해서 타락한 거든, 아니면 자의로 저렇게 변한 거든 말이다.

    “아린아. 뒤로 물러나 있어.”

    그래서 일단 아린이를 피신시킬려고 했다. 저 마기에 물든 요정이 아린이한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으니까.

    한데.

    “싫어요. 저는 아빠 옆에 붙어있을거예요.”

    아린이가 그걸 거부했다.

    “아빠랑 함께 싸울 거예요. 저 요정님이 아빠의 몸에 상처를 내게 냅둘 수 없어요.”

    그리고 자신의 검집에서 검을 빼들었다. 자기 팔보다 더 큰 녀석을 말이다.

    “…….”

    아린이의 갑작스러운 결단에 에탄이 두 눈을 끔뻑였다. 설마 여기서 아린이가 이런 식으로 반응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맨날 아빠라고 부르면서 따라다니는 영락없는 5살 아이였지만.

    ‘지금은…기사의 눈빛을 하고 있다.’

    전투 상황이 온 현재. 아린이는 완전히 어린 티를 벗어 던진 상태였다.

    “좋아.”

    에탄이 아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아린이를 뒤로 물러나게 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함께 마기에 물든 요정을 처리하는 게 맞으리라.

    “아빠가 오른쪽을 맡을게. 아린이가 왼쪽을 맡아.”

    “네.”

    “너무 무리하게 파고들지는 말고.”

    아린이가 에탄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동시에 검을 잡은 양손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는.

    탁!

    요정의 왼쪽 방향으로 내달렸다.

    타탁!

    에탄 또한 아린이가 움직이는 순간, 놈의 오른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 합을 맞춰야 할지 ‘감’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둘 다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닿는다.’

    부웅!

    에탄이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호수가 얕아서 충분히 놈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녀석의 머리를 노리고 검날을 들이밀었지만.

    까앙!

    녀석의 오른팔이 에탄의 검을 막아냈다.

    “하!”

    에탄이 그걸 보고는 콧방귀를 꼈다. 이렇게 자신의 검을 막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끼기기긱!

    그래서 녀석의 피부를 뚫기 위해, 에탄이 있는 힘껏 검을 밀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네.’

    요정은 요지부동 그 자체였다.

    타앙!

    “?”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마기를 이용해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하….”

    에탄이 녀석의 방어막에서 튕겨져나왔다. 그 후 지면에 두 발을 딛고는 놈을 훑어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다.”

    마기를 이용한 방어막이 놈의 몸을 둘러싸고 있었다.

    “후우!”

    그때. 이번에는 반대편에 있는 아린이가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까아앙!

    그러자 이번에는 요정의 팔이 아닌, 마기로 만들어진 방어막이 아린이의 공격을 막아냈다.

    파앗!

    그리고 요정이 딛고 있는 호수면에서 물줄기가 튀어나왔다. 정확히는 마기와 합쳐진 검은 물이었다.

    “!”

    타탁!

    에탄이 그걸 보는 순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린이를 향해 내달렸다.

    그 후 아린이의 앞쪽으로 몸을 내던지고는.

    부웅!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까앙!

    그러자 수면에서 튀어나온 검은 물과 에탄의 검면이 부딪혔다.

    “아빠!”

    아린이가 그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요정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기에, 자신한테 공격이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아빠는 괜찮아.”

    에탄이 놀란 아린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

    그 후 아린이를 공격한 요정을 쳐다보면서.

    ‘빨리 끝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건 나와 아린이야.’

    이 상황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안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놈을 이길 가능성이 0에 가까워진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신이 없는 지금 승부를 봐야 해.’

    마기에 변질되고 있기에.

    요정은 잠들어 있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기에 완전히 잠식되면 요정이 눈을 뜨리라.

    그러면 놈을 이길 수 있는 수단이 더 이상 없으니.

    “아린아. 아빠가 지금이라고 외치면 들고 있는 검을 요정 쪽으로 있는 힘껏 던져.”

    자신의 목숨을 걸고 놈에게 한 방 먹여주기로 마음먹었다.

    “네. 아빠.”

    아린이가 에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 딸 말도 잘 듣고 착하네.”

    에탄이 그런 아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후 뒤쪽으로 다섯 발짝 물러나고는.

    “후우…….”

    흔들리는 호흡을 잡고, 검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줬다.

    타다탁!

    이어서 호수에 있는 요정을 향해 있는 힘껏 내달리고.

    팍!

    공중으로 높이 점프했다.

    “지금!”

    그 후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머리 위로 움직이는 순간, 아린이에게 정해준 신호를 말했다.

    “흐아아!”

    쉐애액!

