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이름이 아린이라고?”
“우웅! 아린이에요!”
“…….”
에탄이 아린의 대답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한번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처음부터 인간이었니?”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음 질문을 이어 나갔다.
어린아이한테 이게 할 법한 소리인가 싶었지만.
이쯤 되면 에탄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진짜 눈앞에 있는 이 소녀가 자신이 알고 있는 아린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우움…. 아니요.”
“아니야?”
“원래는 검이었어요!”
“검…. 그래. 검이었구나.”
아린의 대답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털썩.
그 후 침대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얘가 날 아빠라고 하는 이유도 이해가 되네.’
에탄은 아린이 어째서 자신을 부모로 여기는지 이해했다.
비록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그 정도 사고는 충분히 가능했다.
‘얼음 계곡에서 얻어낸 전설의 검 아린의 숨겨진 힘이…. 이걸 말하는 거였나?’
하지만 놀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린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저 단순한 과장인 줄 알았는데.’
처음 아린을 자신의 검으로 선택한 이유는, 숨겨진 힘 같은 설화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가서 아린을 애검으로 이용했었다.
‘그 결과가 회귀. 그리고 아린이 인간으로 변했다라.’
그리고 그 선택이 미래를 바꾸게 됐으니.
에탄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잠깐. 그러면 아린이가 가지고 있던 그 힘은…’
그때. 에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죽기 직전에 아린이가 보여 줬던 정체불명의 ‘힘’
그걸 어떻게 해야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거였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생각의 늪에 빠지자.
“아빠? 왜 멍때려요?”
아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에탄에게 말을 걸었다.
“…….”
에탄이 아린이의 부름에 녀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린이 인간이었다면 딱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상상했던 느낌 그대로네.’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
에탄은 검이었던 아린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렇게 평을 내렸다. 이 검은 세상의 더러움이 묻어 있지 않은 녀석이라고.
그리고 지금 자신을 쳐다보는 아린을 통해 확신하게 됐다. 검에서 인간으로 변했지만, 그 점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힘에 대한 건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알아봐야겠어.’
죽기 직전 느꼈던 아린이의 힘.
마음 같으면 지금 당장 그것을 얻어내고 싶지만. 에탄은 그게 무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오러도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니까.
“아린. 넌 몇 살이니?”
그래서 일단은 아린이 자체에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힘을 얻는 건 오러 하트를 만든 뒤에 해도 늦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5300살이요!”
“어?”
에탄이 아린의 대답에 눈썹을 찡그렸다.
“5300살?”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저런 무지막지한 숫자가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응!”
“그렇게 대답한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니?”
“왜냐면~ 아린이가 검으로 산 지 그 정도 됐으니까요!”
“아.”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에 납득했다.
전설의 검으로 살았던 시절까지 합한다면 저 숫자가 맞을 테니까.
“…다음부터는 누가 물어보면 5살이라고 해.”
“왜요? 아린이는 5300살인데?”
“그렇게 대답을 하는 게 아빠를 도와주는 거니까. 설마 아빠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은 건 아니지?”
“으응…. 아린이 5300살인데….”
아린이 에탄의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 이불을 꼼지락거리면서 두 눈을 끔벅이더니.
“알았어요! 아린이는 앞으로 5살!”
오른손을 완전히 펼치면서 답했다.
“이런 걸 물어보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엄마는 어디에 있어?”
“없어요! 아린이는 아빠가 전부예요!”
“아….”
아린의 대답에 에탄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 또한 엄마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애당초 아린은 자신의 ‘애검’이었으니까.
‘기분이 묘하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그를 불편하게 만든 거였다.
“아빠. 아빠는…. 아린이가 싫어요?”
아린이 에탄을 향해 살짝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표정이 안 좋아요. 그게 혹시 아린이 때문이에요?”
에탄의 굳어 가는 얼굴 때문이었다.
“응?”
아린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에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 가만히 있었던 건데, 아린이 저런 말을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너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잠시 뭐 좀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요?”
“그럼. 내가 왜 널 싫어하겠어?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
에탄의 말에 아린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말요?”
그 후 다시 한번 에탄에게 물었다.
자신을 진짜로 싫어하는 게 아니냐고.
불안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이다.
“그래.”
아린의 말에 에탄이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나는 너를 내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안심해도 좋아.”
진심이었다.
검의 형태였을 때도 자신이 애지중지했던 애검.
아이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순간에 그 애정이 사라질 리가 없었다.
‘그럼 진짜 자식이나 다름없는 건가.’
“좋아요! 아빠 최고!”
와락!
에탄의 대답에 아린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두 팔을 벌려 에탄을 있는 힘껏 끌어 앉았다.
