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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6화 (6/200)

제6화

연금술사 헤와른의 가게는 시장에서도 제법 으슥한 곳에 있다.

골목길 사이를 몇 번이나 꺾어서 들어가야 하는 곳이기에 가는 길이 싸한 게 당연했다.

‘비싼 가게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었지.’

사람의 발길도 드문 곳에 가게를 차린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헤와른이 가지고 있는 ‘돈’이 별로 없었으니까.

‘오히려 좋아.’

하지만 에탄에게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난한 헤와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있는 셈이니 말이다.

“여기는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그렇게 에탄이 헤와른에 대해 생각할 때.

토끼 인형을 든 아린이 주변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평범한 사람은 굳이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거든.”

“그러면 누가 여기에 와요?”

“돈이 없는 사람들이.”

“그럼 아빠도 돈이 없어서 여기에 온 거예요?”

“어… 꼭 그런 건 아니야.”

“으음…….”

어린아이인 아린의 기준에서는 에탄의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었다.

“돈이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요?”

“그게 더 어려운 거야. 그리고 그거 잘못하면 잡혀가.”

“흐음. 아린이는 잘 모르겠어요.”

“원래 그 나이대에는 그런 법이지.”

아린이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5500년을 넘게 살아온 존재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검이었을 시절이니.

아린이 자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너는 이런 곳 안 무서워? 주위에 사람도 없는데.”

이번에는 에탄이 아린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보통 이런 후진 곳에 오면 어린아이들은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얘는 왜 이렇게 해맑지?’

아린이는 오히려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런 걱정 근심도 없는 표정으로 말이다.

“아빠가 같이 있잖아요! 아빠랑 있으면 어디든 좋아요!”

그리고 아린의 대답을 통해 에탄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이 옆에 있어서. 그게 바로 아린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요소였다.

“만약 아빠가 도망치면?”

“으음. 그런 경우는 상상 못 했는데에….”

“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아린의 난감한 모습에 에탄이 피식 웃었다.

그 후 아린의 머리를 쓸어 만졌다.

자신을 이토록 믿는 아이를 내칠 만큼 에탄은 인간미 없는 인물이 아니었다.

탁!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조용히 하고 있어.”

“네!”

그렇게 아린과 대화를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헤와른의 가게에 도달하게 됐다. 가게 문에 연금술사의 상징인 포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끼익.

에탄이 그림이 있는 문을 안으로 밀었다.

이어서 아린과 함께 헤와른의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크어어…. 으어…!”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코골이 소리가 에탄과 아린의 귀에 들려왔다.

“…….”

에탄이 계산대에 엎어져서 자는 헤와른을 쳐다봤다.

“하아.”

그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터벅. 터벅.

엎어져 자는 그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쓰윽.

이어서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가 아래로 움직이면서.

팍!

계산대를 크게 두드렸다.

“흐어!”

그러자 자고 있던 헤와른이 깜짝 놀라면서 일어났다.

붉은 긴 생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는 건 덤이었다.

“…….”

하지만 아직 잠이 덜 깬 것인지.

헤와른은 자신을 깨운 에탄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님 왔다.”

에탄이 멍한 그녀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후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말해 주자.

“에…. 에탄 도련님?”

헤와른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우렁찬 코골이와는 비교가 될 정도로, 얇은 목소리를 가진 그녀였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건지…. 저 이번 달 월세도 무사히 냈는데….”

이어서 흔들리는 눈동자로 에탄을 쳐다봤다.

자신의 가게에 에탄이 온 게, 절대 좋은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손님으로 온 거다.”

“아. 손님…. 네?”

“물건을 구매하러 왔다고.”

에탄의 대답에 헤와른이 두 눈을 끔뻑였다.

그러다가 미간을 찌푸리는 에탄을 보고는 황급히 뒷말을 이었다.

“어떤 상품을 원하시나요?”

다행히 제정신을 차렸기에 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연금술사라고 말투 또한 그럴싸하게 변했다.

“최근에 네가 개발한 포션을 구매하고 싶은데.”

“아. 제 돈을 절반이나 부었는데 망해 버린 포션 말이군요.”

헤와른이 에탄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그런데 그걸 도련님이 어떻게 아시는 거죠? 실패한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그러다가 의아하다는 듯이 뒷말을 이었다.

당연한 거였다.

자신이 포션을 개발했다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어디에 말한 적도 없는데 에탄이 알고 있으니까.

“그런 거까지 내가 일일이 말해 줘야 하나?”

하지만 에탄은 헤와른에 의문을 잠재울 아주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과거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악명’을 이용하는 거였다.

“자꾸 귀찮게 하면 좋지 않을 거야. 빨리 포션이나 가져와 주면 좋겠는데.”