    아린이가 에탄의 말을 듣고는 기합을 내질렀다. 동시에 요정을 향해 검을 투창했다.

    부릅!

    에탄이 그걸 보고는 두눈을 크게 떴다. 이어서 몸을 뒤로 틀고는.

    까앙!

    방어막에 부딪히는 아린이의 검. 정확히는 검의 손잡이를 향해 힘을 실었다. 망치로 못질을 하는 모양새로 말이다.

    콰직!

    그러자 검의 손잡이에 금이 갔다.

    하지만 파손된 건 아린이의 검뿐만이 아니었다.

    우득… 우드드득!

    ‘먹힌다!’

    요정이 마기로 만들어낸 방어막도 깨진 유리 조각처럼 박살 났다. 놈이 그걸 깨닫고는 두 팔을 X자로 만들었지만.

    부웅!

    에탄은 놈의 팔을 노리지 않았다.

    요정의 등에 달려있는 두 개의 검은 날개. 그걸 자르는 게 목표였다.

    서걱!

    그리고 이런 에탄의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 들었다. 녀석은 검은 날개를 방어하고 있지 않았다.

    ‘베었다!’

    그래서 요정의 등에 달려있는 두 날개가 깔끔하게 떨어졌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탁!

    에탄이 녀석의 날개가 떨어진 걸 확인 하고는 땅에 착지했다.

    [끼에엑!]

    그 순간 요정의 입에서 기괴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먹혔다.’

    그걸 보고 에탄이 입꼬리를 올렸다. 전생 시절에 익혔던 지식을 토대로 시도한 비장의 수였다.

    ‘마기에 오염되는 부위를 갑자기 잘라내면, 본체가 기절한다고 했지.’

    수없이 많은 마물을 죽이면서 알아낸 지식이었기에 확신했었다. 요정의 날개를 잘라내면 놈이 기절할 거라고 말이다.

    첨벙!

    그렇게 기절한 요정이 호수면에 쓰러졌다. 에탄이 그런 놈을 지면으로 끌어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쓰윽.

    그리고 오른손에는 기절한 요정을, 왼손에는 손잡이가 파손된 아린이의 검을 들고 수면을 빠져나왔다.

    “아린아. 검은 돌아가자마자 수리해줄게.”

    “네…….”

    아린이가 에탄의 대답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받은 첫 번째 검에 금이 갔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는 거였다.

    “걱정하지 마. 더 좋은 걸로 바꿔 줄 테니까.”

    “정말요?”

    “그럼. 우리 아린이가 이렇게 아빠를 도와줬으니까 상을 줘야지.”

    에탄의 말에 아린이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포옥!

    그 후 에탄을 두 팔로 끌어안고는.

    “아빠 최고!”

    에탄이 최고라고 입을 열었다.

    씨익.

    아린이의 반응에 에탄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후 아린이를 몸에서 뛰어 내고 호수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쓰윽.

    그 후 망치 역할을 해준 자신의 검을 집어 들고는, 요정을 향해 아무말 없이 다가갔다.

    “아린아. 잠시 밑으로 내려가 있어.”

    이어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아린이에게 산을 내려가 있으라고 말했다. 이제는 요정을 죽여야 할 때였기 때문이다.

    “왜요?”

    “해야할 게 남아 있거든.”

    “…….”

    에탄의 말에 아린이가 얼굴을 갸우뚱거렸다.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이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린이 앞에서 누구를 죽일 수 없다.’

    아린이는 아직 5살에 불과하다.

    그래서 누군가를 죽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래로 내려가 있어.”

    “으음….”

    “금방 데리러 갈게.”

    “알겠어요.”

    에탄의 말에 아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산 아래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에탄이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기절한 요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두 날개가 붙어있던 등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마기에 잠식되면서 변질 된 피라는 뜻이었다.

    “어쩔 수 없군.”

    에탄이 그걸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으면 요정을 살려서, 원래 얻고자 했던 걸 취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에탄에게는 마기에 물든 요정을 정화 시킬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원한은 없습니다.”

    그래서 에탄은 놈을 죽이기로 했다. 이대로 냅두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변질이 진행될 테니까.

    때문에. 기절한 요정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는.

    쓰릉!

    요정의 심장에 검을 꽂으려는 순간.

    “아빠!”

    뒤쪽에 숨어서 에탄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린이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에탄의 앞을 가로막고는.

    “멈춰주세요! 지금 요정님을 죽이면 안 된대요!”

    “죽이면 안 된다고? 왜?”

    아린이의 말에 에탄이 몸을 멈칫했다. 그 후 아린이를 향해 이유를 묻자.

    “친구가 요정님을 구할 수 있대요!”

    에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아린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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