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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4화 (14/200)

제14화

에탄은 아린과 함께 마차를 타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마을에서 조금 멀기는 하지만, 경비대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하는 구역이니까.

“으챠!”

그렇게 대장간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아린이 마차에서 제일 먼저 내렸다.

“말아 고마워~”

그 후 자신과 에탄을 데려다준 말의 갈기를 쓸어 만졌다.

-크릉!

-푸르르!

이번에도 말들은 아린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기쁨을 표시했다.

‘알하고 대화하는 거 보고 혹시나 했는데 동물하고 교감도 되는구나.’

그 모습을 보고 에탄은 확신하게 됐다.

아린이에게는 ‘교감’과 관련된 능력도 있을 거라고 말이다.

“저번에도 봤지만. 여전히 신기하군요.”

그때. 마부가 에탄의 오른편으로 다가왔다.

그 후 아린이와 말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전에도 에탄과 아린을 데리고 왔던 마부였기에. 이전처럼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만져 보라고 했지만… 저렇게 행복해하는 반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예. 아무래도 에탄 도련님의 따님한테 신기한 힘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 말들이 저렇게까지 좋아하는 걸 보면 말이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에탄이 마부의 말에 동의했다.

이미 정체불명의 알과도 자유롭게 대화를 하고 있으니. 교감에 관련된 특별한 힘이 있다고 판단하는 게 당연한 거였다.

“아린아. 이제 슬슬 가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들과 재잘재잘 떠드는 아린을 불렀다.

“네!”

아린이 에탄의 말을 듣고는 힘차게 답했다.

동시에 에탄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얼른 가요!”

그 후 에탄의 오른손을 꼬옥 잡고는 대장간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씨익.

에탄이 기대감에 가득 차 있는 아린이의 얼굴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대장간으로 가자.”

그리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에르덴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 * *

깡! 깡! 깡!

에르덴의 망치질 소리가 대장간에 울려 퍼졌다.

“손님 왔다.”

에탄이 그 소음을 들으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이 왔다는 걸 알렸다.

그러자 안쪽에서 망치질을 하던 에르덴이 작업을 멈췄다. 그 후 손에 끼고 있는 두꺼운 장갑을 벗고는.

“오셨군요.”

대장간 입구에 있는 에탄에게 고개를 꾸벅였다.

“따님도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에탄의 오른팔에 찰싹 붙어 있는 아린을 보고 살갑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아린이 에르덴의 말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에탄의 팔을 당기고는 작은 목소리로 뒷말을 붙였다.

“아빠. 저 사람 머리에서 빛이 안 사라지고 있어요.”

에르덴의 정수리가 태양처럼 빛나고 있다고 말이다.

“아린아. 다른 사람 머리가 빛난다는 말은 안 하는 게 좋아.”

“왜요?”

“그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슬플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에르덴 앞에서는 머리에 관련된 얘기는 하지 말자.”

“네!”

에탄의 말에 아린이 힘차게 답했다.

그 후 에르덴의 머리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귓속말로 무슨 얘기를 하신 겁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무기는?”

“오늘 아침에 막 작업이 끝났습니다.”

에르덴이 에탄의 질문에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따라오시죠. 바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마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을 끝내고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아린아 들어가자.”

“네!”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고는, 아린과 함께 에르덴의 뒤를 따라갔다.

“이게 에탄 도련님과 따님을 위한 검입니다.”

그리고 에르덴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두 개의 검을 보는 순간.

“…호오.”

에탄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 * *

이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다고 할 이 기간 동안 에르덴은 생각했다.

‘두 명을 만족시킬 검이 필요하다.’

에탄과 아린. 두 사람을 놀라게 하고도 남을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솔직히 똑같은 검을 두 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틀을 제작하면 금방이니까요.”

에르덴은 실력 있는 대장장이다.

그렇기에 같은 검 두 자루를 제작하는 건 누워서 떡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차별은 주고 싶었습니다. 에탄 도련님과 따님한테 각각 어울리는 방식으로 말이죠.”

“드워프 정신이구만.”

“하하! 어찌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비록 저는 그들과 피 한 방울 섞여 있지 않지만 말이죠.”

“…그건 모르는 일이지.”

에탄이 에르덴의 대답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긴. 나도 죽기 1년 전에 알았던 사실인데. 지금의 에르덴이 알 리가 없지.’

그리고 속으로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사실. 에르덴의 몸속에는 드워프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거였다.

‘누가 알았겠어. 저 에르덴이 이름 있는 대장장이 드워프의 후손 중 한 명일 줄은.’

심지어 그냥 드워프도 아니고, 그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드워프의 자손이다. 에탄은 그걸 알고 있기에 에르덴을 찾아온 거였다.

“어쨌든. 결론은 이게 네가 준비한 검 두 자루라는 거지?”

“예. 오른쪽이 에탄 도련님의 것이고, 왼쪽이 따님의 검입니다.”