에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헤와른에게 경고했다.

그녀 또한 에탄이 어떤 쪽으로 유명한지 알고 있기에.

“지. 지금 가져오겠습니다.”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의구심을 다시 잠재웠다.

타탁!

동시에 자신이 이틀 전에 만들었던 포션을 가게 안쪽에서 헐레벌떡 가져왔다.

“소량으로 시험을 했던 거라 이 한 병이 전부인데요….”

“괜찮아. 그거면 충분해.”

에탄이 헤와른이 가지고 온 포션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이 포션을 만든 헤와른 본인조차도, 아무 쓸모 없는 실패작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에탄은 이걸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 입가에 웃음꽃이 피는 게 당연한 거였다.

“…….”

물론 헤와른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지만, 차마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저 망나니가 자신의 가게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이거랑. 모르트의 이파리 하나.”

“그렇게 두 개면 되나요? 더 좋은 상품들도 많이 있는데.”

“포션이랑 이파리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헤와른이 에탄의 단호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종이 상자에 포션과 모르트의 이파리를 포장해서 건네줬다.

“그…. 어린아이는 섭취 금지입니다. 아직 어떤 위험성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러면서 에탄의 옆에 붙어 있는 아린을 발견하고는 에탄에게 주의 사항을 말해 줬다.

“충고 잘 새겨듣지.”

에탄이 헤와른의 말에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 후 세바스찬한테 받아 낸 돈주머니에서 3골드를 꺼냈다.

“팁까지 포함해서 주는 거야.”

“……!”

헤와른이 에탄이 건네는 액수를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너무 적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아니요. 그 오히려 반대로 너무 많아서.”

“받아 놔. 앞으로도 자주 올 거니까.”

“예? 예….”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골드를 받았다. 시세의 10배는 넘는 돈을 덜컥 받았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그럼 한 달 뒤에 또 오도록 하지. 그때까지 지금 만든 포션 2병 이상은 제조해 놔.”

“…왜요?”

“이유는 묻지 말고. 혹시 돈 벌기 싫으면 만들지 않아도 돼. 다른 연금술사 알아볼 테니까.”

“최소 5병 이상은 만들겠습니다!”

에탄의 말에 헤와른이 힘차게 답했다.

돈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이 기회에 자금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포션을 만들 의향이 있었다.

“좋아. 마음에 들어.”

이런 헤와른의 의지를 느낀 에탄이, 흡족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가자.”

그 후 아린과 함께 헤와른의 가게를 빠져나갔다.

끼익.

그렇게 에탄과 아린이 사라지고, 마침내 다시 혼자가 되는 순간.

“…그런데 같이 온 아이는 누구지? 설마 에탄 도련님의 딸?”

헤와른 또한 다른 이들과 비슷한 의문을 가지게 됐다.

“애가 참 귀여웠는데…. 얼굴을 자세히 못 본 게 아쉽네.”

이어서 다른 이들처럼 아린이의 외모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나저나…. 에탄 도련님이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자신이 알고 있었던 에탄과 지금 마주한 에탄에게 작은 괴리감을 느꼈다.

*

에탄은 아린과 함께 가문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그 후 저녁을 먹고는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하게 됐다.

‘내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다니….’

원래는 아린이를 위한 작은 방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아린이 그곳에서 자는 걸 완강히 거부했다. 에탄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뭐. 크게 상관은 없지.’

하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넘겼다.

아린이 사고를 칠 정도로 말썽꾸러기는 아니니까.

게다가 싫다는 걸 강제로 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흐으음…. 흐음….”

에탄이 생각을 끝내고 침대 쪽을 쳐다봤다.

아린이 숨소리를 내면서 잠에 빠져 있었다.

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피로감이 쌓여 있었기에. 침대에 눕자마자 꿈나라로 가 버린 상태였다.

‘잘 자네.’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얕게 미소를 지었다.

깨어 있을 때도 제법 귀여운 아린이었지만, 잠을 자는 모습에서는 또 다른 귀여움이 보였다.

어째서 잠자는 어린 애들을 천사라고 말하는지, 에탄도 그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거 같았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그렇게 1분 정도 아린이를 바라보다가, 헤와른이 건네준 종이 상자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 후 안에 있는 포션과 모르트의 이파리를 꺼내고는.

사삭.

모르트의 이파리를 포션 안에다가 집어넣었다.

파아앗….

그러자 헤와른의 포션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했다. 에탄이 그걸 보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후우….”

이어서 숨을 깊게 내쉬고 가부좌 자세로 앉은 뒤.

꿀꺽!

푸른색으로 변한 헤와른의 포션을 한입에 들이마셨다.

그 순간.

-우웅… 우우웅!

에탄의 몸 안에 이질적인 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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