‘누가 보면 진짜 내 딸인 줄 알겠네. 어떻게 이 정도로 느낌이 똑같지?’
에탄이 자신의 품속에 안긴 아린의 얼굴을 쳐다봤다.
백발 머리부터 시작해서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정말 애 아빠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닌데.’
솔직히 말하면 아린의 외모는 뛰어난 편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싹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게 보일 정도였다.
‘앞날이 막막하구만.’
그래서 더 걱정 근심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자기 자식 같으니 남들이 보면 무조건 오해하리라.
똑똑!
“도련님. 세바스찬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때. 에탄의 전속 집사인 세바스찬이 방문을 두드렸다.
“어. 들어와.”
그의 말에 에탄이 아무 생각 없이 답했다.
오랜 생활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 본능이었다.
‘…잠깐!’
그러다가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이 방에 자기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들어.”
끼익.
그래서 황급히 세바스찬의 출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아침 식사가 준비됐…. 습니다?”
때는 이미 늦어진 지 오래였다.
“…….”
세바스찬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후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세바스찬…. 어.”
에탄이 그런 세바스찬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회귀 전, 죽을 때까지도 자신의 안위를 걱정했던 그였기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해다. 이건 오해야.”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세바스찬의 차갑게 식어 버린 눈빛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빠! 뭐가 오해예요?”
아린이 에탄의 말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세바스찬이 그런 아린을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아빠…? 그러고 보니…. 도련님과 되게 닮은….”
이어서 아린과 에탄의 얼굴을 번갈아 살펴보고는.
“도련님.”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제일 가라앉은 목소리로 에탄을 불렀다.
“실망입니다.”
그 후 미간을 찌푸리면서 뒷말을 이었다.
“…….”
에탄이 세바스찬의 말에 넋을 놓았다.
살면서 저렇게까지 세바스찬한테 경멸 어린 시선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망나니처럼 살았던 시기에도 말이다.
‘억울하다.’
그런데 회귀를 하고 나서.
처음으로 보는 세바스찬한테 저런 말을 듣고 말았다.
자신에 의지로 친 사고가 아니기에, 에탄은 더더욱 복장이 터질 거 같았다.
반면, 세바스찬은 노련한 집사답게,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고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아침 식사를 하러 가시죠. 가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세바스찬의 말에 에탄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아린이도 배고파요!”
아린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해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린이라….”
그리고 세바스찬이 아린이의 이름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후 복잡한 눈빛으로 아린이를 쳐다보는 순간.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을 향해 아린이 밝게 인사했다.
커다랗고 맑은 눈동자에, 우유푸딩처럼 뽀얗고 말랑말랑해 보이는 피부.
그야말로 마음속에 있던 모든 번뇌가 사라질 정도로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허허.”
에탄의 사고에 착잡한 심정을 가지고 있던 세바스찬조차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세바스찬도 역시 넘어가 버렸네.’
에탄도 아린을 처음 발견했을 때 똑같은 감정을 느꼈었다.
세상에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순수함.
검이었을 때도 그 순수함에 끌렸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이의 모습이니 배는 더 효과가 클 터였다.
“아린 님도 배가 고프십니까?”
아린에게 순식간에 빠져 버린 세바스찬이 인자한 얼굴로 배가 고픈지 물었다. 그는 아린이 보여 준 인사 덕분에 마음이 평온해지기까지 했다.
“네! 배가 꼬르륵거려요!”
“그렇군요. 그럼 도련님과 함께 식사하시겠습니까?”
“좋아요!”
아린이 세바스찬의 말에 힘차게 답했다.
“할아버지는 안 먹어요?”
그 후 세바스찬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예상외의 질문을 했다. 실제 그의 나이가 70세니. 할아버지라고 하는 게 틀린 호칭은 아니었다.
“하하! 저는 이미 먹고 왔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니라 세바스찬라고 불러 주시죠. 그게 맞는 호칭입니다.”
“으음. 할아버지가 더 어울리는데….”
아린이 세바스찬의 말에 아쉽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알겠어요! 세바스찬!”
그러다가 이내 세바스찬의 말대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씨익.
세바스찬이 그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꼭 어린 시절의 도련님을 보는 거 같군요.”
이어서 에탄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순수하고 한없이 깨끗한 영혼을 가졌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까 거기까지만 말해 줄래.”
“아이 앞이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에탄의 말에 세바스찬이 입을 함구했다.
아무리 에탄이 큰 사고를 쳤다고 해도, 에탄의 말을 완전히 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겁니다만. 가주님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유감스럽게도 아니라고 대답해야 하네.”
