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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23화 (23/200)

제23화

‘이번에도 수월하게 팔아넘길 수 있겠구만.’

마부는 에탄과 아린을 처음 봤을 때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잘만하면 노예 시장에 두 사람을 넘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밤이 늦었는데 눈이라도 잠깐 부치시지요. 저는 잠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기다림을 아는 포식자였다. 마을 주변에서 납치를 하기에는 보는 눈이 많기에, 야심한 밤 산에서 포박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놈들이 반항을 해도, 도와주러 오는 이들이 없을 테니 말이다.

“…….”

그렇게 밤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탄과 아린이 잠에 빠져들었다. 마부가 그 모습을 보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경계조차 하지 않는 바보 같은 놈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쓰윽.

그래서 아주 간단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뒷문을 열었지만.

“지금부터 내 질문에 대답을 잘 해야 할 거야.”

마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놈에게 들이닥치고 말았다. 에탄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거였다.

“어…어떻게! 분명 수면 가루까지 뿌렸는데!”

“오기 전에 헤른의 이파리를 먹었다. 그러니까 잠이 안 오는 게 당연하지.”

에탄이 마부의 말에 입꼬리를 올리면서 답했다. 이미 마을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기에, 출발하기 전 헤른의 이파리를 섭취했다.

수면 가루에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각성제이기 때문이다.

“아쉽게 됐어. 수면 가루가 아니라 마법을 사용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너…너!”

에탄의 말에 마부가 입을 열었다.

그 후 무어라 뒷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쓰윽.

“…!”

에탄의 검이 목을 살짝 찌르자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큰 소리 내면 죽는다. 나와 같이 타고 있는 아이가 깨도 죽는다. 질문에 거짓으로 답해도 죽는다. 알겠어?”

“예… 예.”

마부가 에탄의 말에 다급히 답했다.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말투가 공손해지는 건 덤이었다.

“첫 번째 질문이다. 아까 전에 렌턴을 깜빡이던데. 여기로 몇 명이 오는 거지?”

“2… 2명이 올 겁니다.”

2명.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숫자이기에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본거지는 어디냐.”

“그건…….”

쓰윽.

마부가 에탄의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에탄의 칼끝이 자신의 목을 살짝 찌르는 순간.

“산꼭대기. 산꼭대기에 있는 땅굴에 기지가 있습니다!”

다급하게 뒷말을 이었다.

“…좋아. 질문은 이걸로 끝이다.”

에탄이 마부의 대답에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후 아무 말 없이 녀석을 쳐다봤다.

“곧. 곧 있으면 애들이 올 겁니다. 제가 그 녀석들한테 잘 말할 테니까 부디 목숨만 살려주십쇼. 혼자서 두 명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무리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마부가 본능적으로 뒷말을 붙였다. 여기서 자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면, 죽음이 자기를 덮칠 거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탄에게 산적들을 잘 돌려보내 주겠다고 말하니.

“그래? 그럼 살려는 줄게.”

“감… 감사.”

에탄의 살려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부가 그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푸욱!

얼마 지나지 않아 마부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하지만 검으로 널 찌르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다.”

에탄이 놈의 심장을 검으로 찔렀으니까.

터억!

그 상태에서 에탄이 놈의 몸을 남은 손으로 잡았다. 그 후 마차에서 내리고 옆에 있는 절벽으로.

획!

마부를 던져버렸다.

“…….”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차에 다시 올라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뭐야. 마부는 어디 가고 네 녀석만…끄악!”

“살. 살려. 커헉!”

우드득!

콰직!

마차로 온 다른 두 산적 또한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해줬다. 아린이가 깨지 않게 아주 조용히 말이다.

“…….”

그렇게 두 녀석을 처리하고, 에탄이 마부가 말한 본거지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돌아와서 보자.’

그 후 나이아 호수에서 기연을 취한 뒤에 처리하리라 다짐했다.

* * *

“아빠. 마부님은 어디 갔어요?”

다음날. 점심쯤에 일어난 아린이가 눈을 비비면서 에탄에게 질문했다. 운전석에 있던 마부가 어디 갔냐고 말이다.

“급한 일이 생겨서 돌아가셨어.”

에탄이 아린이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그 후 운전석에 앉은 채 뒷말을 이었다.

“몸은 좀 어때. 어디가 아프다거나 하진 않니?”

“네! 괜찮아요! 왜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나니까 평소보다 더 개운해졌어요!”

“잠을 잘 잤나 보네.”

아린이의 대답에 에탄이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 후 말고삐를 힘차게 흔들었다.

히이잉!

그러자 네 마리의 말이 속도를 높였다.

‘전생에 말을 다뤄본 적이 많아서 다행이지…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걸어서 가야 했을 거야.’

이 시기의 에탄은 말에 제대로 올라타지도 못하는 머저리였다.

그렇기에 원래 같으면 마차를 모는 게 불가능하지만, 전생의 기억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빠! 저도 아빠 옆에 앉을래요!”

