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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3화 (3/200)

제3화

식사는 30분 정도 이어졌다.

“가주실로 따라오거라.”

적막한 식사가 끝나고 빈 그릇만 탁자에 남게 되자, 지오반이 에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예. 아버지.”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동시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과거로 돌아온다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자신이 원했던 상황은 이런 게 아니었으니까.

두 번째 인생이 주어진다면, 첫 번째와는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는가.

‘따지고 보면 바뀌기는 했지. 상당히 다른 의미로.’

다른 인생인 건 확실했다.

문제는 그게 에탄이 원하던 방향이 아니라는 거였다.

“아빠. 저도 같이 갈래요”

아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에탄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자신도 함께 가겠다고 입을 열었다.

“아이는 세바스찬에게 맡기거라. 단둘이서 할 얘기가 있다.”

하지만 가주인 지오반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에탄이 공손하게 답했다.

이어서 자신을 쳐다보는 아린과 눈을 마주치고는.

“세바스찬이랑 놀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린을 설득했다.

과거 망나니 시절에는 절대 짓지 않았던, 인자한 미소와 함께 말이다.

“우웅. 아빠랑 같이 있고 싶은데.”

“조금이면 돼.”

“꼭 돌아와야 해요?”

아린이 에탄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나 에탄이 이대로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닐까?

라는 불안감이 아린의 머릿속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거였다.

“…물론이지.”

에탄이 아린의 그런 모습을 보고 순간 몸을 움찔했다.

회귀 전에 겪었던 슬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번 주인을 잃었던 애검.

아이의 시선으로 치면 눈앞에서 부모를 잃었던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 에탄과 떨어져 있는 걸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약속할게.”

그렇기에 에탄은 아린에게 진심을 담아서 답했다.

“네!”

아린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에탄의 답을 듣고 마음을 놓은 거였다.

“자. 아린 님 저랑 같이 정원이라도 구경하시죠.”

그때. 세바스찬이 자연스럽게 아린에게 다가왔다.

그 후 흰 장갑을 낀 채 오른손을 내밀었다.

“정원이 뭐 하는 곳이에요?”

“예쁜 꽃과 나무들을 기르는 장소입니다. 아마 아린 님의 마음에 쏙 드실 겁니다.”

“우아…. 좋아요!”

아린이 그런 세바스찬의 손을 꼬옥 잡고는, 그와 함께 식당을 빠져나갔다.

“가자.”

지오반이 그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자신의 뒤쪽에 있는 문을 열고 가주실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후우.”

에탄이 그런 지오반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그를 따라 가주실로 향했다.

그리고.

“저 아이는 보육원으로 보내겠다.”

자신이 예상했던 말 중 제일 최악의 발언을, 지오반에게 듣게 됐다.

* * *

보육원은 날 때부터 부모가 없거나, 모종의 이유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이다.

“가문의 평판에 큰 문제가 될 게 당연하다. 굳이 그 이유까지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네 녀석도 알고 있을 테니까.”

지오반은 그런 곳으로 아린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아린이를 데려오지 않은 게 다행이군.’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이제 막 인간이 된 아린이 듣기에는 썩 좋은 내용이 아니었다.

“네 녀석이 나중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있으니 전후 사정은 들어 주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라.”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뭐라고?”

“제 입으로 아버지를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

지오반이 에탄의 대답에 숨을 들이마셨다.

그 후 눈을 가늘게 뜨고는 에탄을 향해.

“실망이군.”

진심을 담아 뒷말을 이었다.

‘미치겠네.’

에탄이 지오반의 이런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정신이 나갈 거 같았다.

애당초 진짜 자신의 애도 아닌데.

이런 오해를 받고 있으니 미쳐 버릴 노릇인 게 당연했다.

“아이는 시설로 보내겠다. 네 녀석도 이에 대해서 불만을 품지는 않겠지.”

지오반이 에탄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됐다는 말투였다.

쓰윽.

그러면서 탁자에서 오늘 처리해야 할 서류 종이들을 꺼냈다.

“…….”

에탄이 그런 지오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함께 있었던 아린을 떠올렸다.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을 따르던 순수한 눈빛.

자신한테 모든 걸 의지하던 그 모습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게다가 전생에 나와 함께했던 애검이었지.’

아린을 인간으로서 알고 지낸 지는 하루도 채 안 됐다. 하나. 전생 시절 검이었던 시절까지 합친다면, 못해도 수년이 넘었다.

‘그리고 그 힘을 다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게다가 죽기 직전 아린이가 보태 준 힘.

그걸 다시 얻어내기 위해서는 인간 상태로 변한 아린이가 꼭 필요한 상황이니.

‘보낼 수 없다.’

아린이한테 애착이 생기는 게 당연한 거였다.

이번 생에는 검이 아닌 인간이 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게다가 내가 모르는 능력이 더 있을 수도 있고.’

감정을 빼고 계산을 해 봐도.

아린을 데리고 있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전설의 명검이라 불리는 존재였으니까.

‘비록 지금은 나이프도 못 다루지만…. 그건 인간의 몸에 적응을 못 한 거라서 그런 거겠지.’

육체가 생겼으니 얼마 동안은 적응하느라 애를 먹을 게 분명하다. 그걸 고려하면 자신이 아린을 양육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에탄은 결론을 내렸다.