“그건 정말 슬픈 일이군요.”
“동감이다.”
세바스찬의 말에 에탄이 동의를 표했다.
“이제 슬슬 ‘아린’ 님과 함께 이동하시죠.”
그 후 아침 식사가 준비됐다고 다시 한번 말해 줬다.
“그래…. 가야지.”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아린. 가자.”
그리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아린에게 말을 걸었다.
“네. 아빠!”
아린이 에탄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동시에 침대에서 폴짝 뛰어 바닥으로 내려왔다.
세바스찬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건 덤이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세바스찬의 말에 에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나….’
그 후 뒷일을 어찌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식사 자리로 향했다.
* * *
에탄과 아린이 식당으로 가기 위해 복도를 걸었다.
“어머…. 저 애 너무 귀엽다.”
“도련님한테 저런 딸이 있었어?”
“어린 시절 도련님이랑 완전 판박이네. 역시 피는 못 속인다니까.”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을 마주친 시녀들이 아린을 보고 감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사고를 치셨네.”
“이러다가 가문에서 쫓겨나시는 거 아냐?”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 들린다. 이 녀석들아.’
에탄이 그들의 말을 듣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에 단련했던 예민한 감각 덕분에, 어지간히 작은 소리도 그는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걸로 저들을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망나니가 아니니까.
다만.
‘내 자식 아닌데…. 진짜 아닌데. 아니 맞기도 한데 그런 자식은 아닌데. 이걸 도대체 뭐라고 설명하지?’
억울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이걸 돌이킬 방법은 없으니까.
“하아….”
에탄도 그걸 알기에 자포자기를 하고, 식당으로 힘없이 걸어갔다.
끼익.
그렇게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칼라사르 가문의 가주 지오반이 맨 끝자리에 앉아 있었다.
꾸벅.
에탄이 지오반을 보면서 작게 고개를 꾸벅였다.
“아린. 여기에 앉자.”
“네. 아빠!”
그 후 아린과 함께 미리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
지오반이 그런 두 사람을 아무 말 없이 쳐다봤다.
당황. 분노. 의아함. 그 어떤 감정도 지오반한테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셨군.’
누군가는 이런 지오반의 상태를 평화롭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에탄한테는 아니었다. 지오반이 저렇게까지 차분하다는 건.
‘각오해야겠어.’
자신한테 아주 크게 실망했다는 뜻이니 말이다.
“으음….”
아린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걸까.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지오반으로부터 시선을 피했다.
“아빠….”
동시에 옆에 있는 에탄의 옷가지를 꼬옥 잡았다.
겁을 먹고 움츠러든 어린아이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일단 식사부터 하자.”
지오반이 그 모습을 보고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동시에 에탄과 아린한테 관심을 거두고, 그릇에 있는 고기를 썰었다.
“아린. 우리도 밥 먹자.”
에탄이 지오반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후 나이프를 집어 들고 고기를 썰려는 순간.
“으음…. 흐으음.”
옆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
옆을 돌아보자 아린이가 나이프를와 포크를 주먹으로 쥔 채 스테이크와 고전을 펼치고 있었다.
‘…검이었는데 나이프를 다룰 줄 모른다고?’
살짝 의아하기는 했다.
전생이 검이었으면 같은 종류인 도구는 잘 다룰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푹… 푹…
애꿎은 스테이크가 아린이의 서툰 포크질에 다진 고기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잡는 것 아니야. 자.”
보다 못한 에탄이 포크와 나이프를 다시 쥐여 주었다.
“아빠 이거 어떻게 해요?”
“보고 잘 따라 해 봐.”
“으음…. 음! 됐다!”
아린이 그걸 보고는 열심히 고기를 썰었다.
그리고 마침내 덩어리에서 한 조각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자.
“아빠. 아아~”
포크로 그 조각을 찍어서는 그대로 에탄에게 내밀었다.
“…….”
아린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에탄이 몸을 움찔했다.
그 후 은근슬쩍 지오반을 바라봤다.
“애한테 기본적인 식사 예절도 가르친 적이 없는 게냐.”
“아니… 그게 그러니까.”
검한테 칼질을 가르칩니까?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차마 대들 수가 없었다. 다행히 지오반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됐다. 그건 그렇고 자식이 주는 걸 무시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빠아. 팔 떨어져요!”
그때 아린이 에탄을 향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아. 그래….”
에탄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아린 쪽으로 돌렸다.
냠.
그 후 아린이 내민 고기를 한입에 집어삼켰다.
“흐흥~”
아린이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 오해를 풀 수는 있을까? 아니…. 아마 안 되겠지.’
에탄의 착잡한 심정도 모른 채 말이다.