“뭐?”

“아린이 혼자 뒤에 있기 싫어요. 아빠랑 같이 바깥 구경 할 거예요.”

아린이는 혼자 뒤에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두 볼을 부풀리면서 말하고는 운전석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읏챠!”

그 후 에탄의 옆에 앉고는.

“헤~”

환하게 웃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에탄을 향해 말이다.

“운전석은 위험한데.”

“으음…….”

에탄의 말에 아린이가 입을 다물었다. 그 후 두 눈을 반짝이면서 에탄을 바라봤다. 누가 봐도 운전석에 있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아빠 허리 꽉 잡고 있어. 그러면 옆에 있는 거 허락해줄게.”

“네!”

그 모습을 본 에탄이 결국 아린이의 동승을 허락했다. 그제서야 침울하던 아린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흐흥~”

아린이가 에탄의 허리를 두손으로 꽉 잡았다. 동시에 주변 풍경을 보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가문을 벗어나서 맛보는 바깥바람에 기분이 좋은 거였다.

‘…그러고 보니 아린이는 내 마지막 순간을 알고 있을까?’

에탄의 머릿속에 문뜩 한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아린이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을지에 관한 거였다.

“아린아.”

“네!”

“혹시 아빠가 죽었던 순간을 기억하니?”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린이에게 물었다. 전생 시절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으음?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빠는 이렇게 살아있잖아요.”

아린이가 에탄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시 아빠 죽어요?”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에탄이 여기서 ‘응’이라고 대답하면 당장 눈물이라도 쏟을 기세였다.

“아니야. 아빠가 잘못 말한 거였어.”

아린이의 모습에 에탄이 서둘러 뒷말을 붙였다.

“진짜요?”

“그럼. 아빠가 죽긴 왜 죽어. 아직 30살도 안 됐는데.”

“…정말이죠? 그럼 아린이랑 약속해요. 아린이랑 계속 함께 하겠다고요.”

아린이 말을 마치고는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에탄이 아린이의 행동에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다.

꼬옥.

그 후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아린이에게 걸고는.

“좋아. 약속할게.”

앞으로도 아린이와 함께 하겠다고 약조했다. 그제야 아린이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린이는 검이었던 시절도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그래서 무서워요. 아빠가 없어지면…아린이는 더 이상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 같아서요.”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두려움’을 꺼냈다.

“…….”

“아빠도 이런 제가 쓸모 없다고 생각하나요?”

“아니.”

에탄이 아린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쓸모 없다니. 단언컨대 그런 건 머릿속에 떠올리지도 않았다.

“아빠는 아린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주니까.”

처음 환생했을 때는 어느 정도 계산이 깔려 있었다. 회귀를 하기 전에 아린이가 보여줬던 그 힘.

그리고 전설의 검이라는 존재에서 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게 없어도 아린이를 지키고 싶다.’

하나. 이 모든 게 아린이가 사람이 되면서 사라졌다고 해도, 아린이를 내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자신의 옆자리에 있어만 주는 걸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버림받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진짜요?”

“그럼. 그리고 만약 누군가 우리 아린이를 괴롭히거나 울린다면….”

에탄이 말을 있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 후 아린이가 등에 메고 있는 알을 힐끗 보고.

“그 상대가 누구라도 해도…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단호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아빠 최고!”

아린이가 에탄의 대답에 환하게 웃었다. 이제야 안심을 할 수 있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아빠. 친구가 자신도 위험에 처하면 지켜줄 거냐고 물어보는데요? 아린이만 그렇게 말해주니까… 마음이 슬프대요.”

그리고 자신의 친구인 ‘알’의 말을 전했다.

“아린이 친구?”

“네. 아린이는 아빠가 제 친구도 소중하게 지켜주면 좋겠어요.”

“아린이가 원한다면 당연히 그래야지.”

아린이의 물음에 에탄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답했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지만.’ 이라는 생각이 뒤 따라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았으니까.

“흐응~ 아린이 친구가 그럼 자기도 잘 부탁한다고 전해달래요!”

“…그래. 그런데 아린이 친구는 알에서 언제 나오니?”

“그건 자기도 잘 모르겠대요.”

에탄의 물음에 아린이 아쉽다는 말투로 답했다.

“저도 친구가 빨리 알에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린이랑 같이 돌아다닐 텐데.”

그러면서 알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픽 웃었다.

“그래. 얼른 알에서 나왔으면 좋겠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인 뒤 다시 말고삐를 쥐어 잡고는.

타악!

말고삐를 힘차게 흔들었다.

히이잉!

그러자 마차를 모는 두 마리의 말이 울음소리를 내는 건 덤이었다.

.

.

.

그리고 약 삼 일이 지났을 때.

‘드디어 나이아 호수가 보인다.’

에탄은 자신이 오고자 했던 목적지인. 나이아 호수의 초입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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