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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4화 (4/200)

제4화

제1기사들의 수련실.

에탄은 아린과 함께 그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세상에…. 너무 귀엽다.”

“어쩜 눈망울이 저렇게 똘망똘망하데?”

“역시 에탄 도련님의 자식이라서 그런지, 벌써 싹이 다르네.”

식당으로 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복도에 있는 여러 사람이 아린을 보고 감탄했다.

“제발…. 도련님의 성질만 따라가지 말아라.”

“그런 말 하지 마. 말이 씨가 된다.”

그리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랬다.

저 순수한 어린아이가, 망나니 에탄처럼 변하지 않기를 말이다.

‘…나도 그걸 바라고 있거든?’

그걸 원하는 사람에는 아린을 책임지는 애 아빠가 된 에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망나니처럼 살 생각도 없고.’

구제 불능으로 생활했던 건 1회차 인생으로 충분했다.

이번 생에는 망나니가 아닌, 가문의 몰락을 막아내는 사람이 될 거라고 에탄은 마음을 먹었다.

“아빠! 복도가 엄청 커요!”

“그러게.”

동시에 아린을 훌륭하게 성장시키겠다는 결의도 다짐했다. 비록 피로 이어진 딸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혈육보다 더 진하지.’

전생에 수년을 넘게 함께해 온.

영혼의 동반자나 마찬가지니.

정이 아예 없는 건 불가능한 거였다.

‘조금 전 살기를 감지했던 걸 보면…. 분명 또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을 거 같은데.’

문제는 아린이가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언제까지나 에탄이 지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어도 자신의 몸은 고사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만약. 아린이가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인간이 된 거라면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는 건 불가능해.’

전설의 검이었지만 지금은 5살짜리 어린이다.

에탄이 아무리 아린을 아낀다고 해도, 힘도 없는 애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건 불가능한 거였다.

‘아린이 혼자서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많이 위험할 거야.’

그랬다가 마물 같은 존재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큰 불상사가 벌어질 테니까.

“도착했다. 여기가 수련실이야.”

에탄이 생각을 끝냄과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그 후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한 문을 살펴봤다.

가문의 제1기사들이 이용하는 수련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아…. 문이 반짝거려요.”

아린이 문에 있는 황금 장신구를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어린아이라서 그런지, 반짝이는 거에 제법 관심이 많았다.

“이건 황금이라고 하는 거야.”

“황금?”

“엄청 비싼 돌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돼.”

“아하!”

에탄의 설명에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 모습을 본 에탄이 픽 웃었다.

이어서 출입문을 두 손으로 밀자.

끼이익!

제1기사들의 수련실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흐으음…!”

에탄이 그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그 후 한껏 숨을 들이마시고는.

“어디 한번 시작해 볼까.”

문 옆에 있는 목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빠! 저도 그거 주세요!”

“목검?”

“네! 아린이도 목검 만지고 싶어요!”

아린이 그걸 보고는 자신도 목검을 달라고 입을 열었다.

“음….”

에탄이 아린의 요청에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가장 작은 목검을 발견하고는.

쓰윽.

그걸 아린한테 내밀었다.

“저기 있는 허수아비 보이지? 저 녀석한테 목검 한번 휘둘러 봐.”

“네!”

아린이 에탄의 말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흐음!”

그 후 자신의 팔만 한 목검을 들고는 허수아비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조금 무거운 모양인지 두 손으로 들고 겨우 움직이는 아린이었다.

‘귀엽네.’

에탄이 낑낑대면서 움직이는 아린을 보고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후우! 아빠 잘 봐봐요!”

아린이 허수아비 앞에 도착하고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어서 자신을 쳐다보는 에탄을 향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를 지켜보라고 말이다.

“그래. 그래. 잘 보고 있어.”

에탄이 별생각 없이 아린의 말에 답했다.

5살짜리 어린 아이가 목검을 휘둘러 봤자 얼마나 잘하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전설의 검이었다고 하지만…. 나이프로 고기도 제대로 못 썰었잖아. 그러니까 아직은 인간의 몸에 적응하기 바쁘겠지.’

태생이 범상치 않다고는 해도 나이프도 미숙하게 다루는 상황이니. 에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린을 쳐다봤다.

그 후.

터억.

“…….”

아린이 허수아비를 향해 취하는 자세를 보고는.

‘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멈췄다.

‘자세가….’

아린이가 취한 동작이 제법 그럴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붕!

이어지는 아린의 목검 휘두르기에.

“…어어?”

에탄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군더더기 없는 팔 동작.

거기에 안정적인 호흡.

숙련된 기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린의 자세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 순간 에탄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역시 전설의 검은 다르다 이건가?’

아린이가 제힘을 낼 수 있게 도와준다면.

‘죽기 전 발현됐던 그 힘을… 되찾을 수도 있겠는데?’

최후의 순간 에탄이 느꼈던 미지의 힘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었다.

* * *

에탄의 원래 계획은 수련실에서 개인 연습을 하는 거였다.

“아니. 발을 좀 더 오른쪽으로 틀어야지.”

“이렇게요?”

“응.”

하나. 이런 에탄의 계획은 완전히 수정되고 말았다.