에탄이 에르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오른편에 있는 자신의 검의 손잡이를 쥐어 잡았다.

“백색 보석이 박혀 있군.”

“도련님의 머리 색깔을 보고 떠올렸습니다.”

“내 머리카락이 좀 매력적이기는 하지.”

“…….”

“왜. 맞는 말이잖아?”

에르덴이 에탄의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예. 뭐 부정은 안 하겠습니다.”

그리고 에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스스로 자신의 머리카락이 잘났다고 하는 모습이 묘하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외형도 마음에 들고, 검날도 예리하게 만들었네.”

“두 마리의 토끼를 최대한 잡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리 검의 목적이 무언가를 베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무기는 전투를 위해서도 존재하지만 과시를 하기 위함도 있다.

특히. 이름 있는 명가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야.”

에탄도 그 점을 알고 있기에 에르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스릉!

그리고 옆에 마련되어 있는 검집에 에르덴이 만든 검을 집어넣었다.

“아빠! 아린이도 아린이 거 만져 봐도 돼요?”

아린이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무기도 살펴보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아빠랑 같이 살펴볼까?”

“좋아요!”

그 후 에탄의 대답에 활짝 미소를 짓고는, 왼쪽에 있는 자신의 검을 향해 쫄랑쫄랑 다가갔다.

“들어봐도 되는 거예요?”

“그럼! 아린이 거니까 마음대로 해. 대신 크게 움직이는 건 금지야. 검은 살살 맞아도 아프니까.”

“네!”

아린이 에탄의 주의 사항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에르덴이 만들어 준 검을 향해 두 손을 뻗고는.

“읏챠!”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렸다.

아린이의 키를 살짝 넘길 정도로 큰 검이었지만.

“아빠! 아린이 검에는 파란색 보석이 박혀 있어요!”

아린이는 손잡이에 있는 보석을 살펴볼 정도로 여유로웠다. 제법 묵직한 무게를 가진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허어. 정말 가볍게 들어 올렸군요.”

“내가 뭐랬어. 아린이 힘 세다고 했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건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 아닙니까?”

에탄의 말에 에르덴이 저게 말이 되나?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검을 위아래로 자유롭게 다루는 아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흐으음….”

그때. 아린이 검을 빤히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쓰윽.

그리고 갑자기 자세를 취하더니.

부웅!

검을 위에서 아래로 세차게 휘둘렀다.

“우아! 나무 검이랑은 느낌이 완전 달라요!”

“그렇지?”

“아빠도 한번 해 보세요! 아린이 아빠가 하는 거 보고 싶어요!”

“그래. 보여 줄게.”

아린이의 말에 에탄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이어서 검집에 있는 자신의 검을 빼 들고.

아린이와 똑같은 자세를 잡았다.

붕!

이어서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기를 하는 순간, 대장간에 있는 공기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에탄의 검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갈라진 거였다.

“역시. 보통 실력이 아니시군요.”

에르덴이 그걸 보고는 침을 삼켰다.

온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공기의 흐름을 바꿔 버리는, 에탄의 움직임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언제 그렇게 검술을 연마하신 겁니까?”

어지간히 힘 있는 자들도 해낼 수 없는 묘기 중 하나니까.

“너도 한 번 죽었다 부활하면 할 수 있어.”

“…예?”

“농담이야.”

에탄이 에르덴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자신이 진실을 말해 봤자 믿지 않을 게 뻔하니. 그를 설득할 생각은 없었다.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지.’

게다가 그렇게 해서 자신한테 이득이 되는 것도 없고 말이다.

“이건 수고비야.”

에탄이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 후 자신의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에르덴에게 건네줬다.

“…!”

에르덴이 돈주머니를 두 손으로 받아 냈다.

동시에 깜짝 놀랐다.

주머니가 상당히 묵직했기 때문이다.

“너무 많습니다.”

“다음에도 계속 올 거야. 그때는 더 복잡한 걸 요구할 거니까 열심히 기술 연마하고 있어.”

“하지만….”

“자꾸 그러면 1실버만 줘 버린다.”

에르덴이 에탄의 말에 몸을 움찔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1실버는 에르덴이 생각해도 아니었다.

때문에 에르덴은 재빠르게 태세를 변환했다.

최선을 다해 고객을 모시는 대장장이로 말이다.

“좋아.”

에탄이 에르덴의 대답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아린아. 이제 돌아가자.”

“네!”

자신의 검을 싱글벙글 바라보는 아린과 함께, 마차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신기하네. 사람이 저렇게까지 바뀔 수 있다니.’

에르덴이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데 저 알은 뭐지?’

그러다가 아린이의 등에 메여져 있는 알을 발견하고는 두 눈을 끔뻑였다.

“기묘한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 알이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

.

그리고 가문으로 돌아온 에탄은.

“제3기사들 사이에서 도련님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있습니다.”

자신의 집사인 세바스찬한테 한 가지 소식을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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