“…그 말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에탄은 지오반의 결정에 반대했다.

“뭐라고?”

“제 딸은 제가 키우겠습니다.”

“하. 네가 나한테 그런 대답을 할 수 있는 입장인가?”

지오반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에탄을 쳐다봤다.

탁!

이어서 탁자에 있는 서류 뭉치를 오른손으로 내려치고는.

“당장 네 녀석을 가문에서 퇴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로 여겨라.”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저는 변했습니다.”

“변했다?”

“예. 이제는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술에 취해서 고성을 지르던 네 녀석의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뜻이냐?”

“…….”

지오반의 지적에 에탄이 침을 삼켰다.

‘과거의 나는 정말로 개자식이었군.’

그리고 어제의 자신을 진심으로 욕하고는.

“그렇습니다.”

지오반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놈!”

에탄의 말에 지오반이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몸 안에 있는 살기를 사방으로 뿜어냈다.

탁자에 있는 유리컵이 흔들리고, 창문이 투투툭 소리를 내면서 떨릴 정도의 살기였다.

만약 일반 사람이었다면 벌써 기절을 하거나.

바닥에 주저앉을 정도로 힘이 풀려 버렸으리라.

“제 뜻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탄은 아니었다.

그는 지오반이 내뿜는 살기에 겁을 먹거나 굴복하지 않았다.

“아린이는 제가 키우겠습니다.”

오히려 지오반의 기운을 태연하게 받아 냈다.

숱한 전장을 겪어 온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놈의 몸뚱이는….’

하나 육체는 아니었다.

에탄의 몸에서 떨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살기를 버틸 정도로 몸이 강인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 정신마저 약했다면 벌써 쓰러졌겠지.’

그럼에도 에탄이 서 있을 수 있는 건, 그가 걸어온 ‘길’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회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버티기였으리라.

“하.”

그렇기에 지오반은 에탄을 의외라는 눈빛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솨아아….

동시에 퍼져 나가는 살기를 갈무리시키고는.

“빈말은 아닌가 보군.”

서류 뭉치를 구석으로 치워 버렸다.

그보다 에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것만으로는 네 녀석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예. 그렇기에 아버지. 아니 가주님한테 가문의 일원으로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에탄의 말에 지오반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 후 고개를 치켜들고 어디 한번 계속 말해 보라는 표정으로 에탄을 쳐다봤다.

“한 달 뒤. 기사 단장 발레온과 대련을 하겠습니다.”

“…뭐라?”

“정확히 말하면 그의 검을 5합 이상 막아내겠습니다. 이 정도면 자식을 지킬 힘을 증명함은 물론이고, 제정신을 차렸다는 증거로도 충분할 거로 생각합니다.”

“흠….”

지오반이 에탄의 말에 두 눈을 반짝였다.

이어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하게 만든다면, 그때는 네 녀석을 가문에서 퇴출하겠다.”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예.”

에탄이 그 말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흥.”

지오반이 당당한 에탄의 태도에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그 후 서류 뭉치를 다시 자신의 몸쪽으로 가져왔다.

“할 말은 이걸로 끝이냐?”

“개인 수련실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서 말이죠.”

“제1기사들의 수련 공간을 이용해라. 이 정도는 해 줘야 나중에 네 녀석이 연습을 못 했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겠지.”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1기사들의 수련 공간. 가문에 있는 가장 실력 좋은 기사들이 훈련하는 곳이니. 이보다 더 좋은 수련실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좋은 수련실은 필요 없지만….’

에탄은 이미 어떻게 강해져야 하는지.

자신한테 맞는 검법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정말 혼자서 수련을 하는 장소면 충분했지만.

굳이 준다는 걸 마다하지는 않기로 했다.

타타탁!

그때. 가주실 방문 너머에서 누군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익!

“아빠!”

이어서 아린이 가주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빠. 괜찮아요?”

그 후 서 있는 에탄의 몸을 꽉 껴안고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질문했다.

“멀쩡해.”

“진짜요?”

“응. 그런데 여기는 왜 왔어? 세바스찬이랑 같이 있으라고 했잖아.”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왔어요. 혹시 아빠한테 무슨 일 생긴 걸까 봐….”

아린의 말에 에탄이 두 눈을 끔벅였다.

‘이상한 기운? 설마 그 먼 거리에서 살기를 느낀 건가?’

그리고 상당히 놀랬다.

정원에서 가주실까지는 못해도 40M의 차이가 있는데, 그곳에서 살기를 감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

“감이 좋군.”

지오반 또한 그걸 알기에 아린을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

그러자 아린이 지오반을 향해 눈썹을 찡그렸다.

이어서 두 볼을 부풀렸다.

에탄한테 이상한 기운을 뿜어낸 장본인이라는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는 수련을 하러 가 보겠습니다.”

“한 달이다. 그 이상은 허락하지 않겠다.”

“예.”

에탄의 말에 지오반이 다시 한번 기간을 말했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핑계는 대지 말라는 은근한 주의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에탄이 그 말에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후 지오반을 향해 고개를 꾸벅이고는.

“가자, 아린.”

아린과 함께 가주실을 빠져나갔다.

.

.

.

그리고 수련실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전설의 검은 다르다 이건가?’

에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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