자신한테 놀라움을 선사해 준 아린이 덕분에 말이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요?”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려 쳐야지.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 줄 테니까 보고 따라 해 봐.”

“네!”

에탄의 말에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에탄의 검을 ‘뚫어져라’ 쳐다볼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보여 줬다.

‘…전생에 검이었던 아이한테 검술을 가르치다니. 이거 기분이 상당히 묘하네.’

선생님을 바라보는 열정적인 학생의 눈빛이었다.

에탄이 그런 아린의 눈동자를 보고는 살짝 신기함을 느꼈다.

살다 살다 5살짜리 어린이한테 검술을 가르칠 날이 올 줄 몰랐으니까.

부웅!

묵직한 에탄의 목검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우아….”

아린이 그걸 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단순한 베기 동작 중 하나를 했을 뿐인데도,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빠! 검이 살아 움직이는 거 같아요!”

“너도 검이었잖아.”

“…아!”

아린이 에탄의 지적에 입을 크게 벌렸다.

그 후 멍하니 에탄을 바라보다가.

“으음. 하지만 이제는 인간이니까 전 더 이상 검이 아니에요!”

본인 나름의 논리로 에탄의 지적에 반박했다.

“그래. 그렇다고 하자.”

에탄이 아린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아린이를 굳이 말싸움으로 이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봤자 자신이 얻는 득은 전혀 없고, 오히려 아린이의 미움만 살 테니까.

“아빠가 방금 보여 준 올려치기 동작 따라 할 수 있겠어?”

“네!”

아린이 에탄의 물음에 힘차게 답했다.

이어서 두 손으로 목검을 꽉 쥐어 잡는 순간.

…!

아린이의 두 눈동자에서 빛이 반짝이고.

부웅!

목검이 아래에서 위로 힘차게 움직였다.

‘!’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숨을 삼켰다.

아린이가 보여 준 동작이 엄청나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눈빛이….’

자세를 이행하는 순간, 아린이가 보였던 눈동자에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몸에 들어 온 것처럼 말이다.

꼭.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이 검을 휘두르는 것만 같았다. 5살짜리 어린 아이한테서 느껴질 수 없는 ‘기운’이 아린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역시.’

그래서 에탄은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다.

검에서 인간이 된 아린이의 숨겨진 재능을.

‘아린이를 성장시켜야 한다.’

인간 기준으로 본다면 검술 천재 그 자체. 아린이의 재능을 빨리 개화시켜야 했다.

* * *

에탄과 아린의 수련은 세 시간 가까이하고서야 끝이 났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수련실에 두 사람의 열기가 가득 찰 정도였다.

“이놈의 몸은….”

그렇게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에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진짜 형편없네.”

과거의 자신은 정말 쓰레기 같은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였다.

“어떻게 팔굽혀펴기를 15개도 못할 수 있지?”

아무리 정신력이 높고 오러 기사의 경지까지 올랐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못하면 모든 게 소용없다.

‘강해져야 한다.’

그 사실을 알기에 에탄은 자신의 몸을 바꿔야 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정석적인 방법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운동을 통해서 몸을 만들 수 있지만.

그걸로 에탄 스스로가 만족하는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릴 게 분명했다.

‘못해도 이 년 안에는 전생 수준의 경지까지 올라가야 한다.’

가문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좀 더 빠르게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 위기를 겨우 막아낼 수 있으리라.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시기면 헤와른의 포션이 완성돼 있을 시기잖아?’

그래서 무언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한 가지 정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 영지에 사는 헤와른이라는 연금술사였다.

‘원래는 실패한 포션이라고 모두가 말했지만…. 그걸 복용하는 방법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지.’

헤와른의 포션은 지금보다 좀 더 먼 미래에 진가를 발휘하니.

‘지금은 실패작으로 분류되어 있겠지.’

포션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에탄은 판단했다. 아직 사람들이 헤와른의 포션의 복용법과 효능을 모르는 시기니까.

‘문제는 돈이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실패한 포션이라고 해도 값을 치르고 구매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 빌어먹을 과거의 나는 저축이라는 걸 전혀 몰랐는데.’

그런데 에탄은 돈이 생기는 족족 술에다가 탕진했으니, 남은 돈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흠.”

그래서 어떻게 자금을 마련하나 고민하던 찰나.

“후아아….”

수련실 바닥에 뻗어 있는 아린이가 에탄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가지 기가 막힌 방법이 떠올랐다.

“아린아. 우리 바깥 구경 좀 할까?”

“구경이요?”

“응. 쉽게 말해서 나들이 가는 거야. 나들이.”

“아빠랑?”

“응.”

“좋아요!”

에탄의 말에 아린이 허리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그 후 두 눈을 반짝이면서 에탄을 쳐다봤다.

씨익.

에탄이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여운 아린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아빠 부탁 하나만 들어 줘.”

“뭔데요?”

그러면서 아린을 향해.

“간단해. 아빠가 세바스찬이랑 대화하다가 헛기침을 하면 울먹이는 표정을 지어. 최대한 두 눈을 크게 뜨고 세바스찬을 쳐다봐. 죄책감이 아주 팍팍 느껴지도록.”

자신이 가진 외모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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